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사랑과 건강의 염원을 담아 만들었던 꽃떡, 찔레꽃 떡
기획 문화기획

[우리식물 우리음식] 사랑과 건강의 염원을 담아 만들었던 꽃떡, 찔레꽃 떡

image
찔레꽃

글, 사진. 허북구 나주시천연염색재단 국장

찔레꽃은 장미과인 찔레나무의 꽃이다. 찔레는 ‘찌르다’라는 동사의 어근에 접미사 ‘에’가 붙어서 이뤄진 이름이다. 나무줄기에 갈퀴 같은 가시가 많아 ‘찔리는 나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전남에서는 지역에 따라 초동꽃, 찔룩꽃, 찔구꽃으로도 불리었다. 꽃은 꽃잎에 붉은색기가 있는 것도 있으나 거의 다 흰색이다. 붉은 색 꽃이 피는 것은 ‘국경찔레’이다. 자생지는 표고 50-1950 의 산과 들이며, 덤불을 이뤄 자라는 흔한 나무이다. 

찔레꽃은 흔하디흔한 존재만큼이나 수많은 시와 노래에서 한(恨)과 서정적인 표현에 이용돼 왔다. 배고픈 시절에는 부드러운 나무순을 먹기도 했다. 그만큼 가슴시린 이미지로 친숙하지만 이 꽃이 떡에 이용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단옷날의 떡에 이용된 찔레꽃

찔레꽃이 단옷날에 떡으로 이용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2017년 나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60세 이상의 여성 103명을 대상으로 단옷날의 떡과 짤레꽃떡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단오 때 떡의 식용 경험이 있는 분들은 모두가 찔레꽃떡만을 먹었다고 해 새로운 사실을 알렸다. 찔레꽃떡에 대해서는 60대의 경우 모두 모른다고 응답했으나 70대는 30.3%, 80대는 63.8%, 90대는 66.7%가 알고 있다고 했다. 찔레꽃떡의 식용 경험에 대해 70대는 18.2%, 80대는 46.8%, 90대는 58.4%가 있다고 했다. 

찔레꽃떡의 제조 경험에 대해 70대는 9.0%, 80대는 21.3%, 90대는 41.7%가 있다고 대답했다. 찔레꽃떡을 마지막으로 먹어본 시기에 대해서는 1940년대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일부는 1960년대까지도 먹어보았다고 했다. 

나주 외에 영암, 함평, 무안, 강진의 80대 이상 어르신들도 다수가 찔레꽃떡에 대해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비해 전남 동부권과 전북 지역에서는 90세 이상의 어르신들 중 몇몇 분만이 찔레꽃떡을 기억하고 계셨다. 따라서 찔레꽃떡 문화는 소실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존재했던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image
찔레나무

가시에 찔려가며 꽃을 따 만들었던 떡

찔레꽃떡의 제조와 이용 시기는 단옷날이었다. 단옷날에 찔레꽃떡을 먹었던 것은 건강을 위해서였다. 김달순(91, 나주시 다도면 내동리) 어르신은 “옛날에는 홍역 등 병으로 죽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오월 단오 때 찔레꽃떡을 아이들에게 먹이면 홍역에 걸려도 금방 물러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채정혜(87, 해남군 계곡면 강절리) 어르신은 “찔구꽃떡(찔레꽃떡)은 단오 때 약으로만 해 먹는 것이므로 아껴놓은 쌀로 조금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건강용으로 사용된 찔레꽃에는 플라본(flavone), 캠페롤(kaempferol), 글루코스(glucose), 아스트라갈린(astragalin) 등이 함유돼 있다. 이 중 아스트라갈린은 플라보노이드의 하나로 항산화, 항암, 항바이러스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보이는 물질이다. 한의학에서 찔레나무는 ‘석산호(石珊瑚)’로 불리며, 열매는 ‘영실(營實)’이라 하여 약으로 귀하게 쓰인다.

찔레꽃 증류액은 구창, 당뇨병, 심장질환을 치료하며, 향을 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하여 찔레꽃은 약용이 가능하지만 단옷날에 한번 먹는다고 해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찔레꽃떡은 실질적인 약리효과보다는 건강을 기원하는 염원이 담겨져 있고, 벽사(辟邪) 음식으로 제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아마도 가시가 많은 나무에서 핀 꽃이라는 특성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찔레꽃의 수확은 단오 이전에 꽃이 피는 해에는 꽃을 미리 채취해서 말려뒀다가 이용했다. 꽃이 단오 때 피는 해에는 신선한 꽃을 따서 이용했다. 그런데 찔레나무는 가시가 많아 꽃을 따기가 쉽지 않고, 꽃이 작아 양도 빨리 증가하지 않는다. “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나절 정도 찔레꽃을 따야했다. 아무리 따도 불어나지 않고 가시에 찔렸는데, 사랑하는 아이들의 몸에 좋다고 해서 꽃을 땄다”고 말한 신정리 김춘례(84, 나주시 봉황면) 어르신의 말씀처럼 찔레가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image
찔레꽃떡을 만들기 위해 쌀가루 위에 올려놓은 찔레꽃(왼쪽부터), 찔레꽃떡 만드는 모습, 완성된 찔레꽃떡

백설기떡으로 만들었던 찔레꽃떡

찔레꽃떡은 시루떡 형태로도 만들었지만 주로 백설기떡으로 만들었다. 제조량은 쌀이 귀한 시기였고, 약으로만 이용되다 보니 쌀 반 되에서 한 되 정도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떡을 만드는 방법은 찔레꽃을 쌀가루 양 대비 1/2 또는 1/3 정도를 준비하고선 쌀가루와 섞어서 쪘다.

찔레꽃이 적을 때는 가루 위에 꽃을 뿌려서 이용했다. 시루떡은 쌀가루를 시루 밑에 한층 놓은 다음 그 위에 팥과 찔레꽃을 놓았다. 그렇게 3층 또는 5층(홀수로 했다)을 만든 다음 쪄서 만들었다. 떡이 되면 찔레꽃은 갈변하거나 약간 노르스름하게 되면서 향이 났다.

완성된 떡은 찔레꽃떡이라는 이름 외에 사투리인 찔룩꽃떡, 찔구꽃떡으로도 불리었다. 멥쌀의 방언인 모가리가 차용되어 찔레모가리떡, 찔레모가리설기, 찔레모설기(찔레모가리 설기떡)로도 불리면서 가족 모두가 조금씩 나눠 먹었다.

이와 같이 단옷날에 이용되었던 찔레꽃떡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단오풍습, 떡문화, 꽃의 식용문화 측면에서 연구 여지가 많음을 나타낸다. 조상들이 꽃으로 떡을 만들어 먹었던 것은 우리 문화의 풍부성과 상상력의 끝없음을 되새기게 한다. 더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찔레꽃뿐만 아니라 장미꽃으로 떡을 만들고 선물할 수 있는 문화자원을 조상들로부터 물러 받았음을 의미한다.

#찔레꽃떡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채널: 천지일보
  • 전화: 1644-7533
  • 이메일: newscj@newscj.com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

천지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