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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조선총독부·일장기 연상 작품’ 철거 완료
사회 사회일반 천지단독

[단독] 광화문광장 ‘조선총독부·일장기 연상 작품’ 철거 완료

민족정기 산 위 ‘일장기’ 연상
일본에 주권 빼앗긴 날 전시
 
“일제강점기란 흑역사도 역사”
“길조 ‘학’ 그려 강점기 미화”
 
서울시 “현장확인·조치할 것”
같은날 논란 작품 모두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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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에 조선총독부와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대형 포스터가 붙어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30일 오후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에서 작업자들이 해당 포스터를 제거한 뒤 마무리 정리 작업을 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2.08.30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우리나라의 대표적 역사적 공간이자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에 전시되면서 여러 논란을 빚은 ‘일장기 연상·조선총독부 대형 작품’이 30일 결국 모두 철거됐다.

앞서 이날 오전 본지는 많은 이들이 오가는 광장 내 버스정류장에 총독부와 함께 일장기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이 걸려 논란을 빚고 있는 문제를 조명한 바 있다. (관련기사: [단독] 경술국치일 광화문 광장에 왠 조선총독부와 일장기가?). 이후 서울시는 즉각 조치에 나서 논란이 되는 해당 작품을 포함해 관련 작품 4점을 이날 오후 3시부로 모두 철거조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도를 했든 안 했든 시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어서 저희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작품들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며 “다음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는 전혀 결정된 바 없지만 이번에 한번 크게 배운 만큼 최대한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작품은 일제강점기 당시의 광화문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전시된 작품에는 당대 최고의 풍수가들이 선정한 곳이자 조선왕조가 도읍을 정할 때 중심이 된 북악산 위에 일장기로 볼 수 있는 빨간 원이 북안산보다 비정상적으로 더 크게 그려져 있다. 이에 우리나라 애환이 담긴 광화문 일대에 어떤 의도였던 간에 조선총독부와 함께 일장기가 연상되는 그림을 그려놓은 건 명백히 잘못됐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게다가 길조를 의미하는 학까지 그려져 있어 조선총독부가 들어선 일제강점기가 행복해 보이는 시기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문화재청에서 조선총독부 철거 당시 경복궁의 본래 모습을 재현하고자 1996년에 제작해 지난해 경복궁 복원 30주년 기념 전시에 출품한 작품을 콜라주 아티스트와 협업해 새롭게 디자인한 작품이다. 당초 서울시는 내달 30일까지 광화문광장에 해당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해당 작품들을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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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되기 전 서울 광화문광장 내 세종문화회관 정류장 인근에 조선총독부와 함께 일장기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2.08.30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해당 작품에 대해  ‘광장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라는 시각과 ‘일제강점기라는 흑역사도 역사’라는 시각이 부딪혔다. 

작품을 본 한 시민은 “역사사진전도 아니고 굳이 논란이 되는 그림을 넣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일제에 우리나라가 주권을 완전히 빼앗긴 경술국치일인데 조선총독부 뒤에 왜 일장기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광화문의 역사를 그린 전광판이라 조선, 일제강점기, 현대 그림이 다 있어 치욕스러운 역사를 잊지말자는 취지이니 문제없다”라거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불러온다” “4개의 컷을 보고 일제강점기를 지나 우리나라가 발전했다라는 의미로 보일 수도 있겠다”고 해석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다른 시민은 “설령 광화문의 역사를 4개의 섹션으로 나눈 것이 맞다고 해도 누구든 민족적 치욕기이자 암흑기 역사를 잊지 말자는 디자인적 취지가 읽힌다면 이해하겠지만, 저 디자인은 누가 봐도 그런 생각이 안 들고 오히려 미화했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이를 본 또 다른 시민은 “이스라엘 수도 한복판에서 역사라고 강조하면서 수용소 사진에 독일기 들어간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올리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게다가 그림은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또 “개인적인 흑역사를 엄마가 엘리베이터에 남들 다 보라고 미화해 걸어놓으면 짜증 나지 않겠느냐. 안 되는 건 아니더라도 왜 굳이 (저런 그림을) 걸어놓는지…”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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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에 조선총독부와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대형 포스터가 붙어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30일 오후 광화문광장 버스정류장 인근에 주차된 옥외광고 시공업체 트럭에 해당 포스터가 찢어지고 구겨진 상태로 실려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2.08.30

이렇듯 과거 조선시대 광화문 일대는 육조(六曺)거리였다. 육조거리는 조선의 정치·행정의 중심지로 조선시대 6개 중앙관청을 말한다. 경복궁의 남쪽 정문인 광화문 앞 좌·우에는 의정부를 비롯한 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 관아가 있었다. 시는 이러한 육조거리 옛 모습을 버스 정거장에서 볼 수 있도록 작품을 전시했다.

이처럼 광화문광장이 새롭게 문을 열고 역사문화를 강조한 스토리텔링 거리와 문화·야경 콘텐츠를 야심차게 선보이고 있지만, 하필이면 역사와 관련된 논란이 빚어지면서 아쉬움을 더했다.

한편 대한제국 이후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세웠다. 해방 후 식민지 잔재 철거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결국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 경축식에서 총독부 청사 중앙동 해체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후 이듬해인 1996년 11월 조선총독부 건물은 완전히 해체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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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 내 세종문화회관 정류장 인근에 조선총독부와 함께 일장기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출처 커뮤니티) ⓒ천지일보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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