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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만 5세 초등학교 가는 길… 곳곳에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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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n] 험난한 만 5세 초등학교 가는 길… 곳곳에 ‘걸림돌’

정부, 학제개편 검토·추진
입학나이 만6세→5세 하향
1살 차이나도 같은 학년에
공교육 확대·격차 해소 취지
 
“오히려 교육열·경쟁 과열”
‘과밀학급·학령인구 절벽’도
인원·시설·예산확보 문제로
역대 정부마다 번번이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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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등하굣길. 천지일보 DB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정부가 오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6세에서 만 5세로 하향하는 학제개편안을 검토·추진하기로 했지만, 논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부터 각종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5세로 1년 낮추는 내용의 학제개편 계획을 보고했다. 박 부총리는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 입학 시기를 당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2단계나 4단계 등 단계는 달라질 수 있으나 합의된다면 2025년부터 조기 입학을 시행하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만 6세가 된 다음해 3월, 한국 나이로 8세가 되는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이를 1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실현되면 과거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76년 만에 대한민국 학제가 바뀌게 된다.

교육당국은 올해 말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해 내년 시안을 마련하고 2024년 방안을 확정해 교육청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취학연령을 앞당겨 영·유아 단계에서 공교육 혜택을 확대하고 출발선상의 격차를 해소하는 동시에 졸업 시점도 앞당겨 보다 빨리 사회에 진출하게 하자는 취지다.

◆“막대한 재정 필요” “문제 없어”

반면 이번 학제개편 계획에 따르면 2025년에 만 5세가 되는 2019년생은 2018년생(만 6세)와 동시에 학교를 다녀야 한다. 2025년만 놓고 봤을 때 취학생 수는 그 이전 30만명 초반에서 4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교사와 시설 확충, 그리고 대규모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하는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사업을 추진하면 현장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아이들이 입학·졸업하고 취업할 때까지 더 거센 경쟁에 시달리고 현재의 치열한 교육열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학제개편으로 특정 시점의 학생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폭적인 교사·교실 확보와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입시·취업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과 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산뿐 아니라 학생들이 한 학년에 몰리면서 특정 학년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만 5세 아동과 6세 아동이 동시에 입학하는 경우 입시·취업 경쟁률이 올라 20대 중반까지 긴 시간에 걸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사립초등학교 추첨 경쟁률만 보더라도 현재 2022학년도 서울지역 사립초교 입학 평균 경쟁률이 11.7대 1인 데다 20대 1을 넘는 곳도 6곳이 넘는다. 학제개편으로 경쟁이 과열되면 조기교육 시기도 앞당겨지는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관계자는 “초등학교 교육현장과 대학입시, 취업에 미칠 여파도 만만치 않다”며 “학생들의 입시·취업 경쟁이 향후 수년간 격화될 수 있다. 나아가 사교육비 폭증으로 이어져 출산율 감소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도 초·중등교육법 13조에 따라 학부모가 원하면 만 5세 유아의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학생들이 적응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 조기 입학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나이별 발달과정에 맞지 않은 교육 환경으로 아이들은 극심한 교육적 부작용과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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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학제개편에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취학연령 하향화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에서도 추진하려 했던 방안이지만 막대한 사회적 비용 등으로 인해 번번이 무산된 정책이기도 하다. 당시 한국교육개발원은 취학연령 1년 하향 학제개편에 드는 순수비용이 2008년 기준으로 2020년까지 45조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부총리는 이에 대해 “총 12년의 학제를 늘리면 인건비가 늘어날 수 있지만 4년간 입학 시기 단축으로 늘어나는 학령인구는 줄어드는 학령인구의 숫자와 비슷하다”며 예산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OECD 38개국 중 4개국만 5세

교육당국이 검토 중인 방안대로 학제개편이 이뤄지면 오는 2025년부터 4년간 25%씩 입학연도가 앞당겨진다. 시행 첫해에는 2018년 1월∼2019년 3월생,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입학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학년도 취학 대상은 2018년생 32만 6822명과 2019년 1∼3월생 8만 3030명을 합친 40만 9852명이다. 

2026학년도는 36만 1504명, 2027학년도는 33만 3355명으로 줄어들다가 학제개편이 끝나는 2029학년도에는 30만명 밑으로 내려가게 된다. 40만명 이상으로 대폭 늘어났다가 30만명 밑으로 떨어지면서 과밀학급 문제뿐 아니라 ‘학령인구 절벽’ 문제도 거론된다.

이에 더해 국제적 추세를 볼 때나 선진국 사례를 볼 때도 취학연령 하향화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나이는 2019년 기준 38개 회원국 중 68.4%를 차지하는 26개국이 만 6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의 우리나라와 같이 OECD 10개 나라 중 7개 나라에서 6살에 초등학교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검토 중인 ‘만 5세’ 입학은 호주·뉴질랜드·아일랜드·영국(4∼5세)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교총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학습자 삶 중심의 학제개편’ 보고서에서도 유럽연합 33개국 중 초등 취학연령이 4세인 경우가 1개국, 5세 5개국, 6세 19개국이며 7세인 경우도 8개국에 달한다”며 6세 입학이 세계적인 ‘대세’인 점을 들기도 했다.

한편 이번 학제개편 최종 방안은 발족을 앞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마련될 예정이다. 현행법에 따라 국가교육위는 학제개편안을 10년 주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통해 확정 가능하다. 이를 위해 대국민 토론회와 공청회·전문가 의견수렴·관계기관 협의·조정을 맡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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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누리 기자]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청구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오며 즐거워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 여름방학은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해 내달 중하순에 끝날 예정이다. ⓒ천지일보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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