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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새해 종교계 다짐이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종교 기자수첩

[기자수첩] 계묘년 새해 종교계 다짐이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계묘년 새해가 밝은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종교계가 여러 가지 논란들로 시끄럽다.

지난 16일 팔만대장경을 보유한 국내 대표적인 천년고찰로 꼽히는 경남 합천 해인사의 차기 주지 스님을 뽑는 과정에서 해인사 승려 50명이 대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몸싸움은 해인총림 차기 주지 후보 추천 심의를 위한 임회를 앞두고 회의장을 진입하려는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측과 이를 막으려는 해인사 스님 및 종무원 사이에서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해인사 종무소에서 일하는 종무원이 눈 부위에 큰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13일 주지 현응스님의 사직서 제출 이후 차기 주지 선출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최근 해인사 내에서는 현응스님의 성추문 의혹이 불거졌다.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응스님이 최근 모 비구니 스님과 속복 착용으로 여법하지 못한 장소에서 노출되는 등 문제가 확산되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조계종단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응스님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해인사는 지난 16일 현응스님을 산문출송(山門黜送) 했다고 밝혔다. 산문출송은 승려가 큰 죄를 지었을 경우 해당 절에서 내쫓는 제도다.

이후 해인사 방장 스님인 원각대종사가 후임 주지로 원타스님을 추천했으나, 비대위는 원타스님이 현응스님과 같은 계파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해인사 측은 “최근 해인사에 거주하지 않는 일부 스님들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모임을 만들고, 해인총림과 방장스님에 대해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비난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며 비대위 해산을 촉구했다. “비난을 지속하는 스님은 산문출송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비대위 공동대표 성공스님도 현응스님과 함께 산문송출 됐다. 

내부에서는 주지의 성추문으로 한국불교의 명예를 떨어뜨리고도 사태의 본질을 파악해 엄중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해인사가 차기 주지 선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성명을 내고 해인사는 대국민 참회부터 해야 한다며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종단의 징계 등을 촉구했다.

불교계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며 시끄러운 가운데 개신교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보수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극심한 분열로 기로에 섰다. 23개월 만에 차기 대표회장 선출을 예고하며 정상화를 다짐했으나 대표회장 후보자 ‘0이라는 처참하고 충격적인 결과를 받은 것.

차기 대표회장 입후보자 등록 시한인 지난 16일 오후 5시까지 아무도 접수하지 않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기총의 새 대표회장 선출로 정상화와 대대적 쇄신을 기대했던 교계로서는 실망을 감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한기총 내 소위 주류와 비주류로 일컫는 진영싸움이 극에 달하면서 이런 갈등이 선거에까지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최근 한기총 임원회는 임시대표회장에 반기를 든 이른바 비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들에 대한 자격정지, 제명 등을 결정했다. 이런 마당에 마땅히 후보로 나설 인사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전광훈 목사가 차기 대표회장으로 거론되던 가운데 임원회가 전 목사에 대해 3년 자격정지를 결정하면서 비주류 측에서는 주류 측이 전 목사를 반대해 고의적으로 출마를 차단한 것이라는 의혹을 들고 일어섰다.

급기야 이는 한기총 내부 간 소송전으로 번져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새해 주요 종단 지도자들은 평화·공존 등을 화두로 던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신년 메시지에서 우리 사회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서로의 존중과 참된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도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존적 삶의 길을 찾으면서 일상생활 속에는 항상 방아를 찧는 두 토끼처럼 합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기총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는 적대관계에 있더라도 상대를 품을 수 있는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화합을 위한 노력에 전념을 당부했지만, 아직도 일각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종교계는 한국 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으로 교세가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사회의 탈종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던 20215월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리포트 1984-2021’에 따르면 비종교인 중 호감이 가는 종교가 없다는 대답은 200433%, 201446%, 202161%로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가 우리 사회에 도움을 준다는 답도 201463%에서 202138%로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는 다양하고 많은 종교들이 공존해 다종교 사회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그 영향력은 어쩐지 갈수록 희미해지는 기분이다. 

종교가 서로 배려하고 화합하지 않으면 종교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종교계뿐 아니라 한국사회 곳곳에 혐오와 갈등이 팽배한 이때, 올해 종교계가 발표한 신년사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종교계부터 서로 다툼을 멈추고 갈등을 봉합해야 할 줄로 믿는다.

#불교 #해인사 #한기총 #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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