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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축성 흔적 뚜렷한 해미산성 (2)
기획 문화기획

[남한지역 고구려 답사] 고구려 축성 흔적 뚜렷한 해미산성 (2)

강원도 원주시 해미산성

2019년부터 월간 글마루에서 연재하고 있는 ‘남한지역 고구려 유적 답사’ 시리즈를 천지일보 온라인을 통해 선보입니다. 우리의 역사를 알고 더욱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과거 연재시기와 현재 노출되는 기사의 계절, 시간 상 시점이 다소 다른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글.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사진.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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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해미산성에서 수습된 고구려계 적색 와편과 신라 선조문 평기와편

고구려 산성의 특징

남한 지역에 남아있는 고구려 석성과 만주, 평양지역에 구축된 축성은 어떻게 닮은 것일까. 고구려성은 위치에 따라 산성과 평지성으로 구분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160개의 고구려성 가운데 약 85%가 산성이다. 산성은 대개 산 능선을 이용한 포곡식성이 주류를 이룬다. 포곡식성을 길이로 포함하면 거의 장성 형태다. 대표적인 것이 홍천 대미산성, 원주 해미산성이다. 남한지역 고구려성은 임진강 변에 있는 호로고루성을 위시 몇 개의 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가 넘는 큰 성이다. 

포곡식 산성은 산 정상에 테메식으로 성을 쌓고 능선을 이용하여 포곡식성을 장성 형태로 구축한다. 강원도 양구 비봉산성, 홍천 벌력천 성이 가장 두드러진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해미산성에서는 이런 특징이 완연하게 나타난다. 지금은 열차가 다니지 않는 세교리 뒷산 능선에서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능선은 판축 구조로 된 포곡식성의 유구를 잘 보여준다. 능선을 이용한 포곡식성 구조는 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고구려 포곡식 성은 주몽의 초기 수도였던 졸본이나 두 번째 수도였던 국내성 지역 모두 공통적으로 산이 많은 지역에 있다. 산성을 쌓던 초기에는 돌을 주로 이용해 벽을 쌓았지만 점차 지세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따라 토성을 쌓거나 토석 혼축성을 쌓았다. 

토석혼축성은 고구려성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차지하며 중국 지안 등 고구려 구토에서도 많이 조사된다. 토석축성은 이미 백제나 신라에서 구축된 것을 이용한 경우도 있다. 경기지역 백제 구토에서는 초축은 백제에서 후에 고구려가 석성으로 보축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포천 반월성이다. 

산에 성을 쌓으면 적은 병력으로도 수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우세한 적으로부터 쉽게 방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645년 당 태종이 고구려 안시성 전투에서 양만춘에 패해 돌아가 재침공에 관한 논의를 했을 때도 신하들은 고구려 산성의 위력을 우려하여 반대했다. 

고구려 축성은 삼국 중 가장 완벽하게 구축되었다. 나중에 신라는 7세기 후반 이런 장점을 이용하여 축성기술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고구려 성의 가장 특색인 치성은 적들의 침공에 가장 효과적인 방어시설이다. 고구려식 치성이 제일 확연하게 남아있는 성은 남한산성, 포천 반월성, 충주 장미산성 양주 노고성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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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해미산성

오녀산성과 쌍둥이 석성

오녀산성은 강국 고구려 역사를 대변하는 최대의 성곽 유적이다. 중국 요령성 본계시 환인만족자치현(桓仁满族自治縣)에 있다. 왕도였던 지안 국내성과 서쪽 지방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해 있다.

광개토대왕릉비를 보면 추모왕(鄒牟王)이 비류곡(沸流谷)의 홀본(忽本) 서쪽의 산 위에 성을 쌓고 도읍을 정하였다고 기록했다. 일부 학자들은 오녀산성을 이 성으로 비정하는 견해도 있다. 

성벽의 축조공법은 고구려의 전형적인 굽도리 축조공법이다. 계단식으로 경사지게 쌓는 방법으로 산성에서는 협곡에 쌓을 때와 높은 성벽을 축조할 때 많이 적용되었다. 이 성돌은 30×20×35㎝의 크기다. 남한지역 한강변 강원지역의 여러 고구려 성돌도 이와 같은 크기로 다듬어진 것이 신기하다. 

오녀산성의 동문터에는 옹성(甕城)이 있다. 성벽이 서로 엇갈리면서 한쪽 벽이 다른 쪽 벽을 모나게 감싼 형태다. 이런 형식은 이 산성과 국내성에서만 보이므로 고구려 옹성으로서는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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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교마을 쪽에서 해미산성을 답사할 수 있었다. 뒤편으로 치악산 줄기가 보인다.

원주시 각계서 사적 지정 건의

해미산성의 문화재 지정을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다. 해미산성의 사적 지정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오히려 사적 제447호로 지정된 영원산성보다도 더 중요한 고구려 산성이기 때문이다.

원주시 의회 곽문근 의원이 ‘해미산성 문화재 지정’ 건의에 발 벗고 나섰다. 곽 의원은 “원주시에 위치한 해미산성은 역사적 보존 가치와 교육효과를 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방치되어 있어 점점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깊이 있는 조명과 함께 관심을 갖고 유지·복원해 해미산성의 가치를 더욱 견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문화재로 지정해줄 것”을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에 건의했다.

또 원주 반곡 관설동 통장협의회 등 주민들은 최근 해미산성 문화재 지정을 위한 건의 서명부를 시, 도, 한국관광공사 등에 전달했다. 해미산성을 지역 문화재로 지정해 관광 자원화하자는 것이 핵심으로 주민 1005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건의서에서 “해미산성은 대몽항쟁 등 역사적 보존 가치와 교육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 훼손되고 있다”며 “문화재 지정을 통해 해미산성의 역사·학술적 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해미산성이 사적 지정에서 소외된 것을 필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원주 고성 유적에서 가장 주목되는 고구려성인데 학계나 문화재 당국의 지속적인 관심이 촉구되고 있다. 산성을 답사 후 내려오는 길, 땀으로 범벅이 된 답사반원들은 시원한 바다가 그립다고 했다. 치악산 중턱에서 바라보는 운해의 장관이 바다처럼 와 닿는다. 

이번 해미산성 답사에는 원주원예협동조합 김재용 감사의 안내가 있었다. 산성으로 오르는 길을 상세하게 알려준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답사반은 내려오는 길에 잠시 길을 잃고 조난을 당할 뻔했다. 그런데 김 감사가 예전에 나뭇가지에 묶어둔 길 표시 리본 덕으로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형형색색의 리본들이 왜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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