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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공화국’ 오명 언제 벗을까… 포괄임금제 폐해 ‘만연’
기획 사회기획

[여전한 ‘K-갑질’④] ‘야근공화국’ 오명 언제 벗을까… 포괄임금제 폐해 ‘만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이달로 4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불합리한 지시에도 ‘까라면 까’야 하는 한국형 갑질인 일명 ‘K-갑질’이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그로 인해 직장 내 경직되고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각종 부작용과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 결과와 다양한 판례·사례들을 소개하고 각 분야에서 놓치거나 마련하지 못한 부분을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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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7.2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임금·노동시간 후퇴 저지, 비정규직 철폐, 물가 안정 대책, 민영화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02

한국 근로시간 세계 최고 수준

한해 평균 220시간 추가 근무

 

“야근공화국 주범 포괄임금제”

초과근무보다 적은 수당 빈번

“장시간 근로 시 우울감 더 커”

 

정부, 연장근로단위 개편 추진

개편안 ‘주 92시간 근무’ 논란

“정부 현장관리·감독 강화해야”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1.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입니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이 9시 출근 6시 퇴근인데 실제로는 거의 매일 8시 출근해 11시 30분에 퇴근합니다. 하루 16시간씩 토요일까지 일주일에 90시간을 일했는데 연봉에 야근수당이 포함돼 있다면서 야근 식대로 1만원만 주고 10시가 넘어도 택시비만 주더라고요. 임금명세서에는 야근수당이 따로 명시돼 있지 않았는데 포괄임금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2. 그동안 참다가 입사 4년 만에 추가 연장근로 왜 인정 안 해주냐니까 아무 말도 안 하고 묵살합니다. 근로계약서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고요. 근데 산재 신청하고 회사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서류에 포괄이라는 문구가 있더라구요. 여기에서 일하는 230명의 근로자들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포괄’입니다. 입사할 때 포괄임금이면 근로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020년 기준 1908시간으로 멕시코·코스타리카에 이어 OECD 나라들 중 가장 길다. OECD 회원국들 평균 연간 근로시간이 1687간인 점을 고려할 때 한국 근로자가 다른 나라 근로자보다 한해 평균 221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장시간 근로자의 비율 역시 주 48시간을 초과한 한국의 장시간 근로자 고용 비율은 17%로, 주요 선진국들이 5% 전후의 값을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야근공화국’이 괜한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야근공화국으로 만든 주범 중 하나는 ‘포괄임금제’가 꼽힌다. 포괄임금제는 연장근로수당을 비롯한 법정수당을 실제 노동시간에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정액급제), 별도로 정액의 수당으로 지급하는 임금방식(정액 수당제)을 말한다. 근로계약을 맺을 때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을 미리 정해 예정된 수당을 받는 방식으로, 근로시간이 불규칙한 노동자들의 임금 계산을 편리하게 하고자 시행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존재하지 않는 임금산정방식이다. 포괄임금제도가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근로계약 시 제수당을 미리 정해버림으로써 실제 초과근무 시간보다 적은 수당을 받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은 정해진 기본임금에 노동자가 실제 일한 시간외수당을 합산해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적잖은 사업장들이 포괄임금제를 악용하면서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연장근로·야간근로수당 등의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일터에서는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닌데도 포괄임금제가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포괄임금제가 시간 외 근로를 이미 전제하고 있으니 노동자는 회사에서 지시하는 야근을 거부하기 쉽지 않다. 포괄임금제로 약정된 시간 외 근로시간보다 더 일하는 경우에는 추가로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오히려 추가 수당 지급을 회피하려고 일부러 출퇴근 기록을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게다가 포괄임금제 약정 시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동의를 강요하거나 약정된 연봉에 부당하게 수당을 포함한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근로계약서 어디에도 포괄임금제라는 계약 내용이 없지만, 일방적으로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지급해 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악덕 사장’들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포괄임금제는 반드시 노동자의 승낙을 전제로 기본급에 제수당을 포함해 지급한다는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에 한해서만 포괄임금제를 일부 인정한다. 포괄임금제에 따라 받은 수당액이 실제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시간외근로수당보다 적을 경우에는 노동자에게 불리하므로 무효처리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는 현행 ‘주 단위’의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주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단위를 한달 48시간으로 늘림으로써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노사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강조해왔던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반면 노동계에선 이번 개편을 노동 개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미 기존 ‘주52시간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노동시간 유연화’를 추진하면 ‘노동시간 장기화’로 이어지고 근로자 처우까지 덩달아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중·고령 근로자를 대상으로 장시간 근로가 근로자의 우울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주 53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를 한 사람들은 주 35-40시간 일한 근로자와 비교해 우울감 수준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장시간 근로는 근로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소화해야 한다”며 “특히 국내 사업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미만의 소규모의 경우 주52시간제 적용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적절한 근로자 건강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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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천지일보 2022.07.15

◆“‘주52시간제’조차 편법 만연”

#3. 회사가 인수합병됐는데 포괄임금제라는 이유로 월평균 근로시간을 290시간에서 260시간으로 일방적으로 바꿨습니다. 각종 수당을 마음대로 삭감하고 기본급에 산입해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임금이 오르지 않습니다. 점심·저녁 식사시간과 취침시간도 비상대기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데 근로시간으로 계산되지 않고요. 이렇게 일하다 골병들어 죽을 것 같습니다.

#4. 최근 몇년간 일의 특성으로 야간근무가 있을 때가 있습니다. 야간근무가 발생하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무실 출근 후 휴식, 이동 후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외근 야간근무, 이렇게 일하면 다음 날 휴무를 가집니다. 일주일에 많을 때 2~3번이고 한달에 적어도 3번 이상은 합니다. 근데 야근수당은 받지 않고 평일 휴무로 대체하곤 하는데 문제없는 걸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주92시간제’는 이미 몇몇 사용자들이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법적으로 주 52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지만 하루 16시간씩 주 90시간 근무를 하게 하면서 포괄임금제 계약을 이유로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박은하 노무사는 “악덕 사장들이 오른손에 포괄임금제라는 칼을 들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사용자의 왼손에 ‘주92시간’이라는 도끼를 주려 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동시간 개편이 아니라 포괄임금제의 불법과 편법을 규제하고 처벌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 노동정책인 주 52시간제로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52시간제의 유연화를 위해 노동부는 법정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은 유지하되 연장근로시간만 관리단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경우 첫째 주에는 주 9시간, 둘째 주에는 주 15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발표된 월 단위 기준으로 적용해보면 최대 연장근로시간은 1년 12달 평균(4.345주)에 12시간을 곱한 52.1시간으로 계산된다. 이를 몰아서 쓰면 산술적으로 일주일에 92.1시간(40+52.1시간)까지 근무할 수도 있게 된다. 더군다나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스타트업계 의견”이라며 ‘일주일 120시간 근로’를 말해 빈축을 산 적이 있는 만큼 ‘노동시간 유연화’가 ‘노동시간 장기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 등에서 92시간 근무가 실제론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주 92시간 근무는 매우 극단적인 경우로 보고 ‘11시간 연속 휴식’ 등 과로방지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권두섭 변호사는 “사용자의 경우 사업장 내 실태조사와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예방교육, 사건 발생 시 조치절차 마련, 조직문화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노동조합도 인권국을 신설한다든지 피해자 보호, 사업장 조직문화 개선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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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 ‘전태일 기념관 개관식’을 마친 뒤 시민들이 전시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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