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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폐지 주장 “기본권 침해에 범죄예방도 못 해”
기획 사회기획

[심판대 오른 사형제] ①폐지 주장 “기본권 침해에 범죄예방도 못 해”

“헌법 10조 기본권 보장하는데
사형 집행, 불가침 기본권 침해”
세계 2/3가 사형폐지·중단 중
“범인, 범행 시 처벌 고려 못 해”

헌법재판소가 사형제가 위헌인지를 두고 지난 1996년과 2010년에 이어 3번째 심리에 돌입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수십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는 상황이다.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지를 놓고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을 논의했으나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천지일보는 헌재의 공개 변론에서 나온 사형제도의 찬반 논리를 심도 있게 정리해 독자들에게 제공해 21세기에 아직 사형제가 필요할지 고민하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첫째로 사형 폐지 측 주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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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관련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장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라면 사형제도 존치는 사회가 완숙함에 이르지 못한 징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1000년 넘게 존속돼 온 불필요하고도 가증스러운 인간 희생을 거부할 만큼 사회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사형제 폐지를 주도한 프랑스 법무장관 로베르 바댕테르는 저서 ‘사형제도에 반하여’를 통해 사형제가 존재하는 국가의 문제점을 이렇게 설파했다. 

사형제가 헌법에 반하다는 측 주장의 핵심은 자연으로 주어진 생명은 어떤 이유로도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형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과 보조참가인 측 대리인은 “생명이라고 하는 것은 법 이전에, 국가 이전에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전제”라고 강조했다.

◆“인간 존엄 규정한 헌법 10조, 생명권 보장”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청구인 측은 바로 이 10조가 근본규범이고, 전체 기본권이 파생되는 최고의 기본권 조항이라고 봤다.

또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면서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 ‘본질적인 내용’이 생명이며, 이는 헌법 10조에 따라 규제를 받기에 사형제는 위헌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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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14. 

◆“사형, 어떤 범죄 예방효과도 달성 못 해”

사형으로는 어떤 범죄 예방효과도 달성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법에서 범죄 예방은 일반예방과 특별예방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일반예방효과란 강력한 처벌조항이 있거나 범인에 대해 실제 형벌이 집행되는 것을 보는 일반 시민이 이를 ‘경고’로 삼아 잠재적으로 범죄를 벌이지 못하게 예방하는 일을 말한다. 특별예방은 범인 자신에게 형벌을 내려 그 범인이 다신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그러나 청구인 측은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의 사형 집행과 범죄 위해력 효과에 관한 연구의 대부분은 사형을 집행하더라도 살인사건의 발생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또 국내 사형 확정자 31명의 생활실태와 특성에 관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범행 당시 사형을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생각 또는 사건으로 인해 받을 처벌에 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대부분의 사형 확정자들은 사건 당시 술에 취했거나 화가 나서 정신이 없거나 잡힐 생각을 하지 않아 처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형제도 일방예방효과가 있다는 증명책임은 국가에게 있고, 입증이 안 된 기초사실을 합헌 논거로 삼을 수 없고, 국가가 사형제라는 형벌을 통한 생명권 제한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 사건 심판 대상 조항들은 헌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청구인 측은 꼬집었다.

아울러 사형제는 특별예방기능을 처음부터 완전히 포기한 것이라고도 했다.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하면 개선·교화의 목적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153개국이 사형 폐지·중단”

전 세계적인 흐름이 사형을 폐지하는 쪽이라는 점도 제시했다.

현재 지구촌에서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21개국에 달한다. 여기에 법적 또는 실질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총 32개국으로 추산된다. 즉 전 세계 3분의 2가 넘는 153개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했거나 집행을 중단한 상황이다.

특히 유럽은 1949년 결성한 유럽평의회 소속 47개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했고, 아직 법적으론 사형이 존재하는 러시아조차 2009년 이후엔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청구인 측은 미국 내 주들이 사형을 폐지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힘을 보탰다.

이들에 따르면 2015년 8월 25일 사형에 대해 코네티컷 대법원은 “사형이 교정학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증거의 축적, 사형에 자의성이 개입될 가능성, 사형의 집행과 선고과정에 민족적 인종적 사회경제적 편향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형제도는 헌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또 버지니아주는 2021년 3월 미국 50개주 중 23번째로 사형제를 종식했는데, 버지니아주는 1608년 미국 최초의 사형을 집행한 곳이며 텍사스주 다음으로 많은 사형집행을 하던 주다. 그런 버지니아조차도 사형을 폐지했다는 점에서 이제는 사형의 퇴장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청구인 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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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형폐지범종교인연합 등 시민단체가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형제도 공개변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형제도 위헌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2.07.14. 

◆“헌재, 여론에 영향받으면 안 돼”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1995년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헌재는 “여론이 심의와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질 수 있으나 그 자체로 헌법을 해석하고 두려움이나 편의 없이 그 조항을 지키도록 ‘헌법재판소의 정히 부여한 의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의견에 결정권이 있다면 헌법재판이 이뤄질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남아공 헌재의 판단은 국민의 법감정이나 여론을 이유로 해서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 결정이 미뤄지거나 위헌 여부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남아공은 흑인을 대상으로 사형이 차별적으로 선고되고 집행된 어두운 과거사를 갖고 있는 나라”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보복이 목적이 돼선 안 돼”

청구인 측은 현대사회에서 응보(응징과 보복)가 형벌의 목적이 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형벌권은 법질서 유지라는 공적책임에서 도출되는데, 질서유지적 기능과 관련 없는 응보는 형벌의 목적으로서 타당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범행에서 행위자의 생활환경, 범죄자가 속한 사회·경제·문화적 상황 등이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주의 환경적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범죄의 책임을 오롯이 범죄자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응보를 형벌의 목적으로 삼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절대적인 가치로 승인하는 범위 안에서 문명적인 내용으로 고안돼야 한다”고 봤다.

이와 관련 최근 미얀마에선 정국을 장악한 군부가 자신들에게 대항했던 민족민주동맹(NLD) 전 의원과 민주화 운동가 등 정치범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해 국제사회의 맹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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