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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국회의장 회담 내용이 빈곤하다
오피니언 사설

[천지일보 사설] 한미 양국 국회의장 회담 내용이 빈곤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양국 국회의장 회담을 가졌다. 회담 직후 공동 발표문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물론 외교적 발언이기에 그 구체적 내용을 따지기엔 무리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이전 보다는 한 걸음이라도 더 진전된 내용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우리 국민의 솔직한 심경이다. 최근 한반도 주변의 안보 정세가 갈수록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 발표문은 이전에 나왔던 해묵은 표현들, 알맹이 없는 공허한 단어의 나열 그리고 하나 마나 한 원론적 얘기들이 너무 많다. 5년 전에도 했던 말이고, 또 5년 뒤에도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면 그런 얘기를 굳이 공동 발표문 형식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를테면 우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이란 게 무엇인가. 그리고 실질적 비핵화 얘기가 또 나왔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셈법이 다른 개념이라면 이 또한 공허한 얘기다. 무엇 하나 손에 쥘 수 있는 내용이 없다.

한미 양국 국회의장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가는 엄중한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북한의 위협에 대해 펠로시 의장은 미국 행정부를 향해 지금껏 무엇을 요구했으며, 어떤 노력을 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우려’만 표할 것이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 미국 하원의 의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북한을 향해 우려만 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찾은 것도 아닐 것이다. 물론 펠로시 의장에게 그 무엇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막연하고 공허한 외교적 언사는 자칫 불신과 실망만 안겨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해 김진표 국회의장은 “한미 동맹이 군사 안보, 경제, 기술 동맹으로 확대되는 데 주목하며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의 발전을 의회 차원에서 강력히 뒷받침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또한 원론적 얘기에 다름 아니다. 한마디로 확대된 한미 동맹을 위해 양국 의회가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더 발전된 한미동맹, 실질적인 북핵 해법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기존의 레퍼토리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전처럼 미 고위급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북한을 때리는 발언 한마디만 해도 크게 환대했던 그런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잘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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