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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직무유기’로 고발당해… “시스템 구멍 방치로 횡령 발생”
사회 사건·사고 천지단독

[단독]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직무유기’로 고발당해… “시스템 구멍 방치로 횡령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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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천지일보DB

‘46억 규모’ 공단 최대 횡령사건

국민들 보험료 관리하는 공단

반년 다 돼서도 횡령 사실 몰라

허술 관리·시스템 부재 ‘도마 위’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시민단체로부터 최근 발생한 46억원 규모의 대형 횡령 사건과 관련, 관리자로서 직무를 유기했다며 고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26일 오후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앞서 지난 23일 국민들이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를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46억원 규모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번 횡령 사건은 준정부기관인 건강보험공단에서 발생한 범죄 중 최대 규모다.

횡령한 돈은 채권압류 등으로 지급 보류됐던 진료비용으로 확인됐다. 재정관리실 채권관리 업무 담당 직원 A씨는 공금을 횡령하기 위해 지난 4월에서 9월까지 채권자의 계좌정보를 조작해 진료비용을 본인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입금한 금액은 처음 넉달간 총 1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16일 3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어 21일에는 42억원을 한꺼번에 입금하기까지 했다. 횡령이 시작된 지 반년이 다 되도록 건보공단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모든 범죄를 마친 22일 오전에서야 뒤늦게 지급보류액에 대한 점검에 착수, 횡령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A씨가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간다며 휴가를 내고 해외로 도피해버린 상황이어서 국민 혈세로 마련된 수십억에 달하는 피해금의 추징뿐 아니라 수사에도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관리하는 공단에서 준공직자 신분인 공단 직원이 대규모 횡령을 저지른 것에 대해 관리 부실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채권자에게 돈을 보낼 계좌정보를 등록·승인할 수 있는 전결권자였는데 ‘셀프 승인·송금’이 가능한 시스템뿐 아니라 송금 과정에서도 교차 점검할 시스템이 없어 횡령하고도 반년 가까이 범죄 사실을 숨길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명의 전결권자가 등록과 승인 권한을 모두 가진 구조 탓에 이같은 비위가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천지일보가 입수한 고발장에서 서민위는 “문제가 있는지 한번 더 거를 시스템이 없어 최모씨가 거액의 혈세를 횡령할 수 있었다”며 “채권자 관련 개인정보는 전산망에 등록되지 않아 별도로 파악한 뒤 지급하는데, 일종의 수작업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횡령 사건은 피고발인이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소홀 등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그 비위의 도가 중해 중과실에 해당하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 건강보험료를 관리하는 공단에서 발생한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는 2008∼2011년 공단 직원 8명이 집단으로 보험료 과오납 환급금과 경매배당금, 요양비 공금, 보험료 등 5억 1000만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공단 직원이 2017~2018년 공단이 발주하는 사업 입찰 관련으로 총 1억 90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재판에서 10년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민위는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조금이라도 체납하면 엄청난 문자·전화 등을 이용해 강요하고, 평생 집이 없어 아파트라도 구하고자 청약을 들어 놓은 ‘주택청약통장’도 가압류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국민건강보험 측 모습과 다르게 국민 혈세를 허술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A씨의 횡령 사실이 확인되자 공단은 해당 직원을 강원 원주경찰서에 형사 고발하고 계좌를 동결 조치했다. 아울러 강도태 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특별점검을 진행하고 위험이 큰 부서에 대해 실효성 있는 통제가 이뤄지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간 횡령 사건이 있었는데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채 사고가 터지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는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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