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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신고했더니 보복”… 소송 판례 살펴보니
기획 사회기획

[여전한 ‘K-갑질’②] “직장 내 괴롭힘 신고했더니 보복”… 소송 판례 살펴보니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도 ‘K-갑질’ 지속
민사·형사·행정소송 제기, 첫 형사처벌도
“법 개정 이후 사회의식 개선 흐름 뚜렷”
 
욕설·따돌림·성추행에 전보까지 ‘다양’
근로기준법 위반행위 근절까지는 요원
“죽음 내모는 범죄… 판결 더 엄중해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이달로 4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불합리한 지시에도 ‘까라면 까’야 하는 한국형 갑질인 일명 ‘K-갑질’이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그로 인해 직장 내 경직되고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각종 부작용과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 결과와 다양한 판례·사례들을 소개하고 각 분야에서 놓치거나 마련하지 못한 부분을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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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7.2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임금·노동시간 후퇴 저지, 비정규직 철폐, 물가 안정 대책, 민영화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02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1. 괴롭힘 신고를 하자마자 지금까지 제가 했던 사소한 잘못까지 찾아내 마녀사냥을 했고 결국 징계 해고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신고하고 한달도 채 되지 않아 해고를 당했는데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입건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2. 오랜 싸움 끝에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저에게 부여되는 업무는 줄어들고, 저의 직속 상사들은 “회사와 분쟁이 있었던 직원을 대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하며 저의 신고를 문제시했습니다. 앞으로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지 3년이 지났다. 그러나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전문여론기관에 의뢰해 지난 6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괴롭힘을 신고한 응답자 중 24.1%가 신고를 이유로 불합리한 처우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자들 4명 중 한명이 ‘보복 갑질’을 당하고 있는 셈인데, 직장 내 괴롭힘이 있더라도 신고하지 말라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사용자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과 신고를 이유로 보복 행위를 한 사용자에게 징역형 등 책임을 부과하는 형사소송·행정소송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과 직장 갑질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이러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이와 관련한 판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한다.

◆사용자 조치의무 위반사례들

A씨는 지난 2017년 11월부터 회사에 고용돼 경리 업무를 맡았으나 입사 직후부터 회사의 임원, 특히 이사 B씨의 거친 언행과 욕설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왔다. A씨는 재직 중인 약 2년간 상사와 카카오톡 대화 등을 통해 이러한 내용에 대해 호소했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해당 대화 내용을 통해 폭언·욕설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지난해 1월 회사가 보호의무 위반에 따라 A씨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12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C씨는 상급자로부터 수차례 강제추행을 당해 피고에게 알리고 형사고소를 진행했다. 그러나 시청 소속 공무원 D씨는 계속 문자를 보내 형사고소 취하를 권유하고, 오히려 피해자의 피해신고서를 가해자에게 전달하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2차 가해 행위를 했다. 이에 C씨는 피고 D씨와 피고의 사용자인 포항시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지난해 12월 피고가 정해진 절차와 조치의무를 위반한 것에 포항시도 부진정 연대책임이 있다고 보고 1000만원을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에 대한 불법행위인 2차 가해를 방치한 책임이 포항시에도 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괴롭힘을 알고도 내버려 둔 사용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판결과 신고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치한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은 판결 모두 사용자의 조치의무 위반을 불법행위로 봤다. 근로기준법 제76조 3항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의무를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용자는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를 진행할 의무가 있으며, 조사 과정과 괴롭힘 사실 확인 후에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징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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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 ‘전태일 기념관 개관식’을 마친 뒤 시민들이 전시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 대해 대법원에서 첫 징역형이 확정된 판결도 나왔다.

피해자 E씨는 회사의 중간관리자 F씨로부터 금전 납부를 강요당하고 “차에 갈려서 박살나라” 등의 욕설과 폭언을 수시로 듣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왔다. 이러한 사실을 사업주에게 신고했는데도 사업주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피해자를 해고 조치했다. 게다가 사업주는 E씨 신고 내용을 녹음해 가해자 F씨가 E씨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하도록 돕기까지 했다. 이후 둘이 법적으로 다투게 되자 사업주는 E씨를 먼 데로 보내는 전보 조치를 내렸다. 그러면서 사업주는 전보 후 근무환경이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이를 사용자의 불리한 처우라고 보고 사업주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부과했으며 지난달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의 불리한 처우에 있어 피해자의 의사가 특히 중요함을 명시하고 사용자의 보호의무를 확인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재판부는 “사업주에겐 근로자들이 생명·신체·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가 있다”며 “이에는 유형적·물리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와 안전배려뿐 아니라 무형적·정신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와 안전배려까지 포함돼 있다고 봄이 옳다”고 밝혔다.

◆괴롭힘 관련 이례적 손배소송

직장 내 괴롭힘을 하면 경징계 수준을 넘어 고액의 손해배상을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는 판결도 내려졌다. 피해자 G씨는 팀 단체 대화방에서 상관으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데다 갑작스러운 인사조치로 새로 만들어진 부서에서 다른 부서들과는 달리 혼자서 근무하는 ‘나홀로 근무’를 하게 됐다. 이에 G씨는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고, 경징계가 나오자 행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이러한 ‘나홀로 근무’ 인사조치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업무상 필요가 없었다고 보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 지난해 10월 행위자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업주 등 사용자(친인척 포함)가 행위자인 경우가 아니면 처벌조항이 없다. 따라서 대다수 피해자들은 행위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 판결에서 손해배상액은 대개 300만원 안팎의 소액만이 인정돼왔다. 소송 비용을 빼고 나면 사실상 피해자의 실익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위 판결은 1000만원이라는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가 인정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에 경각심을 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또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을 가한 가해자가 회사에서 해고당하자 소송을 제기했으나 가해자에게 내려진 해고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된 행정소송 판결도 나왔다.

피해자 H씨는 가해자인 I과장에게 직장 내 1·2차 성희롱과 괴롭힘을 당해왔다. I과장이 메신저로 H씨에 관한 욕설을 하거나 H씨 말에 답하지 않고 따돌리는 등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벌였다. H씨는 이를 회사에 신고했고 I과장은 결국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게 됐다. 이에 I과장은 이를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속적·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소외감을 유발한 행위와 피해자가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사내 메신저를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사용한 행위를 괴롭힘 행위로 인정했다. 입증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당사자들 간 진술이 엇갈리더라도 피해자가 상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는 점 등을 양정 판단의 한 요소로 삼았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기 위해선 반드시 모두가 인정할 만한 심각한 행위가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단순한 불만을 표시하는 정도를 넘은 반복·지속적인 가해 행위가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고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괴롭힘 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정소연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형사처벌 판례도 나오는 등 법 개정 이후 개선의 흐름이 뚜렷하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윤리적인 잘못일 뿐 아니라 위법행위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변두섭 변호사도 “직장 내 괴롭힘은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범죄행위인 만큼 사용자는 이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며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와 이를 내버려 두거나 보복한 사용자에 대해 더 엄중한 판결을 내려 직장 갑질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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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천지일보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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