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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지각했는데 시말서에 월차 차감”… 근로법 위반 ‘수두룩’
기획 사회기획

[여전한 ‘K-갑질’③] “폭우로 지각했는데 시말서에 월차 차감”… 근로법 위반 ‘수두룩’

“높은 집값에 서울 거주 포기”
‘지옥철’ ‘만원버스’ 타고 출근
지각 시 ‘월차 차감’ 회사까지
“차감된 연차, 수당 지급해야”
 
직장인 1천명 대상 설문조사
10명 중 6명 “출근 30분 이상”
‘출퇴근 중 업무’ 비정규직多
직장인 65% “보상·배려 필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이달로 4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불합리한 지시에도 ‘까라면 까’야 하는 한국형 갑질인 일명 ‘K-갑질’이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그로 인해 직장 내 경직되고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각종 부작용과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 결과와 다양한 판례·사례들을 소개하고 각 분야에서 놓치거나 마련하지 못한 부분을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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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7.2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임금·노동시간 후퇴 저지, 비정규직 철폐, 물가 안정 대책, 민영화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02

“높은 집값에 서울 거주 포기”

‘지옥철’ ‘만원버스’ 타고 출근

지각 시 ‘월차 차감’ 회사까지

“차감된 연차, 수당 지급해야”

 

직장인 1천명 대상 설문조사

10명 중 6명 “출근 30분 이상”

‘출퇴근 중 업무’ 비정규직多

직장인 65% “보상·배려 필요”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1. 밤 12시, 심지어 새벽 2시까지 야근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9시에 딱 맞춰 출근한 적이 3번 있었는데 모두 30초 정도 늦었습니다. 그런데 상무님이 지각 3번 이상이라고 시말서를 쓰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직원들은 지각을 3번 이상해도 시말서를 쓰진 않았습니다.

#2.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폭우가 쏟아져 2분을 지각해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하면서 들어왔는데 ‘회사에 놀러 다니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시말서를 제출하라고 하더라구요. 동의도 없이 자리를 사람들이 오가는 출입구 바로 앞으로 바꾸기도 했었구요.

#3. 집과 직장의 거리가 멀어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평소 5분~10분 일찍 오는데 가끔 1~2분 정도 늦는 날도 있었습니다. 일이 많아 야근한 날에는 추가 근무수당도 주지 않으면서 지각한 것만 문제 삼아 근태에 문제가 많은 직원이라고 험담을 하고 다니더라고요. CCTV로 감시하며 휴대폰을 너무 많이 한다고도 지적하고요. 근태를 핑계로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간 사람들이 몰리는 일명 ‘지옥철’이나 만원버스를 타며 편도 1~2시간 가까이 걸려 서울로 오가는 ‘출퇴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엄두를 못 낼 정도로 높은 집값 때문에 서울에서 밀려나 위성도시나 경기 끝자락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많다.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 전쟁을 벌이는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소개된 사례처럼 최근 퍼부은 폭우와 같이 천재지변으로 지각할 수도 있고, 또 건강·교통체증·육아 등 여러 이유로 인해 회사에 늦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 할지라도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 준수’는 근로자와 회사 서로 간의 약속이기에, 불이행 시 직원 평가의 기준이 되거나 징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각을 이유로 시말서를 강요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된다. 대법원은 시말서가 단순히 사건 경위보고에 그치지 않고,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많은 직장인들이 ‘출퇴근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또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전문여론기관에 의뢰해 지난 6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까지 출퇴근 시간은 ‘30분 미만’이 40.2%, ‘30분~1시간 미만’ 42.2%였고, 1시간 이상이 17.6%로 조사됐다. 특히 인천·경기 거주자는 ‘1시간 이상’이 29.1%로 가장 높았다.

또 직장인 5명 중 1명은 출퇴근 시간 중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 중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20.4%,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79.6%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50대(16.5%)와 30대(27.0%), 정규직(17.3%)과 비정규직(25.0%)에서 10%가량 차이가 났다. 사무직·영업직 등 업종에 따라서는 출퇴근 시간에 고객 통화, 민원 처리 등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에 대한 보상이나 배려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65.2%로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 34.8%보다 2배 가까이 높아 직장인 3명 중 2명은 출퇴근 고통에 공감하고 있었다. 보상이나 배려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30대(71.4%)가 50대 이상(60.6%)보다, 생산직(73.3%)이 사무직(61.8%)보다, 일반사원(69.3%)이 관리직(53.8%)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각하면 월차 차감, 문제없을까

“20명 정도 근무하는 회사입니다. 회사 내규에 ‘지각 1회에 반차 차감, 2회에 월차 차감’이란 항목이 있는데 문제없는 건가요. 회사가 이렇게 방침을 정했다는데 좀 이상합니다.”

또 다른 회사에서도 사내 카톡에 이와 유사한 메시지가 올라왔다. 해당 회사 대표는 카톡에 ‘출근시간 관리로 8시 50분 출근 지각 시 사유서 작성 및 지각 3회 시 연차 차감, 연차사용 휴일 전 연일 사용금지, 시간대별 일일 업무일지 작성, 이어폰 사용 2차 적발 시 연차 하루 차감’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 회사는 현재 탄력근무제로 야근을 하고 있으며 주말에 근무해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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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천지일보 2022.07.15

이외에도 1분, 30초만 늦어도 이를 무기로 삼아 ‘근태가 나쁘다’고 평가하거나 징계에 부치고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30분 일찍 출근하거나 30분 추가 근무한 것에 대한 보상은 없으면서 지각에 대해선 유독 가혹하게 응징한다는 평가다.

이처럼 지각으로 인한 월차 차감은 문제가 없을까.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등에 따르면 지각·조퇴·결근은 해당 시간만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위 사례들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즉 계약서에 명시된 소정근로시간에서 지각이나 조퇴·결근으로 인해 근무하지 못한 시간만큼 급여에서 차감할 수 있을 뿐이지 연차를 차감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의미다. 이는 노동자가 원하는 기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연차유급휴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또 지각이 누적되면 연차 차감이 아니라 결근 1회로 처리하는 것도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 지각했더라도 그날 출근해 근무했다면 소정근로일수를 개근한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김현근 노무법인 노동을 잇다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 시기를 정할 수 있는 권리는 노동자에게 있으므로 지각·조퇴 등을 이유로 연차를 차감하는 사용자 지시나 방침은 법 위반”이라며 “이로 인해 사용하지 못한 연차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이 물 폭탄에 잠긴 후 출근길은 교통대란 그 자체였다”며 “코로나19 2년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재택근무와 화상회의에 익숙해졌는데, 이때도 회사에서 오후 출근이나 재택근무를 허용했다면 직장인들이 2~3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하는 일은 없었을 거고, 업무 효율과 애사심도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상사가 되려면 이렇게”

“이런 건 내가 먼저 봤어야 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네” “이건 신입들이 사과할 일이 아니야, 내 불찰이지”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거 같다.”

이처럼 각박한 직장생활 속에서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정명석 변호사의 멘트에 직장인들이 위로를 얻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상사의 갑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정 변호사라는 ‘좋은 상사’의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선호하는 상사로는 ‘아랫사람이 아닌 역할이 다른 동료입니다’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괴롭힘당하는 직원이 있는지 세심히 살핍니다’와 ‘언행과 지시의 일관성을 유지합니다’가 동률 2위로 뒤를 이었다. ‘잘하면 내 탓, 못하면 남 탓하지 않습니다’와 ‘호칭, 말 한마디, SNS 한 줄에도 예의를 갖춥니다’가 각각 4위·5위였다. 이밖에 ‘아무리 화가 나도 소리 지르지 않습니다’라든지 ‘회식을 강요하지도 따돌리지도 않습니다’ ‘공식석상에서 반말하지 않습니다’ ‘휴가나 퇴근에 눈치 주지 않습니다’ ‘아플 때 편히 쉬게 배려합니다’ 등도 ‘좋은 상사’의 덕목으로 꼽혔다.

김유경 노무사는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장인들이 언급한 상사에 대한 바람들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요구들”이라며 “직장 상사들이 하급자들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 부하가 아니라 동료라고 인식하고 사소한 배려를 하는 것만으로도 직장 내 괴롭힘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10∼16일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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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 ‘전태일 기념관 개관식’을 마친 뒤 시민들이 전시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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