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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에 코로나19 피해 ‘집중’… 절반 “이직 경험”
기획 사회기획

[여전한 ‘K-갑질’⑤] 비정규직에 코로나19 피해 ‘집중’… 절반 “이직 경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이달로 4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불합리한 지시에도 ‘까라면 까’야 하는 한국형 갑질인 일명 ‘K-갑질’이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그로 인해 직장 내 경직되고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각종 부작용과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 결과와 다양한 판례·사례들을 소개하고 각 분야에서 놓치거나 마련하지 못한 부분을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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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7.2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임금·노동시간 후퇴 저지, 비정규직 철폐, 물가 안정 대책, 민영화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02

코로나 감염 후 34% “일했다”

정규직 “업무” 비정규 “불이익”

증상·접촉에도 출근 강요 빈번

‘유급휴가지원비 달라’ 하기도

 

노동자 건강권 보장제 축소화

상병수당 ‘최저임금 60%’ 지원

“건강·생존권 두텁게 보장하고 

상병수당 금액·대상 확대해야”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1.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에 걸려 한동안 쉬었다는 것을 빌미로 매일 야근을 강요하고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하라고 하더라고요. 문제를 제기했더니 그럴 거면 그만두라고 사직을 강요했습니다. 

#2. 코로나로 잠시 휴직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무급이기 때문에 연차에서 뺀다고 하면서 국가에서 지원하는 10만원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래서 연차 쓰고 쉬는데 돈을 왜 내냐고 했더니 다른 사람이 고생했으니 그 사람 준다고 하더라고요.

#3. 코로나 확진으로 3일간 자가격리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자가 격리하면 무급휴가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금요일은 원래 오프였기에 하루만 급여가 빠진다고 생각했는데, 금·토·일 3일을 전부 무급 처리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반 넘게 이어지면서 많은 근로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된 노동자는 1주간 격리해야 함에도 소규모 사업장에선 강제로 출근하는 사례가 빈번했으며, PCR 검사한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출근을 자제하고 자가 격리할 것을 권고한 방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원칙은 ‘업무적 이유’와 ‘불이익 우려’에 가려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충격이 노동시장 불평등을 심화하고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ILO(국제노동기구) 경고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전문여론기관에 의뢰해 지난 6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일반적인 처우뿐 아니라 평등하게 보장돼야 하는 감염병 지원 분야조차 정규직-비정규직 차이가 뚜렷했다.

‘코로나 양성반응 후 1주간 근무처리는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규직은 별도 유급휴가로 처리했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은 반면, 비정규직은 무급휴가로 처리했다는 응답이 37.4%로 가장 많았다.

감염병 예방·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입원 또는 격리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60조 외에 그 입원 또는 격리 동안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주가 국가로부터 유급휴가를 위한 비용을 지원받을 땐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유급휴가비용 지원사업에 따라 코로나19로 입원 또는 격리된 자에게 휴가를 제공한 사업주에게는 개인별 임금 일급(하루 상한액 13만원)을 기준으로 유급휴가를 제공한 일수만큼 지원금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지원 범위가 점점 줄어들어 지난 7월 이후부터는 노동자가 30명 미만인 사업장의 사업주에게만 유급휴가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 감염병예방법 제70조의4는 감염병 환자에게 치료비·생활지원비 등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놨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입원·격리 통지서를 받고 입원 또는 격리된 사람이 사업주로부터 유급휴가를 받지 못한 경우 생활지원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최초 생활지원비는 가구원 전체를 대상으로 1인 3만 5000원을 기간의 제한 없이 지급했는데 지난 7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의 격리자에게 1인 2만원으로, 지원 기간은 5일로 축소했다. 이에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돼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원을 감축하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두텁게 보장하기 위한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하 노무사는 “기후 위기, 감염병 확산 등 재난은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사회적 불안정 해소를 위해 재난 상황에서 노동자와 국민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한 때”라고 설명했다.

박현서 변호사도 “‘아프면 쉰다’는 방역수칙이 지켜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병가제도를 노동자의 법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이라며 “쉬는 동안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상병수당의 도입·확대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유급휴가지원비·생활지원비 최초 지원 수준으로 원상회복 ▲고용유지지원금 모든 노동자로 확대 ▲유급병가제도 법제화 ▲상병수당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 전면 도입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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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천지일보 2022.07.15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는 비정규직

#4. 어린이집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었는데, PCR 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해야 하는데도 원장님이 출근시켜 회의와 업무를 강요했습니다. 결과가 나오지 않아 감염 우려를 호소했으나 모두 출근시켜 일했습니다. 모든 교사에게 격리 기간을 무급휴가라고 통보하기도 했고요.

#5. 소규모 5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데 사장님이 코로나로 인해 영업이 어려워졌다며 무급으로 휴업을 했습니다. 정부 지원금이 있지 않으냐고 했더니 ‘우리 회사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직원들도 무조건 무급휴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두라고 하더라고요.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020년 이후 실직 경험에 대해 ‘경험 있다’는 응답은 15.4%로 집계됐다. 본인의 의사과 무관하게 실직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3명 중 1명이 실직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이는 정규직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이직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비정규직 응답자의 절반에 달하는 48%가 이직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직 후 급여변화에 대한 질문에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인 49.5%가 급여가 줄었다고 응답했고 이직 후 다른 업종에 취업했다는 응답도 51.6%로 절반이 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직이 더 나은 근로조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향된 근로조건으로 어쩔 수 없이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인데, 코로나19로 각종 불이익에 노출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19에 확진된 직장인들 중 ‘직장에 출근한 적 없고 집에서 일했다’(29.5%)와 ‘직장에 출근해 일한 적 있다’(4.8%)를 더하면 코로나19 확진자 3명 중 1명 이상(34.3%)이 일주일간 출근해 일하거나 집에서 일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기·몸살 등 코로나19와 유사증상을 느낀 경우에도 응답자 중 절반인 49.9%가 ‘출근해 일했다’고 응답했다. 집에서 일했다는 응답도 20%를 넘게 차지해 일하지 않고 쉰 노동자는 30%도 되지 않았다.

아울러 코로나19 관련 갑질은 지난 1월부터 8월 15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중 총 49건이었는데, 유형별로 보면 원치 않는 연차사용과 무급휴가를 강요하는 갑질이 18건(36.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코로나19 감염이나 백신접종 시 업무 지속을 강요하는 갑질이 12건(24.5%), 사직 강요 7건(14.3%), 임금삭감 4건(8.2%) 순이었다.

여수진 노무사는 “비정규직은 지난 2년간 질병과 실업이라는 복합적인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저하된 근로조건으로 내몰렸고 감염 위험뿐 아니라 ‘빈곤 위험’까지 감수하고 있다”며 “사각지대 없는 지원정책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노동자가 아파 쉬는 경우 소득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인 상병수당의 본격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 ILO 협약이 그 기준에 따르면 상병급여는 기존 임금의 최소 60% 이상을 보장해줘야 하고 지급 기간도 최소 52주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우리나라 시범사업에서 노동자의 기존 임금이 아니라 ‘최저임금’의 60%를 지급하도록 제도를 설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향후 시범사업 종료 이후 상병수당이 도입될 때에는 최소한 근로능력 상실 전 소득의 60% 이상은 상병수당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10∼16일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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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 ‘전태일 기념관 개관식’을 마친 뒤 시민들이 전시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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