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미중 사이에 낀 ‘K반도체’… 다음달 ‘칩4 예비회담’에 쏠리는 관심
기획 경제·산업·유통 기획 경제인사이드

[경제인사이드] 미중 사이에 낀 ‘K반도체’… 다음달 ‘칩4 예비회담’에 쏠리는 관심

‘반도체 지원법·칩4’ 中 견제하기 위한 美 경제안보 전략
작년 반도체 수출액, 홍콩 포함한 對중국 수출 60% 차지

imag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 합성: 천지일보,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뉴시스)

 

-핵심요약-

◆정부 ‘칩4’ 참여 결정 앞두고 고심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에 한국이 가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칩4 참여로 인한 최대 리스크는 중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1280억 달러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은 502억 달러로 약 39%를 차지했다. 홍콩을 포함하면 약 60%에 달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칩4’의 합류 결정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칩4 참여, 국익 관점서 검토”

우리 정부의 입장은 칩4 참여와 관련해 철저하게 국익의 입장에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칩4 예비회담에서 미국 측에 반도체 공급망에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칩4’로 일컬어지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참여를 두고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다. 칩4는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반도체 설계(미국)와 위탁생산(한국·대만), 소재(일본) 분야에서 각각 강점이 있는 4개국이 힘을 합쳐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고 공급망을 형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의 제안에 일본과 대만은 크게 주저하지 않고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 반면 한국은 최대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중국이 칩4를 ‘동맹’이라고 규정하며 정치적 이슈로까지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최근 미국 측에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가운데,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韓, 칩4 참여 득일까 실일까

칩4는 4개국이 동맹국 간 안정적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뚜렷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를 둘러싼 경제 갈등의 중심에 한국 반도체가 끼여 있는 형국이다. 반도체를 장악한 나라가 앞으로 경제·기술패권과 군사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미·중 두 나라 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재해왔는데 지난 7월에는 ‘반도체 산업 지원법안(CHIPS)’이 상원에 이어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설 지원 390억 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 달러 등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고 연구 증진에 2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단 세부 내용을 보면 미 연방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비우호국에 반도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담겨있다. 한마디로 반도체 지원법과 칩4는 모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반도체 지원법으로 동맹을 끌어들이고 칩4 강화로 중국에 맞서겠다는 게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인 셈이다.

image
ⓒ천지일보 2022.08.17

하지만 중국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물량의 30%대를 차지하는 K반도체의 최대 수출시장이어서 정부와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1280억 달러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은 502억 달러로 약 39%를 차지했다. 홍콩을 포함하면 6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각각 30%가 넘는다. 2020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소비 규모는 1430억 달러로, 세계 반도체 시장(4404억 달러)의 33%에 달한다. 중국에선 2013년부터 반도체가 원유를 제치고 수입 1위 품목으로 부상했는데 한국산 반도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게다가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중국과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칩4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칩4 참여 여부와 관련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관련 부처와 잘 살피고 논의해서 우리 국익을 잘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같은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칩4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칩4 참여는) 순수히 경제적·전략적 차원의 국익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이지 어떤 나라를 배제하거나 폐쇄적인 모임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며 “칩4 예비회의에서 바람직한 방향성에 대한 우리 나름의 의견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칩4 예비회담에서 미국 측에 반도체 공급망에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image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천지일보 2022.08.09. 

◆中, 韓 반도체산업 보복 가능성 낮아

반도체 전문가들 상당수는 한국의 칩4 참여를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역할은 크지 않은 반면, 미국의 영향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다수의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자국 기술 통제로 외국의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은 소비시장으로서 가치가 있지만 생산을 못 하는 상황에선 소비시장도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이 칩4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장비를 수급 받을 수 없게 되고, 중국 내 한국 공장에 장비가 없으면 생산할 수 없다.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중국 현지에 대부분 공급되는데 반도체 장비 수급이 안 되면 결국 IT 제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이에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한국산 반도체 수입 규제 등의 조치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제재를 가할 경우 자국 전자산업이 위태로워지는 것”이라며 “따라서 반도체 분야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보복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9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은 예상과 달리 칩4 문제에 강하게 나오지 않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측은 회담에서 “중국과 촘촘히 연결된 교역구조를 감안할 때 한국이 오히려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칩4’ 참여가 중국 입장에선 나쁜 것만은 아니란 점을 적극 설명했다.

중국에서 한국의 칩4 가입을 막을 수 없다면 한국을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9일 사설을 통해 “한국이 부득이 미국이 짠 소그룹(칩4)에 합류해야 한다면 한국이 균형을 잡고 시정하는 역할을 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한다”며 “이는 한국의 독특한 가치를 체현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썼다.

또한 신문은 한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칩4 가입 협상 과정에서) 대중국 수출 및 기술 제한 등에 관한 것을 포함해 더 많은 요구 사항을 제기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지금처럼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중 두 나라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우리 정부는 ‘칩4 예비회의’에서 원칙을 세우고 미국을 적극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채널: 천지일보
  • 전화: 1644-7533
  • 이메일: newscj@newscj.com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