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아파치족은 어떻게 지상 세계에서 살게 되었나
기획 문화기획

[세계 신화 여행(북아메리카 인디언 편)] 아파치족은 어떻게 지상 세계에서 살게 되었나

image
신현배 시인, 칼럼니스트

까마득히 오랜 옛날, 지상 세계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운고야엔니’라 불리는 지하 세계뿐이었다. 운고야엔니는 늘 어둠침침했다. 그 세계를 비추는 것은 커다란 독수리 날개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이었다. 따라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 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누군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가 사는 곳은 너무 캄캄해. 밝은 빛을 얻을 수는 없을까?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겠지?”

그 때 어떤 사람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 운고야엔니의 하늘에 노란 원반을 만들어 붙인다면 한결 밝아질걸.”

“그거 좋은 생각이네. 당장 노란 원반을 만들자.”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며 노란 원반을 만들어 하늘에 붙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내 실망했다. 원반을 만들어 붙여도 여전히 밝지 못하고 희미했던 것이다.

“원반이 작아서 그래. 좀 더 큰 원반을 만든다면 아주 밝아질 거야.”

image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은 좀 더 큰 원반을 만들어 하늘에 붙였다. 그래서 그 전보다 조금 밝아졌지만 전체가 다 밝지는 못했다.

“구석구석 밝히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기 시작했다.

“원반을 고정시키지 말고 이쪽 하늘에서 저쪽 하늘까지 천천히 돌게 하는 거야.”

“아, 그래! 그러면 빛을 구석구석까지 비출 수 있겠지? 기막힌 생각이야.”

사람들은 원반을 하늘에 붙여 이쪽 하늘에서 저쪽 하늘까지 천천히 돌게 했다. 그러자 운고야엔니 전체를 비출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원반이 작아 그렇게 밝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큰 원반을 만들어 하늘에 붙였다. 그러자 지하 세계가 훨씬 밝아지는 것이었다.

“성공이다! 이제부터는 밝은 세상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어.”

“저 원반을 뭐라고 부르지? 이름을 한번 지어 봐.”

“‘해’가 어때? 이름이 짧아서 부르기 좋잖아.”

“해라…. 그거 괜찮네.”

사람들은 이때부터 하늘에 빛나는 원반을 ‘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날 밤 문제가 생겼다. 잠을 자야 하는데 해가 너무 밝아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또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거듭했다. 

“밤에는 해보다 작은 원반을 만들어 하늘에 붙이자.”

“그래. 해보다 덜 밝아야 우리가 편히 잠을 자지.”

사람들은 또 다른 원반을 만들어 밤하늘에 붙였다. 그리고 이 원반을 ‘달’이라 불렀다. 이제 운고야엔니에는 낮엔 해가, 밤엔 달이 구석구석을 환히 비추게 되었다. 사람들은 밝은 세상에서 살게 됐다고 아주 기뻐했다.

image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운고야엔니에는 남자 주술사와 여자 주술사가 있었다. 이들은 사람들이 만든 해와 달을 보고 화가 나서 소리쳤다.

“건방진 녀석들! 우리 허락도 없이 제 맘대로 해와 달을 만들어?”

“못된 인간들이에요. 해와 달을 떼어내 부숴 버립시다.”

때마침 해와 달은 두 주술사가 주고받는 말을 엿들었다. 

“큰일 났어요. 주술사들이 우리를 부수려고 해요. 그 전에 여기서 도망쳐요.”

“그럽시다. 지하 세계의 하늘에 구멍이 뚫려 있던데 그곳을 통해 지상 세계로 달아나요.”

해와 달은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지상 세계로 도망쳤다. 주술사들은 해와 달이 도망쳤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들을 잡으러 지상 세계로 쫓아오지는 못했다. 지상 세계에서는 이들의 마법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는 지상 세계도 어둠침침한 곳이었다. 해와 달은 지상 세계의 하늘에 올라가 낮과 밤을 환히 비춰 주었다. 그리하여 지상 세계에는 오늘날까지 온 세상을 밝히는 해와 달이 생겨난 것이다.

해와 달이 사라지자 운고야엔니는 다시 암흑 세상이 됐다. 사람들은 근심스러운 얼굴로 의논을 시작했다.

“해와 달이 없으면 우리가 살 수 없어요. 어떻게든 해와 달을 불러 오도록 합시다.”

“주문을 외우면서 다 같이 춤을 춰요. 그럼 해와 달이 돌아올 거예요.”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여 주문을 외우며 춤을 추었다. 그러나 해와 달은 나타나지 않았다. 

“해와 달이 돌아오지 않아요. 직접 찾아봅시다.”

“해와 달은 지상 세계로 나갔을 거예요. 지하 세계의 하늘에는 지상 세계로 통하는 구멍이 뚫려 있거든요.”

“해와 달을 찾으려면 지상 세계로 나가야 하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그렇게 하죠? 하늘 구멍까지는 까마득하게 높으니….”

“지하 세계에는 동서남북으로 솟은 네 개의 산이 있어요. 이 산들이 하늘에 닿을 만큼 높아진다면 하늘 구멍을 통해 쉽게 지상 세계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날부터 운고야엔니 사람들은 온 우주를 만든 ‘위대한 정령’에게 기도를 시작했다.

“저희들의 소원입니다. 운고야엔니의 네 산이 하늘에 닿을 만큼 높아지게 해 주십시오.”

기도는 나흘 동안 계속되었다. 첫날에 네 산이 조금씩 높아지더니 나흘째 되는 날 밤에는 하늘 구멍 가까이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산들은 더 이상 높아지지 않았다. 하늘 구멍 조금 못 미칠 쯤에 멈춰 버린 것이다.

“아니, 왜 이런 일이 생겼지? 영문을 모르겠네.”

image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은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네 명의 청년을 뽑아 네 산에 각각 보냈다. 청년들은 산꼭대기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산에 여자아이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어요. 발자국은 산 중턱의 작은 굴에서 끊어졌어요.”

네 청년은 똑같이 이렇게 보고했다.

“이제 이유를 알겠다. 여자아이들 때문에 부정을 타서 높아지던 산이 멈춘 거야. 우리를 망친 것들은 사람으로 살아갈 필요가 없어. 사람들의 식탁에나 오를 토끼로 변해 버려라!”

사람들의 저주는 그대로 이루어졌다. 여자아이들은 토끼로 변하여 그 고기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하늘 구멍까지 기나긴 사다리를 걸쳐 놓았다. 사람들은 지상 세계로 나가기 전에 오소리를 불러 말했다.

“네가 먼저 지상 세계를 살펴보고 오너라.”

오소리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하늘 구멍을 통해 지상 세계로 나갔다. 그리고는 얼마 뒤에 돌아와 이렇게 보고했다.

“지상 세계는 땅이 별로 없고 물바다를 이루고 있어요. 맨땅도 드물어 진흙탕뿐이에요.”

오소리는 진흙탕을 밟고 다녔는지 발이 엉망이었다. 이때부터 오소리는 흰 발이 새까맣게 변했다고 한다. 사흘 뒤 사람들은 칠면조를 불러 말했다.

“물이 다 빠졌는지 지상 세계를 살펴보고 오너라.”

칠면조는 얼마 뒤 지상 세계를 다녀와서는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물이 전혀 빠지지 않았어요. 육지는 조금밖에 없고 거의 물바다예요.”

칠면조는 물에 젖은 몸을 떨다가 꼬리를 털었다. 그러자 물방울이 날개에 뿌려졌는데 이때부터 칠면조는 날개가 빛에 따라 녹색이나 자줏빛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운고야에니 사람들은 근심에 잠겼다.

“해와 달을 찾아 떠나야 하는데 지상 세계가 온통 물바다를 이루고 있다니 이를 어쩌지?”

“아무리 기다려도 물이 빠질 것 같진 않고…. 이거 야단났네.”

그때였다. 지나가던 바람의 신이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너희들이 나를 받들어 모신다면 지상 세계의 물을 순식간에 날려 보내마.”

“그게 정말입니까? 좋습니다. 저희들이 이제부터 당신을 받들어 모실 테니 저희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십시오.”

사람들은 바람의 신에게 제사를 드렸다. 그러자 바람의 신은 지상의 세계로 가서 ‘후~’ 하고 입김을 불었는데, 순식간에 물이 물러가고 육지가 드러났다. 이때부터 바다에는 해안선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이제 됐다. 지상 세계로 나가자.”

image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은 하늘 구멍을 향해 뻗은 사다리에 올라탔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투어 오르는 바람에 사다리가 부러져 버렸다. 이런 일은 세 번이나 거듭되었다. 결국 네 개째 사다리를 튼튼하게 만든 뒤에야 운고야엔니 사람들은 사다리를 타고 지상 세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나이 많은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이 할머니는 기운이 없어 도저히 사다리를 오를 수가 없었다. 

“나는 이곳에 남을 테니 너희들이나 지상 세계로 가렴. 그곳에서 살다가 죽으면 어차피 여기로 되돌아 올 텐데 뭐. 참! 너희들이 한 가지 잊어버린 것이 있어. 그게 뭔지는 차차 알게 될 거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사람들을 지상 세계로 떠나보냈다. 이렇게 운고야엔니 사람들은 해와 달이 있는 지상 세계에서 살게 되었는데, 이들이 바로 ‘아파치족’의 선조다.

사람들은 지상 세계에 온 지 나흘이 되도록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잠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정신이 말똥말똥한 것이다. 그 때 사람들은 ‘한 가지 잊어버린 것이 있다’는 할머니의 말이 생각나서 청년 두 사람을 지하 세계로 보냈다.

“할머니, 저희들은 지상 세계에서 나흘이 되도록 잠을 한숨도 못 자고 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희들이 한 가지 잊어버린 것이 있다고 하셨죠? 그것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청년들이 묻자 할머니는 자기 머리를 뒤져 검은 이 2마리와 흰 이 1마리를 잡았다.

“이를 받아라. 너희들이 잊고 간 것이 바로 이것이란다. 이가 없어서 잠이 오지 않았던 거야.”

청년들은 이 3마리를 소중히 받아 들고 지상 세계로 돌아왔다. 이는 순식간에 불어났는데 아파치족 사람들의 몸에 이가 붙어살면서 잠을 푹 잘 수 있게 되었다.

아파치족에게는 또 다른 근심이 있었다. 바람의 신이 입김을 어찌나 세게 불었는지, 물이 모두 날아가 마실 물조차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비의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저희들은 지금 물이 없습니다. 갈증이 심해 목이 탈 지경이지요. 제발 저희들을 위해 비를 내려 주십시오.”

비의 신은 아파치족 사람들이 가엾어 비를 내려주었다. 그래서 지상 세계에는 이곳저곳에 샘과 강이 생겨났다. 아파치족이 옮겨 오면서 지상 세계에는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그런데 버드나무에서 샤이안족과 유트족이 생겨난 뒤에는 지상 세계에 사람들이 불어났다.

‘위대한 정령’은 사람들을 서쪽으로 옮겨 가게 했는데 길고 긴 여행을 하는 동안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무리를 지어 살게 되었다. 그리하여 저마다 다른 말을 쓰는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졌다고 한다.

image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화 이야기 해설]

아메리카 대륙에 살았던 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인도로 잘못 알아, 원주민을 그렇게 부르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수백 개의 부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저마다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쓰는 말도 달라서 모두 600여 개 언어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번 호의 신화에는 인디언들이 어떻게 제각기 다른 부족으로 나뉘어졌는지 잘 나타나 있다. 신화에 따르면 지상 세계의 최초의 인간은 지하 세계인 운고야엔니에서 옮겨 온 아파치족이다. 이들이 정착한 뒤 버드나무에서 샤이안족과 유트족이 생겨난다. 그리고 ‘위대한 정령’이 사람들을 서쪽으로 옮겨 가게 할 때 여기저기 흩어져 무리를 지어 살게 되고 저마다 다른 말을 쓰는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졌다는 것이다.

북아메리카는 캐나다, 미국, 멕시코 등이 포함된 대륙이다. 아파치족은 북아메리카 남서부, 즉 현재 미국의 애리조나 주, 뉴멕시코 주, 텍사스 주 일부와 멕시코의 치와와 주, 소노라 주에 걸쳐 살았던 인디언의 한 부족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가운데 가장 용맹스럽기로 소문이 나서 한때는 서부 개척 시대에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펼쳐진 백인과의 전쟁에서 미군을 모두 물리치기도 했다.

이 신화에는 ‘위대한 정령’이 나온다. ‘위대한 정령’은 온 우주를 만든 창조신인데, 운고야엔니 사람들이 ‘운고야엔니의 네 산이 하늘에 닿을 만큼 높아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 그 소원을 들어준다. 그리고 지상 세계에서는 사람들을 서쪽으로 옮겨 가게 해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 살도록 한다.

‘위대한 정령’은 아메리카 인디언 신화에 꼭 등장하는 최고신이다. 특별한 힘과 능력이 있어 우주를 창조하고 세상의 모든 일을 관장한다. 

오늘 신화에도 주술사들이 나오는데 이 주술사들은 ‘위대한 정령’으로부터 능력을 전해 받아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 이들은 춤, 노래, 약초 등을 처방하여 인간들에게 신비한 능력을 주거나 환자들을 치료해 준다.

오늘 신화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인디언들은 개인의 이익이나 행복보다 부족을 위하는 일에 더 힘을 쓴다는 점이다. 아파치족의 선조인 운고야엔니 사람들은 다 같이 밝은 세상에서 살려고 해와 달을 만드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는다. 

인디언들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기보다 ‘위대한 정령’이 만든 수많은 창조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창조물들과 더불어 형제처럼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본문 기사 내용의 저작권은 신현배 작가에게 있습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채널: 천지일보
  • 전화: 1644-7533
  • 이메일: newscj@newscj.com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

천지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