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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일 광화문 광장에 웬 조선총독부와 일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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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술국치일 광화문 광장에 웬 조선총독부와 일장기가?

민족정기 북악산 위 ‘일장기’ 연상
일본에 주권 빼앗긴 날 전시 논란
“일제강점기라는 흑역사도 역사”
“길조 학 날고 일제강점기 미화돼”
서울시 “현장확인·변경 검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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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 내 세종문화회관 정류장 인근에 조선총독부와 함께 일장기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독자 제공)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새로 단장하느라 가림막에 싸여있던 ‘광화문 광장’이 마침내 이달 시민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지만, 많은 이들이 오가는 광장 내 버스정류장에 조선총독부와 함께 일장기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이 버젓이 걸려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천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보자 A씨는 전날 광화문광장을 산책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세종문화회관 정류장 인근에 조선총독부가 있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모습이 ‘멋지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

특히 당대 최고의 풍수가들이 선정한 곳이자 조선왕조가 도읍을 정할 때 중심이 된 북악산 위에는 누구나 일장기로 볼 수 있는 거대한 빨간 원이 북악산보다 비정상적으로 더 크게 그려져 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일제에 우리나라가 주권을 완전히 빼앗긴 경술국치일(경술년에 일어난 치욕스러운 날)이었다.

이에 ‘광장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라는 시각과 ‘일제강점기라는 흑역사도 역사’라는 시각이 부딪힌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우리나라 애환이 담긴 광화문 일대에 어떤 의도였던 간에 조선총독부와 함께 일장기가 연상되는 그림을 그려놓은 건 명백히 잘못됐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 본 한 시민은 “역사사진전도 아니고 굳이 논란이 되는 그림을 넣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경술국치일인데 조선총독부 뒤에 왜 일장기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광화문의 역사를 그린 전광판이라 조선, 일제강점기, 현대 그림이 다 있어 치욕스러운 역사를 잊지말자는 취지이니 문제없다”라거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불러온다” “4개의 컷을 보고 일제강점기를 지나 우리나라가 발전했다라는 의미로 보일 수도 있겠다”고 해석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다른 시민은 “설령 광화문의 역사를 4개의 섹션으로 나눈 것이 맞다고 해도 누구든 민족적 치욕기이자 암흑기 역사를 잊지 말자는 디자인적 취지가 읽힌다면 이해하겠지만, 저 디자인은 누가 봐도 그런 생각이 안 들고 오히려 미화했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이를 본 또 다른 시민은 “이스라엘 수도 한복판에서 역사라고 강조하면서 수용소 사진에 독일기 들어간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올리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게다가 그림은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또 “개인적인 흑역사를 엄마가 엘리베이터에 남들 다 보라고 미화해 걸어놓으면 짜증 나지 않겠느냐. 안 되는 건 아니더라도 왜 굳이 (저런 그림을) 걸어놓는지…”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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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 내 세종문화회관 정류장 인근에 조선총독부와 함께 일장기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출처 커뮤니티) ⓒ천지일보 2022.08.30

앞서 서울시는 이달 초 2020년 11월 재구조화 공사에 들어간 지 21개월 만에 ‘공원 같은 광장’으로 조성된 광화문광장을 개방했다. 특히 광화문광장의 변화를 크게 4가지로 소개했는데 그중에 ‘육조거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발굴 문화재 현장 전시’를 광장에 반영했다.

이렇듯 과거 조선시대 광화문은 육조(六曺)거리였다. 육조거리는 조선의 정치·행정의 중심지로 조선시대 6개 중앙관청을 말한다. 경복궁의 남쪽 정문인 광화문 앞 좌·우에는 의정부를 비롯한 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 관아가 있었다. 시는 이러한 육조거리 옛 모습을 버스 정거장에서 볼 수 있도록 작품을 전시했다.

그중 일제강점기 시대 작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는 길조를 의미하는 학까지 그려져 있어 조선총독부가 들어선 일제강점기가 행복해 보이는 시기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사진이 올라온 커뮤니티에서도 “다른 곳이라도 문제인데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상이 있는 광화문이라니” “처음에 보고 합성인 줄 알았다” “6.25도 넣던가 스토리라인이 너무 간 것 같다”는 의견들이 달렸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시간의 물길’과 같이 1392년 조선 건국부터 630년 역사의 흐름을 표현했다는 입장이다. 이곳에서는 물길을 따라 돌판에 새겨진 우리나라 주요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데 역사물길은 정부서울청사 앞 육조마당에서 시작해 광화문광장 전체를 흘러 한글 분수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 이전이라든지 신설 등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정류소관리팀 관계자는 해당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이에 내용을 전달하자 시 도시교통실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역사이기는 하니까 이런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표현이 됐을 수 있는데, 현장 확인도 한번 해보고 변경의 여지가 있는지 한번 검토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광화문광장이 새롭게 문을 열고 역사문화를 강조한 스토리텔링 거리와 문화·야경 콘텐츠를 야심차게 선보이고 있지만, 뼈아픈 과거를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논란이 빚어지면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대한제국 이후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세웠다. 해방 후 식민지 잔재 철거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결국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 경축식에서 총독부 청사 중앙동 해체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후 이듬해인 1996년 11월 조선총독부 건물은 완전히 해체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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