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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 인권 참사 책임자는 대한민국이다
오피니언 칼럼

[세상 요모조모] 선감학원 인권 참사 책임자는 대한민국이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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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이라고 들어봤는가? 조선총독부는 1942년 ‘조선소년령’을 근거로 안산시 대부도 인근 선감도에 아동 수용시설을 설치했다. 부랑아 감화를 목표로 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세뇌교육과 징병 인력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미국의 군사정권은 악명 높은 시설 선감원을 없애지 않고 1946년 초 경기도에 넘겨줬다. 경기도는 1954년 시설을 확장하고 인권유린을 더욱 체계적으로 할 준비를 마쳤다. 선감원은 1960, 1970년대 악명 높은 인권탄압과 생명 박탈 기관의 대명사가 됐다. 1982년이 돼서야 폐지됐지만 살인 행위와 인권탄압에 대한 진상규명도 인권범죄에 대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진상은 철저히 은폐됐다. 또 다른 인권유린 기관 형제복지원을 운영하던 정부였으니 진상규명에 나설 리가 없었다.

진상이 영원히 묻힐 뻔 했지만 용기 있는 일본인의 폭로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일제가 선감원을 처음 만들 때 부원장을 맡았던 사람의 아들 이하라 히로미츠씨는 개원 당시의 실상을 드러내고 진상규명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안산시와 경기도에 위령비 설립을 건의하고 기금 조성 방안까지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일본인이 나섰을 때 경기도와 안산시, 국가기관이 나섰다면 진상은 일찍이 드러났을 것이고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을 것이다. 경기도와 안산시, 정부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선감원에 강제 수용된 인원은 5759명에 이른다. 아동들은 어떻게 선감도에 끌려왔을까? 경찰과 공무원이 앞장섰다. 할당된 인원에 맞춰 선감원으로 내몰았다. 실적 경쟁까지 했다. 절반 이상이 보호자의 동의 없이 끌려왔다.

친척 집을 찾아가던 어린이도, 할머니 손을 놓친 여덟 살 쌍둥이도 끌려왔다.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국가기관은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끌어갔고 지목된 아동들은 강제로 끌려갔다.

아동들은 입소하자마자 옛날 군대처럼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을 마주했다. 어린 아동들이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탈출하는 것밖에 길이 없어 행동에 나섰지만 갯벌에 빠지거나 물에 휩쓸려 죽은 아동이 수백명에 이르렀다. 맞아 죽고 영양실조로 죽고 병을 치료할 수 없어 죽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선감원 공동묘지라 일컬어지는 곳엔 150여명이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죽은 사람이 모두 몇 명인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적어도 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침해가 극에 달하던 시기는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을 자랑하고 수출의 비약적 성장을 앞세우는 시기와 딱 겹친다. 왜 이런 일이 이 시기에 발생한 걸까? 박정희 정권은 범죄와 전쟁하는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정재, 임화수를 거리로 끌고 다니는 의식을 진행한 뒤 사형시켰고 부랑아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다는 말을 하기 위해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아동들을 죽음의 공간으로 내몰았다. 가시적인 실적을 낼 욕심에 인권은 뒷전에 두는 정치를 했던 거다.

2020년 말 과거사 위원회 2기가 출범했다. 이명박, 박근혜 시기 반인권 국가폭력에 대한 조사와 진상규명이 정지됐다가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야 과거사위가 재출범했다. 늦었지만 진상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진상규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배·보상하는 것이다. 과거사법은 배·보상이 빠져있다. 국회와 정부는 선감학원 등 국가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에게 배·보상할 수 있는 법률을 조속히 제정해서 희생자와 가족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생활 안정에 보탬이 되도록 할 책무가 있다. 이런 일 하라고 뽑아 놓은 존재가 대통령이고 국회의원들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동연 경기도 지사가 정중히 사과하고 배·보상 방안을 즉시 내놓기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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