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사설] 반지하 참사 언제까지 지켜볼 수만은 없다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폭우로 목숨을 잃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가족들의 빈소가 10일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다. 반지하 집에서 장애를 가진 언니와 13살 난 딸과 함께 살고 있던 올해 46세인 홍모씨는 폭우로 인해 방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몸이 불편한 70대 노모도 함께 살았지만 요양병원에 있다가 목숨을 건졌다는 소식도 눈물 없이는 듣기 어려운 사연이다. 폭우로 두 딸과 손녀를 한꺼번에 잃은 그 심정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번 신림동 참사처럼 언제까지 슬퍼하거나 안타까운 마음만 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대책을 수없이 강조하고 홍보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참사를 보면 정부 대책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거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사각지대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번 신림동 참사처럼 ‘반지하 주택’이지만 ‘자가 주택’의 경우는 정부의 주거상향 지원사업 대상자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노모와 장애를 앓는 언니, 어린 딸이 함께 거주하는 매우 열악한 조건이지만 정부의 주거 취약계층 지원사업 대상자가 아니라면 정부 정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묻고 싶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도 정부의 후속 대책이 시급하다. 잦은 이사와 전월세 가격 급등이 걱정돼 반지하 등에 거주하는 국민이 많다. 자가 주택이지만 일반 아파트나 주택 소유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시장 논리를 강조하면서 공공임대주택에 소극적이다. 부자들의 종부세와 재산세는 감면해 주면서도 공공임대주택은 멀리 한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신림동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상이변은 이제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이번 폭우보다 더 심각한 참사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림동 참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반지하 주택 등 주거취약계층이 맞닥뜨린 위험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가운데 다수는 정부의 지원사업 사각지대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전국적인 점검과 함께 주거취약계층이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라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마침 국토부가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정책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세력이나 부동산 부자들의 나라가 아니라, 신림동 일가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의 청사진이 나오길 기대한다. 끝으로 이번 폭우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은 홍씨 가족을 비롯해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천지일보 사설] 김여정의 독설 듣고만 있을 것인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더욱 불안하다. 대만해협을 봉쇄했던 중국군이 지금 이 시간에도 대만을 향해 해상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해상이 봉쇄되면서 선박 진입도 불가능한 상태다. 자칫하면 언제든지 대만을 공격할 태세다. 그동안 중국군이 보인 무력시위도 이례적으로 고강도였다. 일각에서는 대만해협의 위기가 ‘뉴노멀(일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그대로 한반도 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도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의 움직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이튿날 노동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악성전염병(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며 “당중앙위와 공화국정부를 대표해 최대비상방역전에서 승리를 쟁취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는 대목이다. 지난 5월 12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당중앙위 8기 8차 정치국회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면서 비상방역체제로의 전환을 선포한 지 91일 만이다. 우리가 우려할 대목은 그 직후에 나왔다. 북한 김정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느닷없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북한에서의 초기 발생지역이 휴전선 인근이라는 점에서 남쪽을 의심한다고 밝힌 뒤, 북한으로 보낸 대북전단 풍선에 실린 물건이 코로나19의 매개물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남측을 향한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게다가 김 부부장의 표현도 이전처럼 아주 거칠다. 박멸, 짐승보다 못한 추악한 쓰레기, 불변의 주적, 괴뢰보수패당 등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들을 쏟아냈다. 그동안 김여정 부부장의 억지와 독설은 수차례 들어 봤지만 이번처럼 공식 석상에서 연설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방역실패 탓을 남측으로 돌리면서 대남 경고의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김 부부장이 직접 공식 석상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사실상 대남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의 무게도 가볍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도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면서 김 부부장의 억지와 궤변, 대남 공세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그러면서 혹 있을 수도 있는 북한의 보복에 대해서도 면밀한 대비와 함께 구체적인 대응 계획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천지일보 사설] 기후재난 잦아질 가능성… 대책 재정비해야

수도권과 중부지방, 강원, 충청 등에 이례적인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비공식적으로 이번에 하루 동안 쏟아진 비의 양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 한다. ‘100년 만에 처음’ ‘세기에 한 번 나는 재난’ 등의 기사 제목이 10년, 5년, 작년으로 점차 줄어들 때 우리는 이를 기후변화라고 부른다. 이상기후가 잦아진다는 설명이다. 당장 세계 상황만 봐도 우리가 기후변화 시대를 산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금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과 북중미 지역은 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신음하며 물이 부족해 정부가 머리를 매일 감지 말라고 권고할 정도다. 이번 폭우가 기후변화로 발생했는지는 당장 가늠이 어렵지만 세계에서 점점 잦아지는 기상이변이 우리나라만 피해갈 것이란 믿음은 망상이다. 그러나 이런 망상이 우리나라엔 아직 팽배해 보인다. 전, 현 정부의 재난 시스템 대응과 탄소 감소 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수방 및 치수 예산을 900억원가량 줄였다.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 마무리 돼 예산이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이번 피해 상황을 보면 이런 사업들이 효력이 있냐는 의문마저 든다. 온난화의 원인인 탄소 감소 노력도 부족하다. 현재 국가 탄소중립정책의 총괄기구인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아직까지 공석인데다 지난 정권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없이 장기 목표만 세워 놨다. 지구온난화로 대기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공기는 수분 7%를 더 머금으며 폭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가 더워질수록 이번과 같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일단 탄소 배출을 줄일 생각이 없으니 이상기후도 잦아진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 장기간 강우 통계에 맞춰 구축된 물관리 인프라도 새롭게 정비해 이번처럼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 본질적으로는 탄소 배출 감축이 시급하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의 참여도 중요하다. 최근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온실가스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에) 공동대응하느냐 아니면 집단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고 했다. 극단적인 비유가 아니라 과학에 근거한 사실이다. 이번 폭우로 정부와 모두가 망상에서 나와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의 한 가운데 있음을 깨닫길 바란다.

[천지일보 사설] 더불어민주당 ‘방탄’ 당헌개정,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 아닌가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9일 당직자가 비리 혐의로 기소됐을 때 직무를 정지토록 한 당헌을 개정하자는 청원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부정부패 혐의로 당직자가 기소되면 그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를 사실상 없애자는 입장에 찬성을 표명한 것이다. 이 후보는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검찰권 남용이 우려되는 상태에서 여당과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당원들의 당헌 개정 운동이 생기기 전에 전당대회 준비위와 비대위에서 추진했다”며 “이 조항을 개정하려는 게 저 때문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고,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라”고 했듯이 이 후보가 당헌 개정에 스스로 찬성을 밝히는 것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당헌 개정이 이루어지면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 후 기소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시의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미 대장동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검찰뿐 아니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있다. 최근 법인카드 의혹의 참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네 번이나 있었다. 이 후보는 “나라가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 것이지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항간의 여론은 그가 말하는 것과는 영 반대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이 후보는 “나 때문에 개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당내 논의가 있었다”며 “나는 부정부패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헌 개정 운동을 시작한 것, 이 후보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이다. 만약 본인이 불법 혐의가 없다고 강변한다면 무리해서 당헌 개정에 나설 필요도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여당 때와 야당 때 당헌이 왜 달라져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권과 이 후보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젠 ‘기소돼도 대표직 유지’라는 ‘방탄용’ 당헌 개정까지 서두르고 있다. 이를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천지일보 사설] 김순호 경찰국장 진실을 밝혀야 한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한 문제를 놓고 여전히 비판여론이 거센 가운데 그 위법성 논란도 그치질 않고 있다. 정부는 법률적 검토를 마쳤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조만간 법적 다툼의 결론이 나오겠지만, 행안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방식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일선 경찰관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데도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지, 경찰국 신설의 배경마저 궁금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 경찰국 첫 책임자로 임명된 김순호 국장의 과거 이력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화 운동과 함께 노동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당시 김 국장은 1988년 2월 결성된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핵심적인 활동을 하다가 이듬해 4월께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그 사이 김 국장과 함께 활동하던 인사들은 경찰에 붙잡혀 수사를 받거나 투옥된 상태였다. 물론 인노회도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인 1989년 8월 김 국장은 경찰에 경장 계급으로 특별 채용됐다. 김 국장은 당시 ‘대공 공작업무와 관련 있는 자’로 분류돼 특채 요건이 됐다고 한다. 그 뒤 ‘홍제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치안본부 대공수사3부에 처음 배치돼 1998년 경감 승진 때까지 일했다는 것이 당시 김 국장의 이력이다. 당시 법에 따르면 경찰 특채 자체는 위법으로 볼 수 없다. 다만 ‘특채’는 말 그대로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에 대한 특별 채용이다. 경찰이 아무나 경장으로 뽑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시 김 국장은 어떤 공로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동시에 김 국장을 경찰로 특채한 당시의 인사 라인도 밝혀야 한다. 그래야 김 국장을 특채한 배경이 제대로 규명될 것이다. 김순호 국장은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물론 터무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일 수도 있다. 반대로 소설 같은 얘기가 실제 현실이 됐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다. 이대로는 김 국장에 대한 신뢰는 물론 명예도 지키기 어렵다. 대충 묻어두고 갈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도 ‘아니면 말고’식의 얘기는 그만둬야 한다. 뜨거웠던 민주화 운동의 시대, 그 시대의 주인공들이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장삼이사였다면 몰라도 될 일이다. 그러나 명색이 행안부 경찰국 초대 국장이다. 과거 이력에 논란이 있다면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야 한다. 불과 30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의 자료는 물론 사람들도 대부분 생존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김 국장이 소상하게 진실을 밝히고 정치권에서도 제대로 된 검증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다.

[천지일보 사설] 윤 대통령 다음 수순은 인적 쇄신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취임 3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이미 국민적 신뢰감을 잃었을뿐더러 곳곳에서 퇴진 압박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박 장관의 자진 사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었지만 사실상의 ‘경질’로 해석됐다. 초등학교 취학연령 만 5세 추진, 외고 폐지 등 공론도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에 대한 여론의 반발과 그마저도 오락가락하는 정책 혼선에 대한 국민적 비난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박순애 장관에 대한 사퇴 여부는 8일 휴가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답변에서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국정동력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적절한 답변이다. 국민의 지지가 없다면 국정운영 자체부터 불가능하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본령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국정동력과 국민적 관점을 말하고 다시 점검하겠다는 등의 말을 할 때는 이미 박 장관 경질에 대한 결심이 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적 관점이나 재점검 등을 언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휴가 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개월의 국정을 성찰하고 또 고민하면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 첫 결과가 박순애 장관의 자진 사퇴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쯤에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 소나기만 잠시 피하고 보자는 식이라면 정말 답이 없다. 취임 3개월 만에 국정운영 지지율 20%대를 보인다는 것은 충격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 그동안 무엇이 잘못됐는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사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일신한 모습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시간이 많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울 정도다. 하나 더 강조할 대목은 인적 쇄신과 관련해 대통령실 ‘인사 라인’에 대한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인사 검증은 국민적 분노의 진원지가 됐다. 아니 기본적인 검증이라도 제대로 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사태를 이렇게까지 만들고 나서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태도다. 돌아선 민심을 위해서라도 특히 인사 라인에 대한 준엄한 질책과 쇄신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천지일보 사설] ‘만 5세 입학’ 파장 반면교사 삼아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다. 느닷없는 만 5세 초등입학 정책에 반발이 커지자 사실상 경질이라는 분석이다. 사태가 커지면서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박 부총리에 대한 자질 논란도 이어졌다. 박 부총리는 두문불출하면서 국회 교육위 출석 준비에 매진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급작스럽게 사퇴했다. 박 장관의 섣부른 만 5세 초등입학 발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에도 일조했다. 윤 대통령의 인적 쇄신 1순위로 거론되는 인사가 박 장관이었다. 문제는 박 장관 사퇴 정도로 국정 지지율이 반등할 조짐은 없다는 것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사람을 제대로 두어야 나라가 바로 서는 법이다. 만 5세 입학 파장에서 봤듯 교육부 장관은 수많은 교육 문제를 다면적으로 볼 수 있는 식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수능시험의 ‘변별력’ 강조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꼬고 또 꼬아 결코 풀 수 없는 초고난도 시험문제로 변별력을 갖추려고 하니, 초고난도 문제를 풀기 위해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 기형적 사교육 풍토가 형성된 것이다. 한편으론 고난도 문제 풀이 능력을 갖춘 한국 학생들은 세계 어느 대학을 가도 우수한 적응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수능시험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듯이, 교육 문제는 단적으로 한 면만을 보고 급진적인 개혁을 시도하면 수많은 문제점이 파생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논의해서 가장 미래지향적이면서 혼선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교육정책의 특성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한 박 부총리의 교육부 장관 취임과 관련해 취임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으나, 윤 대통령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벌써 장관이 낙마한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잘못된 인사는 조속히 바로 잡아야 한다. 이번 만 5세 취학설과 최근 외고 폐지설까지 꺼낼 때 박 부총리는 많은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대로 된 민의도 듣지 못하고, 이를 제대로 자문해줄 인재풀도 없었음이 드러난 꼴이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금 가장 겸허히 받들어야 할 말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심을 잃으면 권력도 사라진다. 윤 대통령 지지율 급락이 임기말 레임덕 수준이다. 그 원인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고, 민의가 어딨는지 여당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이번 만 5세 입학 정책을 반면교사 삼아 민감한 정책을 내놓을 때는 신중하고 세심하게 준비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천지일보 사설] 휴가 복귀 후 달라진 윤 대통령, 전반적 국정 쇄신 꾀하기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8일 복귀했다. 윤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하면서 기자들과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가졌다. 지난달 26일 이후 13일 만의 약식 회견이었다. 이날 오전 8시 50분께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여러분들 오랜만이죠”라는 인사와 함께 포토라인 앞에 섰다. 하늘색 넥타이는 윤 대통령이 취임식이나 국회 시정연설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을 때마다 착용했던 것으로 나름 정치적 의미가 담겼다. 윤 대통령은 먼저 ‘첫 휴가 복귀 소감’에 대한 기자 질문에 “제가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평가하면서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갖게 됐다”라고도 했다. 과거 출근길 문답에서 여러 차례 격앙된 어조와 큰 몸짓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는 등의 모습을 연출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20%대로 내려앉은 국정 지지도에 ‘낮은 자세’로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했다. 윤 대통령의 휴가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만 5세로의 취학연령 학제 개편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거론된 대통령 관저 공사 등 민감한 현안들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4%까지 하락했다. 휴가 후 복귀한 윤 대통령의 자세가 달라진 것은 경제, 안보, 외교와 함께 여당 국민의힘 등이 총제적 위기를 맞은 현재의 시국을 엄중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냉정하게 진단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취임 이후 능력주의와 상식과 공정을 표방한 윤 대통령의 용인술은 검찰과 측근 위주의 대통령실 인사 논란 등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 경찰국 신설과 취학연령 하향 등 논쟁적 어젠다의 추진 과정에서 여론 수렴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밀어붙인 일방주의에 대해서는 권력의 오만과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 등을 통해 새 출발하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해야 할 것이다. 오는 15일 광복절 경축사나 특별사면을 통해 국민 통합이나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를 내 놓아야 한다. 인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자질 시비를 빚는 인사를 교체하며 대통령 주변의 잡음을 정리해야 한다. 적절한 수준의 인적 쇄신과 국정운영 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국정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윤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

[천지일보 사설] 일본 에토 의원의 망언 당장 사과하라

일본 정계의 거물이자 집권 자민당 내 ‘아베(安倍)파’의 중진인 에토세이시로(衛藤征士郞) 중의원(13선, 전 중의원 부의장)이 최근 망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우리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일본 자민당 회의에서 ‘일본은 확실히 한국의 형님뻘’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한국을 잘 지켜보고 지도한다는 넓은 도량으로 한·일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극우 아베파다운 시대착오적 인식이며, 일본 군국주의 역사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망언’이라 하겠다. 자민당은 물론 일본 정계 전체에서도 이런 수준의 인식을 소유한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극우를 지향하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일본 사회 전체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정치가 조롱을 받으며 국제사회는커녕 아시아권에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배경인 셈이다. 이러한 일본의 정치현실을 직시한다면 에토 의원의 이번 발언은 사실 특별한 것도 아니다. ‘또 하나의 망언’으로 따끔하게 비판하되 굳이 시비를 따질 가치도 없다. 그러나 에토 의원의 망언이 불거진 외교적 배경을 보면 우리가 간단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지난 3일 일본을 방문해서 이튿날 일본 측 파트너인 일한의원연맹과 합동간사회의를 가졌다.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의 의회가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바로 당일 일본 자민당 모임에서 에토 의원이 문제의 망언을 한 것이다. 일본을 찾은 한일의원연맹 대표단을 조롱하는 발언이며, 우리 국민에 대한 용서받지 못할 망언을 작정하고 쏟아낸 셈이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서 이 망언 소식을 들은 우리 대표단은 그 흔한 ‘사과’ 요구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유감’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서둘러 귀국했다. 에토 의원의 망언보다 우리 대표단의 ‘굴욕’이 더 부끄럽다. 에토 의원의 망언이 한국과 일본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지난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일제 강제징용 현금화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이 해결방안을 찾기로 했으며, 일본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결방안을 내놓을 당사국은 가해국인 일본이다. 그럼에도 피해국인 한국이 해결방안을 찾고, 일본이 경청했다는 얘기는 상식 밖이다. 게다가 일한의원연맹 소속의 에토 의원이 대한민국을 향해 망언을 한 사실을 알면서도 박 장관은 일본 측에 사과는커녕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 갈수록 초라해지는 한국 외교의 현실이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천지일보 사설] 국민의힘 비대위 충돌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도 당내 갈등이 연일 표출되고 있다. 비대위의 역할이나 활동 기한, 비대위원장 후보를 놓고서도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오는 9일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집권당이 보이는 혼란과 갈등, 무능과 오만은 사실 충격적이다. 역대 어느 정부가 집권 초기에 이처럼 무기력한 집권당 모습을 보였는지 묻고 싶을 만큼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중징계를 받고 전국 각지를 떠돌고 있는 이준석 대표가 다시 여론의 중심에 섰다. 오는 9일 전국위원회 일정에 맞춰 가처분신청을 비롯한 법적 대응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이 대표 지지자들의 집단소송이나 토론회 등을 통한 전방위 여론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전국위원회가 열리고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다면 이 대표는 징계시한이 끝나더라도 대표로의 복귀는 어렵다. 이미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마당에 뒷북치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대표가 법적 대응을 비롯해 여론전에 나서는 것은 최소한의 명예를 회복하고,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 물론 이미 사의를 밝힌 일부 최고위원들의 언행도 법적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절차적 하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대표가 법적으로, 여론으로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생기지 않았다면 좋은 일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명분과 명예라도 최소한은 지켜내야 한다. 정치인의 숙명과도 같은 권력투쟁의 속성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출범 3개월 만에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국정운영 지지율이 낮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을 향한 여론의 거친 비난은 마치 ‘임기 말 현상’을 연상케 할 정도다. 당초 농담으로 듣던 ‘취임 덕’ 딱 그런 분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과 충돌은 윤 정부에도, 당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그 부작용과 후유증은 그대로 국민의 몫이 될 뿐이다. 국민은 지금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집권당 내부의 권력투쟁과 이로 인한 윤 정부의 위기, 그 모든 사회·경제적 부담을 국민이 떠맡는다면 국민은 너무 억울하다. 아니 윤 정부와 국민의힘이 국민을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몰 수는 없는 일이다. 거듭 윤 정부의 국정운영 혁신, 집권당인 국민의힘의 성찰, 이준석 대표의 자중을 간곡하게 요청한다.

[천지일보 사설] 박순애 부총리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인사청문회도 없이 취임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러나 취임 전후로 쏟아졌던 전문성, 도덕성, 자질 논란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다 할 준비도 없이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겠다는 계획이 연일 난타를 당하고 있다. 거센 비난 여론을 의식한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 뜻을 수용해야 한다고 이미 밝혔다. 박 부총리도 국민이 반대하면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론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듯이 대부분의 국민은 박 부총리가 추진하는 취학연령 만5세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이 난 것이다. 취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계획은 당장 폐기하는 것이 옳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더는 소모적인 논란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박순애 부총리는 아직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 부총리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2학기 학교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기자들은 거듭 확인할 수밖에 없다. 취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계획을 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추진할 것인지 물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박 부총리는 브리핑 후 기자들의 현장 질의를 받지 않았다. 당초 교육부는 현장질의와 사전질의를 받기로 했지만, 대변인실은 회견 직전 긴급하게 박 부총리가 현장 질의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기자단에 알려왔다. 사회적 합의와 소통을 강조했던 박 부총리의 언행치고는 상식 밖이다. 브리핑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기자 개인의 궁금증을 묻는 게 아니다. 국민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갑자기 기자들의 질문을 막았다면 더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취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문제는 이미 초미의 관심사가 돼버렸다. 이쯤에서 교육정책 책임자가 침묵하고 넘어갈 일도 아니다. 이런 태도로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고 나아가 사회적 합의까지 이루려고 했는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박 부총리의 바로 이러한 태도와 자질, 신뢰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박순애 부총리는 브리핑 직후 사무실을 나설 때 대기하던 기자들이 “학제개편안이 공론화 안 되면 사퇴하실 의향이 있으시냐”고 물었다. 국민도 그것을 묻고 싶었다. 그러나 박 부총리는 이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박 부총리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거의 한계점에 왔다는 생각이다. 이쯤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런 식으로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박 부총리의 사표를 받을 것인지를 결단해야 한다. 여론이 더 나빠지고 야당이 본격적인 공세로 나올 때는 이미 시간이 늦었다는 것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천지일보 사설] 한미 양국 국회의장 회담 내용이 빈곤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양국 국회의장 회담을 가졌다. 회담 직후 공동 발표문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물론 외교적 발언이기에 그 구체적 내용을 따지기엔 무리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이전 보다는 한 걸음이라도 더 진전된 내용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우리 국민의 솔직한 심경이다. 최근 한반도 주변의 안보 정세가 갈수록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 발표문은 이전에 나왔던 해묵은 표현들, 알맹이 없는 공허한 단어의 나열 그리고 하나 마나 한 원론적 얘기들이 너무 많다. 5년 전에도 했던 말이고, 또 5년 뒤에도 할 수 있는 발언이라면 그런 얘기를 굳이 공동 발표문 형식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를테면 우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이란 게 무엇인가. 그리고 실질적 비핵화 얘기가 또 나왔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셈법이 다른 개념이라면 이 또한 공허한 얘기다. 무엇 하나 손에 쥘 수 있는 내용이 없다. 한미 양국 국회의장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가는 엄중한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북한의 위협에 대해 펠로시 의장은 미국 행정부를 향해 지금껏 무엇을 요구했으며, 어떤 노력을 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우려’만 표할 것이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 미국 하원의 의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북한을 향해 우려만 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찾은 것도 아닐 것이다. 물론 펠로시 의장에게 그 무엇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막연하고 공허한 외교적 언사는 자칫 불신과 실망만 안겨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해 김진표 국회의장은 “한미 동맹이 군사 안보, 경제, 기술 동맹으로 확대되는 데 주목하며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의 발전을 의회 차원에서 강력히 뒷받침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 또한 원론적 얘기에 다름 아니다. 한마디로 확대된 한미 동맹을 위해 양국 의회가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더 발전된 한미동맹, 실질적인 북핵 해법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기존의 레퍼토리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전처럼 미 고위급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북한을 때리는 발언 한마디만 해도 크게 환대했던 그런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잘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지일보 사설] 펠로시 대만 방문에 각국 속내 복잡… 커지는 亞 위기

중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 3일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는 등 일정을 소화했다.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 대만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에게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단순 미국 고위 정치인의 순방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간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던 대만으로서는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전 세계 고위 정치인들에게 그들이 직접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기회가 됐다. 최근 미국, 유럽 국가들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고위급 대표단과 대만 관리들의 답방은 점점 더 잦아지는 추세다. 미국의 셈법은 복잡하지만 펠로시 의장 본인에게는 상당히 좋은 기회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서부터 30년 후 홍콩의 반정부 시위에 이르기까지 중국 집권 공산당의 인권 유린을 집요하게 비난해온 그는 대표적인 중국 당국의 ‘외교적 기피인물’이다. 이런 수십년간의 노력과 일치하는 이번 방문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반대파들로부터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징후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존재감이 미 권력 서열 2위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앞선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미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전략적 모호성’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번 펠로시 의장의 방문과 함께 점점 변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잇따른다. 백악관이 매번 철회하긴 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중국의 대만 공격 시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대만을 되찾겠다고 한 중국도 고려할 문제가 많다. 시진핑 국가 주석 입장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수차례의 경고를 어겼기에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더 약한 지도자로 보여질 위험이 있지만 현 중국의 상황에서 그가 원하고 필요한 것은 안정이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 직후 중국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군사훈련과 실탄 사격을 예고했으나 이는 중국군의 대만 침공의 전조 보다는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그렇다 해도 이번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아시아에 분쟁 가능성을 높였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마크 에스퍼 전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대만과 중국이 충돌해 미국이 개입한다면 한국도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제 펠로시 의장은 한국에 온다. 미중 선택 압박이 점점 커지는 지금 정부의 선제적 위기관리 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천지일보 사설] 펠로시 한국 방문, 한·미 안보동맹 강화 기회로 삼아야

미국 의전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 직후 3일 오후 한국을 찾는다. 그의 한국 방문은 2015년 박근혜 대통령 정부 때 이후 7년 만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미국 국회의장인 그의 대만 1박 2일 방문 동안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에 항공모함을 동시 출격시키며 현재 양국 간에 조성된 긴장수위를 한층 높였다. 미국은 중국관의 군사 대치에 대비해 남중국해에 배치했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등 최소 4척의 군함을 대만 동부 해역에 배치했다. 중국은 2일부터 남중국해와 보하이해 일대에서 실탄사격을 포함한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하이난 섬 동·남부 남중국해에서 실시되는 훈련에는 항공모함인 산둥함도 투입됐다. 미·중 갈등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는 펠로시 의장의 한국 방문은 여러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펠로시 의장이 연이어 방문한다는 사실은 안보·외교적인 의미가 크다. 그는 1박 2일간의 방한 기간 중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공식적인 만남을 갖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제 협력 및 기후위기 등의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펠로시 의장이 이끄는 미 의회 대표단은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이번 방한을 추진하면서 동맹국 한국과의 안보 강화에 대한 협력과 소통을 다지는 계기로 삼으려 한 것이다. 북한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노골적으로 중국 편들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을 통해 “현 상황은 미국의 파렴치한 내정간섭 행위와 의도적인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화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까지 순방계획이 잡힌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투어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임기 초기 외교·안보의 정상화를 표방하며 미국과의 유대 강화에 주력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펠로시 의장의 한국 방문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적 안정에 기여하는 동맹체제를 한층 더 다져야 할 것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전술핵 사용 위협을 공공연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결속은 그 어느때보다도 흔들림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진핑이 3연임을 계획하고 장기 독재를 다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과의 연대를 통해 점차 한국에 외교·안보·통상 문제 등에서 민감한 대응을 하는 만큼 피를 나눈 혈맹인 미국과 깊은 연대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천지일보 사설] 취약층 금융지원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일 정책금융기관장들에게 취약층을 위해 125조원 규모의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차질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금융시장마저 위태로운 국면에서 새 정부의 민생정책이 또 미뤄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는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열린 정책금융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고금리·고물가 등 경제여건 악화로 취약 차주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125조원 규모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 참여연대가 발표한 ‘1천조원 소상공인 부채,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7천억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보다 무려 40.3% 증가한 것이다. 이대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폭증한 대출은 손 쓸 방법이 없다. 게다가 금리마저 상승 추세다 보니 해법은 더 막막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자칫 영세한 자영업자가 무너지면서 소상공인으로, 다시 일반 가계로 도미노처럼 가계부채가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가 3억5천만원을 넘어 비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9천만원)의 4배 수준으로 팽창했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취약층에 대한 지원과 금융부채 연착륙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금융당국도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해 소상공인 채무자들이 거의 한계점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연장이든, 상환유예든 급한 불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앞장서고 정책금융기관과 주요 시중 은행들이 힘을 보탤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이 오는 9월 말 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것을 앞두고 이들의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권과 협의체를 구성한 것도 이런 이유라 하겠다. 이제 관건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도덕적 해이’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수의 건강한 시민의식을 짓밟는 빚 탕감 정책이나 과도한 특혜는 국민 전체의 반발을 살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지원은 확대하되 성실한 상환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동시에 서민금융지원체계를 개선에서 정부 차원에서의 일회성 지원책 남발을 차단하고, 좀 더 효과적이고도 일관되게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세심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라 하겠다.

[천지일보 사설] 국민제안 제도 첫 투표부터 무효라니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국민제안’ 제도가 첫 투표부터 무효로 처리되는 사태를 맞았다. 대통령실이 1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던 대국민 온라인 투표에서 어뷰징(중복 전송)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국민제안 TOP 10’ 투표를 통해 선정하려던 우수 국민제안 상위 3건은 별도로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어뷰징 사태를 이유로 윤 정부의 야심작으로 언급됐던 국민제안은 첫 투표부터 무효 처리되는 촌극을 맞은 셈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 동안 국민제안 10개 안건을 두고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10개 안건은 온라인과 우편으로 접수된 1만 3000여건 중 민관합동심사위원들이 심사해 선정했으며 국정에도 반영될 계획이었다. 이날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브리핑에서 “투표 결과 567만건의 ‘좋아요’가 기록됐는데, 호응은 좋았으나 10개 제안에 대해 ‘좋아요’ 수가 변별력이 떨어질 만큼 많은 부분에 분포가 돼 있다”면서 “다수의 어뷰징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청와대실이 밝힌 대로 실제 투표 결과를 보면 10건에 대한 ‘좋아요’ 수가 56만~57만여개로 거의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좋아요’ 수는 567만여개다. 다수의 어뷰징이 나타났다고 보는 대목이다. 이대로는 투표의 신뢰성도, 변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어뷰징 사태 등 온라인 투표 부실 문제는 사실 예견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매크로를 통한 여론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100% 실명제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수 국민제안 투표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실명 없이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홈페이지에서는 로그인 없이도 투표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원칙을 비틀더라도 인기를 의식한 정무적 셈법이 앞선 탓에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대신 그 부작용에 대한 준비는 미흡했다. 예견된 비극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어뷰징으로 저희가 하려는 국민제안 제도를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변명했다. 물론 교묘한 여론 조작이나 해외 IP 유입, 해킹 등의 시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명색이 대통령실 홈페이지 관리가 예견된 방해 세력의 방해조차 차단하지 못했다면, 그 결과 첫 온라인 투표가 무효로 결론이 났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문제점이 발견됐다면 보완하고 개선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투표 무효 사태를 아무 일 아니듯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변명이나 ‘남 탓’이 아니라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제안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천지일보 사설] 5세 취학, 단순하게 결정할 사안 아니다

느닷없는 교육부 장관의 ‘5세 취학’ 발언이 논란이다. 지난달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며 “취학연령을 1년 낮춰 사회적 약자 계층이 빨리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현 만 6세를 2025년부터 만 5세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만 6세가 된 다음해 3월, 한국 나이로 8세가 되는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이를 1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실현되면 과거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76년 만에 대한민국 학제가 바뀌게 된다. 현재도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조기입학을 시도하지 않는다. 교육자들도 좀 더 어린이가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 안 그래도 남다른 조기교육열로 어린이의 놀 권리가 박탈 당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에 대선 공약에도 없던 박 장관의 만 5세 취학 발언은 수많은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도 맞장구를 쳐서 정책은 실질적인 준비에 들어갈 모양새다. 5세 취학은 이전 정부 때도 추진을 검토하다 무산된 바 있다. 박 장관의 취학 연령 만 5세 정책의 주요 취지는 취학연령을 앞당겨 영·유아 단계에서 공교육 혜택을 확대하고 출발선상의 격차를 해소하는 동시에 졸업 시점도 앞당겨 보다 빨리 사회에 진출하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년 먼저 사회에 진출한다고 근본적인 생산가능인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국 같은 사이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학생은 경제적 도구가 아니며 학교는 경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업 양성소가 아니다. 경제논리가 아닌 교육 본연의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또 이번 학제개편 계획에 따르면 2025년에 만 5세, 만 6세가 동시에 학교를 다녀야 한다. 2025년만 놓고 봤을 때 취학생 수는 직전 연도 35만명 수준에서 4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교사와 시설 확충, 그리고 대규모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하는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사업을 추진하면 현장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중요한 정책을 국민적 합의와 제대로된 준비없이 실행 발표부터 한다는 것은 교육부 장관의 자질마저 의심스럽게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초석으로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이다. 박 장관은 교육의 근본 의미부터 되새겨보길 바란다.

[천지일보 사설] 총체적 위기에 빠진 윤석열 대통령, 휴가 이후 ‘당·정·대’ 전면적인 쇄신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취임 후 첫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여름 휴가동안 휴식을 취하며 향후 정국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는 시점이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안팎으로 어려운 때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고물가 등 민생위기가 산적한 상황이며 휴가가 끝나면 8.15 광복절 특별 사면 같은 민감한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20%대까지 내려간 지지율과 여권내 분란 돌파도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만명에 다가서면서 방역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변이를 거듭하며 재유행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19에 맞서려면 방역당국의 치밀한 대응전략이 중요하다. 중단기 대응 지침을 가다듬어야 하고 무엇보다 확진자 검사와 치료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개량백신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가 닥쳐오며 자영업자 3명 중 1명이 폐업을 생각 중이라고 할 만큼 경제침체가 본격화될 기미를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경제위기를 극복한 고강도의 처방책이 세워야할 것이다. 8.15 광복절 특별 사면에서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통합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대상에 들 거라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윤 대통령으로선 여론을 의식하며 상당한 고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총체적 위기에 봉착한 여권의 전열 정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당·정·대’를 어떤 식으로 쇄신하느냐이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메시지 공개파문이후 당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직을 사퇴했으며, 조수진 등 일부 최고위원도 잇달아 사퇴의사를 밝혔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는 상황에서 정국 반전의 기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의 힘 내부에선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 전 대표직무대행 등의 ‘2선 후퇴론’과 당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추락하는 상황에서 당과 대통령실이 함께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휴가가 끝나면 현재 위기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으로서의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국정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민생을 최우선 순위에 두되 경찰청 신설과 같은 갈등을 유발하는 개혁과제들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이 민심의 기대에 부응하는 쇄신안을 갖고 국민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받기를 기대한다.

[천지일보 사설] 학제개편 바람직하지만 철저한 준비가 필요

정부가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5세로 1년 낮추는 내용의 학제개편 계획을 내놓았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반영하고 유아 단계의 교육격차도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조기 입학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계획은 일단 환영할 대목이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도 취학연령을 낮춰서 유아교육뿐만이 아니라 고등교육, 나아가 대학교육까지 더 내실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었다. 그만큼 사회 진출도 1년 빨라지게 된다. 그럼에도 정치적 이유로, 또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해왔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시점에서 교육부가 초등학교 취학연령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새 정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좀 더 세부적인 계획을 이번에 발표한 것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초등학교 취학연령은 ‘만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환산해 보면 우리 나이로 8세가 되는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생 대부분이 우리 나이로 8살인 배경이다. 이제 관건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는 일이다. 갑자기 만 5세로 취학연령을 낮출 경우 그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인원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물론 네 번에 걸쳐 취학연령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학생수 증가는 당연하다. 따라서 교사와 교실은 부족하지 않은지, 관련 예산 등도 잘 따져볼 일이다. 그리고 해당 학부모들의 반발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이유라 하겠다. 이번 교육부의 계획을 보면 현행 6-3-3-4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4년간 25%씩 취학연도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2년을 앞당기는 방식보다는 부작용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교육에 워낙 민감한 우리 국민이다. 이번 계획을 큰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해당 학부모들이 정부의 계획에 동참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보완해서 조금이라도 피해나 불만이 없도록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그야말로 백년지대계를 설계할 매우 엄중한 계획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당부한다.

[천지일보 사설] 국민의힘 지도부 전면 쇄신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당 대표 직무대행 역할에서 물러나고 조속히 당을 ‘비대위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직무대행을 맡은 지 23일 만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제됐던 비대위체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실 권 대표가 당 중심에 서면서부터 당내 혼란뿐만 아니라 여권 전체가 거의 위기 국면으로 가는 듯한 모습이다. 이대로는 더이상 당을 이끌어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집권당 혼선과 불신은 그대로 윤 정부의 위기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3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뿐만이 아니라 집권당까지 지지율 추락과 국민적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는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없을뿐더러 자칫 더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집권당인 국민의힘부터 달라져야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수행까지 하기에는 무리였다. 그것도 이준석 대표 징계 시한인 6개월 동안 대행체제로 간다는 것은 처음부터 넌센스였다. 게다가 권 대표의 리더십이나 위기관리 역량도 우려할 정도로 취약했다. 초선의원들까지 나서서 당 대표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배현진 최고위원이 사퇴한 이후 31일 오전에는 조수진 최고위원도 사퇴했다. 사실상 권성동 대행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간파한 권 대표가 스스로 대행체제를 끝내고 비대위체제로 가겠다고 밝힌 셈이다. 물론 권 대표도 더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그래서도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비대위체제의 성격, 권 대표의 원내대표직 수행에 대한 논란 그리고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의견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이 잡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심각한 위기 국면이다. 조속히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비대위체제로 큰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위기와 특단의 대책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의 권한을 비대위체제에 실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전권’을 쥔 비대위체제가 들어서야 지금의 난국을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무난하고 타협적인 절충형 리더십으로는 역부족이다. 물론 차기 총선의 공천권이 걸려있는 엄중한 시기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은 특정인 또는 특정 정파의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 새로운 비대위체제를 놓고 또 우왕좌왕, 좌충우돌한다면 곧바로 더 큰 정권의 위기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