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쟁 ‘찬-반 딜레마’ 대열에 한국도… 무기수출국의 그늘

K2 대전차 등 국산무기 3종 폴란드·이집트 무기수출 계약 무기체계 검증, 전쟁 통해서만 전쟁 장기화 방치 딜레마 빠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폴란드 국방부는 지난 7월 27일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한국산 무기 3종을 대거 사들이는 기본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총 25조 8000억원 수준인데, 전투지원 장비 등이 포함되면 총 40조원 규모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무기 제조 업체인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은 조만간 본계약(이행 계약)을 체결, 구체적인 수량과 사업 액수를 확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꽤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관심을 보였다. 단순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자위대 무장과 평화헌법 개정 등에 중요한 구실이 될 수 있는 전략적 계기로 보는듯 하다. 한 신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하나로 뭉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무기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화헌법의 제약이 없다면 우리가 훨씬 더 잘하는 비즈니스일텐데’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멘트다. 한국이 무기를 많이 팔게 되는 것이 모든 측면을 고려할 때 마냥 즐거운 일일까. 한 공중파 방송에서 관련 전문가 대담 코너 대화 내용을 보자. 앵커가 “사실 이런 무기 판매라든지 방위산업의 성장은 전쟁이 기회가 돼야 성장하는 그런 우울한 측면도 있잖아요”라고 묻는다. 자칭 밀덕(밀리터리 덕후, military mania)인 전문가는 “사실 무기체계는 결국 싸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건데, 그 싸움을 실제 볼 수 있는 것이 전쟁이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그런 전쟁을 통해서 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능력이 발휘됐을 때 굉장히 많은 국가들이 그 무기체계를 사기 위해 쇄도한다는 말이다. 대담 프로에서 앵커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무기 수출 급증 추세에 대한 한국인들의 정서를 잘 요약하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은 축하하고 좋은 일이긴 하지만, 이게 워낙 정치 외교적으로 불확실성이 많고 특히 안정적인 수익 예측이 어려우니까 투자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 주의를 해서 들어가야 된다.” 풀이하면 이렇다. “무기를 수출하는 방위산업 성장은 축하하고 좋은 일이다. 전쟁을 통해서만 제조된 무기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성장하려면 반드시 전쟁이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방위산업은 정치외교적 불확실성이 많다. 안정적 수익예측도 어렵다. 그러니 (관련 주식) 투자 때 주의해야 한다.” 결국 돈 얘기다. 전쟁이 성장에 필수적인 점이 “안타깝다”고 했지만, 덤덤하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 한국은 무기를 많이 팔기 위해서 전쟁이 필요한 나라가 됐다. 폴란드와의 방산협력을 비즈니스 맥락에서만 본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평화 프로세스’를 강조할 때 이미 무기수출 준비가 착착 진행돼왔고, 잠정 계약 규모 기준 세계 무기수출국 10위권 안에 들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이 개시된 뒤 폴란드에 대한 수출이 확정돼 최근 계약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군사안보적 맥락에서 이 문제를 볼 수밖에 없는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에 대한 한국의 무기수출 확대가 꽤 불편해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그동안 나토 차원이 아닌 폴란드와 개별적으로 방위산업 협력을 모색해 온 것”이라며 “외교부가 한러 관계에서 특별히 이 문제를 고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비즈니스 차원이니, 너희가 기분 나빠 할 일은 아니야”라는 대답이다. 좀 억지스러운 주장이 될 수 있겠지만, 70여년 전 이란이 북한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같은 말을 했다면 어떨까. 우리 업체 생산 능력에 견줘 폴란드 수출 물량이 많아 현재 군에서 사용 중인 것을 전용해 수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마디로 무기가 잘 팔리니 국내 군사안보에 구멍이 생길지 모른다는 당연한 우려다. 군 당국은 “일부 창정비 물량이나 양산 계획을 조정해 수출하기 때문에 한국군 현용 전력에 공백을 초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적인 고려를 해야 하는 정부는 무기 수출 급증에 대해 반기고 있지만, 전적으로 방산기업들이 수주를 잘해서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폴란드와 같은 무기 수입국과 대치하고 있는 러시아 같은 나라와의 외교 문제는 아직 불거지지 않았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는 사실 방산수출 때 외교적 고려를 해야 하고, 국내 군사적 공백이 없는지 대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방산기업이 해당 무기를 수출함에 따른 작전계획이나 기술의 유출, 무기체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사실상 인허가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최근 폴란드에 대한 무기 수출 확대가 이런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운데 이뤄진 ‘성장’인지에 대해 의문 부호가 붙는다. 국민들은 그냥 정부가 잘 했겠지 믿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한반도에 70년간 전쟁이 없었다. 그러니 남북이 배치한 무기를 사용할 일도 없었다. 그러니 무기를 수출하는 방위산업 성장이 정체됐다. 그런데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 당사국 대통령 부부가 유명한 패션잡지 화보를 찍는 걸로 봐서 목숨을 건 전쟁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아이러니이지만. 이 전쟁이 한국의 무기 수출을 급증시키는 계기가 됐다. (전쟁은) 안타깝지만, (방산산업 성장을) 축하하고 좋은 일이 됐다. 평화를 강조했던 전임 정권에 늘 따라 붙었던 ‘내로남불’이라는 수식어가 생각난다. 너무나 많은 사건과 정책이 ‘내로남불’에 해당됐지만, 무기판매 문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반도 평화가 지구촌 평화의 상징”이라며 유엔총회에서 목청을 돋웠던 전임 한국 대통령은 임기말 무기 수출국 잠정 순위가 급등한 것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차기 정권은 전임 정권 말기에 한반도가 아닌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취임 직후 ‘옳거니’ 하면서 무기를 잔뜩 팔게 됐다고 자랑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은 이런 새 정부의 방침을 도와 유럽을 순방하면서 무기를 더 팔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고 자랑 섞인 보도자료를 냈다. 무기수출 급증을 계기로 ‘내로남불’이 문재인 정권의 문제가 아닌 게 확인됐다. 한국인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얘기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전쟁이 꽤 필요한 나라가 됐다. 안타깝지만.

[기자수첩] 루블화 동결 이어 러산 원유 가격상한제… 러시아 괴롭히지 못할 듯

미국‧유럽 서방의 대러 제재 러산 에너지 거래에 영향 小 산지 표시 안 한 러산 원유 유럽국가 유통 가능성 포착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 러시아가 원유나 천연가스 대금을 달러로 받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일부 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거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자 선진 서방 7개국(G7)은 러시아산 원유와 관련된 제품 가격이 국제적으로 협력국가들과 합의된 가격 이하에 매입된 게 아니라면 운송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그러면 서방이 추진하는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성공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대러 조치가 서방의 의도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은 누구나 점칠 수 있었다. 우선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미국의 조치는 당장 천연가스가 끊기면 생존이 어려운 유럽 국가들의 사정 때문에 금세 효력을 잃었다. 미국이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뒤 러시아는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유럽연합 국가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첫 그룹은 외환시장에서 황급히 루블화로 바꿔 가스대금을 치른 나라들이다. 이들 덕분에 루블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나머지 그룹은 미국 등의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놓고 루블화를 환전하지 못했다. 대신, 러시아 에너지공기업 가스프롬의 계열 투자은행인 가스프롬방크에 유로화를 보내고, 가스프롬방크가 이 유로화를 루블화로 바꾸어 가즈프롬에 입금하는 식으로 루블화 결제를 실행했다. 러시아인들은 이를 두고 “러시아가 양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무튼 유럽 기업이 기술적으로 여전히 계약에 따라 유로화로 지불하고 계약 의무가 완전히 충족됐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의무를 회피하기에 충분했다. 과거 크림반도 병합 등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때 유럽 기업들은 가스프롬의 유럽 자회사에 가스 등 에너지대금을 유로화로 지불했다. 이 유로화들은 러시아로 인출되지 않고 유럽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유럽 현지에서 사용됐다. 러시아 지도자들은 따라서 “과거 유로화로 결제 받은 에너지 대금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유럽연합을 떠나지 않았던 반면, 최근에는 유로화가 러시아로 들어오고 그에 상응하는 루블화 수요가 증가한 만큼, 루블화 가치 급증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과거처럼 지불이 이뤄지면 러시아로 에너지 대금이 인입되는 순간 자산이 동결 또는 몰수됐지만, 미국이 EU에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예금을 동결하면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유로화가 러시아로 반입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인입된 유로화로 각종 경제 제재와 무관하게 유럽에서 물건을 사올 수 있게 된 동시에 루블화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득이 구현된 셈이다. 미국이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결과는 러시아를 곤경에 빠뜨리기는커녕 루블화 가치만 높여준 것이다.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고객에게 공급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유럽 대기업들은 현재 러시아 가스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러시아의 조건에 동의했다. 다만 로비력이 약하거나 수요가 적어 대체 공급원이 있는 소규모 유럽 회사들은 러시아 조건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이 점이 중요하다.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 국가, 불가리아 등이 그 나라들이다. 폴란드는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하고, 발트해 연안 국가의 가스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가스시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발트해 연안 국가인 라트비아는 오는 2023년 1월 1일부터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구매를 금지하는 법률을 7월 중순 통과시켰다. 문제는 대외적인 발표가 아니다. 이 나라 대표 가스회사인 ‘라트비아 가스(Latvijas gāze)’는 러시아 가스프롬이 아닌 다른 공급업체로부터 가스 구매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들은 회사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유로로 지불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러시아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것은 중개 회사에 의해 재판매되는 동일한 러시아 가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귀띔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불가리아도 비슷한 속임수를 계획했다가 낭패를 봤다”면서 “최근 불가리아 총리 해임도 이런 러시아산 가스 우회 수입이 하나의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와 달리 불가리아는 해양 접근성이 떨어져 미국산 LNG를 원하고 대규모 LNG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도 쉽게 구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국가들은 터키를 통해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가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차 러시아 가스전과 파이프라인이 연결될 투르크메니스탄과 이스라엘도 러시아 가스를 상표나 원산지를 떼고 팔 수 있다. 터키나 인도 역시 러시아 가스를 사다가 되파는 나라로 유명하다. 불가리아는 ‘루블로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평을 하자면 러시아 외환보유고 동결은 러시아를 골탕 먹일 수단이 거의 되지 못했다. 그러면 G7이 추진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은 어떨까. 현재 G7 의장국은 독일이며,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캐나다가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오는 12월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 러시아는 수출 물량이 줄더라도 수익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구촌 최고의 투자자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짐 로저스는 지난 7월 중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주도로 동맹국들이 추진하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은 암시장 등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에서는 가격상한제(Price Ceiling)가 항상 실패한다고 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의 온상이 된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상으로 가격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지구촌 금융투자의 최고 귀재의 예언을 보건대, 서방이 자신들의 경제학 교과서 내용대로 내린 결정인지 의문이 든다.

[천지의 눈] 3년만에 만난 ARF 회원국들… 아태 정치‧안보 현안에 어떤 지혜 모을까

【싱가포르=AP/뉴시스】51회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북한 관계자들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중국 관리들과 지난 2018년 8월 3일 싱가포르 엑스코 컨벤션센터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 (출처: 뉴시스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캄보디아 프놈펜서 5일 개최 미얀마‧남중국해, 주요 관심사 북측 안광일 주 인니대사 참석 1년마다 번갈아 의장국을 맡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의 올해 의장국은 캄보디아다. 수도 프놈펜에서는 이미 지난 30일부터 오는 8월6일까지 제55차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제55차 AMM)를 비롯해 한·아세안 및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등 굵직한 회의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연속 화상회의로 진행됐던 국제회의가 대면 방식으로 진행돼 반가운 분위기다. 참가국 국민들도 더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오는 5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란 점 때문이다. ARF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건설적인 대화와 상호신뢰 증진을 통해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려는 목적으로 1994년 출범한 정부 간 다자 정치·안보협의체다. ASEAN 10개국과 남북한·미국·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 등 29개 국가가 참여, 다양한 안보 현안들을 정기적으로 논의한다. 그동안 논의된 주요 의제는 북핵문제와 남중국해문제, 동티모르 유혈사태, 미얀마 민주화, 말라카해협 해적문제, 테러, 자연재해, 재난구조, 초국가적 범죄,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등이었다. 북한은 지난 2000년에 가입, 올해로 가입 22주년을 맞이해 지난달 27일 북한에서 이를 축하하는 메시지 성명까지 냈다. 이번 포럼은 전 세계 29개국 외무장관들이 참석하는 큰 국제회의로 미국의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해 중국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주요 강대국 대표들이 참석 중이다. 한국에선 박진 외교부 장관, 북한에선 안광일 주인도네시아대사가 최선희 외무상을 대신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국인 캄보디아의 프락 소쿤 외무장관이 회의를 주재하는 이번 ARF에선 아세안지역 안보를 비롯해 다양한 안보 관련 의제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및 식량 수급 차질과 미얀마 인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이 주요 핵심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아무래도 미얀마 문제가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사다.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반정부 인사 4명을 처형한 미얀마의 인권상황에 대한 각국의 압박 수위를 높이자고 요청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잠시나마 소강상태가 들어간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을 둘러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역시 해묵은 숙제다. 북한, 한반도 문제는 사실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동남아 언론들의 기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전보다 관심이 줄었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은 한국 사람은 물론 아시아 사람들 모두에게 이제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국가 간 협력 논의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 ARF 의장 성명은 투표가 아닌 의견 반대국과의 조율과 협상을 거쳐 문구와 내용이 최종 결정된다. 의장 성명에 포함될 내용과 문구에 특정 회원국이 반대하면, 의장국이 문구수정을 제안 또는 설득해 전원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1967년 아세안이 설립된 이래로 지금까지 지속 존중돼 온 전통적 규칙이다. 두루뭉술하거나 모호한 표현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 문제처럼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경우, 아세안의 입장은 되레 아주 명확하다. 양측 의견을 모두 반영하거나 모두 거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과거 캄보디아가 북한과 친했다는 이유로 북한에 유리한 한반도 관련 의장 성명이 나올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양국 지도자가 생존했던 1990년대 말 이후로는 양국 관계는 데면데면해졌다. 훈센 총리는 지난 2019년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에 동참해 북한식당 종업원들과 북한 기업인들 모두 비자 연장을 거부하고 본국으로 추방 명령을 결정한 적도 있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구촌의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위해 노력하는 선진국다운 모습을 보여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편집자 주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오는 8월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다. 캄보디아는 올해 아세안의 순회 의장국으로 ARF 개최지를 제공한다. ARF 회원국은 아세안 10개국과 한국·미국·일본·중국 등 파트너 10개국, 파푸아뉴기니·몽골·북한 등 기타 7개국으로 총 27개국이다. 한·미·일은 매년 ARF를 계기로 외교·안보 고위급 양자 또는 3자 회담을 진행한다. 또 북한이 매년 ARF에 외무성 당국자를 파견하기 때문에 남북 외교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캄보디아 현지 언론인이 자국 분위기를 설명한 기고문을 보내와 번역해 게재한다.

[기자수첩] 칩4동맹에 8월말까지 답 달라는 미국… 동맹에 최후통첩인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 이른바 ‘칩(Chip)4’ 참여 압박을 받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실상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한국이 전략적 선점을 위해 미중 양국에 과감한 대화를 주도하자”는 ‘원칙론’과 “어차피 전체 이해관계자들이 제3의 대안을 만들어나갈 것이므로 새로운 무역질서가 형성될 때까지 외교적으로 무리하지 말고 기다리자”는 ‘현실론’이 교차되고 있다. 대만은 세계 최대 규모 파운드리 업체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Limited)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고, 일본은 반도체 관련 소부장이 나름 강하지만 최종제품 생산기반이 거의 없어, 결국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다 갖고 있는 한국이 칩4에서 가장 애매한 입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게다가 미국이 사실상 선전포고하듯 8월 말까지 한국정부의 입장 표명을 요청하는 전례 없이 상황은 한국 반도체 중국 수출비중이 60%인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미국의 대중 압박 의도가 분명한 만큼, 미국을 따르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따르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보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이제는 미국에도 할 말을 하자”는 의견이 비등하다.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중국 수출 비중이 현지 생산분까지 합치면 거의 60%인데, 여기에 SK하이닉스의 현지 생산과 수출까지 합치면 중국 반도체 시장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 거의 절대적 비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미국에 중국시장을 포기한 대가가 무엇인지,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수출 기업에게 수출을 강제로 중단시킬 수 없다”면서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수출을 포기하라는 것인지 밝히라고 미국에 되레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고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무리 정당한 요구라 하더라도 오랜 양국관계상 한국이 미국에 그렇게 정색을 하고 따져 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선책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다. 무역업에 오래 종사해온 한 기업인은 “미국 요구대로 한국이 중국 의존도를 완전 탈피,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으로 완전히 전환하더라도 중국과 거래하는 소규모 상사들을 만들어 제3국을 경유한 중국과의 거래를 하는 새로운 무역망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석유 수출이 사실상 봉쇄된 러시아산 원유도 중동에 들어와 섞여 거래가 되고 있다”면서 “이윤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규제를 피해갈 수 있고,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는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로 비접촉 근무, 스마트 자동차, 내연기관차량보다 무려 10배 넘게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기차 비중 증가 때문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전례 없는 공급망 위기가 덮쳤다. 하지만 최근에 인플레이션 상승, 중국 소비지출 감소,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반도체 수요가 다소 줄고 있다. 앞서 높은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넉넉히 재고를 쌓아 둔 반도체 제조사도 있다. 요컨대 어느 시점에는 줄어든 수요, 예비용 재고 긴축이 절묘하게 겹치면서 되레 공급과잉이 초래될 수도 있다. 한편 미국이 최근 “칩4동맹 가입에 대한 입장을 8월말까지 제시하라”고 한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의 요구는 한국을 동맹국으로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라는 강한 불만도 알음알음 커지고 있다. “동맹국에 이런 식으로 최후통첩을 하는가? 한국 입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미리 사전협의를 통해 한국의 입장을 타진하는 것이 예의 아닌가?”라는 이유 있는 항변이다. 동맹국을 곤경에 몰아 넣으면서까지 추구하는 미국의 가치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표다.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는 시나리오라면, 중국에게도 미국의 보복으로부터 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미국과 중국에게 입장과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 꽤 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충분한 명분이 있고, 이런 물음 자체가 실리라는 설명이다. 한편으로 다극화 시대를 대비해 중국과 러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교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 서방 중심의 블록에서 한국은 종속변수에 불과하지만, 러시아나 중국, 중동 등으로 구성된 블록이라면 한국은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독립변수적 위상을 차지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7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서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한국의 국익이라는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반도체 수출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몫을 버리고, 언제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지 모르는 새로운 투자를 강요받고 있는 나라의 외교 장관의 기개가 사뭇 호탕하다.

[기자수첩] 튀르키예가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카드로 노리는 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튀르키예(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 결국 지지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을 하면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가입은 유럽 안보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해 마지막으로 보도한 지난 7월 13일자 한국의 한 경제신문 기사의 일부다. 양국의 나토 가입 비준이 시작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하지만 비준 과정이 시작됐을 뿐, 비준까지는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며칠간 뜸했던 관련 뉴스가 18일(현지시간) 등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이날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달 27일 제출한 양해각서 협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양국의 나토 가입 동의 방침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와 스웨덴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불법 쿠르드 무장세력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튀르키예와 스웨덴, 핀란드 3국은 지난 6월 28일 튀르키예 측 관심사를 다루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튀르키예가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는 분리독립 세력 쿠르드노동당(PKK) 지지 등을 이유로 이들 두 국가의 나토 가입에 반대했었는데, 양국이 더 이상 쿠르드족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취지에 합의하고 튀르키예는 양국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다. 만장일치제로 신규 회원을 가입시키는 나토 방침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튀르키예 국민의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 말살정책을 비난하는 ‘가치 외교’에 정면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국가들은 오랜 기간 쿠르드족 인권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하며, 인류가 만든 지구촌 최고의 인권 판단기관으로 추앙하는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에서도 쿠르드인들의 인권을 옹호, 튀르키예의 심기를 건드려왔다. 하지만 이번에 오로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위해 미국과 유럽이 그렇게 목청껏 강변해오던 인권 수호의 가치를 내팽개친 조치로 해석됐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고, 러시아의 위협을 참다 못해 오랜 기간 유지해온 중립국 지위를 벗어나 나토에 가입할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다. 대체로 맞는 말이지만, 자세히 봐야 한다. 이 이야기도 그렇다. 우선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본지가 스웨덴 현지 오피니언 리더들과 인터뷰한 결과, 스웨덴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웨덴의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이 7.2%로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다른 유럽국가들처럼 러시아 가스의 영향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스웨덴이 러시아 가스를 의식해 나토 가입을 망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이런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스웨덴의 한 오피니언 리더는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스웨덴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가스파이프라인이 없으며 스웨덴은 천연 또는 기타 가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소량의 가스도 스웨덴에서 휘발유로 만들어 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웨덴은 난방, 전기 등을 위해 수력발전소 전력 40%, 원자력발전소 전력 40%에 의존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풍력에너지가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그리드에서 우선 순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스웨덴의 입장과 운명에 거의 완전히 연동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스웨덴 지식인은 “튀르키예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나토 합류를 위해 훗날을 기약해야 할 것”이라며 “핀란드는 우리가 가입할 수 없다면 그들도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귀띔했다.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쿠르드 반군 지원 관련 행동을 완전히 끝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 수 있다. 그는 “스웨덴은 팔레스타인과 쿠르드족에게 어떤 면에서는 안전한 피난처였다”면서 “두 경우 모두에서 우리는 그들이 그들 자신의 나라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이 오랜기간 지켜온 가치의 범주에 이스라엘로부터 독립한 팔레스타인 국가, 튀르키예에서 독립한 쿠르드국가의 비전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우리는 국내정치에서 쿠르드족과 지역적 문제가 없지만, 한 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쿠르드족이고, 그는 사회주의노동자당과 녹색당 연정그룹과 보수당・자유당 연정그룹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나토 가입을 위해 쿠르드족 문제를 내팽개칠 경우 스웨덴 국내 정치가 들썩일 위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밖에도 튀르키예의 현란한 피벗 외교와 튀르키예를 둘러싼 주변 정국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순탄하게 이뤄질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심지어 양국의 나토 가입이 별다른 뉴스거리가 되지 않은 형국이 펼쳐질 가능성도 높다. 말도 섞지 않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이란 핵 협상 재개 조짐에 종교적 적대감을 넘어선 민간항로(메카 성지순례 여행객) 개방을 선언하며 교감을 드러냈다. 결국 이스라엘도 사우디도 이란 핵을 견제해주지 않는 미국을 반기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서 애당초 석유 증산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튀르키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무역 증진을 약속하면서 러시아를 향해서도 현란한 지렛대 외교를 과시하고 있다. 주저앉고 있는 유럽과 예전만큼 영이 서지 않는 미국과 달리 러시아와 중국은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새로운 경제・외교・통상의 신천지를 꾸려나가고 있다. 여차하면 브릭스 가입을 꾀하는 튀르키예가 맥 빠진 나토에 힘을 실어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기자수첩] 지구촌 42%의 젊은이들이 브릭스로 몰려든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난 6월 하순 중국 베이징에서 브릭스(BRICS) 5개국 정상의 화상회담이 열렸다. 독일 바바리아에서 열린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이 폐막되기 직전이었다. 브릭스는 최초 2005년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네 국가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해 지금의 틀을 갖췄다.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가 다극체제로 전환되는 것이 브릭스 확장의 핵심이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가까운 장래에 브릭스에 가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란과 아르헨티나는 이미 브릭스 가입을 신청했다. 인도네시아도 가입을 점치고 있다. 이란의 앙숙으로 여겨져 왔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브릭스 가입 얘기도 나온다. 중국과 인도처럼 이미 브릭스 내의 회원국간 갈등 선례가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게 브릭스의 입장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 중심의 단극적(unipolar) 세계질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2017년부터 크게 화폐와 사이버 주도권, 무기체계 등 3분야에서 미국과 사사건건 충돌해 오고 있다. 이들 눈에는 미국이 3분야 모두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규칙제정자(Rules maker who don’t act upon the Rules)’로 보였기 때문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화폐와 에너지, 식량, 우주개발 등 모든 면에서 미국 중심 서방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대안을 모색해 왔다. 우선 1980년대 이래 가속화 돼온 세계경제의 금융화를 주도한 미국은 국제금융거래를 위한 인터넷 정보교환규약인 스위프트(SWIFT)로 다른 나라들에 대해 자의적으로 금융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못마땅하게 여겼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칭 ‘특별군사작전’을 감행한 러시아를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한 조치다. 브릭스 국가들은 이런 미국 지배의 금융거래 시스템인 SWIFT를 이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금융거래를 하기 위한 대안적 시스템들을 진작부터 모색해 왔다. 이런 변화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금융 헤게모니가 장기적으로 약화되는 추세를 반영한다. 지구촌 기축통화인 달러가 미국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하는 측면이 너무 뚜렷해 이에 대한 반발은 비단 브릭스 국가들 몫만은 아니었다. 속임수일 가능성이 높지만,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창시자(사토시 나카모토)가 일본인 이름인 점이 그 방증이다. 세계 인구의 42%를 차지하는 브릭스는 역내 교역에서 달러 결제 수요를 크게 줄일 전망이다. 게다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나 천연가스 판매 대금을 중국 위안화로 받기로 한 점도 지구촌 달러 결제 수요를 크게 낮출 전망이다. 상위 10대 산유국에 들어가는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은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엮여 암호화폐 브릭스코인(BRICS Coin)을 사용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브릭스 코인은 러시아가 지난 2017년부터 주도해왔다. 러시아는 다만 브릭스코인이 회원국들의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아직 요원하다고 본다. 특별한 경제적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은 회원국 사이에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면 금융시스템 통합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열린 브릭스 ‘지속가능한 개발 의제’ 고위급 포럼에서 이미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식량 문제 역시 브릭스가 독자적으로 협력을 도모하는 분야 중 하나다. 가까운 예로 최근 브릭스 가입을 신청한 아르헨티나는 최대 식량생산 국가 중 하나로, 브릭스에 가입한다면 기존의 우크라이나 역할을 대신할 전망이다. 미구엘 폰세(Miguel Ponce) 아르헨티나 21세기 대외무역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연간 10억 명분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아르헨티나가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국으로서 브릭스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브라질과 협력해 다양한 종자로 곡물 등 식량 생산성을 높이는 준비를 해왔다. 이밖에 2024년쯤 서방 국가들을 배제하고 브릭스만 이용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이 생긴다. 러시아는 최근 “기존 국제우주정거장(ISS)는 폐기된다”고 밝혔다. ISS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며 서방국가들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의 이용을 허용해왔던 러시아가 이제는 새 것을 만들어 더 이상 미국이 빌려 쓸 우주정거장은 없는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중국도 독자적인 ISS를 개발 중이다. 오는 8월 1일부터 6일까지 러시아 울리야노프스크 지역에서 브릭스 국제청년캠프가(International Youth Camp)가 열린다. 5개 회원국에서 60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한다. 숙박, 식사, 교통비 등 모든 경비는 브릭스가 부담한다. 울리야노프스크는 러시아혁명을 이끈 블라디미르 레닌이 사망한 지난 1924년 본명 울리야노프 일리치의 본명을 따서 만든 도시 이름이다. 원래는 심비르스크였다. 2년 후면 레닌 사망 100주년이 된다. 세계 인구 42%가 이 도시 이름이 친숙해 질 것이다. 특히 이들 나라에서 모인 젊은이들에게는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라는 기치로 진행된 러시아혁명의 자초지종을 진지하게 듣게 될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