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셈법
오피니언 칼럼

[정치평론]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셈법

박상병 정치평론가

image

기어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3일 대만을 방문했다.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6명의 하원의원 대표단은 오후 3시 42분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이륙해 늦은 밤 10시 44분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보통이면 5시간이면 도착할 시간이지만 펠로시 일행은 7시간이나 걸렸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남중국해를 피해 인도네시아 상공을 거쳐 필리핀해를 통해 대만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혹여 중국군의 공격이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우회 항로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펠로시 일행이 대만으로 향하던 그 시각 중국은 사실상 비상상태에 있었다. ‘하나의 중국’을 표방한 원칙대로 한다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기 때문이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해협을 향했으며 항공모함도 대기 중이었다. 다행히도 우려했던 미·중간의 군사적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즉시 대만 인근 해역에 군사훈련 구역을 설정하고 실전 훈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4일부터는 실사격을 포함한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상태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은)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나마 충돌을 피한 것은 다행이지만, 근래 보기 드문 미·중간 급격한 대치 국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사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국에서도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당초엔 바이든 대통령도 말릴 정도였다. 한마디로 명분도, 실리도 없을뿐더러 시기도 적절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 이란의 결속력만 높이고 반대로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에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봤던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와 이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강하게 비난했다. 여기에 북한도 합류해서 한목소리를 냈다. 동아시아의 적나라한 대결구도와 군사적으로도 불안정한 모습만 드러낸 셈이다. 동시에 중국의 위상만 더 강화시켜 줬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바라보는 우리도 맘이 그다지 편치 못하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충돌은 그대로 한국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를 맞춰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주한미군도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군사적 지원 요구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한국도 어떤 방식이든 전쟁에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칫 오늘날 한국이 이룬 평화와 번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위험 요소와 미국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의장이 왜 현 시점에서 대만을 방문했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펠로시 의장의 개인적 이유를 꼽고 있다. 올해 82세인 펠로시 의장은 하원의장 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19번째 하원의원에 당선되더라도 의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가의전 서열 3위인 하원의장직에 있을 때 평소 중국을 향한 일관된 강경노선의 정점을 찍겠다는 개인적 욕망이 컸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펠로시 의장은 그동안 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을 끝까지 견지해 왔다. 틈만 나면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거론했으며, 1991년 텐안먼 광장에서는 직접 중국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인사들에 대한 추모 시위도 벌였다. 그 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려 할 때는 가장 앞장서 반대했다. 심지어 올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는 세계 각국을 향해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만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에 대한 강력한 도발로 간주된 셈이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던 날, 중국이 군용기 수십대를 동원하고 해상에는 항공모함까지 대기시켰던 배경이라 하겠다. 앞서 시진핑 주석도 지난 7월 28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불장난을 하면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등의 이례적인 강경 발언을 할 정도였다.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천명한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앞으로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은 더 높아질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향해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대만 침공’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펠로시 의장이 그 명분을 준 셈이다. 개인적 욕망과 성취를 위해 역내 군사적 충돌의 위협을 고조시킨 펠로시 의장의 이번 행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올 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3연임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배신, 대만을 향한 분노를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과거 변방에 있던 그런 중국이 아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국 정부의 몫이다. 대만해협은 이제 일촉즉발의 바다가 돼 버렸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똘똘 뭉쳤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윤석열 정부가 세심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주한미군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이라도 명확한 지침을 가져야 한다. 자칫하면 중국 미사일이 평택이나 오산으로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때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도 명확하다. 막연한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다. 안보에는 단 한 점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을 한 순간에 잃을 수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의 돌발행동처럼 미국에 대한 과잉 의존은 위험하다. 동아시아 외교무대에서 우리의 목소리, 한국의 존재감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 부디 우리 정부의 냉철하고도 균형감 높은 외교안보전략을 거듭 촉구한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