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커지는 스태그 공포… ‘트리플 감소’ 면했지만 생산·소비 부진 이어져
경제 금융·증시 이슈in

[경제in] 커지는 스태그 공포… ‘트리플 감소’ 면했지만 생산·소비 부진 이어져

고금리·물가에 경기 회복 약화
생산, 30개월 만에 최대 감소
소매판매 두 달째 쪼그라들어
제조·서비스업 생산 동반 타격
저성장·고물가 기조 뚜렷해져

image
부산항.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 10월 국내 전(全) 산업 생산이 1.5% 감소하면서 넉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비는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투자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고금리·고물가라는 암초가 산업 동력 전반에 악재로 작용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등까지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세가 더욱 악화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경기 둔화 국면에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 한국경제가 2%를 밑도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4%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저성장·고물가 기조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전 산업생산 감소폭 30개월 만에 최대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 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5.4(2015년=100)로 전월 대비 1.5% 줄었다. 감소 폭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 산업 생산은 올해 1월(-0.3%), 2월(-0.3%)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 3월(1.6%) 석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어 4월(-0.9%)에는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가 5월(0.7%), 6월(0.8%) 재차 반등한 이후 7월(-0.2%), 8월(-0.1%), 9월(-0.4%)에 이어 10월까지 고꾸라졌다. 이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5월(5개월 연속) 이후 29개월 만에 4개월 연속 감소다.

통계청은 “건설업 생산이 늘었지만 광공업·서비스업·공공행정 생산이 줄면서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7.3%), 기계장비(-7.9%) 등의 생산 감소 영향으로 전월 대비 3.5% 줄어 4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10월 수출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제조업 생산(-3.6%)도 함께 타격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광공업 생산은 2020년 5월(-7.3%)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보험(-1.4%), 정보통신(-2.2%) 등 다수 업종에서 생산이 뒷걸음치면서 0.8%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2개월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감소폭은 2020년 12월(-1.0%)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image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물가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과 외식 물가는 여전히 높은 추세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9%로 30년만에 가장 높았고, 농산물 가운데 배추와 무는 1년 전과 비교해 9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 2022.10.05

◆설비투자 보합으로 ‘트리플 감소’ 면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20.4(2015년=100)로 0.2% 감소했다. 소비는 올해 3월(-0.7%)부터 4월(-0.3%), 5월(-0.1%), 6월(-1.0%), 7월(-0.4%)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다가 8월(4.4%) 깜짝 반등했다. 그러나 9월(-1.9%)부터 다시 약세로 돌아서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평년과 달리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의류 판매가 줄었고,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도 감소한 데 영향을 받았다. 이 가운데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하면서 4분기 이후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하면서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뒷걸음치는 ‘트리플 감소’는 면했다. 지난 9월에는 생산, 소비, 투자 모두 감소했으나 10월에는 2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소비 업태별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3.1% 늘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4.3%)와 의복 등 준내구재(-2.5%) 판매가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보합(0.0%)을 나타냈다. 선박 등 운송장비(-5.0%)에서 줄었으나 영상, 음향 및 통신기기 등 기계류(1.9%) 투자가 늘어나면서다.

국내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 투자 재원 조달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투자가 둔화했지만, 10월 지표는 크게 나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3.9%)과 토목(3.3%) 공사실적이 모두 늘면서 3.8% 증가했지만, 건설 수주는 주택 등 건축(-47.8%) 및 철도·궤도 등 토목(-11.3%)의 영향으로 40.5% 급감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를 고려하면 추후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67.9로 지난 2012년 8월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택 수요가 급감하고 채권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에 대한 유동성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건설사들은 앞다퉈 분양시장에까지 물량 공세에 나선 실정이다. 

image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천지일보 2022.6.21

◆경기 불확실성 여전히 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4로 전월과 동일했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p 떨어진 99.2로 4개월 연속 주춤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글로벌 긴축 전환에 따라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영향”이라며 “12월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상승하면서 조금 나아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 심의관은 “(향후 경기는) 파업, 수출 둔화 등 악재들과 함께 높은 물가, 금리 상승 흐름 유지 등 상황 속에서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 흐름을 지속할 수 있는지, 수출과 제조업은 중국 경기 성장이 얼마나 빨리 안정을 찾는지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향후 내수가 회복 흐름을 유지해 내느냐가 관건인데, 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금리도 오르는 만큼 경기 흐름에는 불확실성이 크고 상황이 좋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향후 전 세계적인 고물가·저성장 여파로 수출이 위축되고, 고금리에 따라 투자·소비마저 부진할 것으로 보여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요 경제기관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은 2% 아래에 밑돌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한국금융연구원과 동일하게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8월(2.1%)보다 0.4%p 하락한 1.7%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를 제시했고 네덜란드계 금융회사 ING은행은 0.6%로 낮췄다.

한국경제가 2%를 밑도는 성장률을 보인 건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외환위기였던 1998년(-5.1%) ▲오일쇼크가 왔던 1980년(-1.6%) 등 네 번이다.

image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9월보다 0.5% 높은 120.61(2015년 수준 100)을 기록했다. (출처: 연합뉴스)

내년 물가 상승률도 4%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7월 한국경제학회가 경제학자 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진입단계(56%)’와 ‘진행된 상태(12%)’라고 답한 이가 절반을 훌쩍 넘겼다. 

다만 정부는 다소 낙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률을 1%대로 낮추면서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보기엔 과도하다”고 평가했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현재까지 성장지표를 보면 경기 부진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을 운운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긴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선 최악의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역성장까지 나올 수 있는 만큼 시장 불안을 달래기 위한 완곡한 표현 정도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어 내년 한국경제는 더 어두워질 전망이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펀드매니저 2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년 내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답한 이는 92%였다. 

유럽 경제도 마찬가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이 깊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내년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에서 경제 불안 신호가 나타나면서 강달러 현상을 더욱 심화해 물가마저 끌어올릴 수 있어 저성장 속 물가 상승 기조는 뚜렷해질 전망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채널: 천지일보
  • 전화: 1644-7533
  • 이메일: newscj@newscj.com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