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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아 ‘헌 法’ 줄게 새 집 다오”… 건설업계 ‘3D 프린팅’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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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맥짚기③] “두껍아 ‘헌 法’ 줄게 새 집 다오”… 건설업계 ‘3D 프린팅’ 어디까지 왔나

편집자주
건설·부동산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통하는데 기본적으로 빠질 수 없는 용어다. 생활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주제로 등장하는 등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사로 다뤄진다. 또한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건설·부동산 소식을 메인 뉴스로 접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 삶의 일부인 셈이다. 

본지는 건설·부동산과 관련한 이슈를 과거와 현재의 흐름을 담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전체 사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건설맥짚기] 기획을 연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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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독일 노르트 라인-베스트팔렌주 베쿰시에서 3D프린팅으로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상용화 직전… “허가 기준 마련돼야”

프린터로 문서 출력하듯 건물 지어

 

골조·벽체 만드는데 11시간 ‘뚝딱’  

내부 인테리어까지 20일 만에 가능

 

“거푸집 불필요, 폐기물 90% 줄어”

건설단가 1억 6천→ 7천에 완공

 

뼈처럼 콘크리트에 기포 넣어 강도↑

미국·유럽·일본 이미 상용화 돌입

[천지일보=이우혁, 조성민 기자] 최근 국내 건설업계가 ‘3D 프린팅 건설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3D 프린팅 기술로 주택을 만들고 일반인들에게 분양도 하고 있다. 국내도 이미 상용화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두 가지 걸림돌에 봉착했다.

하나는 현행 건축법상 3D 프린팅 주택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또 아파트가 필요한 국내 주택시장에서 현재 3D 프린팅 건설 기술력은 최대 4~5층밖에 지을 수 없는 부분이다. 즉 고층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3D 프린팅 건설 기술은 빠른 시공과 함께 건축비용과 노동력을 혁신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 심지어 앞선 기사(두 얼굴의 ‘필로티’… “지진·화재 예방 위해 그만 지어야”)에서 다룬 필로티 구조보다 더 튼튼하다. 전문가들은 3D 프린팅 건설 기술에는 장점이 많기 때문에 단점을 보완만 한다면, 전 세계 주택문제의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D 프린팅 기술은 1980년대에 고안됐다. 3D 스캐닝을 통해 실제 물체의 형태나 도안을 디지털 데이터로 수집해 모델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모델링된 자료를 바탕으로 필라멘트(재료)를 녹여 노즐을 통해 겹겹이 쌓아 사물을 제작한다. 필라멘트의 종류로는 플라스틱, 종이, 고무, 레미콘, 식품, 금속 등이 있으며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어 건설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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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콘회사의 건설용 3D프린터 출력 모습. (출처: 아이콘)

◆시간·비용·노동력 50~90% 줄어

건설 분야의 3D 프린팅 기술은 컴퓨터에서 생성된 모델링 정보에 따라 건축용 프린터가 노즐을 통해 건물을 짓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이 기술은 정확한 자재값을 계산해 재료·비용·시간 모두 아낄 수 있다. 

또 건설 현장의 타설 작업처럼 거푸집도 필요 없다. 3D프린터가 도면대로 콘크리트를 마치 치약 짜듯 쌓아 올려 거푸집을 대신한 집의 테두리 벽체를 만들고 그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다. 거푸집이 필요 없으니 건설 폐기물량도 90% 줄고 이산화탄소 절감효과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례로 지난 4월 ㈜뉴디원이 지은 3D 프린팅 주택을 보면, 해당 주택은 3D 프린팅 방식과 모듈러 공법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먼저 1층은 전용 33㎡, 높이 3.5m의 기둥형 골조 2개와 대형 벽체 2개 등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지어졌다.

해당 주택은 3D프린터를 이용해 기둥을 만든 뒤 그 안에 철근을 넣는 방법으로 강도를 보강했다. 골조와 벽체를 만드는데 11시간이 소요됐고, 건물 2층은 판넬형 모듈러 조립식 건축자재로 만들었다. 따라서 공정이 단순해졌고 노동력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뉴디원은 면적 33㎡인 2층 주택을 인테리어까지 완성하는데 단 2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공기를 기존보다 50~90% 단축시킨 셈이다. 이 같은 주택의 현 시세는 1억 6000만원이지만 실제로 지출된 비용은 7000만원 미만이다. 이는 더 이상 집이 공사비로 비싸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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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화성에 있는 자원을 현장에서 채취·가공해 즉시 재료를 조달해 건설 자재로 활용하는 3D 프린터 로봇 기술 상상도. (출처: XYZist)

◆“3D 프린팅 건설 기술, 21세기 대표할 혁명”

전문가들은 이 기술과 관련해 “20세기 도입된 철근콘크리트 구조 이후 새로운 건설 혁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학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150년 전 철근콘크리트, 강철 등 기술혁명으로 해결했던 것은 이미 효과가 다 됐다”며 “3D 프린터는 20세기 초반 철근콘크리트의 도입과 비슷한 혁명적 건축기술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서명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3D 프린팅 건설 기술과 관련해 “5년에서 10년을 내다봤을 때 무인 시공자동화를 촉진시켜 건설현장 자체를 첨단화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인간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극지나 우주 같은 환경에서 3D 프린터의 강점이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3D주택의 큰 수요를 예측했다. 그들은 전 세계 저소득층 주거문제와 전쟁·기후·재난으로 집이 많이 필요한 곳에서 3D주택이 큰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신동원 뉴디원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주택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이나 소외계층을 위해 저렴한 주택을 단기간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공급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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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에 매달린 SUV 차량이 주택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출처: 뉴디원)

◆3D주택에 시속 50km 2.5톤 SUV 충돌… ‘집만 멀쩡’

3D 프린팅 주택의 미래 가치에 전문가들의 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람이 살기엔 안전한가’에 대한 반문도 제기된다. 

앞선 기사에서 다뤘던 원룸형 필로티 구조는 건축법상 허가가 났음에도 지진에 금이 가고 주저앉았다. 때문에 아직 건축법상 허가가 나지 않은 3D 프린팅 주택의 내구성에 의문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건설업계에선 3D 프린팅 주택에 대한 안전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뉴디원은 지난 5월 강원도 춘천시에서 3D 프린팅 주택과 2.5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충돌 실험을 진행했다. 안전을 고려해 SUV를 크레인 2대에 묶어 공중에 매단 뒤 시속 50㎞ 이상 속도로 충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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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가 찌그러진 SUV 모습. (출처: 뉴디원)

결과는 이상 없었다. 2차례에 걸친 실험 결과 SUV의 앞 범퍼는 파손됐지만 3D주택은 멀쩡했다. 특히 벽체에 설치한 창틀과 유리창도 휘어지거나 깨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뼈를 잘라 현미경으로 보면 미세한 구멍들이 나 있다. 그 구멍들이 3차원으로 구조를 만들어 우리 인체를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다”며 “뼈는 가벼우면서도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공학 재료다. 뼈에 미세 구멍이 없다면 너무 무거워져 근육이 뼈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고, 뼈에 난 구멍이 클 경우 골절 위험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도와 가벼움을 동시에 얻은 뼈의 구조처럼 콘크리트를 만들 때 가운데 3D프린터로 기포를 넣으면서 짓는다면, 그 공기층 때문에 단열효과가 생기고 강도도 튼튼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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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건축설계회사 BIG와 미국 건설기술 회사 아이콘이 100채 규모의 3D 프린팅 주택단지를 짓고 있다. (출처: 아이콘)

◆해외시장은 이미 ‘활발’… “10년 후 900배 성장”

전문가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두고 미래 건설 분야의 신사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알리드마켓리서치는 전 세계 3D 프린팅 건설 시장 규모를 지난해 14억 달러(한화 약 1조 8500억원)에서 오는 2031년까지 7508억 달러(한화 약 995조 9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새 900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주택사업이 활발하며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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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설기술회사 아이콘과 덴마크 건축설계회사 BIG가 함께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올해 착공에 나서는 미국 텍사스주의 주택단지 조감도. (출처: 아이콘)

미국의 건설사 아이콘의 경우 지난해 텍사스 오스틴 지역에 전용면적 93~186㎡의 주택 4채를 3D 프린팅 기술로 1주일 만에 완공했다. 현재는 100가구 규모의 단지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콘은 건축비 4000달러(한화 약 519만원)로 주택 한 채를 지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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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하이시스가 로봇암 기반 건축용 3D프린팅 개발 맞손을 잡았다. (출처: 삼성물산)

◆삼성물산 “용두6지구에 3D 프린팅 기술 적용”

국내 대형건설사도 3D 프린팅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현재 건설 중인 용두6지구 주택재개발 사업에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인조 조경벽을 만들었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3D 프린팅 전문업체 하이시스와 ‘로봇팔 3D 프린터 활용 비내력벽 시공법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비내력벽이란 천장 무게를 받치지 않는 벽체를 말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3D 프린팅 및 소재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며 “기술력을 기존의 건축 및 조경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토목 분야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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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봉. (출처: 연합뉴스)

◆“현행법상 불법… 인증 기준 마련돼야”

건설사들이 3D 프린팅을 일부 현장에 도입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주택 건설 분야에 대해선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3D 프린팅 주택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건축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기술은 개발됐지만 상용화 단계에서 막힌 상황이다. 

먼저는 인증과 관련된 절차가 필요하다. 3D 프린팅 건물에 대한 내진과 단열, 거주 안정성 등 각종 안전 기준과 소방 인증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IT·건설·융합기술을 연구하는 노영주 HN그룹대표는 “3D 프린팅 주택이나 건설 장비와 관련해 평가 기준 자체가 없다”며 “국토교통부에서 이를 신산업으로 인정해주고 관련 법규 등 기준부터 만들어 민관이 협업해 세계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원 뉴디원 대표도 “재료공학자, 기계 분야, 법률 전문가, 공무원들이 다 한자리에 모여 하나가 돼야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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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쑤저우 공업원구의 5층짜리 아파트. 3D 프린터로 만든 가장 높은 건물로 알려져 있다. (출처: 윈선)

◆“기술적 한계도… 아파트 필요한 국내서 수요 적어”

다만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한계도 있다. 현재 3D 프린팅 건설 기술로는 최대 4~5층 높이까지만 지을 수 있다. 즉 공간이 적어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국내 시장의 수요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3D 프린팅 건설 기술을 두고 “4~5층보다 높은 고층 건물을 지을 정도로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보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D 프린팅 건설 기술은 장비, 재료, 프로세스의 혁신을 통해 기술적인 한계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많은 양을 생산하고, 큰 규모의 구조물을 만들고, 더 전문화되고 복잡한 물체를 제작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먼 미래에는 대형 건물 전체가 3D 프린터 한 대로 인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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