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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정치화
오피니언 칼럼

[스포츠 속으로] 월드컵의 정치화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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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월드컵이 16강을 향한 열전을 거듭하며 전 세계적인 응원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카타르를 제외한 유럽 각지에선 이번 월드컵을 기피하는 현상이 여전하다. 카타르가 월드컵 기반 시설 건설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했고, 성소수자 등의 인권을 탄압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월드컵 기간이면 함성으로 가득 찼던 독일 전역의 술집 수백곳이 카타르월드컵 경기를 TV로 틀지 않고 있으며, 프랑스·영국·벨기에 등의 주요 도시들에선 거리 중계·응원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카타르는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위한 자신들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 채 전례 없이 월드컵 개최국이 공격을 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이벤트로 30억 세계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는 월드컵이 이번 카타르 대회를 맞아 호된 시련을 겪고 있는 데는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책임이 크다. 2022 월드컵 개최국을 카타르로 무리하게 결정하면서 전통적인 대회기간인 6~7월이 11~12월로 사상 처음 바뀌었기 때문이다.

카타르월드컵은  FIFA에 돈다발을 퍼부어 로비한 카타르 왕족들과 그 오일 머니와 여러 이득을 얻으려고 기존 월드컵 유치전 및 운영 선례와 관행을 무시하고 카타르에 굴복한 FIFA를 비롯한 축구계 인사들의 부정부패 등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세계 축구의 레전드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이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1904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설된 FIFA는 1930년 이래 월드컵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일 이벤트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나친 마케팅화와 홍보 목적을 위해 월드컵 개최를 활용한다는 거센 비판을 들었다. 순수한 세계적인 축구 이벤트를 넘어 월드컵의 정치화가 심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특히 FIFA는 카타르를 월드컵 개최국으로 확정하면서 불문율처럼 지켜왔던 월드컵 대회 일정을 변경했다. 뜨거운 여름보다 다소 선선한 늦가을에 월드컵 일정을 맞춘 것은 그동안 전례가 없던 결정이다.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 빅리그 일정이 끝나고 월드컵 대회를 가졌던 것이 관례였지만 이를 깨고 유럽 리그 일정 중에 월드컵 대회를 열게 된 것이다.

카타르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위한 노예노동 논란도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10년 이래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 조성을 위한 대규모 공사에 투입된 건설 노동자들이 2020년까지 6700명이 넘게 숨졌다고 한다. 또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은 카타르는 엄격하게 성소수자를 탄압하는 국가로 전 세계적으로 관람객이 몰리는 월드컵 기간에 동성애 등을 강렬 통제해 선수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FIFA는 성소수자 인권 탄압을 항의하기 위해 선수들이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면 옐로우 카드를 부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잉글랜드 대표팀 해리 케인 등 유럽팀 주장들은 무지개 완장 착용을 하지 않기도 했다.

FIFA는 2026년 캐나다-미국-멕시코 등이 공동 개최하는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을 48개국으로 늘렸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대는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었던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본선 진출국 확대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유럽 구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관철시켰다. 그만큼 월드컵 본선은 이제 아무나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FIFA가 월드컵 출전국을 파격적으로 늘린 이유는 재정적 수익을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FIFA의 움직임은 순수한 국제스포츠 단체를 넘어서 정치화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다. FIFA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권력적인 속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점차 강화될 FIFA의 정치화는 세계 축구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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