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순국 90주년 추모 (19)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 1931년 9월 일제의 치밀한 계략으로 만주를 침략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상하이(上海)에 머물고 있던 이회영(李會榮), 유자명(柳子明), 정현섭(鄭賢燮), 이강훈(李康勳), 백정기(白貞基) 등 30여명의 아나키스트들이 남화한인청년연맹(南華韓人靑年聯盟)을 조직하였다. 구체적으로 남화연맹은 상하이(上海) 진선푸로(金神父路) 신신리(新新里)의 중국인 집 2층에서 열린 창립대회(創立大會)에서 채택한 선언문을 통하여 아나키즘 정신에 입각하여 항일운동(抗日運動)을 전개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남화연맹은 산하단체로 남화구락부를 두어 기관지 ‘남화통신’을 발행하였는데 이회영의 아들 이규창(李圭昌)이 인쇄책임을 맡았다. 또한 남화연맹은 이회영을 의장으로 추대하였으나 그가 사양하였기 때문에 결국 유자명이 의장으로 선임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가 발생하였으니 중국의 무정부주의 행동파인 왕야차오(王亞樵), 화쥔스(華均實) 등이 이회영과 정현섭에게 항일공동전선(抗日共同戰線)을 제의하였다. 구체적으로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여 이회영을 비롯한 남화연맹 조직원들은 일제를 상대로 본격적인 무장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이와 관련해 1931년 10월말에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서 이회영을 비롯한 정현섭, 백정기 등 7명의 한국 아나키스트들과 중국과 일본측 인사들이 모여 항일구국연맹(抗日救國聯盟)을 조직하고 선전, 연락, 기획, 재무 등 5부를 두어 각부에 위원을 선출했는데 이회영은 기획위원을 맡았고, 왕야차오는 재정을 맡았다. 여기서 이회영이 소속된 기획부는 조계(租界) 밖 중국 거리와 불조계(佛租界)에 인쇄공장과 마곡상 점포를 차려 놓았는데 이를 통하여 일제 군경기관 및 수송기관의 조사와 파괴, 적 요인의 암살 등을 추진하였다. 한편 이회영은 항일운동을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항일구국연맹 요원들과 남화연맹의 핵심인 흑색공포단(黑色恐怖團)을 비밀리에 조직했다. 흑색공포단은 남화연맹 요원들 이외에 일본과 타이완, 중국인들도 참여한 결사조직이었는데 톈진(天津)에서 일본 기선과 일본 영사관에 폭탄을 던지는 의거를 결행하였으나 폭탄이 불발되거나 건물 일부를 파괴하는데 그쳤지만, 그러한 행동만으로도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스포츠 속으로] 우영우가 스포츠를 했다면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지난 주말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여러 편 몰아서 봤다. 모 대학에서 예정된 체육 지도자 특강 ‘스포츠 커뮤니케이션과 상담’을 앞두고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한 이야깃거리를 찾던 중 최근 방송에서 가장 핫한 이 드라마에 꽂혔던 것이다.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의뢰인과 참고인을 만나 진실을 오감으로 파악하고 사건의 숨겨진 맥락을 찾아내 승소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를 통해 특강의 주제인 소통과 공감의 사례를 찾으면서 공연히 이런 상상을 해봤다. 우영우가 스포츠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만약 우영우가 공부의 길을 걷지 않고 운동의 길을 걸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답은 충분히 자신의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우영우와 같은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이가 운동선수로 일반인에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한 예가 있다. 프로골퍼 이승민(25)이다. 그는 지난달 ‘장애인 US오픈’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미국에서 벌어진 장애인 US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펠리스 노르만(스웨덴)을 연장 대결 끝에 꺾고 우승했다. 이승민은 최종 3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3언더파(213타)로 연장 대결에 돌입했다. 이승민은 17·18번홀 합산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1언더파를 기록해 1오버파를 기록한 노르만을 꺾고 우승했다. 이승민은 미국골프협회(USGA)가 처음으로 연 이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장애인 골퍼 78명 중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했다. 발달장애 3급인 이승민은 어릴 적부터 골프공에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2014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준회원, 2017년 정회원 자격을 얻으며 프로골퍼 대열에 섰다. 그는 골프를 하면서 사회성도 좋아지고, 언어 구사 능력도 늘어 자폐성 발달장애 2급에서 3급으로 완화됐다. 경기를 하면서 ‘할 수 있다’는 다짐을 여섯 번 되뇌었다고 밝힌 그의 우승 소감은 고단한 현실에 지친 모든 이들을 위한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로 들렸다. 이승민을 예로 들었지만 골프를 비롯해 사격, 양궁 등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종목에선 우영우와 같은 천재성을 보이는 자폐성 장애인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타인과의 몸싸움이 없고, 자신과 싸우는 종목에선 자폐성 장애인도 얼마든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집중력과 함께 하고자 하는 열정을 갖고 있으면 자폐성 장애인들도 일반 선수들에 못지않은 능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 ‘포레스트 검프’와 한국 영화 ‘말아톤’은 주인공을 운동선수로 내세워 큰 감동과 교훈을 주기도 했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기회가 주어지고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면 우영우는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 요모조모]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은 반지하 참사 망자와 유족에게 사죄해야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사람이 죽었다. 자칭 타칭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사람이 세 사람이나 한꺼번에 죽었다. 그중 한 사람은 장애가 있고 한 사람은 열세 살이다. 상도동 지하방에서 또 한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줄줄이 죽어나가는데도 누구도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안타깝다고 한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왜 미리 대피가 안 됐냐’고 묻는다. 우주에서 불시착한 사람인가! 당시 상황이면 자신은 대피할 수 있었단 말인가? 누가 대피할 줄 몰라 안 한 건가? 목숨 잃은 것이 망자들의 탓이란 말인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이리 모르는 사람이 왜 참사 현장에는 나타나 가지고 사람들 복장 터지게 하나? ‘지하방, 반지하방’은 집도 아니고 방도 아니다. 하루에 일정한 시간 햇볕을 쬘 수 있어야 집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야 집이다. 곰팡이가 피지 않아야 집이다. 누수가 되지 않아야 집이다. 벌레가 스멀스멀 지나다니는 곳은 집이 아니다. 사람들이 거주하고 싶지 않은 공간,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거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곳은 집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가운데 지하방, 반지하방에 거주하고 싶은 사람 있는가? 장마가 지면 물이 언제 얼마나 들어올까 밤새 잠 설치는 공간은 집이 아니다. 물이 차면 죽을 수 있는 곳은 집이 아니다. 사람들이 지하 화강암에서 뿜어져 나오는 1급 발암물질 라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지하방은 집이 아니다. 2평, 3평, 크다고 해도 4평 이런 공간은 집이 아니다. 집이 아닌 곳에 사람이 살게 하는 건 국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대한민국은 계속해왔던 것이다. 한국에서 반지하를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져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지 2년이 흘렀다. 당시 대통령이라는 사람 문재인은 배우들을 초대해 파격 대우를 했다. 바로 그날 필자를 포함한 10여명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 대통령님! 반지하 탈출 계획 있으신가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지하·반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을 폐쇄하고 그 공간은 주거 목적이 아니라 창고나 사무용 공간으로 쓰고 대신 같은 수의 공공주택을 확보해서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거주자에게 즉시 제공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게 문재인 정권의 본 모습이고 ‘선진국’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이 땅에 사는 위정자들과 고위 관료, 돈 많은 사람들, 고액연봉자들은 집 걱정 없이 살고 있다. 이들은 가난해서 반지하에, 고시원에, 옥탑방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좁디좁고 열악한 환경의 쪽방과 원룸에 사는 사람들, 독립 공간 자체가 없어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모른다. 전혀 모른다. 문제를 정확히 알고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 사람들이 세상 물정을 모르니 해결의 실마리조차 나오지 않고 사람이 죽은 곳에 와서 생뚱맞은 소리나 하고 주구장창 재건축, 재개발, 융자 확대 이런 말만 한다. 이들이 주도하는 돈 중심의 정치, 재벌과 건축업자, 임대인을 위한 정치가 신림동 참사를 불렀다. 명백히 사회적 살해, 국가적 살해다. 윤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국회는 책임을 느껴라. 서울시장 오세훈씨는 대통령과 함께 신림동 참사 현장을 방문했지만 사진 찍고 갔다. 그 자리에 갔으면 유족과 고인들에게 사죄하는 게 도리다.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같은 숫자의 공공주택을 확보해서 이주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수도 서울의 대표로서 사람들이 지하에 갇혀 거세게 차오르는 물길에 망연자실 속수무책 손 한번 써 보지 못하고 목숨 잃은 국민 앞에서 “제가 죄인입니다” 하고 사과조차 못하는 위정자라면 옷 벗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고전 속 정치이야기] 천인합일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공자는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책망했으며, 묵자는 국가의 혼란과 위기는 왕공과 대인들이 백성들을 해친 탓이라고 비판했다. 노자는 하늘과 성인은 어질지 못해 백성들을 제사에 쓰고 남은 ‘풀강아지’처럼 취급한다고 했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 사회현실을 비판했다. 그들의 사상적 기조는 백성들의 고단한 생활에 대한 간절한 걱정이었으며, 춘추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갈 때 일어난 민본사상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신(神)이 군주의 전유물이자 규범적 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것에 반발한 노자, 공자, 묵자가 인성론을 제시하면서 강조한 것은 3가지였다. 첫째, 사람에게는 자연적 속성이 있다. 둘째, 최고의 선인 인의 핵심은 평등이다. 셋째, 물욕은 이성으로 제어해야 한다. 인과 예의 범주에서는 계급성이 분명했지만, 스스로 반성하고 절제하는 등 기본적으로 평등했다. 군주에서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의 구성원은 물욕의 충족에 합리적인 규정과 범위가 있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 공자는 인류의 본성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기본 명제에서 출발했다. 첫째, 사람은 본성은 비슷하지만, 습성은 서로 다르다. 인간은 본래 본성이 선하건 악하건 모두 평등하다. 둘째, 부귀는 욕구에서 비롯됐다. 빈천은 누구나 싫다. 욕망은 누구나 같으므로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평등하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공자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유학이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한 원인은 인류의 자연적 본성과 물질적 욕망의 합리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유가의 이론은 박애주의적 색채가 강했다. 노자는 욕망을 제어하려는 윤리와 도덕이 오히려 욕망을 자극한다고 생각했다. 교활한 기교와 잇속을 버리면 도덕이 불필요하다. 본성의 회복은 문(文)으로 부족하다. 관건은 마음이다. 원래의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 이기심을 버려야 욕심이 준다. 그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곧 인간의 자연적 본성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 사심을 품으면 본성을 빼앗긴다. 자연적 본성을 잃은 인간은 다른 인간으로 변한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적 도의 이탈이자 탈선이다. 노자의 설명은 매우 역설적이다. “대도를 폐기해야 인의가 존재한다. 지혜가 나오면 커다란 거짓말이 존재한다. 육친이 화목하지 못하면 효도와 자애로움이 생긴다. 국가가 혼란하면 충신이 등장한다.” 자연상태에서 인성이 평등하다는 노자의 주장은 천명에 따라 등급이 다르다는 서주의 사회철학에 대한 부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노자의 무는 없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것을 배제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묵자는 자연적 인성이 합리적이므로 생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것은 천성이고, 남녀의 섹스는 자연적 욕망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자연적 본성을 인정하는 것은 신에 대한 직접적 저항의식의 발로였다. 그러나 자연적 속성의 방치는 홉스가 말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돌입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자연적 속성은 질서 유지를 위해 사회적 속성으로 변화해야 한다. 사람은 수양을 통한 깨달음, 반성, 교육, 학습을 거쳐 사회적 속성을 연마할 수 있다. 사회적 속성을 발전시킨 무한한 선행이야말로 인(仁)을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에게 인은 만인의 평등한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이다. 이러한 묵자의 주장은 신이 군주에게만 해당한다는 서주관학에 대한 완전한 부정이었다. 천하의 사람들이 서로 평등하게 사랑할 수 있는 핵심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남을 사랑하는 것이 같아야 한다’는 겸애의 당위성에서 출발한다.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남을 사랑할 수 있으면, 인성의 변화로 인한 죄악도 사라진다. 오랜 중국의 역사를 통해 기본적으로 이러한 정신이 면면히 이어졌지만,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운 시기는 무려 2500년 전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정치평론] 한중 외교 균형이 답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중국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미국이 한국을 향해 ‘칩4(Chip4) 동맹’ 가입을 압박하는 시점에서 이뤄진 이번 박 장관의 중국행은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양국 간 첫 외교장관회담이었기에 한국의 대 중국외교 기조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의 핵심 의제는 두 가지였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지, 그리고 칩4 동맹 가입에 나서는 한국에 대해 중국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가 관심사였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사드 추가배치’를 공약했다. 그리고 최근 한미일 3각 안보동맹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칩4 동맹을 통해 중국을 배제하려는 노골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의제든, 시기든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먼저 중국은 기존의 ‘사드 3불(不) 정책’과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 때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의 사드 포대 운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1한(限) 정책’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때 약속했던 ‘3불+1한 정책’을 윤석열 정부가 인정하고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윤 정부 출범 이후 사드 3불 정책 유지와 1한 정책을 처음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입장은 명확했다. 박진 장관은 지난달 국회 답변을 통해 정부가 추진할 사드 정책의 큰 방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당시 박 장관은 3불 정책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중국과 약속하거나 합의한 것이 아니며, 당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일방적 ‘선언’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윤 정부가 이를 계승할 이유가 없으며, 중국도 이를 요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이런 내용의 정부 입장을 그대로 왕이 외교부장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사드는 한국의 안보 주권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중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앞으로 한중간에 적잖은 갈등과 충돌을 예견할 수 있는 내용이다. 상대적으로 칩4 동맹과 관련해서는 예상보다 원활하게 논의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박진 장관은 칩4 동맹이 중국과 대결하거나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며, 중국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한국이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왕이 외교부장도 한국의 적절한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정도로 물러났다. 앞으로 칩4 동맹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적극적 자세와 균형자로서의 노력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반도체의 최대 수입국이 중국인만큼 국익과도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자칫 칩4 동맹을 계기로 중국을 배제시키려 한다면 그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중 간에 칩4 동맹 의제는 나름 충돌을 피했다고 할 수 있지만, ‘사드 3불+1한 정책’은 여전히 우리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중국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는 안보정책 탓에 앞으로 미국의 입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덩달아 일본도 문재인 정부 때 풀지 못한 군사적 대륙진출을 더 노골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요구이기도 하다. 또한 윤 정부는 사드 포대를 정상화 시키면서 추가 배치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와 연계하려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한미일 3각 안보체제를 공고히 하려고 할 것이다. 정확히 중국의 요구와는 정반대 기조다. 그렇다면 관건은 앞으로 더 커질 중국의 압박, 공세를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위기 때 결국은 국익에 충실할 것이다. 일본도 군사적 진출의 발판만 마련한다면 한국을 향해 더 큰 요구도 내놓을 개연성이 높다. 대만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 편향돼 있다. 자칫 한국이 안보동맹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앞에서는 중국과 싸우고, 뒤에서는 미국의 무관심과 일본의 의도적 방해로 인해 길을 잃는다면 그건 최악의 국면이다. 불행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한중 관계는 결코 가볍게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은 ‘균형’이 정답이다. 이념에 경도돼 ‘편향’으로 기우는 것은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그것만 때리다가는 자칫 윤 정부도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그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미국은 국익이 우선이며,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도 당연히 국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다면 특정 프레임에 갇히거나 어떤 선입견으로 호불호를 가릴 일이 아니다. 한국은 과거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던 그런 나라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미국을 설득해야 하고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일본의 교활한 태도를 준엄하게 지적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균형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가 아니다. 경중과 선후를 명확히 파악하면서 동시에 의도적 편향과는 단호하게 싸우는 태도를 말한다. 올해가 한중수교 30주년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삼십이립(三十而立)’을 언급하며 “비바람에 시련을 겪어온 중한관계는 당연히 더 성숙하고 자주적이며 견고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진 장관도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언급하며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국익 원칙에 따라 중국과 협력해 나아가겠다고 화답했다. 한중간에 주고받은 사자성어마저 그 속엔 큰 가시가 숨겨져 있음을 숨길 수 없다.

[경제칼럼] 한국 국제금융 경쟁력 향상하라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한국 원화환율이 1310원을 넘으면서 국제금융위기가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외 경제정책은 한국에 외환위기가 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외환보유고를 2배로 확대하고, 현금 비중을 30%로 늘리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한국 적정외환보유고는 9300억 달러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7월 말 기준 4386억 달러다. 2배 증액해야 한다. 한국은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국봉쇄로 인한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외환위기에 대비하는 것과 국제금융 경쟁력을 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업무이다.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는 미국 달러환수로 인한 긴축발작에 대비하는 것이다. 정부는 서둘러 한미와 한일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은 싱가포르 수준으로 국제금융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법인세 17%, 양도세·배당세 등 금융시장에서 세금이 없다. 증권거래세는 우리보다 낮은 0.2%다. 상장기업의 35%가 외국기업이다. 미국은 2022년 12월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리고, 2023년에는 4.5%까지 인상한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폭등과 물가인상, 중국봉쇄, 미국의 본격적인 달러환수로 인한 국제금융위기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을 보면 한국은 28%로 가장 낮다. 스위스 148%, 홍콩 143%, 싱가포르 123%, 대만91%, 사우디아라비아 59%로 외환위기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스위스의 GDP는 한국의 절반도 안되지만, 한국보다 2배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대만은 외환위기를 전혀 겪지 않았다. 그 이유는 대만은 GDP의 91%를 외환보유고로 비축했기 때문이다. 2015년 일본은 한국이 요청한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거부했다. 국방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에서도 우리가 자력으로 경제를 지켜야 한다. 한국은 제조업 세계 5위, GDP 세계 9위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원화가 결제되는 비율은 0.1%로 30위권이다. 한국이 제조업을 집중 육성했지만, 경제의 혈액과 같은 금융은 육성하지 않았다. 1997년에는 환율이 2000원까지 오르면서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환율이 1600원으로 오르면서 위험했다. 기재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강력히 요청하면서 한미통화스와프가 체결돼 안정을 찾았다. 그때는 한일통화스와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외환위기를 방어할 두 개의 방어막이 없다. 환율이 오르는 것이 국제금융 위기의 가장 좋은 지표다. 2022년 8월 10일 기준 1310원까지 상승했다. 2022년 스리랑카,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 많은 나라가 외환위기를 격고 있다. 터키는 환율이 2배 오르면서 기준금리는 15%다. 아르헨티나는 9번째 외환위기를 맞아 IMF 구제금융을 이미 받고 있다. 러시아는 기준금리를 20%로 올렸지만 파산에 직면했다. 6월과 7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 연이어 올리면서 전 세계에 풀린 6조 달러가 환수된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2008년과 같은 국제금융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외환시장의 문제점과 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면서 외환시장이 심각하다. 2022년 단기외채비율은 34%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단기외채 비율이 올라가면서 일본계 자금 유출이 시발점이었다. 2022년 7월 달러 부족 국가는 아르헨티나, 이란, 터키,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한국, 그리고 남아공 등 많은 국가다. 둘째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연이어 밟으며 달러가 미국으로 회귀한다. 미국 연준은 물가 수준이 현재 8.6%에서 2%로 낮아질 때까지 금리를 계속 상승한다. 2024년까지 미국 금리인상은 5.0%까지 올린다. 전 세계 달러 부족, 한일과 한미 통화스와프 거부, 한국 단기외채비율 상승과 세계 2위의 무역의존도 75%, 그리고 신흥국 국가부도 등으로 한국이 위험하다. 셋째 한국은행 외환보유고 현금 부족과 부실 운용이다. 한은의 외화자산 구성을 보면 국채 36%, 정부기관채 21%, 회사채 14%, 자산유동화채권(MBS) 13%, 주식 7.7%, 현금 5%다. 한은은 위험성이 높은 정부기관채는 매도하고 현금과 국채중심으로 운용해야 한다. 외환보유고중 현금 비중을 30%로 늘려야 한다. 투자 3대 원리는 안전성, 수익성, 환금성이다. 넷째는 한은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부, 청와대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2021년 한은은 한-터키 통화스와프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한은은 외환보유고의 21%를 미국 국채 대신에 위험성이 높은 모기지 채권에 투자해 손실위험을 초래했다. 정부는 싱가포르처럼 법인세를 인하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한국 국제금융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모건스탠리 선진국지수에 편입시키고, BIS 권고대로 외환보유고를 9300억 달러로 증액해야 한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학생이 이해당사자인 교육부 장관 인선은 더 신중해야 한다

최병용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는 기자들에게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 인사가 박순애 장관이다. 박 장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게 일조하고 결국 자진 사퇴했다. 불쑥 발표한 만 5세 입학, 외국어고 폐지 정책 등으로 국민적 반발을 일으킨 책임을 지는 차원이다.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에서는 “나는 내년 3월에 대학교수로 복직할 생각이다”라고 했다니 교육부 장관을 잠깐 스쳐 가는 ‘가문의 영광’쯤으로 생각한 본심이 드러났다. 지난 정부의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위장전입 8회, 도로교통법을 59차례나 어긴 전력과 교육계 경력이 전혀 없는 교육부 장관으로 임기 내내 무게감 없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장 수여식에서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더해졌다. 이번 정부의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만취 음주운전 전력과 투고금지까지 받은 논문 표절, 제자 갑질 의혹, 자녀의 컨설팅 의혹, 부부 찬스에도 불구하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의, 야당의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정에 도움을 주는 참모로 활용하는 능력인데, 이번 교육부 장관 인사는 분명히 잘못된 인사다. 박순애 장관 임명 전 실시한 한 여론조사 기관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박순애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답변은 63.9%로 ‘적합하다’는 답변보다 무려 4배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논문 표절로 학자로서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해 여론의 반발을 생각하면 애당초 임명되지 말았어야 할 함량 미달의 장관이다. 박 장관의 조기 사퇴는 여론이 옳았다는 방증이다. 행정학을 전공한 행정학과 교수라 교육 전문성이 부족할 거라 예상했지만, 임명되자마자 불쑥 꺼낸 정책 하나로 대형 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 장관 취임 며칠 만에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은 정책을 섣부르게 발표해 화를 자초했다. ‘만 5세 입학 연령 하향’ 정책은 한 국회의원실의 학생·학부모·교사 13만 107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7.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론이 이럼에도 “폐기할 수 있다” “폐기까지 거론하는 건 너무 나갔다” 등 사후수습도 빠르지 못했으니 우리나라 교육을 이끌어 갈 수장 감이 아니다. 교육정책은 각계각층의 여론부터 수렴하고 난 후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과 공론화를 통해 확정 후 추진해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국민 98%가 반대하는 정책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해 국민적 혼란을 촉발했습니다. 이번 정책은 즉시 폐기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문제를 최소화하며 책임지는 자세다. 윤 대통령은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학교와 교육에 대한 인식이 이러니 장관이 취학연령을 앞당겨 산업인력을 조기 배출할 정책을 급조해 발표하는 한심한 작태가 나온다. 교육은 ‘올바른 인성을 가진 사회인을 양성’하는 게 우선이다. 70, 80년대 산업화시대는 이미 끝났는데 아직 대통령과 관료의 의식이 40년 전에 머물러 있다. 여론에 귀 기울이고 도덕성과 자질이 검증된, 인맥이 아닌 능력이 있는 장관을 임명해야 대통령이 강조하던 ‘공정과 상식, 법치’에 맞는다. ‘나는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교육 전문가를 교육부 장관에 임명해야 교육이 산다. 인사가 만사다.

[미디어·경제논단] 국민연금은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국민연금이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연금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이고, 정부에까지 치명타를 준다. 숫자상으로도 국민연금에 돌아가는 돈이 1000조원 이상이 된다. 활화산이라는 소리이다. 국민연금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는 권덕철 장관이 퇴임한지 84일(8일 기준) 째를 맞는다. ‘선장 없는 항해’가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민연금을 허술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연금사회주의’로 기업을 계속 위축시키고 있다. 헌법의 기조는 제119조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제126조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도 헌법정신에 충실하고자 한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으로 ‘자유, 공정, 혁신, 연대’ 등 4대 경제운용기조를 발표하고 ‘① 민간 중심 역동적 경제 ② 제도 개선 도약경제’ 등을 내세우면서, “민간·기업의 자유와 창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경영부담은 완화하고 투자·일자리 확충에 대한 지원은 대폭 강화한다”라고 했다(김영훈, 나라경제, 8월). 현실적으로 기업의 자유도가 그렇게 확대돼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의혹’으로 쌍방울그룹을 조사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쌍방울 임원 B씨가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라고 한다. 아직도 밝혀져야 할 일이지만, 정치권과 기업의 유착관계는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으로 봐서도 지금 공급망 생태계를 중국으로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 등으로 돌려야 하는데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단기간에 제품의 질을 높이고, 노동 생산성을 올려야 할 판이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소리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보듯 노동쟁이가 심하고, 협력업체까지 몽니를 부리고 있다. 파업주동자로 볼 때 문재인 청와대가 좋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경실련 재벌개혁위원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한 후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해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을 노동조합이 통제하고 있다면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토론회에 나온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019년 2월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KAL)에게 ‘최소한의 적극적 주권 행사’를,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비경영 참여적’ 주주권 행사를 의결했다. 비경영 참여적 주주권 행사는 대한항공을 ‘중점관리’ 기업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2019년 2월 20일). 지나고 난 일이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왜 한진칼의 조양호 회장의 이사직 박탈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많이 가졌는지 의문이다. 그건 헌법 126조 위반사항이다. 사실 국민연금법의 제1조 목적으로 “이 법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해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 국민연금이 정치색을 띨 수 없게 돼 있다. 청와대는 헌법도 읽지 않고 정치를 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당연직 위원(5명)으로 기획, 농림, 산업통상, 고용노동, 공단이사장 등이고, 그 위원장이 추천하는 인사 14명은 거의 문재인 코드 인사들이었다. 그 연금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이유가 없었다. 조동근 명예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2017년 통계로 131조원이 전체주식투자 비중은 6.96%이다. 그리고 지분율 10% 이상 보유한 기업은 96개에 이른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276개이다.” 연금을 5〜10%까지 빌려 쓰는 입장에서 보면 한진칼과 같이 정치권이 기업에 개목걸이를 달 수 있게 된다. ‘연금사회주의’가 다른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캐나다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기금 운용 지배구조 혁신을 통해 지난 10년간 세계 연기금 중 가장 높은 연평균 10.8%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재정 추계 기준 5%대 수익률을 예상하는 국민연금 수익성을 CPPIB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면 거의 보험료 인상 없이 기금 고갈을 막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올해 5월 말 현재 기금 수익률은 -4.7%에 손실액이 43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마이너스 수익률이 예상되면서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시기는 앞당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했다(한국경제신문, 8월 7일). 더 큰 문제는 덩치가 커지면서, 그 연금의 손실은 국가 재정에 충격을 줄 전망이다. 국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금융ICT융합학회·유경준 의원 등이 주최한 자리에서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美 재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된 자산이 2700~3300억 달러로 작년 한 해 동안 600억 달러가 증가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현재 4600억 달러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다. 달러현금 비중이 5%(230억 달러)가 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 실패하면, 한은의 달러 현금은 금방 고갈될 것이다. 현물외환시장은 임시 폐장되고 한국은 즉각적으로 외한 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라고 했다. 국민연금이 정치인 손에 들어가면서, 기업은 부자유스럽게 되고, 국가는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될 전망이다. 결국 국민연금 때문에 감옥 갈 사람이 많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쯤 되면 앞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대통령은 국민연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 뻔하다. 문재인 씨 같이 용감(?)한 사람이 아니면… 국민연금은 앞으로 정치인들에게 계륵이 될 전망이다.

[걸공(乞空)의 음식칼럼] 고기국수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국수는 우리 민족의 일생 의례 음식이다. 길게 이어진 가닥처럼 ‘수복(壽福)’과 ‘장수(長壽)’ 또는 ‘추모(追慕)’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즉 출생·생일·돌·회갑 등 출생 의례에는 ‘국수’의 긴 가닥은 수명이 길기를 기원하는 ‘장수’의 뜻을 가지고 있다. 옛날에 어린애를 낳은 지 3일이나 만 1개월이 되는 날, 만 1년이 되는 날에 탕병(湯餠)으로 축하연(祝賀宴)을 베풀었던 데서 온 말인데, 이로 인해 이 축하연을 탕병회(湯餠會)라 하고 이때 찾아오는 손님을 축하하러 온 이들을 탕병객(湯餠客)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여기서 탕병(湯餠)은 온국수(溫麵)를 말한다.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매천집(梅泉集)’ ‘사가집(四佳集)’ 고려 말의 중국어 회화책인 ‘노걸대(老乞大)’에 “우리 고려인은 습면(濕麵)을 먹는 습관이 있다”라고 했고 ‘노걸대언해(老乞大諺解)’에서는 ‘습면’을 ‘국슈’로 번역했다. 1798(정조22)년 이만영(李晩永, 1748~?)이 저술한 유서(類書) ‘재물보(才物譜)’ 탕병조(湯餠條)에는 ‘탕병(湯餠)’을 ‘국슈’라 했고 조선시대 실학의 태두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지은 ‘아언각비(雅言覺非)’는 면의 방언을 ‘국수(匊水)’,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금화경독기(金華耕讀記)’는 ‘국수(掬水)’라 기록했다. 혼례에는 결연(結緣)이 길어지기를 바라는 ‘백년해로(百年偕老)’와 ‘수복(壽福)’의 뜻을, 제례(祭禮)에는 ‘추모(追慕)’의 뜻을 담았다. 이처럼 국수는 기원(祈願)이 담겨 있는 일생 의례 음식이었다. 국수가 혼인 잔치 음식으로 자주 쓰이면서, 국수 자체가 혼례를 상징하기도 했다. 민간에서 과년한 처녀총각에게 “너 국수를 언제 먹여줄래?”라는 것은 “결혼을 언제 하느냐?”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는 혼인 잔치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국수를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기 때문에 생긴 식생활문화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잔치음식으로 ‘국수장국상’을 차린 이유에 대해 1924년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가 지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서는 “‘국수장국상’에는 편육 한 접시라도 놓으니 대접 중에 낫고 온갖 잔치나 아침, 점심으로 안 쓰는 데가 없다”고 했다. 즉 국수장국과 더불어 편육 등 다른 귀한 음식도 함께 대접할 수 있으므로 손님에게 더 나은 대접을 할 수 있는 손님 접대음식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용기(李用基) 선생이 위 책에 기록한 1900년대 초 ‘국수장국상’의 국수와 편육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 태생된 음식이 제주의 ‘돗괴기국수(돼지고기국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제주에서도 서귀포의 ‘돗괴기국수’는 돼지뼈 등으로 육수를 내고 마치 우동면과 같이 가닥이 굵은 국수와 부드럽고 납작한 수육을 위에 올려 혼례(婚禮) 때나 상례(喪禮) 때 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일종의 고기국수인 경남 밀양 수산의 ‘선지국수’는 의례음식이 아니라 선술집 음식이다. 그럼에도 ‘선지국수’는 그 역사가 꽤 오래된 것 같다. 조선 중기 양명학(陽明學)에 조예가 깊은 서예가 노수신(盧守愼, 1515∼1590)은 ‘소재집(穌齋集)’에서 “이당사갱감(儞當思羹䘓)네가 응당 선짓국까지 먹기를 생각하여”라고 했다. 당시도 이미 선짓국(䘓)이 있었다. 조선 숙종 임금 때 실학자인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 토끼곰(煮兎)도 역시 일종의 선지국수다. 그 내용을 보면 ‘토끼곰(煮兎)은, 살진 토끼 한 마리를 7푼쯤 익혀, 갈라서 실같이 썰어 참기름 4냥을 넣어 일차 볶고 약간의 소금과 파채(蔥絲) 한 줌을 넣고 잠깐 볶는다. 다시 원 국물을 맑게 가라앉혀 솥에 붓고 살짝 두어 번 팔팔 끓여 간장을 조금 치고 또 살짝 한두 번 끓여 국수(麪絲)를 넣고, 거기다 날피(活血)를 두 국자 넣고 살짝 한 번 끓여, 소금과 초를 쳐서 간을 맞춘다’라고 되어 있다. 비록 소 피(牛血)가 아니지만 토끼 살로 육수를 내고 국수를 넣고 토끼의 피를 넣은 ‘선지국수’다. 특히 192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문학가 빙허(憑虛) 현진건(玄鎭健, 1900~1943)의 ‘운수 좋은 날’에 경성의 선술집에 ‘선짓국’이 등장한다. 어쩌면 선술집에서 ‘선짓국’이 술국의 하나로 먹게 된 것은 술을 마실 때 안주로 먹거나 술을 마신 후 해장하기에 적당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일종에 술국이었던 ‘선짓국’에 국수를 말은 것이 ‘선지국수’다. 경남 밀양의 수산은 국수가 유명한 곳이다. 이곳의 ‘수산국수’는 무려 7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산장(場)의 선술집 ‘선짓국’에 국수가 들어 갔다고 보는 것이 정설일 것이다. 명대(明代) 말기에 고렴(高濂)이란 사람이 쓴 ‘준생팔전(遵生八牋)’ ‘음찬복식전(飮饌服食牋)’에 육병방(肉餅方)이나 조자육면방(臊子肉麵方)과 같은 ‘육면(肉麵)’이 등장한다. 대구, 경북에는 ‘육국수(肉麵)’가 있다. 대구를 비롯한 경산, 칠곡, 청도 등지에 가면 아직도 ‘육국수’라는 이름으로 ‘육면(肉麵)’을 맛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육국수’의 뿌리인 ‘육면(肉麵)’은 16~17세기 안동 유학자 김유(金綏, 1491∼1555)와 그의 손자 김영(金坽, 1577∼1641)가 안동문화권의 음식조리서를 한문 필사본 저술한 ‘수운잡방(需雲雜方)’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안동보다 대구를 비롯한 대구 인근이라 할 수 있는 경산, 칠곡, 청도에 ‘육국수’가 뿌리를 내린 것은 아마 대구가 전국 3대 우시장의 하나이며, 도축 시장이 활성화됐던 영향이 컸으며, 대구의 대표적인 국수 풍국면의 영향도 컷을 것이다.

[어제보다 행복하기] 다 안다는 착각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다 안다고 생각하고, 틀렸을 때조차도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확증편향에 빠질 때 인생은 피곤해진다. 모른다고 생각할 때에는 조심하게 되고 맞았을 경우나 틀렸을 경우를 다 대비할 수 있지만 맞다는 확신에 빠졌을 때에는 틀렸을 경우 위험에 노출되게 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무지를 아는 것이 곧 앎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무지라는 것조차 잘 알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유일한 선은 앎이요. 유일한 악은 무지이다’라고도 말했다.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191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자 독일 전 지역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고 그의 양자물리학에 대한 개념은 똑같았기에 어디를 가나 같은 강연을 하게 됐다. 어느날 플랑크가 피곤해하자 그의 운전사가 이번 뮌헨 강의는 자신에게 한 번 맡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사람들의 질문도 똑같으니 그 정도의 대답은 자신도 할 수 있다며 대신 플랑크에게는 청중석 맨 앞자리에서 자신의 운전자 모자를 쓰고 쉬고 있으라고 권했다. 플랑크는 재미있겠다 싶어서 승낙을 했다. 운전사는 박사급 이상의 수준 높은 청중을 대상으로 양자물리학 강연을 잘 마칠 수 있었다. 강연 후 한 물리학 교수가 뜻밖의 질문을 하는 바람에 곤란해졌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대답해서 위기를 넘겼다. “뮌헨처럼 발전된 도시에서 그처럼 단순한 질문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 정도는 제 운전사도 대답할 수 있으니 그에게 부탁해 보겠습니다.” ‘스마트한 생각들’이라는 책에 나온 이야기인데 저자 롤프 도벨리는 이 이야기를 전해준 사람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 찰리 멍거라고 밝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진짜 지식으로 그것은 오랜 시간, 생각하는 노동을 통해서 알게 된 지식을 말하며, 다른 하나는 일명 ‘운전자의 지식(Chauffeur’s knowledge’)으로 불리는데 이것은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의 과시하기 위한 지식을 말한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능력의 범위(Circle of competence)’라는 개념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것은 ‘자신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을 능력이라고 보고 그 범위를 확실히 알고 그 안에서 결정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찰리 멍거도 이에 대해서 덧붙여서 말했다. “당신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만약 당신의 능력 범위 밖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시도한다면 초라한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오해도 생기고 인간관계도 틀어질 수 있으며, 투자는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에 이것이 내 능력의 범위 안에 있는가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거기에 더해서 그것이 틀렸을 경우에 그로 인한 파장을 내가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가까지 생각할 수 있다면 실수는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운전자의 지식’에 해당하는 ‘다 안다는 착각’을 줄임으로써 그로 인한 리스크라도 줄을 수 있다면 극단적인 불행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불행한 일을 최대한 예방하는 것일 테니까.

[IT 칼럼] 여야 협치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하자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반도체 시장이 최근 20%대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6000억 달러로 급성장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는 9년 연속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산업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산업 역량과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생태계 곳곳에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이나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진전됐지만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미국과 대만, 중국, 일본 등이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로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로 자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 투자까지 적극 유치하고 있다. 중국은 60조원대 국가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산업을 전 방위로 지원해 오고 있다. 미국 상·하원은 지난 7월 말 520억 달러(약 68조원)의 보조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파격적인 반도체지원법을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뭉쳐 통과시켰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만연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각종 규제와 미약한 세제 혜택으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한다. 공장 건설에도 발목이 잡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은 용지 선정에서 가동까지 1년 11개월이 걸린 데 비해, 평택 공장은 송전선 인허가 문제로 지자체 동의를 얻는 데만 5년 걸렸다.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는 2019년 2월 용지 선정 후 3년 만인 올 4월에야 공사에 들어갔으나 여주시에 발목이 잡혀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불투명하다. 정부가 이런 위기의식 속에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청사진을 발표했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 10%,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율 50% 달성 등이 목표다. 5년 동안 340조원의 대규모 기업 투자를 유인할 세제 혜택과 규제 해소 전략도 수립했다. 반도체 등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해 석·박사 정원 증원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또한 여당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위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법’을 발의했다. 정부여당의 정책과 법안에는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시설 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대폭 높여 미국 등 선진국들의 세금 지원 혜택과 균형을 맞췄다. 또한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 때 지자체 등과의 갈등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조성 단계부터 국가가 주도할 권한을 부여했다. 정부는 34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신증설이 진행 중인 평택·용인 반도체 단지의 전력·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비용에 대해서는 국비 지원을 검토한다. 반도체 단지에서는 용적률을 350%에서 490%로 최대 1.4배 상향하는 등 클린룸 기준으로 평택 캠퍼스가 6개, 용인 클러스터가 3개 확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9000여명 고용 증가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설비와 R&D 투자의 세제 지원도 확대하고 테스트 장비, 반도체 설계자산(IP) 설계·검증기술 등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킨다. 특별연장근로제는 오는 9월부터 전체 반도체 R&D로 확대하는 등 노동·환경 규제도 개선한다.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스타 팹리스’ 30개사를 선정하고 전력 반도체·차량용 반도체·인공지능(AI) 반도체 3대 등 차세대 시스템반도체를 집중 지원한다. 소부장 자립화율을 높이기 위해 시장 선도형 기술개발 비중은 내년부터 20%로 대폭 확대한다. 반도체 인력을 앞으로 10년 동안 15만명 이상 공급한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정치 문제가 아니다. 첨단 전략 산업을 지원하는 국익 앞에서 여야가 협치 해서 조속히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키기를 기대한다. 또한 정부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반도체가 초격차를 이룰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지속 보완하고 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 해소해 줘야 한다.

[대중문화칼럼] K 웹툰 플랫폼 한류의 의미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최근 해외 주요 외신이 한국의 웹툰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 화제가 됐다. ‘뉴욕타임스’나 ‘포브스’ 같은 미국 외신뿐 아니라 ‘르 몽드’ ‘르 피가로’ 같은 프랑스의 공신력 있는 매체조차 한국의 웹툰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왜 한국의 웹툰에 주목하는 것일까? 사실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한국 웹툰의 플랫폼이다. 물론 OTT 드라마의 원작이 된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이나 ‘외모지상주의’ ‘재혼 황후’ 같은 해외 인기작인 웹툰이 언급된다. 하지만, 그들이 매우 관심을 두는 것은 현지 작가들의 한국 웹툰 플랫폼의 활동과 그 작품활동에서 작가들이 얻는 저작권료다. ‘포브스’도 현지 작가들의 연재료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관심을 보이듯이 프랑스 매체도 작가들의 수입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한국 웹툰 플랫폼의 주목은 한류의 양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전에는 우리 웹툰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것을 한류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첫째는 프랑스처럼 아무리 만화가 대국인 나라여도 웹툰 비중은 전체 만화시장에서 2~3%에 불과하다. 따라서 웹툰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적다. 또한, 웹툰을 기반으로 한 ‘원 소스 멀티 유스’의 가능성도 작다. 이렇게 웹툰이 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그 인구는 대개 10대와 20대에 한정된다. 더구나 이렇게 10대와 20대가 좋아하는 웹툰은 로맨스, 좀비, 학원물, 액션, BL 등 장르물에 치우친다. 따라서 좀 더 일반적인 만화와 다른 수용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기존의 만화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려면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여전히 문화 할인율이 적용된다. 문화적 차이가 있기에 이해의 폭이나 가치 부여가 다를 수 있다. 대체로 사람은 자신에게 더 관심이 있듯이 각 나라와 민족도 자신의 문화나 콘텐츠에 관심이 많을 뿐이다. 하지만, 몇 가지 면에서 장래가 밝다. 10대와 20대의 웹툰은 곧 미래의 주역으로 일반화될 것이다. 특히 로맨스를 중심으로 여성층이 웹툰의 팬으로 대거 유입됐다. 지금 현재 매우 적은 웹툰 이용자와 작은 시장 규모의 현황은 앞으로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정하게 내적 성숙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과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략은 바로 웹툰 플랫폼의 진출이라고 볼 수 있다. 현지화 전략으로 그 나라의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일종의 창작 연재마당을 제공하는 것이다. 젊은 감각의 신선한 작품을 창작하는 웹툰 작가들을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서로가 상생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웹툰 기획력과 매니지먼트 역량은 한국을 따라올 수 없다. 지금까지 어떤 문화예술 분야도 이런 예를 만든 예가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웹툰 플랫폼을 경영해온 노하우가 이제 프랑스 등 유럽에 본격화 되는 배경이다. 프랑스 매체들이 웹툰 플랫폼 경영자들을 인터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지화 웹툰 플랫폼의 결실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최근 ‘로이 올림푸스’이다. 이 웹툰이 엄청난 인기만이 아니라 북미의 만화계 아카데미라는 ‘윌 아이즈너 어워즈’의 웹 코믹 수상을 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 한국의 작가 작품은 아니지만, 웹툰 플랫폼 경영의 한류 현상을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웹툰 플랫폼은 현지 작가들의 활성화와 팬덤의 형성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플랫폼에 익숙해지면 한국의 플랫폼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에 관심을 자연스럽게 두게 된다. 더구나 한국만이 아니라 아시아 등 다른 국가들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자연스럽게 될 수밖에 없다. 시대의 감수성과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며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는 콘텐츠로 웹툰은 충분히 역할을 하고도 남는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 젊은 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등장하면 할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적어도 웹툰을 볼 때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표현에서 곰이 아니라 적어도 왕서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착취적인 왕서방이 아니라 착한 왕서방으로, 곰은 상생의 반려동물이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단순히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넘어 시대정신의 세계 수도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콘텐츠 경영 전략을 체계화하고, 문화 호혜의 경영의 마인드를 공유하고, 정교화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환경칼럼] 지리산 중산리계곡 오염 안 될 일이다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비롯된 계곡이 중산리계곡이다. 해발 1750m에 위치해 있는 장터목 바로 아래에 있는 산희샘에서 시작된 상류의 법천계곡은 법천폭포, 유암폭포, 무명폭포를 비롯해 소와 담이 곳곳에 있어 교향악 같은 우람한 소리와 실내악처럼 고요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중산리(中山里)란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지리산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어 일찍부터 지리산 등정의 출발지로 이용됐다. 5백여년 전 말과 하인, 제자들을 대동하고 지리산을 올랐다던 점필재 김종직 선생을 비롯해 그의 제자인 김일손, 그리고 남명 조식 같은 학자들도 중산리에서 천왕봉에 올랐다고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예부터 많은 사람이 찾아드는 계곡답게, 또 남강을 거쳐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덕천강의 발원지답게 계곡미도 빼어나다. 발원지 격인 장터목은 산청 쪽인 중산리와 함양 쪽인 백무동에서 각각 9㎞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양쪽 모두 무거운 등짐을 지고 올랐을 때 어느쪽도 손해봄이 없어 그 지점을 장터목을 삼았는지 아니면 산청에서는 법천계곡, 함양에서는 한신계곡으로 해서 오름에 따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가을에는 계곡을 가득 메우는 단풍이 좋아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등산객을 위한 대피소만 설치돼 있다. 중산리계곡을 이루는 지류로 순두류가 있다. 탐방안내소에서 찻길따라 이어진 곳이 순두류다. 지리산의 다른 호칭인 두류산에서 나온 말인 순두류는 글자 그대로 두류산이 순하게 흘러 평지를 이뤘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순두류 계곡이 시작되는 평원에는 한때 화전민이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경남자연학습원이 있다. 학습원이 있어 순두류까지 차로도 갈 수 있지만 행락 차량은 입구에서 출입을 제한한다. 순두류는 천왕봉과 중봉 사이에서 발원한 계류가 용추폭포를 거치면서 수량을 더해 써레봉에서 흘러오는 계곡물과 만나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수려한 경관을 펼친다. 10여년 전만 해도 너럭바위마다 촛농이 마를 날이 없을 정도로 치성드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빼어난 계곡에다 천왕봉 기운이 순두류에 머물고 있다 하여 기도 효험이 높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실제 순두류가 좋은 기운을 머금은 땅이었는지 한때는 인삼 재배지로 각광받기도 했으나 빨치산의 등장으로 오래가지 못하고 요즘은 산삼 캐는 발길 뿐이란다. 법천골과 순두류의 계곡을 제대로 즐기려면 산행채비를 하고 떠나야만 하지만 가족끼리 자연 속에서 하루 머물다 떠난다는 계획으로 중산리계곡을 찾는다면 덕산에서 중산리에 이르는 도로변 계곡 어느 한 곳에 오붓이 앉아 흐르는 물결에 시름을 떠나보내며 모처럼 가족 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지금같은 한여름 피서철에는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겨도 좋다. 국립공원 바깥 지역이라 물에 들어갈 수 있지만 공원 안 못지않게 수려한 폭포와 넓고 깊은 소가 형성돼 있어 풍광도 뛰어나고 물도 맑고 깨끗해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놀기 좋다. 그런데 산청군의 자랑이기도 한 이 중산리계곡의 흐르는 계곡에 평상을 설치하고 식당을 운영하는 곳이 아직도 남아 있어 환경오염이 심각히 우려된다. 비용을 지불하고 그늘막이 쳐져 있는 흐르는 계곡에 발 담그고 설치된 평상에 앉아 백숙이랑 가져온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이용객이야 얼마나 편하고 좋겠냐마는 공유수면의 무단점용으로 인한 다른 피서객들의 불편함과 권리침해는 물론 수질 오염과 환경오염의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락객들이 먹고 난 닭다리뼈나 음식물 찌꺼기가 계곡물에 떠내려온다고 하류에서 항의가 있다고 하니 환경오염은 현실적인 문제인 셈이다. 몇 년 전 경기도에서 계곡과 하천변의 불법 무단 점용 평상 대여 음식점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철거한 후 이제 대한민국의 유명 하천이나 계곡에서는 평상을 설치하거나 계곡을 점령해 영업하는 행위는 금기된 불가능한 상행위가 됐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 아래 계곡 안에서 평상 영업을 하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업주도, 이를 나몰라라 팽개치는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해당 지자체도, 이런 곳을 찾는 행락객도 모두 다 반성할 일이다.

[컬처세상] 영화관 다시 살아났지만 하반기가 중요하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화관이 더위를 피하기 위한 ‘명소’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 넘게 직격탄을 맞았던 영화관은 영화 ‘범죄도시2’ 흥행 후 지속해서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다. 범죄도시2에 이어 탑건이 불을 지폈고, 여름방학을 맞아 한산과 비상선언이 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이 지난 6일 박스오피스에서 나란히 흥행 1, 2위를 차지했다. 한산은 누적 관객수 415만 7709명, 비상선언은 누적 관객수 111만 9574명을 동원했다. 특히, 영화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국내 최초 항공재난 영화라는 점이 기존 재난 영화들과는 다른 미장센, 플롯, 서사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2년 넘게 침체된 극장가에 분명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극장가에서도 코로나19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하반기에는 가파른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큰 영화들이 대기 중이다. 9월 추석 시즌에는 781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공조’의 후속작인 ‘공조2: 인터내셔날’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는 매일 10만명씩 나오고 있고 극장가의 양극화도 뚜렷해져, 흥행 추이를 점치기 어렵다. 무엇보다 2년 전보다 급감한 관객수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영화관 방문에 대한 거리낌은 여전히 존재한다. 코로나 기간 극장가는 처참할 정도로 셧다운했다. 2020년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관객수가 94% 급감했다. 영화관들이 지금은 살아나고 있지만 하반기 실적은 희비가 엇갈리며 아직 조심스레 점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가 하반기에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고, 여름 성수기같이 관객들이 기대심리를 반영하고 지속적으로 영화관을 찾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아울러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은 탄탄하고 잘 짜여진 영화들에만 주목한다. 조그만 허점만 보여도 날 선 반응을 보이며 바로 외면하는 것이 요즘 관객들의 트렌드다. 결국, 제작사와 배급사들은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하고, 한층 눈이 높아진 관객들의 입맛에도 크게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어떻게 보면, 작은 영화나 중급 규모의 영화들은 더욱 더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범죄도시2, 한산, 비상선언의 흥행이 영화관 실적 회복의 전환점을 마련한 건 맞다. 상반기 관객수와 매출액도 적지 않게 회복됐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기 위해선 탄탄한 플롯으로 구성된 히트작이 쏟아져야 한다. 좋은 작품들이 줄지어 나오면,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코로나 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던 영화산업이 더 이상의 롤러코스터를 멈추고 추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 겁을 먹고 개봉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영화들은 재정비를 통해 너무 늦지 않게 라인업을 구축해야 한다. 영화산업 관계자들도 한국영화산업이 현재 처한 위기와 현황을 점검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영화관이 활기를 되찾는 것만이 침체된 영화산업이 먼 미래를 바라보며 재생할 수 있는 길이다.

[아침논단] 대의제민주주의와 대통령 지지율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어언 3개월이 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에 대응하면서 점증하는 경제적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부담이 새 정부를 짓누르고 있다. 그런데 새 정부의 인사 문제, 경찰국 신설 문제 등으로 인한 논란과 함께 여당 내부의 문제 등으로 인한 갈등과 진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러 문제가 새 정부의 운신에 부담을 가져오면서,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내고 있다. 대의제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나 정당의 지지율 보도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을 직선제로 선출하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가 활성화됐다. 이러한 여론조사는 정부나 정당성이나 능력, 정당의 선호도나 차기 집권 가능성 등을 예상하는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되기도 했다.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은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면서 국민에게서 국가권력이 나온다고 하여 대의제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간접민주주의로서 대의제민주주의는 국민이 정부를 선택하므로 국민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선출한다. 국가선거에서 전자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정선거, 후자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방선거라고 하면서 선거제도를 운용해 대표를 선출한다. 우리나라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중에서 다수의 득표를 한 사람을 당선자로 한다.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당선되며 결선투표제는 없다. 이런 선거제도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선거에서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대체로 집권 초기에는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초기에는 50% 이상이었다가 임기 말에 가면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5년 단임 임기제에서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고, 소위 레임덕 현상이 발생하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정부형태로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고 행정부의 수반으로 국가권력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의원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엄격하게 분리돼 있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식의 이원정부제는 의원내각제의 변형된 형태이다. 프랑스의 내각은 의회의 다수당이 구성하기 때문에 대통령제와는 완전히 구분된다. 다만 프랑스는 대통령이 국민의 직선으로 선출되고 국가를 대표하며 국무회의에서 수상과 공동의장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특징을 가질 뿐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도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역대 정권에서는 국회의원을 장관에 임명해 대의제민주주의를 훼손시켰다. 왜냐하면 국회의원도 대통령처럼 지역구이든 비례대표이든 당선이 되면 전 국민의 대표로서 입법부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또 다른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의 임명행위를 통해 대통령의 하위조직으로 지시와 명령을 받는 지위를 갖는 것은 국민의 위임을 위배하는 것이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는 입법부인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입법권을 행사하라고 권한을 위임하고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의 지시와 명령을 받는 국무위원의 지위를 갖는 것은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입법부와 행정부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는 대통령제 정부형태에도 부합되지 않고 권력분립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대의제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지지는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이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거나 위기를 말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 1987년 이후 역대 정권은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50% 이상의 지지율을 5년 내내 유지한 적이 없다. 그리고 국정운영의 현실은 국민여론과 반대로 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지만 대의제민주주의에서 국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도 필요하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해 국정운영에 반영하는 것은 대의제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중국通] 펠로시 역내 긴장과 미·중 갈등 구조화

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아시아 순방이 역내 긴장을 고조시켰다. 또한 세계 경찰을 자처하면서 미국의 말 한마디에 모두 엎드려 굴복하고 조용했던 국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는 세계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 시기에 미·중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싱가포르, 대만, 한국, 일본으로 이어진 이번 아시아 순방은 2일 대만을 방문하고 떠난 이후부터 대만 해협을 준 전시상태로 몰았다. 미국 하원의장이며 대통령 부통령 다음 서열인 펠로시는 장장 18년간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미국적 정치인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미국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하원의장을 그만 둬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본래부터 여성, 인권, 민주적 가치에 기반한 미국 국내 정치에 밀착된 철저한 서구적 주장을 해온 사람이며 반중국 미국의원을 대표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줄곧 견지하고 있다.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한 정치적 신념을 관철시킴은 물론 국내정치적 원인에 기인한 순방 행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시아 방문은 미·중 갈등의 구조적 심화 및 상호 예기치 않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상당히 크다. 미국인 10명 중 8명이 중국을 싫어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중국을 대놓고 비판을 뛰어넘어 핵심 이익이라고 줄곧 주장하고 공개적으로 미국 관리의 대만방문을 저지하고 있었던 중국을 보라는 듯이 본인의 국내 정치 이익을 위한 순방 감행 후과는 중국 입지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20차 당대표대회에서 3연임 대관식을 치르기 위한 하계 ‘베이따이허’ 중국 원로 및 핵심 당원 회의가 열리는 마당에 시진핑 권력 강화 명분과 중국 국내 정치에 오히려 펠로시 행보가 역 이용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적지 않은 독재자들이 활용했던 외부의 위협을 핑계로 내부 통치를 강화시키는 선전 선동에 펠로시 대만방문이 이용되고 있다. 연일 중국 뉴스에서 대만 관련 부서는 물론 외교, 국방, 대외무역부까지 동원된 대만 및 입에 담기 어려운 미국 비판과 중국 인민해방군 실탄 훈련이 동원된 화면들을 계속 내보내면서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말로만 대만 통일을 내세웠던 중국 지도자가 아닌 이렇게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계획을 대만 섬을 둘러싸고 동서남북에서 진행될 것임을 지도로도 상세히 자국민들에게 전시 상황같이 설명도 한다. 대만 해협에 중간선을 설치해 상호 암묵적으로 지켰던 선도 이번에 없어졌다. 중국 군함이 막 침범하고 들어갔다. 대만 섬 동서를 가로질러 미사일도 발사했다. 대만 영공개념을 무력화시켰다. 한마디로 중국 맘대로 하고 있다. 미국 덤벼 봐 식이다. 사실 전쟁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펠로시의 용감한(?) 행동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실질적 행동의 구체화를 보여주는 시험지가 됐고 미·중의 암묵적 대만 관리 합의가 깨지는 신호탄을 뛰어넘어 미국의 중국견제 카드의 효과만 반감하는 결과만 남았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 것이라는 외교적 언사를 넘어 사실 중국식 군사적 방법으로 침범해 복속하는 시나리오를 다 마쳤다고 세계를 향해 시현하는 호기를 갖는 망외의 성과를 얻었다.

[통일논단] 러시아의 ‘신해군 전략’과 한반도 통일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우리 한반도 통일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로 미국과 중국이 있다면 그다음은 러시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의 군사력 팽창에 다소 느슨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의 해군력 강화를 보면 이와 같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지난 7월 31일 러시아는 ‘해군의 날’을 맞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관함식을 거행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관함식과 축하연설 이전에 러시아 국방부가 작성한 ‘신해군전략(New Naval Doctrine)’ 문서에 서명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총 55쪽의 러시아 신해군전략에는 나토가 회원국 확대 전략인 동진정책을 통해 러시아를 지상으로 위협하고, 미국이 세계 주요 해양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에 대한 러시아 해군의 대응방안이 담겼으며, 지난 6월 29일 나토가 채택한 ‘새로운 전략개념(NATO 2022: Strategic Concept)’과 동일하게 미국과 나토를 러시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명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일 ‘로이터(Reuters)’는 “이번 신해군전략이 지난 6월 29일 나토가 ‘새로운 전략개념’을 발표하면서 러시아를 유럽과 세계에 대한 주된 위협이자 ‘침략자(aggressor)’로, 중국을 유럽에 대한 ‘조직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동시에 명기한 것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라는 평가를 했다. 또한 지난 7월 31일 미국 ‘The Maritime Executive’는 “이번 러시아 신해군전략은 미국이 세계 주요 해양에서 실질적 해양통제권(de facto sea control)을 행사하는 것을 러시아 국가안보에 대한 주된 위협이라고 정의하면서, 2020년 미 해군·해병대·해양경비대가 공동으로 작성한 ‘Tri-Service Maritime Strategy’ 전략서의 내용들을 주요 위협 사례로 들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신해군전략이 미국이 우세한 글로벌 해군력 현시(naval presence)를 통해 대륙 국가인 러시아를 해양으로 돌면서 포위하고 위협하는 주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러시아 해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첨단 무기들을 함정과 잠수함에 탑재해 대응해야 하고, 부족한 해외 해군기지를 확보해야 하며, 동시에 해군 외교와 해상무역 등의 경제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를 러시아 해군력 강화를 위한 핑계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러시아 해군이 이라크 타르도스(Tartous)에 러시아 해군의 단독 해군기지만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이란·인도·베트남 등과 해외 해군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활발한 해군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신해군전략을 서명하면서 “러시아 조선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발트해 연안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간 위치한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주로 운항하기 위한 대형 페리를 건조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러시아 본토와 이격된 영토 간 연계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태평양 지역에서의 해군력 현대화를 위한 조선소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현재 지구 기후변화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북극해 ‘북방항로(Northern Sea Route: NSR)’ 상시 개설에 대비해 북방항로를 러시아 해군이 지배하기 위해 북극해에서 작전할 수 있는 쇄빙함 등의 해군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해군전략 문서에 서명한 이후 실시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관함식을 주관하고 행한 연설에서 “지르곤(Zircon)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hypersonic cruise missile)의 러시아 해군 함정과 잠수함 배치를 공식화”하면서 “이를 통해 우세한 미국과 나토 해군력을 견제할 것”임을 천명했다. 궁극적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5개월째 진행되는 가운데 신해군전략을 발표했다면서, 이는 향후 러시아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을 주적으로 한 공세적 해군전략을 구사할 것임을 암시하는 전조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새로운 해군력 강화는 태평양에서 새로운 대결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중간에 낀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반도 통일에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다.

[이재준 문화칼럼] 윤 대통령 이래선 안 된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의 발사가 성공하는 날 윤석열 대통령은 축하메시지를 발표했다. ‘다누리호가 달 탐사를 위한 130여일의 여정에 성공적으로 돌입했다’며 ‘우리 다누리호, 우리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기뻐했다. 그런데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평가는 참담하게 추락했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 당시인 지난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긍정 평가 25%(부정 평가 64%)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지난주 28%에서 24%로 하락했으며 부정 평가는 62%에서 66%로 상승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지층인 보수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는 점이다. 보수층은 지난 조사에서 51%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4%로 하락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42%에서 48%로 상승했다. 대통령이 공고했던 보수 지지층까지 흔들리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100% 믿을 수 없지 않느냐 하던 보수층 사이에도 점점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인가. 주요 보수 신문들도 연일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 용산집무실 인사문제가 또 야당의 포화를 맞고 있다. 김건희 여사 대학 친구가 집무실에 특채됐다고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용산 집무실 리모델링 공사를 특정인에게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작은 사안 같으면서도 치명적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임을 표방한 대통령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기자들 앞에서 ‘대통령을 처음 해 봐 그렇다’고 말해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도 지지하락 요인이 됐을 것이다. 집권당의 끝없는 내홍도 대통령의 지지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당원권마저 상실한 이준석 대표는 대통령을 향해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정치도의상 해서는 안 될 막말 수준이다. 대통령의 지지를 하락시킨 장본인 중 하나인 권 원내대표는 도움이 안 되는 처신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사퇴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외면하고 대표직만 지키면 된다는 욕심으로 국민 밉상이 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지키고 있다면 희망이 없다. 빨리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대통령은 이번 휴가기간 대학로에서 연극을 구경할 한가로운 때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힘들게 사는 연극인들을 격려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한가하게 그럴 시간이 아니었다. 페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에도 접견실에서 만나지 않았다. 중국을 겨냥한 탁월한 견해라는 시각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대만방문을 선택한 페로시 의장을 국빈으로 정식 영접해야 했다. 야당보다는 여당인사들이 이를 비판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만들고 말았다. 윤 대통령은 민심이반의 시국을 전환시켜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 측근에서 문제를 일으킨 측근과 참모들의 사표를 받고 신망 있는 인사들을 영입해 일대 서정을 개혁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당도 대수술해 계파에 매몰되지 않은 정직한 정치인을 대표로 선출해야 한다. 경복궁 정문 광화문 광장이 새롭게 단장됐다. 광화문은 ‘나라의 큰 덕(德)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뜻이다. 광화문을 찾은 시민들은 예전보다 아름다운 숲의 공간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은 광화문에 나가 세종대왕상 앞에서 진정한 위민(爲民)이 무엇이며 역사에 빛나는 위인이 됐는가 물어봐야 한다.

[문화칼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순국 90주년 추모 (18)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 이규창(李圭昌)으로부터 베이징(北京) 사건의 소식을 전해들은 이회영(李會榮)은 거처를 진탕차오장이란 빈민촌(貧民村)으로 옮겼으며 이를 베이징에 있는 동지들에게 알렸다. 이러한 소식을 알게 된 이을규를 비롯하여 백정기, 오면직, 장기준, 김성수, 김동우 등이 톈진(天津)으로 찾아와 근처에 큰 방을 구해 함께 기거하게 되었다. 한편 이회영을 비롯한 아나키스트들은 일제의 기습으로 인하여 국내에서 모집한 자금이 없어지게 되자 그에 대한 비상대책(非常對策)으로 일본 조계지 한복판에 위치한 중일 합작 은행(中日合作銀行)인 ‘정실은호’를 습격하기로 계획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에 대하여 이회영은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 계획에 찬성하기로 하였으며 이에 따라 장기준을 비롯하여 오면직, 송순보, 김동우, 김성수 등이 이 거사에 참여하여 3000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거사가 성공을 거둔 이후 아나키스트들은 만주로 향하였으나 이회영은 만주행보다는 푸지엔성(福建省)의 농민자치운동(農民自治運動)에 깊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아들 이규창과 함께 상하이(上海)로 향하였다. 이와 관련해 당시 혼기가 찬 딸 이규숙은 아나키스트의 일원으로서 ‘정실은호’ 거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던 장기준과 혼인한 이후 남편이 동지들과 함께 만주로 떠날 때 동생 이현숙을 데리고 동행하였다. 여기서 모든 일행이 같은 날에 떠나는 것이 아무래도 보안상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기에 3진으로 나누어서 출발하였는데 1진으로 장기준·이규숙·이현숙, 2진으로 백정기·오면직, 3진으로 정화암 등 총 15인이 하루 간격을 두고 출발하였다. 한편 1931년 조선인 무정부주의 단체인 남화한인청년연맹(南華韓人靑年聯盟)을 결성하였으며 산하단체로 남화구락부를 두었으며 기관지로써 남화통신을 발간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변수가 발생하였는데 그것은 일제가 만주사변(滿洲事變)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제는 1931년 여름 만주 전역을 침략할 계획을 수립하였는데, 구체적으로 만주에 주둔하는 관동군의 일부 장교들이 선양(審陽) 북쪽 유조구의 만선철로를 폭파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을 일제는 중국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만주를 공격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1931년 9월 18일에 발생한 만주사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