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 도입 위해 발벗고 나서
“‘미친 짓 한다’ 핀잔에도 확신”
올해로 27년째 일선에서 뛰어
“일반인 CPR 56% 될 때까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2000년 4월 18일 잠실 LG전에서 2회 초 임수혁 선수는 부정맥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트레이너나 선수 중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결국 그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식물인간 상태가 됐고, 10년 후인 2010년 숨을 거뒀다. 2014년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사건 이후 CPR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잠시 뿐이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할로윈 축제를 즐기던 시민들이 군집으로 156명이 압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현장에서는 의료진 뿐 아니라 시민 중에서도 CPR을 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20여년 사이 우리나라에 CPR의 인식은 이처럼 사건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천지일보는 1990년대부터 미국‧일본 등을 다니며 CPR 교육방법을 배우고 이를 우리나라에 도입한 KEMA 한국구명구급협회 석기영 회장(67)을 만났다. 그는 올해로 27년째 일선에서 CPR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협회는 보건복지부 제215호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돼 있다. 2018년 안전문화대상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석 회장을 통해 현재까지의 걸어온 길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젊었을 때 보디가드 일을 했었다. 고객이었던 중소기업체 사장이 쇼크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CPR을 할 줄 알았던 게 정말 다행이었다.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옷이 흠뻑 젖을 정도였는데, 다행히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그게 계기가 됐다. CPR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느꼈고, 일반에 알려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우리나라는 일반인 CPR에 대한 인식이 미흡했고 교육 보급도 거의 없던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가까운 일본을 조사하니 일본은 1980년대부터 국민들이 CPR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교육을 해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이 운동을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미친 짓 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1995년 KEMA 한국구명구급협회 ‘심폐소생술 보급운동본부’를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2017년 급성 심장정지 조사 통계에 따르면 급성심정지 발생환자수는 2006년 1만 94820명에서 2017년 2만 9262명으로 1.5배 증가했다. 그만큼 일반인의 CPR 시행 여부가 생존률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률은 8.7%다. 아직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1%에 그치고 있으며 자동심장충격기 시행률은 고작 2.1% 정도다. 협회는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을 56%로 끌어올려 병원 밖 심정지 환자의 생존률을 높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 1만명의 전문 강사와 3만명의 서포터즈를 양성하고, 국민 10%인 500만명에게 심폐소생술을 보급하고자 한다. 또 자동심장충격기(AED) 프로젝트를 통해 시행률을 높이고자 한다. 협회는 올해까지 27년간 97만여명에게 CPR교육 보급을 했다. 전국에 300여명의 강사진이 있으며 온오프라인 캠페인 참여자는 220만명에 달한다.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사건 만큼 우리 모두에게 충격이 큰 사고였다. 이 때문에 사고 이후 교육 문의가 많아졌다.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는 구급대원과 경찰의 CPR이 여러 곳에서 시행됐다. 일반 시민들도 나서서 CPR을 했다. 이런 장면이 영상에 많이 노출됐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잘 보여줬다. 이 때문에 CPR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형식적인 교육이 되는 이유는 충분한 실습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곧 현장 대응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난다. 협회는 형식적인 교육을 지양한다. 그래서 다소 힘이 들지만 철저하리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고집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교육현장에서 가슴 압박 횟수를 100회 이상 눌러본 사람이 많지 않다. 협회에서는 최하 210회, 통상 420회를 기본적으로 실습하고 있다. 정규 프로그램에서는 기본과정을 이수하는 데 3000번 정도 가슴 압박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해야만 현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협회의 프로그램은 12가지로 ▲부목, 지혈, 드레싱 등 기본 응급처치법 ▲학교 기관 단체 기업 등 찾아가는 CPR 교육 프로그램 ▲정규 프로그램 성인 1:1 CPR과 인공호흡, AED 사용법 ▲정규 프로그램 영‧유아 CPR과 인공호흡, AED사용법, 기도폐쇄처치 ▲성인을 위한 기본 CPR 전문 강사프로그램 ▲성인 및 영유아 CPR 전문강사프로그램 ▲유아 CPR과 인공호흡, AED 사용법 ▲영아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교대법 및 AED 사용법 ▲반려견, 반려묘 응급처치 및 실습 ▲AED사용법 ▲유럽 라이센스 프로그램 등이 이뤄진다.
먼저 혼자 응급환자를 돕는 것보다 주변에 응급상황을 알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CPR을 시행하기 전이나 시행하면서 주변에 사람을 불러 한 사람에게는 119 신고를 부탁하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다달라고 부탁하는 방법 등이다. CPR을 시행하기 전에 구조자와 응급 환자의 안전확보가 됐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타인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꾸준히 받아 준비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초‧중‧고 학생들에게 졸업 때까지 CPR 및 안전교육을 2~3시간씩 법적으로 의무화를 해야 한다. 청소년기에 몸으로 체화한 것은 이후 성인이 됐을 때에도 위급상황에서 기치를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다음은 학원, 체육시설, 청소년 관련 단체 및 기관 등 관리자와 임직원에 대한 매년 교육의무화를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심장충격기 설치는 공공장소와 공공기관 외 일반인들의 편의를 위해 전국 편의점에 설치해 접근성을 좋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을 좋아해 태권도 검도 경호무술 등을 했다. 그러다보니 ㈔대한경호무술연합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 후 우리나라 무예 문화 활성화와 진흥을 도울 방법을 찾다가 한국무예진흥원으로 단체명을 개명해 현재도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렇다 보니 처음 CPR 보급운동을 시작할 때도 태권도 합기도, 검도, 경호무술, 특공무술 등을 하는 무예인들에게 먼저 가르치기 시작했다. 문학은 한우리독서문화대학에서 문학수업으로 시작해 활동하다가 1995년 원로시인 이근배 선생님 추천으로 포스트모던 계간지에 시를 발표해 신인상 당선으로 정식 등단했다. 그후 2003년 3월 ‘내 마음의 느티여울’ 첫 시집을 냈다. 15권의 동인지가 있으며, 현재는 포스트문확회와 벼리동인 회원으로 문학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