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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째 퇴출유예 ‘반지하’… “주거대책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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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n] 수십년째 퇴출유예 ‘반지하’… “주거대책 선행돼야”

반지하 3식구 수몰에 공론화
‘지·옥·고’ 로 취약 주거 상징
서울·수도권에만 91.8% 집중
저렴한 주거비에 취약층 몰려
주택 부족에 대책마련 난항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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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 인근 빌라촌에서 한 주민이 침수피해로 어지럽혀진 반지하 방을 정리하다가 잠시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100년만의 유례없는 폭우로 도심 내 배수 설비가 마비되면서 세계 경제 10위 규모 국가의 수도가 침수됐다. 특히 지난주 서울에 내린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로 반지하에 사는 일가족 3명이 수몰되는 등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반지하 주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와 정부는 주거용 반지하를 퇴출하겠다면서도 당장은 대책이 없어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지하 형태의 주거를 법으로 금지할 순 있어도 입주민에 대한 주거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생충 속 그 곳 ‘반지하’… ‘지옥고’로 유명

영화 ‘기생충’으로도 유명한 ‘반지하’는 반은 지상에, 반은 지하에 위치하는 주거형태를 말한다. 반지하는 지면 아래 있어 습하고 창문을 크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채광이나 환기 등의 문제가 발생, 옥탑방, 고시원과 함께 ‘지·옥·고’ 등으로 불리며 사람이 살기 열악한 곳으로 꼽힌다.

이에 ‘반지하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반지하가 안전에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998년에는 서울 상습 침수지역 피해의 70~80%가 지하·반지하에서 발생한다는 정부 조사가 발표됐고, 2001년에도 집중호우로 침수·감전 사망사고가 발생, 2010년에는 침수 피해의 90%가 반지하 주택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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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동에서 한 주민이 침수로 엉망이 된 반지하를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2

다만 서울 등 수도권 도심에 주택이 부족하면서 반지하는 불가피하게 없애지 못하는 ‘아픈 손가락’이 됐다. 통계청이 올해 3월 발표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서울 주택 보급률은 2020년 기준 94.9% 등으로 하락 추세다. 전국은 103.6%다.

주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면서 반지하에 대한 수요도 계속 이어져 왔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가구·주택 특성’에 따르면 전국의 지하·반지하 주택은 총 32만 7329가구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서울(20만 849가구, 61.4%)에 집중돼 있다. 또 경기에는 8만 8000가구, 인천에는 1만 2400가구가 있어 수도권에만 전체의 91.8%가 모여 있다.

이번 폭우로 침수피해가 발생, 사망자가 나왔음에도 반지하를 바로 없애지 못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서울에만 20만 가구, 수도권에 29만 가구가량이 있기 때문이다.

반지하 형태의 주거가 안전에 취약하다는 점은 거주민들도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심에 위치한 이점 때문이다.

먼저 서울 등 수도권에 반지하 가구가 몰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저렴한 주거비를 꼽을 수 있다. 서울에 직장이 있거나 의료 및 학업을 목적으로 수도권에 거주해야 할 경우 높은 임대료 및 주택가격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지하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몸이 불편하거나 여건상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주거층도 반지하를 찾는다 연구보고가 나온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주거복지정책 사각지대 및 지하주거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의 저층주거지 중 지하주거의 노년 가구 비율은 19.2%로 가장 높다. 또 자녀양육가구 중에서도 지하주거가 22.1%나 된다.

아울러 지하주거자 중 절반(48.2%) 가까이가 내부 상태를 만족스럽지 않고 답했지만, 이 중 35.4%는 양호한 입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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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동에서 한 주민이 침수로 엉망이 된 반지하를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2

◆“퇴출 강행”… “반지하도 사람 사는 곳”

한편 이번 폭우로 사망자가 나왔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반지하 형태의 주거를 줄여나가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거주민들을 수용할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반지하 형태의 주거를 퇴출하겠다고 단언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속도조절론을 내세우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지하·반지하를 주거 목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건축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침수 위험 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주거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존 건물에 대해선 10~20년의 유예를 두고 순차적으로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기존 세입자에겐 주거지 마련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주거나 차상위계층 가구에 월세를 일부 지원하는 ‘주거 바우처’를 활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국토부는 주거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며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원 장관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먼 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운 노인, 환자, 몸이 불편한 분들이 실제 많이 살고 있다”며 “이들이 현재 생활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이만큼 저렴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지하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방법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지하를 없앤다고 입주민들을 강제로 내쫓을 수도 없고, 만약 이들을 내보내더라도 새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는데 서울에만 20만 가구 규모의 거주지를 마련하는데 난항을 겪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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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2일 오후 폭우로 인해 숨진 세 모녀가 살던 반지하방이 위치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인근에서 열린 ‘반지하 이제 그만’ 신림동 반지하 참사 추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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