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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독무대가 될 수밖에 없는 교육부 사업
경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대기업 독무대가 될 수밖에 없는 교육부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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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수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부당한 걸 알고 있었지만… (돈을) 받은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었어….”

이는 교육계에 얼마 전까지 공무원 신분으로 몸담았던 H씨의 말로, 교육청 스마트기기 사업의 ‘대기업 독식 구조’가 언론의 지적과 사업자들의 반발에도 바뀌지 않았던 이유다.

당시 본지와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을 배제하고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불공정한 입찰 관행을 지적하는 기사를 교육감을 비롯해 감사실, 조달청 고위 관계자 등에 보낸 바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기껏 나온 말도 “이 사업은 부교육감이 관할하고 있어서 난 잘 모른다(교육감)” “교육청이 강행하는 거라 어쩔 수 없다(조달청 고위 관계자)” 등등이었다.

사업을 수주한 기업 관계자 및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난 교육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교육부가 추진하는 사업 중 대부분이 기업들의 뇌물 제공 등 로비로 인해 사업자가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공개 입찰을 진행한다.

물론 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쉽게 드러나면 안 되니 중간에서 여러 단계를 거친다. 많이 받을수록 정교하다. 그래서 지급자 A와 최종 수령자 B가 있다면 적발될 위기의 순간에 수많은 중간다리를 하는 역할 중 A는 하청 업체에, B는 내부 직원(예를 들어 비서실) 중 총대를 대신 멜 누군가에게 덤터기를 씌워 꼬리를 자른다.

돈이 공급되는 과정은 여러 방식이 있겠으나 교육청에서 사들이는 물품의 공급가를 대당 몇 만원씩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사전에 공급사와 협의한 후 이뤄진다. 나중에 결과적으로 보면 전체 사업 수행 예산에서 5% 또는 10%가 B의 손에 들어간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종 수령자 B 또한 상위 기관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정말 높으신 자리에 있는 분들’끼리 예산을 나눠 먹게 된다.

정권이 바뀌면 정부는 여당에 속하지 않은 수장부터 내려오라고 난리를 친다. 정권 초기인 지금 그래서 교육계에서도 정치적인 기 싸움이 한창 이어지고 있다. 자리를 지키려는 한쪽은 그동안 받은 돈에 대해 꼬리를 자르려고 하고 있고 반대 세력인 다른 한쪽은 본체를 잡아서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

치열한 전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적 명분이 뭐든 간에 감사원이나 검찰은 감사 또는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혐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느 선에서는 봐주고,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자는 식으로 멈출 거면 하지 않는 게 더 낫다. 자정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감시 기관마저 진실을 덮어서 불의를 수용해주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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