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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악, 용서를”⋯ ‘참회의 순례’ 나선 교황, 원주민 아동학살 사죄
종교 천주교

“기독교인의 악, 용서를”⋯ ‘참회의 순례’ 나선 교황, 원주민 아동학살 사죄

캐나다 옛 가톨릭 교회 운영
기숙학교서 벌어진 아동학살
교황, 생존자 만나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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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앨버타주 에드먼턴에 도착해 기숙학교 원주민 아동 학살 생존자와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앞서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주로 가톨릭교회가 운영한 기숙학교에서 캐나다 원주민 아동 4000여 명이 방치 및 학대로 숨졌다고 밝혔다. 바티칸 교황청은 교황의 이번 캐나다 방문을 '참회의 순례'로 명명했다. (출처:뉴시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악행에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합니다.”

100년전 벌어진 대규모 원주민 아동 학살을 사죄하기 위해 캐나다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5(현지시간) 캐나다 원주민들 앞에 서서 이같이 사과했다.

AP통신 등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 매스쿼치스 소재 옛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해 이같이 밝히면서 열강들의 식민화 사고방식을 지지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끼고 미안하다특히 교회와 종교 공동체의 많은 구성원이 당시 (캐나다) 정부가 고취한 문화적 파괴와 강요된 동화 정책에 협조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이 발언이 모든 원주민 공동체와 개인을 향한 것이라며 지난 4월 바티칸에서 원주민 대표에게 사과한 뒤에도 부끄러움이 계속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숙학교가 원주민의 언어·문화를 폄하하고, 그곳에서 아이들이 신체적, 심리적, 영적으로 어떻게 학대를 겪었는지 말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기숙학교를 포함한 동화 정책이 원주민들에게 얼마나 파괴적이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황의 이번 사과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운영된 캐나다 최대 규모의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곳에서 세 살짜리 아이 등 1200구가 넘는 어린이 유해가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대부분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던 학교로 원주민 학대 과정에서 숨진 것이었다. 

원주민 기숙학교 문제를 조사해 온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1883년부터 1996년까지 15만명 이상의 인디언과 이뉴이트족, 유럽인과 캐나다 원주민 혼혈인 메티스 등 어린이들은 캐나다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들의 가족과 떨어져 국가가 지원하는 기독교 학교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다.

이들은 전국 139개 원주민 기숙학교에 강제로 보내져 기독교로 개종하도록 압박을 받았고 모국어나 전통 문화 사용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폭력과 폭언을 당했고, 어린이들을 포함해 최대 6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15년 이 같은 학대 및 방치 속에 어린이 3200~4100명이 숨졌으며 1915~1963년 사이 가장 큰 원주민 기숙학교였던 캠푸르스 학교에서만 최소 51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관리들이 수백개의 기록을 파괴했기 때문에 완전한 사망자의 수는 결코 알 수 없다며 보고서는 이 상황을 두고 문화적 집단학살이라고 결론지었다.

1980~90년대 캐나다 정부에 이어 개신교인 연합교회, 성공회 등이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가톨릭 교계는 사과를 꾸준히 거부했다. 교황은 2017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직접 요구에도 사과의 뜻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추가 유해가 더 발견되면서 캐나다 전역에서 집회가 들끓자 교황은 같은 해 4월 로마에 방문한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에게 공식 사과했다. 또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

앞서 가톨릭 교구 차원의 사죄는 있었지만 최고 성직자 교황이 나서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무릎 통증이 심해져 휠체어를 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4일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에 도착했다.

25일 연설에서 교황은 원주민에 대한 사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며 중요한 부분은 과거에 일어난 사실에 대해 진지한 조사를 수행하고, 기숙학교 생존자들이 치유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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