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순국 90주년 추모 (19)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 1931년 9월 일제의 치밀한 계략으로 만주를 침략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상하이(上海)에 머물고 있던 이회영(李會榮), 유자명(柳子明), 정현섭(鄭賢燮), 이강훈(李康勳), 백정기(白貞基) 등 30여명의 아나키스트들이 남화한인청년연맹(南華韓人靑年聯盟)을 조직하였다. 구체적으로 남화연맹은 상하이(上海) 진선푸로(金神父路) 신신리(新新里)의 중국인 집 2층에서 열린 창립대회(創立大會)에서 채택한 선언문을 통하여 아나키즘 정신에 입각하여 항일운동(抗日運動)을 전개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남화연맹은 산하단체로 남화구락부를 두어 기관지 ‘남화통신’을 발행하였는데 이회영의 아들 이규창(李圭昌)이 인쇄책임을 맡았다. 또한 남화연맹은 이회영을 의장으로 추대하였으나 그가 사양하였기 때문에 결국 유자명이 의장으로 선임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가 발생하였으니 중국의 무정부주의 행동파인 왕야차오(王亞樵), 화쥔스(華均實) 등이 이회영과 정현섭에게 항일공동전선(抗日共同戰線)을 제의하였다. 구체적으로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여 이회영을 비롯한 남화연맹 조직원들은 일제를 상대로 본격적인 무장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이와 관련해 1931년 10월말에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서 이회영을 비롯한 정현섭, 백정기 등 7명의 한국 아나키스트들과 중국과 일본측 인사들이 모여 항일구국연맹(抗日救國聯盟)을 조직하고 선전, 연락, 기획, 재무 등 5부를 두어 각부에 위원을 선출했는데 이회영은 기획위원을 맡았고, 왕야차오는 재정을 맡았다. 여기서 이회영이 소속된 기획부는 조계(租界) 밖 중국 거리와 불조계(佛租界)에 인쇄공장과 마곡상 점포를 차려 놓았는데 이를 통하여 일제 군경기관 및 수송기관의 조사와 파괴, 적 요인의 암살 등을 추진하였다. 한편 이회영은 항일운동을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항일구국연맹 요원들과 남화연맹의 핵심인 흑색공포단(黑色恐怖團)을 비밀리에 조직했다. 흑색공포단은 남화연맹 요원들 이외에 일본과 타이완, 중국인들도 참여한 결사조직이었는데 톈진(天津)에서 일본 기선과 일본 영사관에 폭탄을 던지는 의거를 결행하였으나 폭탄이 불발되거나 건물 일부를 파괴하는데 그쳤지만, 그러한 행동만으로도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천지일보 사설] 반지하 참사 언제까지 지켜볼 수만은 없다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폭우로 목숨을 잃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가족들의 빈소가 10일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다. 반지하 집에서 장애를 가진 언니와 13살 난 딸과 함께 살고 있던 올해 46세인 홍모씨는 폭우로 인해 방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몸이 불편한 70대 노모도 함께 살았지만 요양병원에 있다가 목숨을 건졌다는 소식도 눈물 없이는 듣기 어려운 사연이다. 폭우로 두 딸과 손녀를 한꺼번에 잃은 그 심정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번 신림동 참사처럼 언제까지 슬퍼하거나 안타까운 마음만 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대책을 수없이 강조하고 홍보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참사를 보면 정부 대책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거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사각지대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번 신림동 참사처럼 ‘반지하 주택’이지만 ‘자가 주택’의 경우는 정부의 주거상향 지원사업 대상자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노모와 장애를 앓는 언니, 어린 딸이 함께 거주하는 매우 열악한 조건이지만 정부의 주거 취약계층 지원사업 대상자가 아니라면 정부 정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묻고 싶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도 정부의 후속 대책이 시급하다. 잦은 이사와 전월세 가격 급등이 걱정돼 반지하 등에 거주하는 국민이 많다. 자가 주택이지만 일반 아파트나 주택 소유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시장 논리를 강조하면서 공공임대주택에 소극적이다. 부자들의 종부세와 재산세는 감면해 주면서도 공공임대주택은 멀리 한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신림동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상이변은 이제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이번 폭우보다 더 심각한 참사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림동 참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반지하 주택 등 주거취약계층이 맞닥뜨린 위험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가운데 다수는 정부의 지원사업 사각지대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전국적인 점검과 함께 주거취약계층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라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마침 국토부가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정책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세력이나 부동산 부자들의 나라가 아니라, 신림동 일가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의 청사진이 나오길 기대한다. 끝으로 이번 폭우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은 홍씨 가족을 비롯해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천지일보 사설] 김여정의 독설 듣고만 있을 것인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더욱 불안하다. 대만해협을 봉쇄했던 중국군이 지금 이 시간에도 대만을 향해 해상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해상이 봉쇄되면서 선박 진입도 불가능한 상태다. 자칫하면 언제든지 대만을 공격할 태세다. 그동안 중국군이 보인 무력시위도 이례적으로 고강도였다. 일각에서는 대만해협의 위기가 ‘뉴노멀(일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그대로 한반도 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도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의 움직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이튿날 노동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악성전염병(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며 “당중앙위와 공화국정부를 대표해 최대비상방역전에서 승리를 쟁취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는 대목이다. 지난 5월 12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당중앙위 8기 8차 정치국회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면서 비상방역체제로의 전환을 선포한 지 91일 만이다. 우리가 우려할 대목은 그 직후에 나왔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느닷없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북한에서의 초기 발생지역이 휴전선 인근이라는 점에서 남쪽을 의심한다고 밝힌 뒤, 북한으로 보낸 대북전단 풍선에 실린 물건이 코로나19의 매개물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남측을 향한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게다가 김 부부장의 표현도 이전처럼 아주 거칠다. 박멸, 짐승보다 못한 추악한 쓰레기, 불변의 주적, 괴뢰보수패당 등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들을 쏟아냈다. 그동안 김여정 부부장의 억지와 독설은 수차례 들어 봤지만 이번처럼 공식 석상에서 연설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방역실패 탓을 남측으로 돌리면서 대남 경고의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김 부부장이 직접 공식 석상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사실상 대남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의 무게도 가볍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면서 김 부부장의 억지와 궤변, 대남 공세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그러면서 혹 있을 수도 있는 북한의 보복에 대해서도 면밀한 대비와 함께 구체적인 대응 계획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스포츠 속으로] 우영우가 스포츠를 했다면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지난 주말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여러 편 몰아서 봤다. 모 대학에서 예정된 체육 지도자 특강 ‘스포츠 커뮤니케이션과 상담’을 앞두고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한 이야깃거리를 찾던 중 최근 방송에서 가장 핫한 이 드라마에 꽂혔던 것이다.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의뢰인과 참고인을 만나 진실을 오감으로 파악하고 사건의 숨겨진 맥락을 찾아내 승소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를 통해 특강의 주제인 소통과 공감의 사례를 찾으면서 공연히 이런 상상을 해봤다. 우영우가 스포츠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만약 우영우가 공부의 길을 걷지 않고 운동의 길을 걸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답은 충분히 자신의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우영우와 같은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이가 운동선수로 일반인에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한 예가 있다. 프로골퍼 이승민(25)이다. 그는 지난달 ‘장애인 US오픈’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미국에서 벌어진 장애인 US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펠리스 노르만(스웨덴)을 연장 대결 끝에 꺾고 우승했다. 이승민은 최종 3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3언더파(213타)로 연장 대결에 돌입했다. 이승민은 17·18번홀 합산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1언더파를 기록해 1오버파를 기록한 노르만을 꺾고 우승했다. 이승민은 미국골프협회(USGA)가 처음으로 연 이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장애인 골퍼 78명 중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했다. 발달장애 3급인 이승민은 어릴 적부터 골프공에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2014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준회원, 2017년 정회원 자격을 얻으며 프로골퍼 대열에 섰다. 그는 골프를 하면서 사회성도 좋아지고, 언어 구사 능력도 늘어 자폐성 발달장애 2급에서 3급으로 완화됐다. 경기를 하면서 ‘할 수 있다’는 다짐을 여섯 번 되뇌었다고 밝힌 그의 우승 소감은 고단한 현실에 지친 모든 이들을 위한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로 들렸다. 이승민을 예로 들었지만 골프를 비롯해 사격, 양궁 등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에선 우영우와 같은 천재성을 보이는 자폐성 장애인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타인과의 몸싸움이 없고, 자신과 싸우는 종목에선 자폐성 장애인도 얼마든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집중력과 함께 하고자 하는 열정을 갖고 있으면 자폐성 장애인들도 일반 선수들에 못지않은 능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 ‘포레스트 검프’와 한국 영화 ‘말아톤’은 주인공을 운동선수로 내세워 큰 감동과 교훈을 주기도 했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기회가 주어지고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 우영우는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 요모조모]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은 반지하 참사 망자와 유족에게 사죄해야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사람이 죽었다. 자칭 타칭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사람이 세 사람이나 한꺼번에 죽었다. 그중 한 사람은 장애가 있고 한 사람은 열세 살이다. 상도동 지하방에서 또 한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줄줄이 죽어나가는데도 누구도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안타깝다고 한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왜 미리 대피가 안 됐냐’고 묻는다. 우주에서 불시착한 사람인가! 당시 상황이면 자신은 대피할 수 있었단 말인가? 누가 대피할 줄 몰라 안 한 건가? 목숨 잃은 것이 망자들의 탓이란 말인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이리 모르는 사람이 왜 참사 현장에는 나타나 가지고 사람들 복장 터지게 하나? ‘지하방, 반지하방’은 집도 아니고 방도 아니다. 하루에 일정한 시간 햇볕을 쬘 수 있어야 집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야 집이다. 곰팡이가 피지 않아야 집이다. 누수가 되지 않아야 집이다. 벌레가 스멀스멀 지나다니는 곳은 집이 아니다. 사람들이 거주하고 싶지 않은 공간,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거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곳은 집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가운데 지하방, 반지하방에 거주하고 싶은 사람 있는가? 장마가 지면 물이 언제 얼마나 들어올까 밤새 잠 설치는 공간은 집이 아니다. 물이 차면 죽을 수 있는 곳은 집이 아니다. 사람들이 지하 화강암에서 뿜어져 나오는 1급 발암물질 라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지하방은 집이 아니다. 2평, 3평, 크다고 해도 4평 이런 공간은 집이 아니다. 집이 아닌 곳에 사람이 살게 하는 건 국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대한민국은 계속해왔던 것이다. 한국에서 반지하를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져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지 2년이 흘렀다. 당시 대통령이라는 사람 문재인은 배우들을 초대해 파격 대우를 했다. 바로 그날 필자를 포함한 10여명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 대통령님! 반지하 탈출 계획 있으신가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지하·반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을 폐쇄하고 그 공간은 주거 목적이 아니라 창고나 사무용 공간으로 쓰고 대신 같은 수의 공공주택을 확보해서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거주자에게 즉시 제공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게 문재인 정권의 본 모습이고 ‘선진국’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이 땅에 사는 위정자들과 고위 관료, 돈 많은 사람들, 고액연봉자들은 집 걱정 없이 살고 있다. 이들은 가난해서 반지하에, 고시원에, 옥탑방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좁디좁고 열악한 환경의 쪽방과 원룸에 사는 사람들, 독립 공간 자체가 없어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모른다. 전혀 모른다. 문제를 정확히 알고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 사람들이 세상 물정을 모르니 해결의 실마리조차 나오지 않고 사람이 죽은 곳에 와서 생뚱맞은 소리나 하고 주구장창 재건축, 재개발, 융자 확대 이런 말만 한다. 이들이 주도하는 돈 중심의 정치, 재벌과 건축업자, 임대인을 위한 정치가 신림동 참사를 불렀다. 명백히 사회적 살해, 국가적 살해다. 윤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국회는 책임을 느껴라. 서울시장 오세훈씨는 대통령과 함께 신림동 참사 현장을 방문했지만 사진 찍고 갔다. 그 자리에 갔으면 유족과 고인들에게 사죄하는 게 도리다.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같은 숫자의 공공주택을 확보해서 이주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수도 서울의 대표로서 사람들이 지하에 갇혀 거세게 차오르는 물길에 망연자실 속수무책 손 한번 써 보지 못하고 목숨 잃은 국민 앞에서 “제가 죄인입니다” 하고 사과조차 못하는 위정자라면 옷 벗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고전 속 정치이야기] 천인합일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공자는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책망했으며, 묵자는 국가의 혼란과 위기는 왕공과 대인들이 백성들을 해친 탓이라고 비판했다. 노자는 하늘과 성인은 어질지 못해 백성들을 제사에 쓰고 남은 ‘풀강아지’처럼 취급한다고 했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 사회현실을 비판했다. 그들의 사상적 기조는 백성들의 고단한 생활에 대한 간절한 걱정이었으며, 춘추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갈 때 일어난 민본사상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신(神)이 군주의 전유물이자 규범적 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것에 반발한 노자, 공자, 묵자가 인성론을 제시하면서 강조한 것은 3가지였다. 첫째, 사람에게는 자연적 속성이 있다. 둘째, 최고의 선인 인의 핵심은 평등이다. 셋째, 물욕은 이성으로 제어해야 한다. 인과 예의 범주에서는 계급성이 분명했지만, 스스로 반성하고 절제하는 등 기본적으로 평등했다. 군주에서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의 구성원은 물욕의 충족에 합리적인 규정과 범위가 있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 공자는 인류의 본성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기본 명제에서 출발했다. 첫째, 사람은 본성은 비슷하지만, 습성은 서로 다르다. 인간은 본래 본성이 선하건 악하건 모두 평등하다. 둘째, 부귀는 욕구에서 비롯됐다. 빈천은 누구나 싫다. 욕망은 누구나 같으므로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평등하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공자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유학이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한 원인은 인류의 자연적 본성과 물질적 욕망의 합리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유가의 이론은 박애주의적 색채가 강했다. 노자는 욕망을 제어하려는 윤리와 도덕이 오히려 욕망을 자극한다고 생각했다. 교활한 기교와 잇속을 버리면 도덕이 불필요하다. 본성의 회복은 문(文)으로 부족하다. 관건은 마음이다. 원래의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 이기심을 버려야 욕심이 준다. 그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곧 인간의 자연적 본성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 사심을 품으면 본성을 빼앗긴다. 자연적 본성을 잃은 인간은 다른 인간으로 변한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적 도의 이탈이자 탈선이다. 노자의 설명은 매우 역설적이다. “대도를 폐기해야 인의가 존재한다. 지혜가 나오면 커다란 거짓말이 존재한다. 육친이 화목하지 못하면 효도와 자애로움이 생긴다. 국가가 혼란하면 충신이 등장한다.” 자연상태에서 인성이 평등하다는 노자의 주장은 천명에 따라 등급이 다르다는 서주의 사회철학에 대한 부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노자의 무는 없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것을 배제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묵자는 자연적 인성이 합리적이므로 생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것은 천성이고, 남녀의 섹스는 자연적 욕망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자연적 본성을 인정하는 것은 신에 대한 직접적 저항의식의 발로였다. 그러나 자연적 속성의 방치는 홉스가 말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돌입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자연적 속성은 질서 유지를 위해 사회적 속성으로 변화해야 한다. 사람은 수양을 통한 깨달음, 반성, 교육, 학습을 거쳐 사회적 속성을 연마할 수 있다. 사회적 속성을 발전시킨 무한한 선행이야말로 인(仁)을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에게 인은 만인의 평등한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이다. 이러한 묵자의 주장은 신이 군주에게만 해당한다는 서주관학에 대한 완전한 부정이었다. 천하의 사람들이 서로 평등하게 사랑할 수 있는 핵심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남을 사랑하는 것이 같아야 한다’는 겸애의 당위성에서 출발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남을 사랑할 수 있으면, 인성의 변화로 인한 죄악도 사라진다. 오랜 중국의 역사를 통해 기본적으로 이러한 정신이 면면히 이어졌지만,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운 시기는 무려 2500년 전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정치평론] 한중 외교 균형이 답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중국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미국이 한국을 향해 ‘칩4(Chip4) 동맹’ 가입을 압박하는 시점에서 이뤄진 이번 박 장관의 중국행은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양국 간 첫 외교장관회담이었기에 한국의 대 중국외교 기조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의 핵심 의제는 두 가지였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지, 그리고 칩4 동맹 가입에 나서는 한국에 대해 중국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가 관심사였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사드 추가배치’를 공약했다. 그리고 최근 한미일 3각 안보동맹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칩4 동맹을 통해 중국을 배제하려는 노골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의제든, 시기든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먼저 중국은 기존의 ‘사드 3불(不) 정책’과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 때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의 사드 포대 운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1한(限) 정책’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때 약속했던 ‘3불+1한 정책’을 윤석열 정부가 인정하고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윤 정부 출범 이후 사드 3불 정책 유지와 1한 정책을 처음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입장은 명확했다. 박진 장관은 지난달 국회 답변을 통해 정부가 추진할 사드 정책의 큰 방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은 3불 정책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중국과 약속하거나 합의한 것이 아니며, 당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일방적 ‘선언’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윤 정부가 이를 계승할 이유가 없으며, 중국도 이를 요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이런 내용의 정부 입장을 그대로 왕이 외교부장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사드는 한국의 안보 주권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중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앞으로 한중간에 적잖은 갈등과 충돌을 예견할 수 있는 내용이다. 상대적으로 칩4 동맹과 관련해서는 예상보다 원활하게 논의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박진 장관은 칩4 동맹이 중국과 대결하거나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며, 중국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한국이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왕이 외교부장도 한국의 적절한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정도로 물러났다. 앞으로 칩4 동맹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적극적 자세와 균형자로서의 노력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반도체의 최대 수입국이 중국인만큼 국익과도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자칫 칩4 동맹을 계기로 중국을 배제시키려 한다면 그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중 간에 칩4 동맹 의제는 나름 충돌을 피했다고 할 수 있지만, ‘사드 3불+1한 정책’은 여전히 우리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중국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는 안보정책 탓에 앞으로 미국의 입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덩달아 일본도 문재인 정부 때 풀지 못한 군사적 대륙진출을 더 노골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요구이기도 하다. 또한 윤 정부는 사드 포대를 정상화 시키면서 추가 배치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와 연계하려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한미일 3각 안보체제를 공고히 하려고 할 것이다. 정확히 중국의 요구와는 정반대 기조다. 그렇다면 관건은 앞으로 더 커질 중국의 압박, 공세를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위기 때 결국은 국익에 충실할 것이다. 일본도 군사적 진출의 발판만 마련한다면 한국을 향해 더 큰 요구도 내놓을 개연성이 높다. 대만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 편향돼 있다. 자칫 한국이 안보동맹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앞에서는 중국과 싸우고, 뒤에서는 미국의 무관심과 일본의 의도적 방해로 인해 길을 잃는다면 그건 최악의 국면이다. 불행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한중 관계는 결코 가볍게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은 ‘균형’이 정답이다. 이념에 경도돼 ‘편향’으로 기우는 것은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그것만 때리다가는 자칫 윤 정부도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그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미국은 국익이 우선이며,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도 당연히 국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다면 특정 프레임에 갇히거나 어떤 선입견으로 호불호를 가릴 일이 아니다. 한국은 과거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던 그런 나라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미국을 설득해야 하고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일본의 교활한 태도를 준엄하게 지적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균형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가 아니다. 경중과 선후를 명확히 파악하면서 동시에 의도적 편향과는 단호하게 싸우는 태도를 말한다. 올해가 한중수교 30주년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삼십이립(三十而立)’을 언급하며 “비바람에 시련을 겪어온 중한관계는 당연히 더 성숙하고 자주적이며 견고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진 장관도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언급하며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국익 원칙에 따라 중국과 협력해 나아가겠다고 화답했다. 한중간에 주고받은 사자성어마저 그 속엔 큰 가시가 숨겨져 있음을 숨길 수 없다.

[천지일보 사설] 기후재난 잦아질 가능성… 대책 재정비해야

수도권과 중부지방, 강원, 충청 등에 이례적인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비공식적으로 이번에 하루 동안 쏟아진 비의 양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 한다. ‘100년 만에 처음’ ‘세기에 한 번 나는 재난’ 등의 기사 제목이 10년, 5년, 작년으로 점차 줄어들 때 우리는 이를 기후변화라고 부른다. 이상기후가 잦아진다는 설명이다. 당장 세계 상황만 봐도 우리가 기후변화 시대를 산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금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과 북중미 지역은 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신음하며 물이 부족해 정부가 머리를 매일 감지 말라고 권고할 정도다. 이번 폭우가 기후변화로 발생했는지는 당장 가늠이 어렵지만 세계에서 점점 잦아지는 기상이변이 우리나라만 피해갈 것이란 믿음은 망상이다. 그러나 이런 망상이 우리나라엔 아직 팽배해 보인다. 전, 현 정부의 재난 시스템 대응과 탄소 감소 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수방 및 치수 예산을 900억원가량 줄였다.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 마무리 돼 예산이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이번 피해 상황을 보면 이런 사업들이 효력이 있냐는 의문마저 든다. 온난화의 원인인 탄소 감소 노력도 부족하다. 현재 국가 탄소중립정책의 총괄기구인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아직까지 공석인데다 지난 정권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없이 장기 목표만 세워 놨다. 지구온난화로 대기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공기는 수분 7%를 더 머금으며 폭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가 더워질수록 이번과 같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일단 탄소 배출을 줄일 생각이 없으니 이상기후도 잦아진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 장기간 강우 통계에 맞춰 구축된 물관리 인프라도 새롭게 정비해 이번처럼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 본질적으로는 탄소 배출 감축이 시급하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의 참여도 중요하다. 최근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온실가스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에) 공동대응하느냐 아니면 집단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고 했다. 극단적인 비유가 아니라 과학에 근거한 사실이다. 이번 폭우로 정부와 모두가 망상에서 나와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의 한 가운데 있음을 깨닫길 바란다.

[천지일보 사설] 더불어민주당 ‘방탄’ 당헌개정,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 아닌가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9일 당직자가 비리 혐의로 기소됐을 때 직무를 정지토록 한 당헌을 개정하자는 청원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부정부패 혐의로 당직자가 기소되면 그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를 사실상 없애자는 입장에 찬성을 표명한 것이다. 이 후보는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검찰권 남용이 우려되는 상태에서 여당과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당원들의 당헌 개정 운동이 생기기 전에 전당대회 준비위와 비대위에서 추진했다”며 “이 조항을 개정하려는 게 저 때문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고,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고 했듯이 이 후보가 당헌 개정에 스스로 찬성을 밝히는 것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당헌 개정이 이루어지면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 후 기소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시의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미 대장동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검찰뿐 아니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있다. 최근 법인카드 의혹의 참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네 번이나 있었다. 이 후보는 “나라가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 것이지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항간의 여론은 그가 말하는 것과는 영 반대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이 후보는 “나 때문에 개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당내 논의가 있었다”며 “나는 부정부패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헌 개정 운동을 시작한 것, 이 후보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이다. 만약 본인이 불법 혐의가 없다고 강변한다면 무리해서 당헌 개정에 나설 필요도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여당 때와 야당 때 당헌이 왜 달라져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권과 이 후보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젠 ‘기소돼도 대표직 유지’라는 ‘방탄용’ 당헌 개정까지 서두르고 있다. 이를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경제칼럼] 한국 국제금융 경쟁력 향상하라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한국 원화환율이 1310원을 넘으면서 국제금융위기가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외 경제정책은 한국에 외환위기가 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외환보유고를 2배로 확대하고, 현금 비중을 30%로 늘리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한국 적정외환보유고는 9300억 달러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7월 말 기준 4386억 달러다. 2배 증액해야 한다. 한국은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국봉쇄로 인한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외환위기에 대비하는 것과 국제금융 경쟁력을 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업무이다.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는 미국 달러환수로 인한 긴축발작에 대비하는 것이다. 정부는 서둘러 한미와 한일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은 싱가포르 수준으로 국제금융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법인세 17%, 양도세·배당세 등 금융시장에서 세금이 없다. 증권거래세는 우리보다 낮은 0.2%다. 상장기업의 35%가 외국기업이다. 미국은 2022년 12월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리고, 2023년에는 4.5%까지 인상한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폭등과 물가인상, 중국봉쇄, 미국의 본격적인 달러환수로 인한 국제금융위기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을 보면 한국은 28%로 가장 낮다. 스위스 148%, 홍콩 143%, 싱가포르 123%, 대만91%, 사우디아라비아 59%로 외환위기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스위스의 GDP는 한국의 절반도 안되지만, 한국보다 2배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대만은 외환위기를 전혀 겪지 않았다. 그 이유는 대만은 GDP의 91%를 외환보유고로 비축했기 때문이다. 2015년 일본은 한국이 요청한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거부했다. 국방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에서도 우리가 자력으로 경제를 지켜야 한다. 한국은 제조업 세계 5위, GDP 세계 9위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원화가 결제되는 비율은 0.1%로 30위권이다. 한국이 제조업을 집중 육성했지만, 경제의 혈액과 같은 금융은 육성하지 않았다. 1997년에는 환율이 2000원까지 오르면서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환율이 1600원으로 오르면서 위험했다. 기재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강력히 요청하면서 한미통화스와프가 체결돼 안정을 찾았다. 그때는 한일통화스와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외환위기를 방어할 두 개의 방어막이 없다. 환율이 오르는 것이 국제금융 위기의 가장 좋은 지표다. 2022년 8월 10일 기준 1310원까지 상승했다. 2022년 스리랑카,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 많은 나라가 외환위기를 격고 있다. 터키는 환율이 2배 오르면서 기준금리는 15%다. 아르헨티나는 9번째 외환위기를 맞아 IMF 구제금융을 이미 받고 있다. 러시아는 기준금리를 20%로 올렸지만 파산에 직면했다. 6월과 7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 연이어 올리면서 전 세계에 풀린 6조 달러가 환수된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2008년과 같은 국제금융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외환시장의 문제점과 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면서 외환시장이 심각하다. 2022년 단기외채비율은 34%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단기외채 비율이 올라가면서 일본계 자금 유출이 시발점이었다. 2022년 7월 달러 부족 국가는 아르헨티나, 이란, 터키,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한국, 그리고 남아공 등 많은 국가다. 둘째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연이어 밟으며 달러가 미국으로 회귀한다. 미국 연준은 물가 수준이 현재 8.6%에서 2%로 낮아질 때까지 금리를 계속 상승한다. 2024년까지 미국 금리인상은 5.0%까지 올린다. 전 세계 달러 부족, 한일과 한미 통화스와프 거부, 한국 단기외채비율 상승과 세계 2위의 무역의존도 75%, 그리고 신흥국 국가부도 등으로 한국이 위험하다. 셋째 한국은행 외환보유고 현금 부족과 부실 운용이다. 한은의 외화자산 구성을 보면 국채 36%, 정부기관채 21%, 회사채 14%, 자산유동화채권(MBS) 13%, 주식 7.7%, 현금 5%다. 한은은 위험성이 높은 정부기관채는 매도하고 현금과 국채중심으로 운용해야 한다. 외환보유고중 현금 비중을 30%로 늘려야 한다. 투자 3대 원리는 안전성, 수익성, 환금성이다. 넷째는 한은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부, 청와대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2021년 한은은 한-터키 통화스와프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한은은 외환보유고의 21%를 미국 국채 대신에 위험성이 높은 모기지 채권에 투자해 손실위험을 초래했다. 정부는 싱가포르처럼 법인세를 인하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한국 국제금융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모건스탠리 선진국지수에 편입시키고, BIS 권고대로 외환보유고를 9300억 달러로 증액해야 한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학생이 이해당사자인 교육부 장관 인선은 더 신중해야 한다

최병용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는 기자들에게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 인사가 박순애 장관이다. 박 장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게 일조하고 결국 자진 사퇴했다. 불쑥 발표한 만 5세 입학, 외국어고 폐지 정책 등으로 국민적 반발을 일으킨 책임을 지는 차원이다.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에서는 “나는 내년 3월에 대학교수로 복직할 생각이다”라고 했다니 교육부 장관을 잠깐 스쳐 가는 ‘가문의 영광’쯤으로 생각한 본심이 드러났다. 지난 정부의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위장전입 8회, 도로교통법을 59차례나 어긴 전력과 교육계 경력이 전혀 없는 교육부 장관으로 임기 내내 무게감 없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장 수여식에서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더해졌다. 이번 정부의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만취 음주운전 전력과 투고금지까지 받은 논문 표절, 제자 갑질 의혹, 자녀의 컨설팅 의혹, 부부 찬스에도 불구하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의, 야당의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정에 도움을 주는 참모로 활용하는 능력인데, 이번 교육부 장관 인사는 분명히 잘못된 인사다. 박순애 장관 임명 전 실시한 한 여론조사 기관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박순애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답변은 63.9%로 ‘적합하다’는 답변보다 무려 4배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논문 표절로 학자로서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해 여론의 반발을 생각하면 애당초 임명되지 말았어야 할 함량 미달의 장관이다. 박 장관의 조기 사퇴는 여론이 옳았다는 방증이다. 행정학을 전공한 행정학과 교수라 교육 전문성이 부족할 거라 예상했지만, 임명되자마자 불쑥 꺼낸 정책 하나로 대형 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 장관 취임 며칠 만에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은 정책을 섣부르게 발표해 화를 자초했다. ‘만 5세 입학 연령 하향’ 정책은 한 국회의원실의 학생·학부모·교사 13만 107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7.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론이 이럼에도 “폐기할 수 있다” “폐기까지 거론하는 건 너무 나갔다” 등 사후수습도 빠르지 못했으니 우리나라 교육을 이끌어 갈 수장 감이 아니다. 교육정책은 각계각층의 여론부터 수렴하고 난 후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과 공론화를 통해 확정 후 추진해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국민 98%가 반대하는 정책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해 국민적 혼란을 촉발했습니다. 이번 정책은 즉시 폐기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문제를 최소화하며 책임지는 자세다. 윤 대통령은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학교와 교육에 대한 인식이 이러니 장관이 취학연령을 앞당겨 산업인력을 조기 배출할 정책을 급조해 발표하는 한심한 작태가 나온다. 교육은 ‘올바른 인성을 가진 사회인을 양성’하는 게 우선이다. 70, 80년대 산업화시대는 이미 끝났는데 아직 대통령과 관료의 의식이 40년 전에 머물러 있다. 여론에 귀 기울이고 도덕성과 자질이 검증된, 인맥이 아닌 능력이 있는 장관을 임명해야 대통령이 강조하던 ‘공정과 상식, 법치’에 맞는다. ‘나는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교육 전문가를 교육부 장관에 임명해야 교육이 산다. 인사가 만사다.

[미디어·경제논단] 국민연금은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국민연금이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연금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이고, 정부에까지 치명타를 준다. 숫자상으로도 국민연금에 돌아가는 돈이 1000조원 이상이 된다. 활화산이라는 소리이다. 국민연금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는 권덕철 장관이 퇴임한지 84일(8일 기준) 째를 맞는다. ‘선장 없는 항해’가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민연금을 허술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연금사회주의’로 기업을 계속 위축시키고 있다. 헌법의 기조는 제119조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제126조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도 헌법정신에 충실하고자 한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으로 ‘자유, 공정, 혁신, 연대’ 등 4대 경제운용기조를 발표하고 ‘① 민간 중심 역동적 경제 ② 제도 개선 도약경제’ 등을 내세우면서, “민간·기업의 자유와 창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경영부담은 완화하고 투자·일자리 확충에 대한 지원은 대폭 강화한다”라고 했다(김영훈, 나라경제, 8월). 현실적으로 기업의 자유도가 그렇게 확대돼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의혹’으로 쌍방울그룹을 조사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쌍방울 임원 B씨가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라고 한다. 아직도 밝혀져야 할 일이지만, 정치권과 기업의 유착관계는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으로 봐서도 지금 공급망 생태계를 중국으로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 등으로 돌려야 하는데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단기간에 제품의 질을 높이고, 노동 생산성을 올려야 할 판이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소리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보듯 노동쟁이가 심하고, 협력업체까지 몽니를 부리고 있다. 파업주동자로 볼 때 문재인 청와대가 좋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경실련 재벌개혁위원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한 후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해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을 노동조합이 통제하고 있다면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토론회에 나온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019년 2월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KAL)에게 ‘최소한의 적극적 주권 행사’를,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비경영 참여적’ 주주권 행사를 의결했다. 비경영 참여적 주주권 행사는 대한항공을 ‘중점관리’ 기업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2019년 2월 20일). 지나고 난 일이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왜 한진칼의 조양호 회장의 이사직 박탈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많이 가졌는지 의문이다. 그건 헌법 126조 위반사항이다. 사실 국민연금법의 제1조 목적으로 “이 법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해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 국민연금이 정치색을 띨 수 없게 돼 있다. 청와대는 헌법도 읽지 않고 정치를 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당연직 위원(5명)으로 기획, 농림, 산업통상, 고용노동, 공단이사장 등이고, 그 위원장이 추천하는 인사 14명은 거의 문재인 코드 인사들이었다. 그 연금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이유가 없었다. 조동근 명예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2017년 통계로 131조원이 전체주식투자 비중은 6.96%이다. 그리고 지분율 10% 이상 보유한 기업은 96개에 이른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276개이다.” 연금을 5〜10%까지 빌려 쓰는 입장에서 보면 한진칼과 같이 정치권이 기업에 개목걸이를 달 수 있게 된다. ‘연금사회주의’가 다른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캐나다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기금 운용 지배구조 혁신을 통해 지난 10년간 세계 연기금 중 가장 높은 연평균 10.8%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재정 추계 기준 5%대 수익률을 예상하는 국민연금 수익성을 CPPIB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면 거의 보험료 인상 없이 기금 고갈을 막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올해 5월 말 현재 기금 수익률은 -4.7%에 손실액이 43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마이너스 수익률이 예상되면서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시기는 앞당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했다(한국경제신문, 8월 7일). 더 큰 문제는 덩치가 커지면서, 그 연금의 손실은 국가 재정에 충격을 줄 전망이다. 국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금융ICT융합학회·유경준 의원 등이 주최한 자리에서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美 재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된 자산이 2700~3300억 달러로 작년 한 해 동안 600억 달러가 증가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현재 4600억 달러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다. 달러현금 비중이 5%(230억 달러)가 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 실패하면, 한은의 달러 현금은 금방 고갈될 것이다. 현물외환시장은 임시 폐장되고 한국은 즉각적으로 외한 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라고 했다. 국민연금이 정치인 손에 들어가면서, 기업은 부자유스럽게 되고, 국가는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될 전망이다. 결국 국민연금 때문에 감옥 갈 사람이 많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쯤 되면 앞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대통령은 국민연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 뻔하다. 문재인 씨 같이 용감(?)한 사람이 아니면… 국민연금은 앞으로 정치인들에게 계륵이 될 전망이다.

[마음이 머무는 詩] 별똥 - 정지용

별똥 정지용(1902 ~ 1950) 별똥 떠러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오. [시평] 정지용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시인이다. 납북인사들이 해금이 되면서 정지용의 시 역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됐고, 그의 시인 ‘향수’에 곡을 붙여, 박인수와 이동원이 멋지게 불러, 화제를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널리 애송되는 노래가 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밤하늘엔 참으로 별들이 많았다. 서울이라고 해봐야 지금같이 높은 건물도 없었고, 불빛도 많지 않아 밤하늘은 깜깜했다. 그래서 그런가, 밤하늘에 별들은 마치 촘촘히 박혀 있듯 떠있었다. 이런 밤하늘에서 문득 긴 빛을 발하며 별똥이 떨어지면, 우리들은 모두 신기해서, 저 별똥이 떨어지는 지평선 저 너머를 찾아가고 싶어 했다. 그 별똥과 별똥이 떨어진 자리에 관해 막연한 동경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면 조금 큰 아이가 어른스럽게 저 별똥이 떨어진 곳은 우리가 사는 곳과는 다른 번쩍이는 금도 있고, 그런 세상이라고 가본 듯이 말을 한다. 그러면 우리들 모두는 그 별똥이 떨어진 곳에 나이가 들면 꼭 찾아가보리라 마음으로 새겨둔다. 마치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이상향이 바로 별똥이 떨어진 그 자리인 양,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 별똥이 떨어진 자리를 고이 간직하며 자라간다. 별똥이 떨어진 그 자리, 우리 모두 가보고 싶어 하던 그곳,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마음에 두고 다음날에 가보려고, 벼르고 벼르다가, 우리들의 삶 속에 묻어버린 그곳. 아마도 그곳은 우리 어린 시절의 꿈이 깃든 곳인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그래서 늘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 어린 시절의 그 꿈, 꿈의 세계이었으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걸공(乞空)의 음식칼럼] 고기국수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국수는 우리 민족의 일생 의례 음식이다. 길게 이어진 가닥처럼 ‘수복(壽福)’과 ‘장수(長壽)’ 또는 ‘추모(追慕)’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즉 출생·생일·돌·회갑 등 출생 의례에는 ‘국수’의 긴 가닥은 수명이 길기를 기원하는 ‘장수’의 뜻을 가지고 있다. 옛날에 어린애를 낳은 지 3일이나 만 1개월이 되는 날, 만 1년이 되는 날에 탕병(湯餠)으로 축하연(祝賀宴)을 베풀었던 데서 온 말인데, 이로 인해 이 축하연을 탕병회(湯餠會)라 하고 이때 찾아오는 손님을 축하하러 온 이들을 탕병객(湯餠客)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여기서 탕병(湯餠)은 온국수(溫麵)를 말한다.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매천집(梅泉集)’ ‘사가집(四佳集)’ 고려 말의 중국어 회화책인 ‘노걸대(老乞大)’에 “우리 고려인은 습면(濕麵)을 먹는 습관이 있다”라고 했고 ‘노걸대언해(老乞大諺解)’에서는 ‘습면’을 ‘국슈’로 번역했다. 1798(정조22)년 이만영(李晩永, 1748~?)이 저술한 유서(類書) ‘재물보(才物譜)’ 탕병조(湯餠條)에는 ‘탕병(湯餠)’을 ‘국슈’라 했고 조선시대 실학의 태두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지은 ‘아언각비(雅言覺非)’는 면의 방언을 ‘국수(匊水)’,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금화경독기(金華耕讀記)’는 ‘국수(掬水)’라 기록했다. 혼례에는 결연(結緣)이 길어지기를 바라는 ‘백년해로(百年偕老)’와 ‘수복(壽福)’의 뜻을, 제례(祭禮)에는 ‘추모(追慕)’의 뜻을 담았다. 이처럼 국수는 기원(祈願)이 담겨 있는 일생 의례 음식이었다. 국수가 혼인 잔치 음식으로 자주 쓰이면서, 국수 자체가 혼례를 상징하기도 했다. 민간에서 과년한 처녀총각에게 “너 국수를 언제 먹여줄래?”라는 것은 “결혼을 언제 하느냐?”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는 혼인 잔치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국수를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기 때문에 생긴 식생활문화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잔치음식으로 ‘국수장국상’을 차린 이유에 대해 1924년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가 지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서는 “‘국수장국상’에는 편육 한 접시라도 놓으니 대접 중에 낫고 온갖 잔치나 아침, 점심으로 안 쓰는 데가 없다”고 했다. 즉 국수장국과 더불어 편육 등 다른 귀한 음식도 함께 대접할 수 있으므로 손님에게 더 나은 대접을 할 수 있는 손님 접대음식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용기(李用基) 선생이 위 책에 기록한 1900년대 초 ‘국수장국상’의 국수와 편육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 태생된 음식이 제주의 ‘돗괴기국수(돼지고기국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제주에서도 서귀포의 ‘돗괴기국수’는 돼지뼈 등으로 육수를 내고 마치 우동면과 같이 가닥이 굵은 국수와 부드럽고 납작한 수육을 위에 올려 혼례(婚禮) 때나 상례(喪禮) 때 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일종의 고기국수인 경남 밀양 수산의 ‘선지국수’는 의례음식이 아니라 선술집 음식이다. 그럼에도 ‘선지국수’는 그 역사가 꽤 오래된 것 같다. 조선 중기 양명학(陽明學)에 조예가 깊은 서예가 노수신(盧守愼, 1515∼1590)은 ‘소재집(穌齋集)’에서 “이당사갱감(儞當思羹䘓)네가 응당 선짓국까지 먹기를 생각하여”라고 했다. 당시도 이미 선짓국(䘓)이 있었다. 조선 숙종 임금 때 실학자인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 토끼곰(煮兎)도 역시 일종의 선지국수다. 그 내용을 보면 ‘토끼곰(煮兎)은, 살진 토끼 한 마리를 7푼쯤 익혀, 갈라서 실같이 썰어 참기름 4냥을 넣어 일차 볶고 약간의 소금과 파채(蔥絲) 한 줌을 넣고 잠깐 볶는다. 다시 원 국물을 맑게 가라앉혀 솥에 붓고 살짝 두어 번 팔팔 끓여 간장을 조금 치고 또 살짝 한두 번 끓여 국수(麪絲)를 넣고, 거기다 날피(活血)를 두 국자 넣고 살짝 한 번 끓여, 소금과 초를 쳐서 간을 맞춘다’라고 되어 있다. 비록 소 피(牛血)가 아니지만 토끼 살로 육수를 내고 국수를 넣고 토끼의 피를 넣은 ‘선지국수’다. 특히 192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문학가 빙허(憑虛) 현진건(玄鎭健, 1900~1943)의 ‘운수 좋은 날’에 경성의 선술집에 ‘선짓국’이 등장한다. 어쩌면 선술집에서 ‘선짓국’이 술국의 하나로 먹게 된 것은 술을 마실 때 안주로 먹거나 술을 마신 후 해장하기에 적당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일종에 술국이었던 ‘선짓국’에 국수를 말은 것이 ‘선지국수’다. 경남 밀양의 수산은 국수가 유명한 곳이다. 이곳의 ‘수산국수’는 무려 7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산장(場)의 선술집 ‘선짓국’에 국수가 들어 갔다고 보는 것이 정설일 것이다. 명대(明代) 말기에 고렴(高濂)이란 사람이 쓴 ‘준생팔전(遵生八牋)’ ‘음찬복식전(飮饌服食牋)’에 육병방(肉餅方)이나 조자육면방(臊子肉麵方)과 같은 ‘육면(肉麵)’이 등장한다. 대구, 경북에는 ‘육국수(肉麵)’가 있다. 대구를 비롯한 경산, 칠곡, 청도 등지에 가면 아직도 ‘육국수’라는 이름으로 ‘육면(肉麵)’을 맛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육국수’의 뿌리인 ‘육면(肉麵)’은 16~17세기 안동 유학자 김유(金綏, 1491∼1555)와 그의 손자 김영(金坽, 1577∼1641)가 안동문화권의 음식조리서를 한문 필사본 저술한 ‘수운잡방(需雲雜方)’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안동보다 대구를 비롯한 대구 인근이라 할 수 있는 경산, 칠곡, 청도에 ‘육국수’가 뿌리를 내린 것은 아마 대구가 전국 3대 우시장의 하나이며, 도축 시장이 활성화됐던 영향이 컸으며, 대구의 대표적인 국수 풍국면의 영향도 컷을 것이다.

[천지일보 사설] 김순호 경찰국장 진실을 밝혀야 한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한 문제를 놓고 여전히 비판여론이 거센 가운데 그 위법성 논란도 그치질 않고 있다. 정부는 법률적 검토를 마쳤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조만간 법적 다툼의 결론이 나오겠지만, 행안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방식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일선 경찰관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데도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지, 경찰국 신설의 배경마저 궁금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 경찰국 첫 책임자로 임명된 김순호 국장의 과거 이력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화 운동과 함께 노동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당시 김 국장은 1988년 2월 결성된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핵심적인 활동을 하다가 이듬해 4월께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그 사이 김 국장과 함께 활동하던 인사들은 경찰에 붙잡혀 수사를 받거나 투옥된 상태였다. 물론 인노회도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인 1989년 8월 김 국장은 경찰에 경장 계급으로 특별 채용됐다. 김 국장은 당시 ‘대공 공작업무와 관련 있는 자’로 분류돼 특채 요건이 됐다고 한다. 그 뒤 ‘홍제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치안본부 대공수사3부에 처음 배치돼 1998년 경감 승진 때까지 일했다는 것이 당시 김 국장의 이력이다. 당시 법에 따르면 경찰 특채 자체는 위법으로 볼 수 없다. 다만 ‘특채’는 말 그대로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에 대한 특별 채용이다. 경찰이 아무나 경장으로 뽑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시 김 국장은 어떤 공로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동시에 김 국장을 경찰로 특채한 당시의 인사 라인도 밝혀야 한다. 그래야 김 국장을 특채한 배경이 제대로 규명될 것이다. 김순호 국장은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물론 터무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일 수도 있다. 반대로 소설 같은 얘기가 실제 현실이 됐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다. 이대로는 김 국장에 대한 신뢰는 물론 명예도 지키기 어렵다. 대충 묻어두고 갈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도 ‘아니면 말고’식의 얘기는 그만둬야 한다. 뜨거웠던 민주화 운동의 시대, 그 시대의 주인공들이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장삼이사였다면 몰라도 될 일이다. 그러나 명색이 행안부 경찰국 초대 국장이다. 과거 이력에 논란이 있다면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야 한다. 불과 30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의 자료는 물론 사람들도 대부분 생존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김 국장이 소상하게 진실을 밝히고 정치권에서도 제대로 된 검증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다.

[천지일보 사설] 윤 대통령 다음 수순은 인적 쇄신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취임 3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이미 국민적 신뢰감을 잃었을뿐더러 곳곳에서 퇴진 압박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박 장관의 자진 사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었지만 사실상의 ‘경질’로 해석됐다. 초등학교 취학연령 만 5세 추진, 외고 폐지 등 공론도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에 대한 여론의 반발과 그마저도 오락가락하는 정책 혼선에 대한 국민적 비난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박순애 장관에 대한 사퇴 여부는 8일 휴가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답변에서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국정동력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적절한 답변이다. 국민의 지지가 없다면 국정운영 자체부터 불가능하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본령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국정동력과 국민적 관점을 말하고 다시 점검하겠다는 등의 말을 할 때는 이미 박 장관 경질에 대한 결심이 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적 관점이나 재점검 등을 언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휴가 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개월의 국정을 성찰하고 또 고민하면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 첫 결과가 박순애 장관의 자진 사퇴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쯤에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 소나기만 잠시 피하고 보자는 식이라면 정말 답이 없다. 취임 3개월 만에 국정운영 지지율 20%대를 보인다는 것은 충격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 그동안 무엇이 잘못됐는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사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일신한 모습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시간이 많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울 정도다. 하나 더 강조할 대목은 인적 쇄신과 관련해 대통령실 ‘인사 라인’에 대한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인사 검증은 국민적 분노의 진원지가 됐다. 아니 기본적인 검증이라도 제대로 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사태를 이렇게까지 만들고 나서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태도다. 돌아선 민심을 위해서라도 특히 인사 라인에 대한 준엄한 질책과 쇄신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어제보다 행복하기] 다 안다는 착각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다 안다고 생각하고, 틀렸을 때조차도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확증편향에 빠질 때 인생은 피곤해진다. 모른다고 생각할 때에는 조심하게 되고 맞았을 경우나 틀렸을 경우를 다 대비할 수 있지만 맞다는 확신에 빠졌을 때에는 틀렸을 경우 위험에 노출되게 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무지를 아는 것이 곧 앎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무지라는 것조차 잘 알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유일한 선은 앎이요. 유일한 악은 무지이다’라고도 말했다.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191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자 독일 전 지역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고 그의 양자물리학에 대한 개념은 똑같았기에 어디를 가나 같은 강연을 하게 됐다. 어느날 플랑크가 피곤해하자 그의 운전사가 이번 뮌헨 강의는 자신에게 한 번 맡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사람들의 질문도 똑같으니 그 정도의 대답은 자신도 할 수 있다며 대신 플랑크에게는 청중석 맨 앞자리에서 자신의 운전자 모자를 쓰고 쉬고 있으라고 권했다. 플랑크는 재미있겠다 싶어서 승낙을 했다. 운전사는 박사급 이상의 수준 높은 청중을 대상으로 양자물리학 강연을 잘 마칠 수 있었다. 강연 후 한 물리학 교수가 뜻밖의 질문을 하는 바람에 곤란해졌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대답해서 위기를 넘겼다. “뮌헨처럼 발전된 도시에서 그처럼 단순한 질문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 정도는 제 운전사도 대답할 수 있으니 그에게 부탁해 보겠습니다.” ‘스마트한 생각들’이라는 책에 나온 이야기인데 저자 롤프 도벨리는 이 이야기를 전해준 사람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 찰리 멍거라고 밝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진짜 지식으로 그것은 오랜 시간, 생각하는 노동을 통해서 알게 된 지식을 말하며, 다른 하나는 일명 ‘운전자의 지식(Chauffeur’s knowledge’)으로 불리는데 이것은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의 과시하기 위한 지식을 말한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능력의 범위(Circle of competence)’라는 개념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것은 ‘자신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을 능력이라고 보고 그 범위를 확실히 알고 그 안에서 결정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찰리 멍거도 이에 대해서 덧붙여서 말했다. “당신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만약 당신의 능력 범위 밖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시도한다면 초라한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오해도 생기고 인간관계도 틀어질 수 있으며, 투자는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에 이것이 내 능력의 범위 안에 있는가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거기에 더해서 그것이 틀렸을 경우에 그로 인한 파장을 내가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가까지 생각할 수 있다면 실수는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운전자의 지식’에 해당하는 ‘다 안다는 착각’을 줄임으로써 그로 인한 리스크라도 줄을 수 있다면 극단적인 불행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불행한 일을 최대한 예방하는 것일 테니까.

[IT 칼럼] 여야 협치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하자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반도체 시장이 최근 20%대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6000억 달러로 급성장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는 9년 연속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산업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산업 역량과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생태계 곳곳에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이나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진전됐지만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미국과 대만, 중국, 일본 등이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로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로 자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 투자까지 적극 유치하고 있다. 중국은 60조원대 국가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산업을 전 방위로 지원해 오고 있다. 미국 상·하원은 지난 7월 말 520억 달러(약 68조원)의 보조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파격적인 반도체지원법을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뭉쳐 통과시켰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만연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각종 규제와 미약한 세제 혜택으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한다. 공장 건설에도 발목이 잡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은 용지 선정에서 가동까지 1년 11개월이 걸린 데 비해, 평택 공장은 송전선 인허가 문제로 지자체 동의를 얻는 데만 5년 걸렸다.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는 2019년 2월 용지 선정 후 3년 만인 올 4월에야 공사에 들어갔으나 여주시에 발목이 잡혀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불투명하다. 정부가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청사진을 발표했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 10%,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율 50% 달성 등이 목표다. 5년 동안 340조원의 대규모 기업 투자를 유인할 세제 혜택과 규제 해소 전략도 수립했다. 반도체 등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해 석·박사 정원 증원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또한 여당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위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법’을 발의했다. 정부여당의 정책과 법안에는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시설 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대폭 높여 미국 등 선진국들의 세금 지원 혜택과 균형을 맞췄다. 또한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 때 지자체 등과의 갈등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조성 단계부터 국가가 주도할 권한을 부여했다. 정부는 34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신증설이 진행 중인 평택·용인 반도체 단지의 전력·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비용에 대해서는 국비 지원을 검토한다. 반도체 단지에서는 용적률을 350%에서 490%로 최대 1.4배 상향하는 등 클린룸 기준으로 평택 캠퍼스가 6개, 용인 클러스터가 3개 확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9000여명 고용 증가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설비와 R&D 투자의 세제 지원도 확대하고 테스트 장비, 반도체 설계자산(IP) 설계·검증기술 등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킨다. 특별연장근로제는 오는 9월부터 전체 반도체 R&D로 확대하는 등 노동·환경 규제도 개선한다.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스타 팹리스’ 30개사를 선정하고 전력 반도체·차량용 반도체·인공지능(AI) 반도체 3대 등 차세대 시스템반도체를 집중 지원한다. 소부장 자립화율을 높이기 위해 시장 선도형 기술개발 비중은 내년부터 20%로 대폭 확대한다. 반도체 인력을 앞으로 10년 동안 15만명 이상 공급한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정치 문제가 아니다. 첨단 전략 산업을 지원하는 국익 앞에서 여야가 협치 해서 조속히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키기를 기대한다. 또한 정부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반도체가 초격차를 이룰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지속 보완하고 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 해소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