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22년 기다린 ‘스토킹처벌법’… 그러나 부족했다
기획 사회기획

[스토킹처벌②] 22년 기다린 ‘스토킹처벌법’… 그러나 부족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김병찬·전주환 등 범행 나타나
반의사불벌죄 폐지 한목소리
범죄행위 해석의 협소함이나
피해자 보호조치 부족도 지적

①구애와 범죄 사이 ‘스토킹’ 정의와 역사

②스토커, 법망의 틈새 파고든다

신당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범죄에 대한 엄벌 요구가 커지고 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지난해 시행됐음에도 여러 가지 미흡으로 인해 피해자가 살해되는 일까지 벌어졌단 점에서 제도 보완에 대한 목소리도 거세다. 스토킹범죄와 처벌법에 대한 역사와 문제점, 법의 개선방안과 범죄예방을 위한 방법 등을 폭넓게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image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출감된 뒤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특가법) 보복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1999년 그 필요성이 제기된 뒤로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은 22년 만인 지난해 3월 24일. ‘노원 세모녀 살인’의 피의자 김태현이 범행을 저지른 3월 23일 하루 뒤였다. 스토킹처벌법이 입법예고 되고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스토킹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꼭 필요했던 스토킹처벌법이었다. 그러나 그나마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은 국회를 통과하는 그 순간부터 문제점이 지적된 말 그대로 ‘구멍’이 많은 법이었다. ‘신당역 살인’의 피의자 전주환의 존재는 그 구멍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토킹처벌법이 존재하는 가운데 스토킹범죄를 저질렀지만, 그의 신병이 확보되는 일은 없었고 끝내 피해자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통과 당시 한국여성의전화는 ‘22년만의 스토킹처벌법 제정, 기꺼이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논평을 통해 “고작 이런 누더기 스토킹 처벌법을 얻기 위해 22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평가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법률안은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구분함으로써 피해자를 ‘스토킹 행위의 상대방’과 ‘피해자’로 구분 짓고 법이 보호하는 피해자를 한정적으로 규정했다”며 “피해자의 동거인, 가족 역시 스토킹 범죄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수 많은 통계와 사례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이나 동거인에 대한 보호조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image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면서 취재진의 요청으로 스스로 마스크를 벗은 뒤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1.4.9

스토킹범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지적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비교형사법학회가 발간한 ‘스토킹처벌법의 문제점에 대한 고찰(저자 이원상)’이라는 논문은 스토킹 행위 ‘유형’과 ‘해석’의 확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 2조 1호의 스토킹 행위의 유형은 스토커가 피해자를 따라다니거나, 지켜보거나, 물건 등을 도달 및 파손하는 행위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이 탄생한 목적을 고려해 보면 해당 법률에서 스토킹 행위에 대한 좀 더 다양한 유형을 포섭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논문의 주장이다. 

또 현행법에서 스토킹 범죄는 ‘지속·반복적’으로 이뤄져야 성립한다. 지속·반복에 대한 문제점은 한국여성의전화도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발생하는 범죄는 없고, 그 범죄는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을뿐만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논문은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초기 스토킹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논문은 “스토킹 범죄는 범죄의 특성상 상습범과 같은 성향 범죄”라며 “스토킹 행위가 피해자에게 인식되고, 객관적으로 명확해졌다는 것은 이미 피해대상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진행돼 행위자의 성향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여러 차례 스토킹 행위를 했지만 계속 발각되지 않고 있다가 처음 발각된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문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는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 2회 이상이라는 형식적 횟수로 이해하기보다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 가능성’이 있는 경우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형식적 횟수로 대응하기보다는 실질적 대응을 위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image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7일 오전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2.09.17

스토킹처벌법엔 반의사불벌조항의 문제점도 있다. ‘반의사불벌’이란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만일 피해자가 가해자의 계속된 협박으로 처벌불원의사 합의서를 써주는 경우 수사기관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KBS1라디오 ‘주진우라이브’와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했는데 이를 취하해 주면 얼마든지 사건화가 안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더욱 피해자를 협박하고 못살게 굴고, 결국 취하를 안 해주면 앙심을 품고 살해하기에 이르는 식”이라며 반드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의사불벌조항의 문제는 전주환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주환은 피해자에게 고소를 당한 후에도 수십 차례에 걸쳐 합의를 종용하며 끊임없이 연락했고,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의 근무지와 근무시간을 알아내기도 했다. 합의를 받아내려 시도하자 여의치 않자 앙심을 품고 계획 살인을 벌였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지난달 16일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현재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어 초기에 수사기관이 개입해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장애가 있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범죄나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image
[서울=뉴시스] 스토킹 피해를 수차례 신고해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이 2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감호돼 있던 김병찬을 검찰에 구속 송치한다. 2021.11.29.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보호명령 부재도 꼬집었다. 스토킹처벌법에서 피해자 보호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은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김병찬이 붙잡힌 바 있다. 김병찬은 스토킹범죄로 네 차례나 신고됐고,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 등도 받아든 상태였다. 

그러나 김병찬은 잠정조치 이후 살인을 계획했고 끝내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 특히 살해 당일 김병찬이 자신을 찾아오자 피해자는 경찰에게 받은 스마트워치 SOS버튼을 눌러 경찰을 긴급호출했으나 피해를 막을 순 없었다. 피해자는 그간 6차례나 경찰에 김병찬을 신고했으나, 결국 경찰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했다. 

김태현 사건 때는 스토킹처벌법이 없었고, 김병찬 사건 때는 법이 있었음에도 피해자 보호에 있어선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앞서 소개한 스토킹처벌법 고찰 논문은 김병찬 사건이 있기 전 발간된 것이었다. 해당 논문은 “과연 스토킹처벌법이 있었다면 김태현 사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병찬 사건에서 보듯 그 답은 ‘아니오’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논문은 “스토킹 범죄대응에 대한 큰 기둥은 스토커가 스토킹 범죄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스토킹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피해자 등을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규정에는 하나의 기둥만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범죄피해자 보호법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해당규정은 스토킹범죄 피해자등에 대해 최적화돼 있지 않으며, 해당 법률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도 있다”며 스토킹피해자보호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1월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을 입법예고하기도 했으나 아직 실제 법률 제정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선 감시대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앞서 소개한 ‘주진우 라이브’에서 “피해자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보호조치가 피해자 주거지 순찰 등 피해자 주변을 감시하는 식인데, 이를 바꿔 가해자를 적극 감시해 접근 시 피해자에게 알리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채널: 천지일보
  • 전화: 1644-7533
  • 이메일: newscj@newscj.com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