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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대만 방문에 각국 속내 복잡… 커지는 亞 위기
오피니언 사설

[천지일보 사설] 펠로시 대만 방문에 각국 속내 복잡… 커지는 亞 위기

중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 3일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 대만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에게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단순 미국 고위 정치인의 순방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간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던 대만으로서는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전 세계 고위 정치인들에게 그들이 직접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기회가 됐다. 최근 미국, 유럽 국가들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고위급 대표단과 대만 관리들의 답방은 점점 더 잦아지는 추세다.

미국의 셈법은 복잡하지만 펠로시 의장 본인에게는 상당히 좋은 기회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서부터 30년 후 홍콩의 반정부 시위에 이르기까지 중국 집권 공산당의 인권 유린을 집요하게 비난해온 그는 대표적인 중국 당국의 ‘외교적 기피인물’이다. 이런 수십년간의 노력과 일치하는 이번 방문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반대파들로부터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징후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존재감이 미 권력 서열 2위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앞선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미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전략적 모호성’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번 펠로시 의장의 방문과 함께 점점 변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잇따른다. 백악관이 매번 철회하긴 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중국의 대만 공격 시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대만을 되찾겠다고 한 중국도 고려할 문제가 많다. 시진핑 국가 주석 입장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수차례의 경고를 어겼기에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더 약한 지도자로 보여질 위험이 있지만 현 중국의 상황에서 그가 원하고 필요한 것은 안정이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 직후 중국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군사훈련과 실탄 사격을 예고했으나 이는 중국군의 대만 침공의 전조 보다는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그렇다 해도 이번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아시아에 분쟁 가능성을 높였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마크 에스퍼 전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대만과 중국이 충돌해 미국이 개입한다면 한국도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제 펠로시 의장은 한국에 온다.

미중 선택 압박이 점점 커지는 지금 정부의 선제적 위기관리 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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