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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찬-반 딜레마’ 대열에 한국도… 무기수출국의 그늘
국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전쟁 ‘찬-반 딜레마’ 대열에 한국도… 무기수출국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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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무기에 대한 수출 계약들이 성사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한화디펜스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K11 사격지휘장갑차 등을 수출하기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① K9 자주포. ②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이 이날계 약 체결에서 발언하고 있다. ③ 2022년 2월 1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이사가 오사마 이집트 전력국장과 K9자주포 수출계약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K2 대전차 등 국산무기 3종

폴란드·이집트 무기수출 계약

무기체계 검증, 전쟁 통해서만

전쟁 장기화 방치 딜레마 빠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폴란드 국방부는 지난 7월 27일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한국산 무기 3종을 대거 사들이는 기본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총 25조 8000억원 수준인데, 전투지원 장비 등이 포함되면 총 40조원 규모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무기 제조 업체인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은 조만간 본계약(이행 계약)을 체결, 구체적인 수량과 사업 액수를 확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꽤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관심을 보였다. 단순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자위대 무장과 평화헌법 개정 등에 중요한 구실이 될 수 있는 전략적 계기로 보는듯 하다. 한 신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하나로 뭉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무기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화헌법의 제약이 없다면 우리가 훨씬 더 잘하는 비즈니스일텐데’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멘트다.

한국이 무기를 많이 팔게 되는 것이 모든 측면을 고려할 때 마냥 즐거운 일일까.

한 공중파 방송에서 관련 전문가 대담 코너 대화 내용을 보자. 앵커가 “사실 이런 무기 판매라든지 방위산업의 성장은 전쟁이 기회가 돼야 성장하는 그런 우울한 측면도 있잖아요”라고 묻는다.

자칭 밀덕(밀리터리 덕후, military mania)인 전문가는 “사실 무기체계는 결국 싸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건데, 그 싸움을 실제 볼 수 있는 것이 전쟁이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그런 전쟁을 통해서 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능력이 발휘됐을 때 굉장히 많은 국가들이 그 무기체계를 사기 위해 쇄도한다는 말이다.

대담 프로에서 앵커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무기 수출 급증 추세에 대한 한국인들의 정서를 잘 요약하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은 축하하고 좋은 일이긴 하지만, 이게 워낙 정치 외교적으로 불확실성이 많고 특히 안정적인 수익 예측이 어려우니까 투자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 주의를 해서 들어가야 된다.”

풀이하면 이렇다. “무기를 수출하는 방위산업 성장은 축하하고 좋은 일이다. 전쟁을 통해서만 제조된 무기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성장하려면 반드시 전쟁이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방위산업은 정치외교적 불확실성이 많다. 안정적 수익예측도 어렵다. 그러니 (관련 주식) 투자 때 주의해야 한다.”

결국 돈 얘기다. 전쟁이 성장에 필수적인 점이 “안타깝다”고 했지만, 덤덤하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 한국은 무기를 많이 팔기 위해서 전쟁이 필요한 나라가 됐다. 폴란드와의 방산협력을 비즈니스 맥락에서만 본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평화 프로세스’를 강조할 때 이미 무기수출 준비가 착착 진행돼왔고, 잠정 계약 규모 기준 세계 무기수출국 10위권 안에 들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이 개시된 뒤 폴란드에 대한 수출이 확정돼 최근 계약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군사안보적 맥락에서 이 문제를 볼 수밖에 없는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에 대한 한국의 무기수출 확대가 꽤 불편해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그동안 나토 차원이 아닌 폴란드와 개별적으로 방위산업 협력을 모색해 온 것”이라며 “외교부가 한러 관계에서 특별히 이 문제를 고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비즈니스 차원이니, 너희가 기분 나빠 할 일은 아니야”라는 대답이다. 좀 억지스러운 주장이 될 수 있겠지만, 70여년 전 이란이 북한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같은 말을 했다면 어떨까.

우리 업체 생산 능력에 견줘 폴란드 수출 물량이 많아 현재 군에서 사용 중인 것을 전용해 수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마디로 무기가 잘 팔리니 국내 군사안보에 구멍이 생길지 모른다는 당연한 우려다. 군 당국은 “일부 창정비 물량이나 양산 계획을 조정해 수출하기 때문에 한국군 현용 전력에 공백을 초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적인 고려를 해야 하는 정부는 무기 수출 급증에 대해 반기고 있지만, 전적으로 방산기업들이 수주를 잘해서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폴란드와 같은 무기 수입국과 대치하고 있는 러시아 같은 나라와의 외교 문제는 아직 불거지지 않았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는 사실 방산수출 때 외교적 고려를 해야 하고, 국내 군사적 공백이 없는지 대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방산기업이 해당 무기를 수출함에 따른 작전계획이나 기술의 유출, 무기체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사실상 인허가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최근 폴란드에 대한 무기 수출 확대가 이런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운데 이뤄진 ‘성장’인지에 대해 의문 부호가 붙는다. 국민들은 그냥 정부가 잘 했겠지 믿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한반도에 70년간 전쟁이 없었다. 그러니 남북이 배치한 무기를 사용할 일도 없었다. 그러니 무기를 수출하는 방위산업 성장이 정체됐다. 그런데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 당사국 대통령 부부가 유명한 패션잡지 화보를 찍는 걸로 봐서 목숨을 건 전쟁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아이러니이지만. 이 전쟁이 한국의 무기 수출을 급증시키는 계기가 됐다. (전쟁은) 안타깝지만, (방산산업 성장을) 축하하고 좋은 일이 됐다.

평화를 강조했던 전임 정권에 늘 따라 붙었던 ‘내로남불’이라는 수식어가 생각난다. 너무나 많은 사건과 정책이 ‘내로남불’에 해당됐지만, 무기판매 문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반도 평화가 지구촌 평화의 상징”이라며 유엔총회에서 목청을 돋웠던 전임 한국 대통령은 임기말 무기 수출국 잠정 순위가 급등한 것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차기 정권은 전임 정권 말기에 한반도가 아닌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취임 직후 ‘옳거니’ 하면서 무기를 잔뜩 팔게 됐다고 자랑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은 이런 새 정부의 방침을 도와 유럽을 순방하면서 무기를 더 팔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고 자랑 섞인 보도자료를 냈다.

무기수출 급증을 계기로 ‘내로남불’이 문재인 정권의 문제가 아닌 게 확인됐다. 한국인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얘기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전쟁이 꽤 필요한 나라가 됐다. 안타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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