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尹-펠로시 만남 불발 논란 계속… 외신 주목 속 서방측 “무시” vs 中측 “국익”
정치 외교·통일 정치인사이드

[정치인사이드] 尹-펠로시 만남 불발 논란 계속… 외신 주목 속 서방측 “무시” vs 中측 “국익”

美전문가 “中 고려했다면 실수”
中매체 “한국의 국익 보존 조치”
미중 간 대결 격화 속 ‘박진’ 방중

image
윤석열 대통령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만나지 않고 통화만 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제는 외신들이 이 같은 내용을 일제히 전하며 주목했는데,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무시했다’는 기류가 팽배한 서방 외신들과 ‘국익을 택한 것’이라는 중국 매체들의 시각이 정반대로 달라서 관심이 쏠렸다.

당초 통화가 이뤄지기까지 과정을 보면 말이 안 나올 정도다. 대통령실의 오락가락 행보가 도마에 올랐고, 게다가 양측 간 만남이 불발된 데 대한 대통령실 내 해석도 갈려 비난을 자초했다.

만나는 일정이 없다고 했다가 만남을 조율 중이라고 하더니 또 몇 분만에 안 만난다고 하고, 좀 있다가는 만남을 조율한 적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일각에서 펠로시 의장 측이 윤 대통령을 패싱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던 이유다.

그러더니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윤 대통령이 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자 홍보수석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이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중국을 의식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파장은 커졌고, 정치권 안팎에선 대통령실의 행태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서방외신들, 냉담한 평가

서방 외신들은 ‘휴가를 이유로 펠로시 의장을 무시했다’ ‘중국을 달래려고 비난 여론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등 냉담한 평가를 내놨다.

펠로시 의장은 아시아 순방 기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 등 다른 순방국에선 지도자들과 만났지만 윤 대통령과는 그의 휴가 때문에 전화통화만 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스테케이션(staycation, 집 또는 근거리 휴가)을 이유로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국제 무대에서 윤 대통령의 눈에 띄는 부재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또 “펠로시 의장이 도착하기 직전 윤 대통령이 서울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배우들과 저녁식사와 음주를 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중국을 달래기 위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는 분석을 부인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도 WP는 전했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한국인들이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을 건너뛰기로 한 윤 대통령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결정은 대통령이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취임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지지율이 30%를 밑돈다”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로 인해 펠로시와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자 대중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방문에서 세계의 이목을 끈 펠로시 의장이 다음 방문지에서는 훨씬 적은 환호를 받았다”고 밝혔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면서 “펠로시 의장과 만남을 건너뛴 유일한 아시아 지도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中매체 “예의바른 결정” 칭찬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건 대통령실 측의 ‘이중의 실수’라는 미국 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기됐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펠로시 의장은 미국의 고위 인사이자 한국의 민주주의·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줬던 인물”이라며 “윤 대통령이 그를 만나지 않은 것은 한미관계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의 의도가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면 아무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 정책국장도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기로 한 결정이 휴가 때문이었다면 괜찮지만, 중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면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국의 최근 관심사는 펠로시 의장과의 회동 여부가 아니라 ‘사드 3불’ 등 이전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접근법을 유지할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크 토콜라 전 주한미부대사는 “펠로시 하원의장은 만나는 상대의 급보다는 논의의 내용에 더욱 관심을 둘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만남 불발로 불거진 논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반면 중국 매체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예의바른 결정을 했다’며 국익을 고려한 조치라고 평가해 이목이 모아졌다.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아닌) 김진표 국회의장이 펠로시 의장을 만난 것은 예의 바르게 보이고 국익을 보존하는 조치였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면회담을 피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회담했다면 대만 관련 주제가 언급됐을 것이고, 한국 정부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한국은 중국을 화나게 하거나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진, 9일 칭다오서 외교장관회담

이런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이달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 간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외교부는 5일(한국시간) 박 장관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해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 위원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또 왕 부장과의 회담은 오는 9일 개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 장관 간 만남은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 계기에 회담을 한 이후로 한 달여만이다. 이들은 캄보디아에서 개최된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등에서도 대면하기는 했다.

회담에서 박 장관은 북한이 이달말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7차 핵실험 등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중국이 북한의 도발 자제와 대화 복귀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왕이 부장에게 당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미국이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 이른바 ‘칩4’가 중국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중국 측과도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장관도 6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있을 논의에 대해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이번 방중은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8월 24일)을 앞두고 관계 발전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특히 윤석열 정부가 상호 존중에 기초한 대중국 관계 재설정을 모색하고 있는 터라 향후 양국관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펠로시 의장의 대만 전격 방문으로 미중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윤 대통령과의 만남 불발이 중국 측에는 한낱 해프닝이 아닌 기분 좋은 일로 여겨졌던 상황이라 양국관계에도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