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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시계에 생명을… 52년 수리공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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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멈춘 시계에 생명을… 52년 수리공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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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시계수리점에 걸린 벽시계와 수리공의 모습을 다중노출 기법으로 촬영했다. 멈춘 시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수리공들의 인생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 아닐까. 시계를 보니 그들의 인생이 보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항상 나는 그런 얘길 해요. 죽어있는 시계를 수리해서 다시 움직이게 하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된 기분이라고요. 참 뿌듯하죠.”

52년 경력의 시계 수리공 장기홍(72)씨는 지방에서 시계 수리 기술을 배운 뒤 1967년 상경해 1982년 본격적으로 종로 예지동 시계골목에 발을 디뎠다. 그는 현재 서울 종로4가 혼수지하쇼핑센터에서 아들과 함께 부자시계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작업 테이블에 놓인 각종 핀셋, 기스미(시계 수리용 렌즈), 드라이버, 집게 등 수리도구와 개복수술을 기다리는 20여개의 시계가 반세기 시계수리공의 삶을 잠시나마 짐작케했다.

어릴 적 시계를 좋아했고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학생 시절 탁상시계 초침이 돌아가며 무늬가 퍼지는 모습을 보며 시계에 빠져들었죠. 종종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시계방을 자주 들여다봤어요. 어떻게 돌아가나 참 궁금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천직이 됐네요.”

70~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아날로그 기계식 시계는 귀했다. 하지만 전자시계, 휴대전화 등의 열풍에 점점 밀려났고, 시계 수리 산업마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 2006년 예지동 시계골목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많은 시계장인이 인근에 위치한 세운스퀘어나 종로3가 등으로 흩어졌다. 장씨도 결국 수리점 문을 닫고 시계골목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세월의 흔적도 있는데 시계골목 자체를 살렸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크죠. 골목 자체를 살렸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대화를 끝낸 그는 곧바로 기스미를 착용하고 수리작업에 들어갔다. 미세한 시계 내부를 분해하는 모습에서 장인의 손길이 느껴졌다.

손님 중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간혹 젊은 사람들이 수리를 맡기러 와요. 그럼 시계마다 대부분 사연이 담겨있어요. 혼수품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유품일 때도 있죠. 1000원짜리 시계를 몇 만원 주고 수리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 아닐까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멈추게 할 순 없다. 하지만 멈춘 시간은 그의 손끝에서 다시 흐르게 된다. 멈춘 시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그의 삶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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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시계수리공의 작업 테이블에 ‘개복수술’을 기다리는 20여개의 시계들의 모습. ⓒ천지일보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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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작업 테이블에 각종 핀셋, 드라이버, 집게 등 수리도구가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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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시계 수리작업. ⓒ천지일보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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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시계 수리공이 미세한 시계 내부 부품을 하나하나 분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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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미세한 시계 부품의 모습. ⓒ천지일보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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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 시계수리공이 수리 중이던 북한 모란봉 시계의 다이얼(시계의 문자판)을 보여주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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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시계수리공 옆으로 수리를 앞둔 시계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 ⓒ천지일보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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