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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참사 한달, 한파에도 추모 발길… 상인들 “이태원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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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10.29 참사 한달, 한파에도 추모 발길… 상인들 “이태원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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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한솔 수습기자] 추모객이 1일 이태원역 1번출구 근처 참사가 일어났던 거리를 방문해 벽에 붙은 추모 편지들을 읽고 있다.

비닐 감싼 편지·꽃들 ‘수북’

곳곳 구멍, 테이프 덕지덕지

“다들 책임회피… 안타까워”

 

침묵하면서 사는 주민들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상인들

“장사보다 떠난 아이가 먼저”

[천지일보=김한솔 기자] “가게 불 끄면 마음도 어두워져 매일 불 켜고 애들을 지킵니다.” “이태원은 이제 죽었습니다.”

한파를 맞이한 이태원 상인들과 주민들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시리고 쓸쓸하다.

참사 한달을 맞아 1일 방문한 이태원역은 여느 때보다 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졌다. 전국을 꽁꽁 얼게 한 한파 속 앙상한 나무들이 줄을 이은 이태원의 모습은 참으로 적막했다. 역 밖을 나서자마자 추운 바람과 함께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깊은 슬픔을 마주하게 된다.

전보다 찾아오는 추모객의 발길은 현저히 적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지나가는 길에 기도하며 조용히 추모글을 남기는 시민들이 보였다. 휴가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군인은 편지를 꼼꼼히 읽으며 한참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추모객들이 남기고 간 꽃과 편지를 궂은 날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비닐로 모두 감싸놨다. 바람이 비닐을 뚫어 생긴 구멍에는 청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놔 보는 이로부터 안쓰러운 마음을 더했다.

추모현장 여기저기엔 ‘허전한 추모공간처럼 보이지만 꽃들과 애도 글들은 한파·강풍·우천으로 인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철역 구내 외 실내에 모두 안전하게 보관 중’이라는 알림 글들이 있었다. 비닐을 덮지 못한 꽃과 메모들은 역 안에도 가득했다.

1번 출구로 나가 앞으로 쭉 걸어가면 50걸음도 채 되지 않아 158명의 생명을 앗아간 골목이 보였다. 골목은 작은 소형차 한 대가 지나다닐 정도로 몹시 좁았다. 기사와 뉴스로만 보던 골목을 실제로 방문한 시민은 생각보다 적은 폭에 많이 놀라기도 했다.

거리는 지난달 11일부터 개방돼 또 다른 추모공간으로 마련됐다. 입구에는 강추위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스님이 골목 앞에 제사상을 차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추모객들이 두고 간 꽃들은 색과 향기를 잃으며 시들어가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꽃 같은 청춘이 싸늘하게 짓밟혀 죽어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대화도 조그맣게 들려왔다. 침묵이 가득한 참사 현장과 다르게 세상은 사태의 진실 규명을 위한 외침이 거세지고 있다.

골목 일대에는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으로 수많은 메시지와 선물과 꽃들이 가지런히 나열돼 있었다. 벽면 곳곳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미안하고 죄송하다’ ‘부디 좋은 곳에서 쉬어라’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며 엄마를 기다려달라’ ‘기도한다’ ‘책임자는 사과하라’ 등 수많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외국인 희생자도 많았기에 방문객들은 다양한 언어로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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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 방향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안전세상을 기원하는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오체투지는 이날 삼각지역에서 시작돼 녹사평역을 지나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마무리됐다. ⓒ천지일보 2022.11.11

◆“이태원 중심서 그렇게나 죽다니…”

정오가 다가오자 한 상인이 해밀턴 좁은 골목 중앙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이었다. 이 자리에서 11년째 장사해 온 남인석(80, 남, 이태원)씨는 ‘추우니 들어오라’며 가게를 방문하는 기자에게 따뜻한 커피와 자리를 마련해줬다.

함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클래식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던 그는 “아직도 그날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을 수가 없다. 이 거리는 이태원의 중심 거리인데 158명이 저기서 죽은 게 믿어지겠냐”며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그는 “여기서 먹고 자면서 불쌍한 애들을 지키고 있는데 아직도 힘들다”며 토로했다.

남인석씨는 그날 현장에 있던 청년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었다. 경찰들이 서 있는 골목에서 그들의 만류에도 굴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에게 제사상을 차려줘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씨는 “그날 많은 아이를 돕지 못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살아있는 게 미안하고 죄인처럼 느껴진다”며 “누군가를 탓하는 게 아니다. 책임이 있다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나라는 편 가르는 일에만 집중해 너무 시끄럽고… 나는 그 아이들이 생각나 잠이 안 온다”며 호소했다.

이태원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참 동안 사람 구경을 하던 60대 상인은 올해로 30년째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이후에 연이어 참사가 터지니까 상가는 전멸이다. 이태원은 이제 죽었다. 이 상태가 오래갈 것 같다”며 단언했다.

아울러 “장사가 안되는 건 둘째치고 죽은 사람이 먼저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상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나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는다. 정부에서는 모두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하니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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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참사 현장 통행이 재개되자 취재진과 일반인 등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11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매일 시달려”

해밀턴 골목을 지나 녹사평역을 향하는 골목에 문을 연 가게 하나가 보였다. 직원으로 근무하는 최미림(가명, 50대, 여, 이태원동)씨는 그날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이태원에 오래 살았지만 이제 이태원역 쪽을 지나갈 일은 없을 거다. 우리 가족 모두 아직도 못 지나간다”며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걸 10년이 넘게 지켜봤는데도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날은 경찰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고 의아해했다.

최씨는 “참사 당시 두려워서 차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가게 앞에 설치한 카메라로 참사 현장을 지켜본 상인들이 많다”며 “대부분은 1층에서 장사하고 2·3층에 거주하는데 모두 나이가 많다. 힘이 없고 심폐소생술도 할 줄 몰라 그날 돕지 못한 것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밀턴 골목 쪽은 모두 처음 이태원에 온 청년들이 모였을 텐데… 지나가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죽었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추모했다.

◆“가게 찾아오는 사람은 단골뿐”

오후가 되자 옷가게가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휑하다. 취재를 거부하는 상인들 사이에서 어느 50대 상인이 조용히 다가와 “솔직히 이태원이라는 단어는 이제 빼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이태원’ 소리만 들어도 무서워해 단골 말고는 아예 발길이 끊긴 것 같다”며 “사람이 죽는 일도 있었는데 장사 안하는 게 뭐 대수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큰 빚이 있거나 어린 자녀를 키우는 상인분들은 많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나도 힘들지만, 죽은 아이들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까지 발길 끊길 것 같아”

이태원 근처 대학교를 다니는 김현호(가명, 26, 남, 서울)씨는 문 닫힌 상가들 사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솔직히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사람이 많이 몰려서 사고가 난 건데 어떻게든 다들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이 보이니까 안타깝다”며 “근처 대학교에서는 시험을 앞두고 축제에 놀러 갔던 학생이 희생돼 주변 모든 대학교 분위기가 굉장히 침울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솔직히 내년 중순까지는 이태원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이태원 1번 출구 쪽에 자주 가던 단골 음식점이 있었는데 참사 이후로는 한번도 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손녀 같은 아이들 떠나 마음 아파”

상인들뿐만 아니라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마음도 심란하다. 근처에 거주하는 할머니는 걷기운동을 하며 매일 그 길을 지나갔다. 그는 “계속 아이들이 생각난다. 손녀딸 같은 젊은 애들이 죽어 슬프다. 거기에 비닐도 많이 덮어 두니 볼 때마다 마음이 더 아프다”며 “꽃들이 다 시들어서 보기 좋지 않다”고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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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식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참사의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유가족들이 지난달 22일에 참사 이후 처음으로 모여 정부를 향해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진상 규명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처벌을 요구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행안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는 노조의 투쟁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특별수사본부가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전방위적인 수사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태원 #10.29참사 #추모 #상인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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