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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기금 시작부터 삐걱… ‘90% 탕감’에 은행권·지자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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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in] 새출발기금 시작부터 삐걱… ‘90% 탕감’에 은행권·지자체 반발

10일 연체되면 대출 90% 탕감
탕감 비율 ‘90%→50%’ 낮춰야
원금감면 모럴해저드 문제 여전
부실채권 헐값 매입 우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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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임원들과 ‘금융안정계정’ 도입 방안 마련 및 시장안정조치 재점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제공: 금융위원회) ⓒ천지일보 2022.07.26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정부의 소상공인·청년 등 취약계층 대출 탕감 정책을 두고 연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해가 있다”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논란이 사그라들기보다 사회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는 모습이다. 

은행권은 대출자의 모럴해저드와 금융기관의 손실 부담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중앙 정부가 정책 손실을 자신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정부안에서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으로 넘어간 채권의 원금 감면율이 최고 90%에 달하면서 지나친 탕감이 부실 대출자를 양산하고 모럴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해명에도 ‘빚투’ 탕감 지적 이어져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4일 ‘125조원+알파(α)’ 규모의 민생안정 과제를 발표했다. 이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80조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대출, 45조원 규모의 채무조정 등 맞춤형 지원과 개인 대출자를 위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주택담보대출 안심전환 대출 등이 담겼다. 

이 중 만 34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제도의 경우 코인·주식 등에 ‘빚투(빚내서 투자)’한 청년들을 돕는다는 것으로 해석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정부는 신용등급 하위 20% 청년을 대상으로 원금이 아닌 이자를 1년간 한시적으로 30~50% 감면하고 최대 3년의 원금 상환유예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3개월 이상 채무를 연체하고 있는 청년들의 연체 사유 중 주식 등 투자실패로 인한 경우는 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대학생 및 미취업청년 특별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청년의 연체 발생 사유는 생계비지출 증가가 3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실직(21.3%), 금융비용 증가(12.9%), 근로소득감소(12.7%)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실패로 인해 채무 연체가 발생한 인원은 전체의 0.8%에 불과했다.

그러나 민생안정 과제 중에서도 30조원 규모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에서도 잡음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모럴해저드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탕감 90%→50%로 낮춰야”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실 또는 부실 우려가 있는 채권을 금융회사에서 매입해 원금의 60~90%를 감면해 주고 최장 20년 동안 나눠서 갚도록 하는 30조원 규모의 ‘배드뱅크(금융기관의 부실자산·채권만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기관)’를 의미한다. 

정부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층 대출자의 부실 채권을 사들여 채무를 조정해줄 계획이다. 채무조정 대상은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지원을 받고 있거나 손실보상금 또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이다.

채무조정의 핵심은 기존 대출을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면서 대출금리를 연 3∼5%로 낮춰주고, 특히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 대출자의 원금 가운데 60∼90%를 감면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은행권과 지자체에선 빚 탕감을 받기 위해 고의로 채무를 연체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일 주요 시중은행 여신 실무자들이 정부와 신복위가 보내온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실행 계획안’을 검토하고 의견을 나눈 결과 감면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도한 원금감면은 부실 대출자를 양산하고 도덕적 해이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은 보유자산, 채무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해 원금감면 비율을 낮추기 위해 다음 주 감면율을 ‘10∼50%’ 정도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채무조정 대상자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부실 우려 대출자의 기준이 ‘금융회사 채무 중 어느 하나의 연체 일수가 10일 이상 90일 미만인 자’로 제시된 만큼 고의적으로 대출금 상환을 미뤄 연체 이자를 감면하고 금리를 연 3∼5%로 낮추는 경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에 은행권은 금융회사의 요주 대출자 요건과 동일하게 ‘30일 이상 90일 미만’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새출발기금 이용정보 기록을 바탕으로 신규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부실 대출자와 달리 ‘부실 우려 대출자’의 경우 은행 간 정보 공유까지 불가능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부실 우려 대출자에 대해 신용 기록이 남지 않는 만큼, 2금융권 대출자 중 고의로 연체하려는 이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신보 부실 우려에 지자체도 반발

은행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같은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과정에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부실이 우려되자 반발하고 있다. 여당 지자체장이 있는 서울시의 경우 “새출발기금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의적인 원금 미상환 등 도덕적 해이 우려 부분에 대한 정책설계를 철저하고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자영업자의 빚을 대신 갚고 가지고 있던 구상채권을 새출발기금에 팔게 된다. 그러나 탕감 범위가 60~90%에 달하는 등 가격이 낮게 책정되면서 제값을 못 받고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신청 규모가 커지면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재원이 고갈될 수도 있다.

이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새출발기금은 기존에 있는 신용 회복 지원 프로그램과 많이 다르지 않다”며 “코로나 이후 조정할 부분이 많아졌기 때문에 약간의 도움을 줘서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1~2주일 이내에 새출발기금과 관련한 세부 기준을 발표하고, 기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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