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합의안 잉크도 마르기 전에 ‘딴소리’하는 차기여당 대표

협치 또는 합의라는 단어가 국회에서 쓰였을 때 이를 진지하게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회의 역사는 합의를 뒤집는 치열한 싸움으로 기록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놓고 첨예하게 맞붙던 지난 2019년 6월에도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으나, 2시간 만에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2017년 12월 다음해 정부 예산안 합의를 놓고도 의원총회에서 물리는 방법으로 합의문을 쓸모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같은 일이 지금도 또다시 반복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한 지 이틀 만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5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에서 합의안 추진 여부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로서 항상 원내지도부의 논의를 존중해왔고, 소위 검수완박 논의가 우리 당의 의원총회에서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라며 1주일로 시한을 정해 움직일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말 내내 여러 법률가와 소위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이번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논의에 대한 자세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포함해 일선 수사경험자들의 우려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박 의장의 중재안 역시 검사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원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시간만 늦춰졌을 뿐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점에서다. 합의를 주도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은 100% 살아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동일성단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보완수사가 가능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대표의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이런 취지의 내용이 전달됐으리라 본다. 또 국민의힘 지지자 사이에서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홈페이지에 수천개의 글을 올리며 검수완박 합의를 비판했다. 문제점이 있다면 수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합의를 빼면 남는 게 있을까? 일단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렀다면 이를 존중하고 최소한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테다. 박 의장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권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한 것이 불과 이틀 전이다. 그런데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현재 제1야당의 대표이자 향후 여당의 대표가 합의문 파기를 시사했다. 명색이 국회의장이 중재하고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안 사안이 단 며칠 만에 휴짓조각이 될 운명에 처한 모습은 우리 국회가 얼마나 합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지 명료하게 보여준다. 또 만일 정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면 애초에 합의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원내대표는 서명하고, 당 대표는 이틀 만에 이를 뒤집으려 하는 모습은 우리 국회가 협상을 얼마나 졸속으로 하는지도 깨닫게 해준다. 이 대표는 합의 직후인 22일 YTN 뉴스Q에서 저희가 100%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실상 직접수사라고 할 수 있는 보완수사권이라든지 이런 것이 상당 부분 유지된 것에 대해서는 절반의 성공한 협상이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권성동 원내대표 본인도 검찰 출신이고, 무엇보다 당선인도 검찰 출신 아니겠냐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검찰 구성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판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이 대표 본인도 합의를 일정부분 성과라고 평가했으면서도 비판이 커지자 이를 단숨에 뒤집을 채비를 한 것이다. 이 대표가 처음 거대 야당의 대표가 됐을 때 0선 대표라는 우려도 낳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리란 기대도 받았다. 그러나 의정 경험이 없다는 점이 현재 국회의 합의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게 하는 계기인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여야가 합의를 파기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례를 잔뜩 남긴 정치 선배들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기자수첩] 민주당 ‘검수완박’ 처리 “급할수록 돌아가라”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다.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소위 통과를 위해 같은 당 의원을 탈당까지 시키며 질주하는 민주당을 보며 이 한마디가 떠오른다. 5년이라는 세월이 빨리 지나간 탓에 이토록 서두르는 것일까. 아니다. 민주당의 무리한 강행을 보며 국민은 법안의 내용을 떠나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는 참여정부부터 숙의해온 약속이다. 검찰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던 5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한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꼼수 탈당까지 추진하면서 강행하는 과감함을 선보이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법사위원의 구성이 중요한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배치해 법안 처리를 위한 장애물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갖 편법과 몰상식적인 전략을 펴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할 뿐이다. 무엇을 위한 강행인지 그 명분에 대한 이해와 국민적 공감이 먼저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원론적인 명분은 이미 국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라는 것이 아니다. 검수완박 법안이 그리도 중요하다던 거대 야당의 장본인들이 5년이란 시간을 흘려보내고 왜 이제 와서야 목소리를 내고, 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인지 이 의문점에 대한 설명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전방위적인 비판뿐 아니라 이젠 자당의 의원들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선 중진의원인 이상민 의원은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 쓴소리를 뱉었고 조응천 의원도 국민들 보시기에 꼼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공감대 없는 소탐대실은 자승자박.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도 21일 YTN 라디오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사실은 조금 두렵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조차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굉장히 졸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선에 지고 보니 (민주당이) 심리적 균형을 좀 잃고 있는 것 같다며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에는 극히 독선적이고 전투적인 강경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자기 생각만 절대 옳고 합리적인 토론은 거부하면서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심지어는 같은 당 사람이라 하더라도 악마화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검수완박 추진 시 실종되는 수사권 주체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수사권 공백이 되거나 무정부상태가 될 우려에 대해 당차원의 숙고뿐 아니라 모든 이해당사자와 국민의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혈세를 받는 국회의원이 나라와 국민이 아닌 진영의 대통령을 엄호하는 방패부대로 전락했다는 오명은 피해가길 바란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기자수첩] ‘절반의 벽’을 넘은 윤석열… 인수위 출입기자가 본 미래

윤석열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줄곧 50%를 밑돌다가 절반이라는 벽을 힘겹게 넘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공동으로 46일 성인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54%, 잘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40%였다. 긍정 응답이 앞섰지만 기존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과거 대통령들의 당선인 시기 여론과 비교하면 낮다. 새 정부가 긴장해야 할 대목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를 놓고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낮다며 비아냥거릴 문제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좋아할 일도 아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윤 당선인의 용도가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데이터 이면에 숨겨진 시대의 얼굴을 읽지 못해서 오는 오만이다. 18대 대선에서 3.53% 포인트(108만 496표) 표 차이로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78%에 달했다. 하지만 그의 말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다. 전 정부의 추락한 지지율과 촛불을 엎고 올라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뜨거웠다. 하지만 문 대통령 역시 지지율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흘러온 7번의 정부. 그때마다 큰 기대로 시작해, 큰 실망으로 끝난 반복의 역사. 이 역사는 국민에게 기대라는 단어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했다. 그래서 이제 절반만 기대하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새 정부와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기대가 없다기보다 정치와 국가에 대한 기대를 상실한 것이다. 이것이 여론조사 결과에 숨겨진 지금 이 시대의 얼굴이다. 인수위 현장을 직접 들여다보는 입장에서 윤 당선인의 높지 않은 기대치가 오히려 갈수록 높아져 반전의 역사를 만들어낸다면 이러한 낮은 기대감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정치신인 윤 당선인의 행보와 나아가 협력하는 협력자들의 생각과 움직임에서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윤 정부는 공정상식정의라는 키워드로 분명하게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문 정권 출범 당시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슬로건을 기억하고 있다면 기시감이 들 정도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행보는 통합의 측면에서는 분명 다른 점이 있어 보인다. 우선 보수 정당 출신 당선인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5일 제주 방문 때 당선인 신분이 되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지키는 행보였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문제도 차츰 청와대와의 갈등 프레임을 극복하고 여론조사를 통해서 더 많은 국민 지지도 얻어내고 있다. 여가부 폐지 등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도 그렇다. 후보시절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한발 물러서 우선 현행 정부조직 체계에 기반해 내각을 꾸리겠다고도 했다. 총리 인선도 역대 정권을 두루 거친 인물로 최대한 잡음을 피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다양한 언론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창구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것도 돋보이는 점이다. 당선인은 5월 10일 국방부 입주 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1층에 프레스룸을 만들 것이라 약속했다. 또 작은 일도 언론인과 육성으로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은 소통과 신뢰에서 시작된다. 인수위는 통합이라는 키워드 정의에만 열중하지 않고 당면한 갈등 과제를 해결하면서 통합의 면모를 직접 보여주겠다고 말했었다. 이 말의 의미가 이제야 조금 실감이 된다. 이렇게 시작한다면 서서히 국민에게도 그 의미가 닿을 수도 있지 않을까. 부족한 기대치가 반전의 역사를 쓰는 기회이자 새 정부를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