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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동결 이어 러산 원유 가격상한제… 러시아 괴롭히지 못할 듯
국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루블화 동결 이어 러산 원유 가격상한제… 러시아 괴롭히지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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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국영 가스 독점 회사 가스프롬의 본사인 비즈니스 타워 라흐타센터(Lakhta Centre)의 전경.

 

미국유럽 서방의 대러 제재

러산 에너지 거래에 영향

산지 표시 안 한 러산 원유

유럽국가 유통 가능성 포착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 러시아가 원유나 천연가스 대금을 달러로 받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일부 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거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자 선진 서방 7개국(G7)은 러시아산 원유와 관련된 제품 가격이 국제적으로 협력국가들과 합의된 가격 이하에 매입된 게 아니라면 운송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원유 가격 상한제도입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그러면 서방이 추진하는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성공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대러 조치가 서방의 의도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은 누구나 점칠 수 있었다.

우선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미국의 조치는 당장 천연가스가 끊기면 생존이 어려운 유럽 국가들의 사정 때문에 금세 효력을 잃었다. 미국이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뒤 러시아는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유럽연합 국가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첫 그룹은 외환시장에서 황급히 루블화로 바꿔 가스대금을 치른 나라들이다. 이들 덕분에 루블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나머지 그룹은 미국 등의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놓고 루블화를 환전하지 못했다. 대신, 러시아 에너지공기업 가스프롬의 계열 투자은행인 가스프롬방크에 유로화를 보내고, 가스프롬방크가 이 유로화를 루블화로 바꾸어 가즈프롬에 입금하는 식으로 루블화 결제를 실행했다. 러시아인들은 이를 두고 러시아가 양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무튼 유럽 기업이 기술적으로 여전히 계약에 따라 유로화로 지불하고 계약 의무가 완전히 충족됐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의무를 회피하기에 충분했다.

과거 크림반도 병합 등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때 유럽 기업들은 가스프롬의 유럽 자회사에 가스 등 에너지대금을 유로화로 지불했다. 이 유로화들은 러시아로 인출되지 않고 유럽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유럽 현지에서 사용됐다.

러시아 지도자들은 따라서 과거 유로화로 결제 받은 에너지 대금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유럽연합을 떠나지 않았던 반면, 최근에는 유로화가 러시아로 들어오고 그에 상응하는 루블화 수요가 증가한 만큼, 루블화 가치 급증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과거처럼 지불이 이뤄지면 러시아로 에너지 대금이 인입되는 순간 자산이 동결 또는 몰수됐지만, 미국이 EU에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예금을 동결하면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유로화가 러시아로 반입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인입된 유로화로 각종 경제 제재와 무관하게 유럽에서 물건을 사올 수 있게 된 동시에 루블화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득이 구현된 셈이다. 미국이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결과는 러시아를 곤경에 빠뜨리기는커녕 루블화 가치만 높여준 것이다.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고객에게 공급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유럽 대기업들은 현재 러시아 가스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러시아의 조건에 동의했다.

다만 로비력이 약하거나 수요가 적어 대체 공급원이 있는 소규모 유럽 회사들은 러시아 조건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이 점이 중요하다.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 국가, 불가리아 등이 그 나라들이다. 폴란드는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하고, 발트해 연안 국가의 가스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가스시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발트해 연안 국가인 라트비아는 오는 202311일부터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구매를 금지하는 법률을 7월 중순 통과시켰다. 문제는 대외적인 발표가 아니다. 이 나라 대표 가스회사인 라트비아 가스(Latvijas gāze)’는 러시아 가스프롬이 아닌 다른 공급업체로부터 가스 구매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들은 회사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유로로 지불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러시아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것은 중개 회사에 의해 재판매되는 동일한 러시아 가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귀띔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불가리아도 비슷한 속임수를 계획했다가 낭패를 봤다면서 최근 불가리아 총리 해임도 이런 러시아산 가스 우회 수입이 하나의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와 달리 불가리아는 해양 접근성이 떨어져 미국산 LNG를 원하고 대규모 LNG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도 쉽게 구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국가들은 터키를 통해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가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차 러시아 가스전과 파이프라인이 연결될 투르크메니스탄과 이스라엘도 러시아 가스를 상표나 원산지를 떼고 팔 수 있다. 터키나 인도 역시 러시아 가스를 사다가 되파는 나라로 유명하다. 불가리아는 루블로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평을 하자면 러시아 외환보유고 동결은 러시아를 골탕 먹일 수단이 거의 되지 못했다.

그러면 G7이 추진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은 어떨까. 현재 G7 의장국은 독일이며,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캐나다가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오는 12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 러시아는 수출 물량이 줄더라도 수익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구촌 최고의 투자자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짐 로저스는 지난 7월 중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주도로 동맹국들이 추진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은 암시장 등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에서는 가격상한제(Price Ceiling)가 항상 실패한다고 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의 온상이 된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상으로 가격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지구촌 금융투자의 최고 귀재의 예언을 보건대, 서방이 자신들의 경제학 교과서 내용대로 내린 결정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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