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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도 심각한 질병, 정부와 언론이 수법 대대적으로 알려야 피해예방할 수 있어
경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보이스피싱’도 심각한 질병, 정부와 언론이 수법 대대적으로 알려야 피해예방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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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11.24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흔히 전화금융사기단으로 일컬어지는 보이스피싱은 음성(voice)과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합성한 신조어로 전화를 통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빼내서 범죄에 이용하는 전화금융사기 수법이다.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인 스미싱(smishing) 피해도 만만치 않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악용하고 있는데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2470억원이었던 연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21년에는 7700억원을 기록해 5년 사이 3배가 급증했다. 매년 평균 3만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은 금액은 훨씬 많아 1조가 넘을 것으로도 추정되고 있다.

가족을 협박으로 하거나 기관을 사칭해 피해를 양산했던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은 갈수록 더욱 진화해 이제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약자들을 주타깃으로 하고 있어 이들이 가장 피해를 보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더 낮은 대출금리로 전환하고자 하는 심리, 그 어디에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금융 취약층들은 대출한도가 나온다는 말에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이 의심되거나 혹은 아예 알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대게 돼 결국 당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서민 약자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보게 돼 더욱 비참함과 자괴감, 절망감만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사기범들은 절대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아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있을 텐데 부모를 잠깐이라도 생각한다면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서 이렇게 서민약자들의 등골을 빼먹을 순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사범들 중에서도 특히 서민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범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피해 금액이 아주 큰 단위의 금액이 아닌 경우들도 많아 크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체감온도가 낮다. 또한 그간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 금융사들이 피해와 관련한 예방이나 대응들을 각각 따로 하고 있어 범죄가 발생할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예방이나 구제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가 목소리가 제기됐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작년 6월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의 전기통신금융사기에 보다 효과적인 사전예방과 사후대체를 위해 신속하고 체계적인 정보공유 인프라 통합이 구현될 수 있도록 구조화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발표해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연구원이 지속적으로 홍보한 덕분에 올해 6월 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합동수사단을 출범하고 여러 기관에서 각각 따로 운영되고 있는 기능을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통합 신고·대응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며 이것을 차질없이 진행해 보이스피싱범이 더는 발붙이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보이스피싱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22일 은행연합회에서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범국민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조성목 원장은 금융감독원 재직 시절 보이스피싱범의 실제 목소리를 공개하는 ‘그놈 목소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금융사기를 30% 이상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했던 인물로, 누구보다 이 사안에 관심이 많은 이다.

이날 모인 이들은 하루 빨리 전기통신금융사기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는 통합된 ‘콘트롤타워’가 나와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피해규제를 위한 사회안전망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영국이나 미국 등의 선진국은 사회문화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강하게 수사하고 있고 피해금액에 대한 환수 성과도 높다. 반면 한국은 정부가 다소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으며, 범죄자에 대해 형사처벌에만 치중하고 피해자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 곧 도둑을 잡는 데만 그치고 피해자 보상방안은 등한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가 발생한 것은 정부 책임도 있다.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렸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으니 말이다.

한 패널은 언론이나 정부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기수법 등을 속보로 띄우고 코로나19처럼 구체적인 브리핑을 한다면 대부분 국민이 알 수 있어 당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란 말도 했다. 공감이 됐다.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은 남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못지 않은 심각한 펜데믹 질병이란 인식을 갖고 정부와 언론도 대대적인 홍보와 캠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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