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의 눈] 자녀교육은 유럽 부모의 악몽… 그래서 우린 프라하로 간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가장 비싸 대학 등록금 한화 2571만원 15위 루마니아와 10배 차이 자녀 학업따라 주거이동까지 유럽 각국 학비 차이 천차만별 GDP 비율 고려해 학교 선택 아들은 202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이다. 다음 단계인 대학에 대해 고민 중이다. 대학에 입학할 것인지, 입학한다면 어느 대학에 입학할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대학 교육의 장점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장점들 대부분이 개인적 경험과 신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교육을 선택한 사람들은 극복해야 할 몇 가지 장애물이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학비이다. 그간 우리 가족은 아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주기 위해 아들의 대학 진학을 고려해왔고,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 중이다. 우리 부부는 아들이 한 명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대학 학비를 한 번만 걱정하면 된다. 사실 자녀가 많은 대가족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싼 학비 문제는 심각하다. 여러 자녀를 둔 유럽의 부모가 모든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고 한다면 당장 집안 경제사정을 걱정해야 한다. 우리 부부의 의사결정 모델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약간의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 부부는 사실 많은 노동을 하지 않고도 충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수동소득(Passive Income)’의 축복을 받았다. 수동소득은 최소한의 노동으로 돈을 벌거나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로소득’의 한 유형이다. 종종 부업과 같은 다른 수입원과 결합되는 소득이다. 우리 가정이 유럽에서 검소하게 살면서 미화로 4000~5000달러 사이의 수동소득을 얻는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은 일해야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유럽이지만, 우리 가정은 살기에 적합한 장소를 선택하면서 살아왔다. 영국과 한국에 이어 벨기에서 살다가 몇년 전 스페인으로 이주해서 살고 있다. 아들은 한국의 수능격인 미국 SAT와 동등하지만 유럽에서 취득할 수 있는 국제학사학위(IB)를 제공하는 스페인 남부의 국제학교에서 공부했다. IB를 위한 점수(한국의 수능점수와 비슷)가 내 아들이 어느 대학에 다닐 수 있는지 결정할 것이다. 아들은 컴퓨터 엔지니어가 되기로 선택했다. 우리 부부는 아들이 유럽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기를 원한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우리 부부의 결정 모델에 그 이유들이 모두 반영돼 있다. 가장 중요한 잣대는 무엇보다 대학의 능력이다. 우리 부부는 높은 수준 때문에 학업이 힘들고 공정한 대학에 다니는 것이 우리 아들의 미래를 위한 더 큰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유럽에서 이런 잣대는 역사가 오래된 대학일수록 부합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다닌 대학은 개교 600년이 된 학교다. 이 정도 대학은 대개 유럽 국가의 수도에 있게 마련이다. 유럽을 자녀의 미래를 위한 목적지로 생각한다면, 이런 정보를 마음에 새겨둬야 한다.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대학이 많이 있지만, 오래된 대학일수록 유럽에서는 훨씬 더 존경받는다. 오늘날 교육의 질은 종종 비용의 일정한 증가를 불러온다. 그래서 품질과 경제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단순히 자금 부족 때문에 시작한 학업을 끝내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된다. 유럽의 수도는 뭐든 물가가 비싸다. 하지만 유럽에 파리나 암스테르담, 베를린 등 악명 높은 고물가 도시만 있는 건 아니다. 교육의 질을 희생하지 않고 생활비가 훨씬 더 저렴한 다른 장소가 많이 있다. 이런 곳을 찾으려면 약간 연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도시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에 대한 가장 확고한 지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 나타난다. 우리 부부는 ‘수동소득’으로 연간 약 6만 달러가 생기기 때문에, GDP가 6만 달러 미만인 국가가 바람직하다. GDP가 낮을수록 생활비가 더 저렴하다. 만약 1인당 GDP가 2만 5000 달러인 나라에 가족의 평균 생활비가 5만 달러를 초과한다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대학의 질과 대학 소재국의 GDP 사이의 좋은 비율을 찾았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가성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 부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이 하나 더 있다. 삶의 질이다. 삶의 질에 대한 잣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유럽인들에게 삶의 질은 국외 거주자들에 대한 접근, 문화 접근성, 그리고 그 문화의 질을 의미한다. 또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먹은 음식이라는 점에서 음식의 품질도 중요하다. 그다음은 의료의 질이다. 이런 식으로 하자면 기본적으로 끝이 없는 목록이 이어질 것이다. 다만 이런 삶의 질을 따져야 어디로 가야 할지 더 명확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 사람은 병원 근처로 이사를 가게 마련이다. 그럼 우리 부부의 의사결정 요인을 고려할 때, 우리 가족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라고 추측할까? 아들이 학사와 석사 교육을 받기 위해 가장 좋아하는 유럽국가 중에 그 목적지가 있었다. 우리는 체코 공화국 프라하에 있는 카렐(Charles) 대학교에 아들이 입학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대학은 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대학이다. 위대한 사람들이 이 대학 캠퍼스와 건물 복도를 걸었다. 체코는 2004년부터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 됐다. 유럽에서 가장 중심적인 수도 중 하나다. 이곳 사람들의 1인당 GDP는 2만 3000 달러다. 이는 우리의 예산한도보다 훨씬 낮다. 연간 대학 수업료는 6000 유로 미만이며, 사람들은 전액 장학금을 신청할 수도 있다. 수도 중심지에서 멀지 않은 풍부한 문화와 자연 녹지 속에 대학 캠퍼스가 펼쳐져 있다. 향후 우리 부부의 인생 앞에 놓여진 요구사항 중 아들의 성공 말고는 별다른 게 없다. 그만큼 후회 없이 살아왔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목표가 있고, 이 목표에 초점을 맞춰 결단코 달성할 수 있다. 편집자 주프랑스와 일부 유럽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학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도 있다. 유럽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대학 등록금이 차이가 있는 곳이 많다. 부모들은 등록금에 부담을 느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곳을 찾아 거주지를 옮기기도 한다. 스페인에서 사업을 하는 벨기에 국적 위르겐 게르마이스(Jurgen Germeys)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본지는 유럽 가정의 자녀 대학 선택의 과정이 담긴 기고문과 각 대학의 등록금 현황을 받아 번역해 게재한다.

[박병환의 줌인] 시진핑에까지 손 벌리는 젤렌스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지난 4일 젤렌스키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이 막강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사용해 전쟁을 종식시키는 데 힘써 달라고 촉구하면서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중국에 공식적으로 대화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시진핑과의 직접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나토의 확장 등이 이번 전쟁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러시아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이 유엔을 거치지 않고 채택한 대러 제재는 국제법에 어긋난 위법 조치이고, 따라서 용납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서방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중국의 입장이 이와 같고 현재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젤렌스키는 왜 중국의 도움을 청하고 있나? 이미 지난 6월 중순 영국 가디언은 서방 언론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방의 지원이 끊기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은 전적으로 서방의 무기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데 서방이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므로 그러한 보도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동안 서방에서 최신 정밀 무기를 지원할 때마다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으로 보고 우크라이나군의 선전을 기대했으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신 무기들은 별로 써보지도 못하고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되거나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가기도 했으며 심지어 암시장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지난 7월 워싱턴타임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러시아의 군사작전을 분쇄하는 방책이 못되며 이미 지원한 무기에 대해서는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조만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지원받은 무기의 사후관리를 소홀히 하는 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신속하게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방의 무기 공급은 전쟁을 연장할 뿐이고 전세를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우크라이나군이 파괴한 러시아의 탱크 등 군사 장비의 잔해를 베를린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앞에 전시하려 했으나 현지 당국에 의해 거부됐다. 서방의 관심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5일 러시아 리아노보스치 보도에 따르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재정지원(80억 유로) 약속 이행을 늦추고 있는 데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는 “매일 다양한 경로로 유럽연합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연금수급자, 난민, 교사 등 국가예산으로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람들을 서방의 우유부단과 관료주의의 인질로 만들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는 한마디로 우크라이나가 나라 살림조차 상당 부분 서방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서방의 대러 제재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부메랑이 돼 서방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 나라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챙길 여유가 많지 않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현재 서방은 대러 제재가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무기 지원 역시 전세를 역전시키지 못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을 계속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궁지에 몰리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에게 러시아에 대해 더 혹독한 제재를 취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대러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편에 서준다면 러시아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시진핑 주석과의 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5월 나토동맹국들이 중국을 ‘포괄적인 도전’으로 규정한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한 데다 지난주 펠로시 하원의장이 전격적으로 대만을 방문하는 등 미국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자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나설 것인가? 중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희망에 부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만큼의 국제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게다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국제사회의 엄연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박병환의 줌인] 우크라이나 사태 언제쯤 끝날 것인가?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5개월이 됐는데 무력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그간 튀르키예의 중재로 몇 차례 평화협상이 있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을 탈환하겠다는 결의에 차 있고 미국과 영국 등 나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굴복하지 않도록 무기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은 전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하며 서방에 대해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쟁이 가까운 장래에 끝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러시아군이 동남부 및 흑해 연안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러시아군에 상당한 타격을 주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할 것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에 버티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과 영국 등 나토의 군사 지원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속 의사는 서방의 지원이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전쟁 초기부터 전쟁이 길어지더라도 러시아의 힘을 빼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자 하는 미국 및 영국 그리고 러시아와의 타협을 선호하는 프랑스 및 독일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서방국가들에서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 따른 불만도 있으나 이보다 큰 이유는 그간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서방이 취한 대러시아 제재가 결과적으로 서방에 큰 고통을 가져다주고 있는 점이다. 에너지 및 곡물 가격의 급상승은 서방의 소비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서방 각국의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6월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이 의회 과반 확보에 실패했으며, 영국의 존슨 총리는 ‘파티 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스캔들에 더해 경제난으로 인해 사퇴 압력을 받아 9월 초 사임할 예정이다. 독일은 러시아 가스 수입 감축으로 산업 전반이 휘청거리고 있어 숄츠 총리의 대러 강경 자세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도 심각한 연료 가격 상승으로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서방국가들이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어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이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의 어려움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가중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연 서방 국가 국민들이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우리의 전쟁’이라고 생각할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이 은밀하게 외교적 해법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한편 러시아의 경우 군사적 목표가 어디까지인지 현재로서는 확실치가 않다. 당초 서방은 러시아에 혹독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러시아에 경제난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러시아인들이 푸틴에 대해 반발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그럼으로써 전쟁이 종식되는 것을 기대했는데 러시아 내부 상황은 그런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나라들이 협조하지 않음으로써 별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 원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각국이 일정 가격 이상으로는 구매하지 말자는 합의 즉 원유 가격 상한제를 이끌어 내려고 하는데 설사 합의한다 해도 현재로서는 기대한 성과를 거둘지 미지수이다.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은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증산을 요청하고 있는데 아직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8월에 100만 대군을 동원해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겠다고 하나 서방의 지속적이고 충분한 무기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전세가 역전되리라고 낙관하기 어렵다. 나토가 직접 개입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나,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침공 이전부터 파병은 논외임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전시계엄령을 통해 국내 반대세력을 억누르고 있으나 전쟁이 끝나게 되면 이번 전쟁을 막지 못한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계속되면 될수록 난민은 더욱 늘어나고 국토는 더욱 황폐해질 것이며, 이미 엄청난 규모인 서방에 대한 채무가 더욱 불어날 것이다. 아마도 올 연말쯤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 변화가 생긴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고통스러운 결정을 강요받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또다시 평화 중재를 위해 푸틴 대통령 및 젤렌스키 대통령과 접촉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쟁이 장기화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든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회복할 때가 됐다. 모든 당사국이 아무쪼록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천지의 눈] ‘여당 압승’ 캄보디아가 왜 독재국가로 비난받아야 하는가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40여년 집권, 서방 외신 비난 쇄도 “세습 싱가포르엔 왜 비난 안 하나” “캄보디아 방식 민주주의 만들 것” “미래를 겁내지 말고 과거 때문에 슬퍼하지 마라!” 지난달 치러진 캄보디아 지방선거에서 훈센총리가 이끄는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평의회 대표직과 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인민당(CPP)은 전체 평의회 대표 의석 총 1652석 중 1648의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반면 유일한 라이벌 야당인 촛불당(CP)은 고작 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촛불당은 현재 프랑스에 망명 중인 야권 지도자 삼 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를 추종하는 세력이 만든 정당이다. 사실 선거 전 유권자들을 만나 반응과 분위기를 살펴볼 때부터 이번 선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됐다. 필자는 적극적으로 여당을 지지하진 않지만, 여당의 이번 승리에 대한 국민의 선택은 옳았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도 야당이 패배한 이유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선거 전략은 대체로 허술했고, 이슈를 주도하지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국민에게 뚜렷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야당이 내세운 선거공약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드물었다. 오로지 부패한 장기독재정권을 교체하자는 식상한 구호와 외침이 전부였다. 해외에 망명 중인 야당지도자 삼 랭시에 대한 실망감도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그는 수년째 페이스북 등 쇼셜네트워크(SNS)에 나와 매번 현 정권과 총리를 비판하고 있지만, 유권자은 이제는 지겹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동반자인 껨 소카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실상 그는 가택연금 상태로 정치 활동을 할 수 없으며, 수년 전 일으킨 개인적인 일탈 행위로 인해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인물이다. 삼 랭시보다 대중적 인기도 별로 없다. 기대를 걸었던 야당 지도자들에게 국민은 실망했고,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이를 입증해준 셈이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상황을 정부가 비교적 잘 대처한 것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게 된 결정적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내년 7월 치러질 총선에서도 훈센총리가 이끄는 인민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되면 1985년 불과 34살 젊은 나이에 집권한 훈센 총리의 전체 임기도 40년 이상 늘어나게 된다. 여당이 압승을 거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말이 많다. 서방 주요 외신들은 또다시 캄보디아를 ‘장기집권 독재국가’라고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이 같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낮은 의식 수준과 교육 탓 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캄보디아에서 장기독재가 가능한 이유는 조금 복잡 미묘하다. 앞서 언급한 야당의 무능에 더해, 독재정권을 탓하면서도 정작 훈센 총리를 대신해 정치, 사회적 안정을 이끌 마땅한 인물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총리를 반대하는 야당 지지자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 외 변화와 개혁보다 당장은 사회적 안정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바람, 여기에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내전으로 인한 국민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도 선거 때마다 여당을 지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민주주의 미래를 서방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캄보디아는 캄보디아의 방식대로의 민주주의를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피와 희생의 대가를 치르며 민주주의를 일구어낸 나라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서방과 한국에서 성공한 민주주의가 정작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국가 운영 통치 모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어쩌면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이웃나라 싱가포르가 우리에게 더 좋은 국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싱가포르는 북한처럼 대를 이어 세습하는 독재국가이지만, 독재국가라는 오명도 조롱도 국제사회로부터 받지 않는다. 오히려 국제사회는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한국, 대만과 더불어 가장 경제적으로 성공한 선진국가로 추켜 세우며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단언컨대, 우리는 지금 변화무쌍한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상적인 미래 국가 모델이라는 개념은 사실 매우 불안전하다. 언제든 흔들릴 수도, 바뀔 수 있으며, 우리가 확신하는 민주주의라는 제도 역시 과연 완벽한 시스템인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가 정작 한국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놀라운 경제성공 스토리와 노하우, 그리고 한국인들의 도전정신과 근면, 성실성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최빈국의 지위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과거 앙코르제국의 영광을 되찾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 국가로 가는 길, 그리고 가난을 벗어나는 길, 모두 멀고도 험한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을 것이며,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미래의 밝은 빛을 향해 전진해 나아갈 것이다. 우리나라 옛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미래를 겁내지 말고, 과거 때문에 슬퍼하지 말라.” 편집자 주 지난달 5일 치러진 캄보디아 지방선거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압승을 거뒀다.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치러진 지방선거로, 여당이 43년 장기집권을 하게 됐다. 이를 두고 서방 외신에서는 독재정권이 장기집권을 하게 됐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이와 관련해 캄보디아 현지 언론인이 여당이 압승한 이유와 야당의 실패 원인을 짚으며 자국의 특수한 상황을 설명한 기고문을 보내와 번역해 게재한다.

[천지의 눈] 콩고 독립운동가 살해… 잔인했던 벨기에의 여전히 부족한 과거사 사과

칼럼니스트 위르겐 게르마이스(Jurgen Germeys) 시신에는 황산, 치아는 전리품 60년만에 유해 반환 후 사죄 조롱하는 카툰 등장에 ‘눈살’ 벨기에는 어두운 과거가 있다. 벨기에인에게는 정말 잊고 싶은 과거이다. 지난 1960년 6월 30일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은 공식적으로 독립국가가 됐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아프리카 중부 내륙에 있는 나라이다. 독립국가 이전에는 벨기에의 식민지였다. 1878년 벨기에가 국제콩고협회를 조직해 통치했다. 1885년 벨기에 국왕의 사유영지 형식인 콩고자유국(Congo Free State)을 거쳐 1908년 벨기에 정부의 식민지인 벨기에령 콩고가 됐다. 1960년 6월 30일 최초의 총선거를 통해 독립했다. 그러나 지난 50여년 동안 지배해온 벨기에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이 독립과 동시에 사라지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콩고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 받는 ‘패트리스 루뭄바(Patrice Lumumba, 1925~1961)의 치아’는 콩고민주공화국을 점령한 벨기에 제국주의자들의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통절한 참회의 강력한 상징으로 인식된다. 벨기에는 콩고가 민주공화국으로 독립하기 이전부터 콩고가 가진 풍부한 자연자원과 발전 잠재력에 눈독을 들였다. 그래서 반란 세력을 꼬드겨 괴뢰정부를 세우려 했다. 루뭄바는 벨기에의 식민통치에 강하게 저항했다. 그가 콩고에서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이다. 그는 1960년 6월, 34세의 나이로 콩고 독립 후 초대 총리를 맡았으나 7개월 만에 총살됐다. 루뭄바가 총리로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군부 쿠데타로 권력이 넘어갔다. 군부가 그를 체포한 후 처형했는데 배후에 벨기에와 미국 정부가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벨기에인들은 군부의 배후가 벨기에였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다. 루뭄바는 처음에 미국과 유엔(UN)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서 러시아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이 역시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민족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가 벨기에가 사주한 군부세력에 잡혀 즉결처분으로 총살된다. 벨기에 경찰은 그의 몸에 황산을 부어 증거를 완전히 인멸했다. 1999년 루뭄바의 시신에 황산을 부은 벨기에 경찰관 중 한 명이 고인의 치아를 전리품으로 가져갔다. 금니 치아가 루뭄바의 유일한 유해가 됐다. 당시 벨기에 당국은 루뭄바의 묘지가 순례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해를 없앴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은 그 벨기에 경찰관의 딸이 2016년 루뭄바 사망 55주년을 앞두고 언론에 알린 것을 계기로 세상에 드러났다. 루뭄바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해 4년간 재판 끝에 유해를 반환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 6월 20일, 61년전 총살 당한 콩고민주공화국 독립 영웅 파트리스 루뭄바 초대 콩고 총리의 유해가 고국에 돌아왔고, 유해 반환을 결정한 벨기에 정부는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콩고 정부는 금니를 전국 순회 전시한 뒤, 수도 킨샤샤에 안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도 킨샤샤에서는 지난 6월 27일부터 독립 62주년 기념일인 30일까지 유해 안장식이 진행됐다. 벨기에 국민으로서, 벨기에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대처를 모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번 치아 반환과 유족에 대한 사과는 부끄러운 과거를 인정하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벨기에의 왕족들은 그들의 더러운 과오를 교묘하게 숨기고 범죄 전체를 결코 밝히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치아 사건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실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 콩고에 대한 벨기에인들의 역사는 벨기에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정보를 공식 커리큘럼 밖에서 얻을 수 있었다. 벨기에는 이 사실을 공공 교육과정의 일부로 명백하게 포함시켜야 한다. 벨기에인들은 불편한 과거를 잊고 싶어 한다. 정치인과 다른 권력자들은 이 역사가 서서히 사라지기를 바란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벨기에인들의 이러한 역사적 과오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자유를 위한 투쟁에는 항상 개인적인 희생이 수반 된다. 루뭄바, 그는 서방의 경제적 탐욕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독립 국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한 콩고 조국의 영웅이다. 그에게 주어진 영예는 정당한 것이다. 편집자 주벨기에 정부 수반이 60년 만에 콩고민주공화국의 독립영웅 패트리스 루뭄바의 유일한 유해인 ‘금니 치아’를 돌려주고 유족에 사과했다. 하지만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벨기에 정부의 사과를 비꼬며, 비행기 일등석에 루뭄바의 치아가 놓여진 만평으로 조롱하기까지 했다. 스페인에서 사업을 하는 벨기에 국적 위르겐 게르마이스(Jurgen Germeys)씨는 깨어 있는 지성을 담아 본지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그가 보내온 원고의 원제목은 ‘치아가 양심의 가책을 보여주는 방법(How teeth show remorse)’이었지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고쳤다. 본문 내용도 편집자가 배경 설명을 첨부해 번역했다. <기고 원문> How teeth show remorse Belgium has a dark past. A past we prefer to forget. On the 30th of June 1960 The Republic of Congo became an independant state, officially. But one cannot deny that the economic and political influence that has reigned for 50 years don´t just simply evaporate. The teeth of Patrice Lumumba is a strong symbol of contrition for the inexcuseable acts of those who occupied the republic of Congo, who was assisinated because he wanted to fight off an insurrection supported by Belgians who had vested interests in Congo´s resource rich potential. He first asked for aid from America and the United Nations, but they were unwilling to help out. So he went to Russia for aid, during the height of the Cold War, which was considered inexcuseable. He was summarily assasinated (executed) for trying to save the unity of his country. His body dissolved in Sulphuric Acid. The man who dissolved his body kept a number of teeth, different stories suggest different number of teeth. The Belgian court decided to return the one golden tooth they found in a raid in 2016 to the daughter of Lumumba back in September 2020. It took them 2 years to do so. Belgium does not know how to deal with their crimes committed in the Republic of Congo, but this is a good start of acknowledging the past. It is simply not enough, but it might be all we can get from a royal family that has hidden their dirt expertly, and will never reveal the full extent of their crimes. The history of Belgians in the Congo is not taught in schools in Belgium. I only acquired this information outside of the public curriculum. It is obvious that we should include this as part of the public curriculum. To be honest, It has been a long time since I partook in school life so I might be mistaken. Belgians like to forget their uncomfortable pasts, and politicians and other powerfull people would like this history to slowly fade away with the passing of time. I hope the Democratic Republic of Congo will never allow the Belgians to forget. Struggles for true freedom will always entail personal sacrifices, and Lumumba is rightfully honored as a hero to his country for trying to fullfill the promise of an independant state, free from the influences from the economic greed of the West.

[박병환의 줌인] 나토정상회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설명 유감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국내 매체들은 연일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띄우고 있다. 어떤 매체는 6월 29일 연설 순서가 영국 존슨 총리 다음 그리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앞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촌스러움을 보이는가 하면, 전임 대통령들도 해외에 나가면 늘 하는 것인데 이번에 일부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약식 회담을 한 것에 대해 뜬금없이 ‘K-세일즈 외교’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의 관련 발언을 보면 과연 외교·안보라인의 생각이 제대로 정리돼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우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회의 참석이 갖는 의미가 아닐까?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토 회원국들이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국인 한국을 장래 핵심 전략 파트너로 삼고자 한국을 초청했고, 우리는 그 협력방안을 논의하고자 이곳 마드리드에 왔다”고 하면서 “우리는 중국과 대만해협을 논의하러 마드리드에 온 것이 아니라 세계 글로벌 질서의 중심에서 한국의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우리 브랜드에 맞게 운용할 것인지를 참고하기 위해 논의하고 협력하러 왔다”고 했다. 이번 회의에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응해 나토의 새로운 전략개념, 즉 러시아를 직접적 위협으로, 중국은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는 데 합의했다. 제3자가 보면 나토 회원국이 아닌 한국의 대통령이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한국이 나토가 러시아 및 중국을 견제하는 데 뜻을 같이한다는 의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 앞부분은 이를 인정하고 있는 데 반해 뒷부분은 ‘술은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게다가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관영매체가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비판한 데 대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배제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목적이 결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나토의 러·중 적대시 정책에 동참하겠다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나토정상회의 연설에서 “그동안 북한 문제에서 나토가 우리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지한 것을 평가한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북한의 무모한 핵 개발의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북핵 문제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서방국가들의 지지가 부족해서인가? 북한이 핵을 포기토록 하는 데 어쨌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이다. 논리적으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참모진과 회의에서 “마드리드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글로벌 안보평화 구상이 나토의 2022 신전략개념과 만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이름의 정책이 언제부터 있었나? 말실수인가 아니면 미국의 정책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이 나토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에 닥칠 비판과 의구심이 훨씬 크다”고 했다. 이 말은 이번 한국의 참여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고 무언가 눈치를 보아 결정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대부분의 바람은 중국과 북한에 대해 당당한 태도를 취하고 한미동맹을 정상화해 북한의 위협에 빈틈없이 대비하라는 것 아니었나?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인들 앞에서 중국은 ‘커다란 산’이요 한국은 그 옆에 ‘작은 봉우리’라고 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분노하고 좌절했던가? 문 대통령은 한국이 중국과 운명공동체라고 했는데 이제 새 정부는 미국과의 운명공동체를 추구하려는가? 한국 방위를 위해서는 나토와의 협력관계를 격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북한의 침략을 억지하거나 격퇴하기 위해 한미 연합방어 능력의 강화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북한의 잠재적인 배후세력이 북한을 부추기거나 지원하지 않도록 하는 외교이다. 국가 간 동맹도 하나의 계약이다. 국익에 대한 냉철한 판단 없이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현재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과연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고립됐는가? 국제사회 다수의 국가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동참하지 않고 있다. 국제질서가 지금 새로운 장에 들어서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국제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자신있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새 정부의 외교·안보에 관한 생각이 정리돼 있지 않고, 접근이 치밀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 정제돼 있지 않아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 한마디] 나토정상회의에는 왜 가는 걸까?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윤석열 대통령이 29~30일 스페인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참석은 나토 회원국들과의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 연대를 강화하고, 한국의 포괄적 안보 기반을 구축하고, 사이버, 기후 변화 등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북핵 관련 한국의 입장에 대해 참석국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한편 국내 매체들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초청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다자 외교무대 데뷔’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 ‘한일 정상회담 추진’ 등의 제목으로 보도할 뿐이고 이번 참석으로 한국의 외교정책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나토는 2차 대전 이후 냉전 상황에서 소련의 위협을 느낀 북미와 유럽 국가 간 군사 동맹으로서 공동의 적으로 상정한 소련이 1991년 무너졌음에도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가 공산주의를 포기했으나 미국과 서구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온 바 나토의 경계 대상은 이념이 아니라 러시아라는 국가 자체인 것 같다. 나토는 나아가 지속적으로 구소련권 동유럽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러시아의 반발을 초래했으며,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의 가장 큰 요인이다.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의미 부여와 관련해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한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초청받았다는 사실이 무슨 의미를 갖는가? OECD 가입, G20 포함 및 G7 초청 등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제고가 확인된다는 의미가 있으나 나토는 기본적으로 러시아에 적대하는 군사동맹체로서 한국의 국가 위상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둘째, 한미일 정상회담은 우리보다는 미국이나 일본이 더 원하는 것일 것이다. 셋째, 한일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만날 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현재 강제징용 배상 등 양국 간 첨예한 현안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양국 정상이 회의장에서 오다가다 마주칠 가능성을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듣기 민망하다. 넷째, 포괄적 안보 기반 구축과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유럽국가들이 한국의 안보에 무슨 이바지를 한다는 것이며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대처는 별도의 국제기구들이 있는데 나토 회의에 참석해야만 가능한 것인가? 다섯째, 북핵 관련 한국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겠다고 하는데 유엔 안보리에서의 북핵 문제 논의는 러시아 및 중국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달려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항상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 왔다. 무엇을 ‘확보’한다는 말인가?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바로 이것이 나토가 한국을 초청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실 말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우회적으로도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면 나토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별로 할 이야기가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에서 한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군사적인 지원에 대한 청구서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나토가 원하는 수준의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면 부담만 떠안게 될 것인데 참석 여부를 좀 더 신중히 검토했어야 하지 않나? 나토정상회의 참석이 새 정부의 반(反)러시아·반중국 기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지적에 대해 안보실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전략 개념은 반중·반러 정책으로의 대전환으로 해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는데, 이미 블링컨 장관이 이번에 채택될 전략 개념에 기존 반러시아에 더하여 중국 견제가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안보실 관계자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또한, 주 나토 대표부 설치를 결정했다는데 아태 지역에서 나토의 파트너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중 한국을 제외한 3개국은 대표부를 두고 있다고 하나 나토의 30개 회원국 중에도 상주대표부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나라들이 있다. 굳이 별도의 대표부 설치가 필요한 것인지 심도 있는 검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국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은 당연히 반러시아적이고 중국을 자극하는 행보로 비칠 것이다. 일본은 이미 러시아와 적대적인 관계이지만 전혀 처지가 다른 한국이 줏대 없이 미국 등 서방이 부추긴다고 해서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라는 경제적 부담과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는 안보적 부담만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중국通] 외줄타기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행복이 무엇인가. 남들이 “행복하다”라고 얘기하면 부럽기만 했다. 그러다가 최근 진정 이것이 행복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당의 차를 운전하면서다. 성당에 오시는 연로하신 분들을 위한 일명 차량 봉사다. 매 주일에 하는 것은 아니다. 몇 사람이 윤번을 정해 차량 봉사하니 가끔이다. 요즘 봉사자가 늘어 3개월에 한두 번 한다. 2009년 이후 주일마다 코로나 창궐기를 빼고 운행하고 있다. 나이 드신 자매님들로부터 이렇게 매주 태워주며 애쓴다고 직접 재배한 상추, 가지를, 양계장을 운영하는 분으로부터 싱싱한 달걀을 받아본 망외의 호사도 누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뇌물 같은 선물을 받으니 나도 모르게 기쁘고 뿌듯해졌다. 선물 때문은 아니지만 할수록 더욱 신나고 뿌듯해지고, 받은 농산물을 집사람한테 자랑하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초기 봉사할 때의 일이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고 일종의 사명감과 기쁨으로 차량 봉사 날 미사 시간보다 일찍 가 운전하고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 집에 돌아와도 좋다. 이것이 바로 행복이구나 느낀다. 최근 책을 읽다가 ‘행복은 일종의 느낌이다. 네가 느꼈다면 바로 너는 행복을 바로 가진 것이다(幸福一種感覺. 你感覺到了. 便是用有)’라는 말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 맞다. 진정 내가 행복을 이제 느끼는가 보다. 행복을 바로 국가 차원에서 확장 대비해 얘기한다면 행복한 국가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하는 국가의 책무가 있다. 바로 정치영역이 담당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문화적, 안보적, 사회적 측면에서 완벽하게 편하게 느끼도록 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한반도에서 안보적 위험에 항상 노정돼 살아가지 않는 소위 안보 불안에서 해방된 최소한의 행복을 느끼도록 해줘야 하지 않는가. 안보적 불안에서 해방되는 첫걸음은 무엇일까. 한반도는 누가 뭐래도 북한에서부터 오는 직접적 군사적 위협이다. 넘치는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어렵다면 완화시키는 노력을 당국은 부단히 해야만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TV 화면과 기타보도에서 보듯이 참상이 따로 없다. 노약자를 비롯한 여성의 피해는 물론 종전 후 빠른 재건을 한다 한들 수십 년이 필요하다.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에서 오늘의 선진 한국을 내부모순 속에서 수십 년 걸려 만들듯이 말이다. 위정자들이여 진정 행복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백성들이 안보적 위험에서 조금이라도 더 벗어나도록 해 줘야 하지 않는가. 그것은 보복하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넓은 포용과 역지사지로 북한 및 중국과 지속적 소통을 통해 손해를 보더라도 전쟁만은 피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의 철학이다. 한국은 컸다. 북한은 나라도 아니다. 달래면서 그래도 가야 한다. 이것만이 한민족이 살길이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그 누구도 한반도 현상유지만 원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더욱 외줄 타지 말고 지금까지의 외교 차원을 뛰어넘는 초월적 외교 길을 개척하는 혜안의 외교력을 발휘하는 것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자. 자초하는 한쪽의 경도는 상상을 넘는 비극을 낳을 수 있다.

[중국通]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강국의 첩경

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요즘 장관에 해당하는 조선 시대 대신들이 있다. 사서삼경을 통달하고 이백의 시를 줄줄 외운다. 감정이입을 한 상태에서 시를 낭송한다. 이것이 사실일까 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실이다. 왕도 엄격한 세자수업을 받고 치열한 형제간 권력투쟁 속에서 왕좌를 이어받는다. 중국의 사신은 조선에 올 때 아무나 오지 않았다. 물론 역관을 대동하고 왔지만, 현재 한국의 대통령과 같은 왕과 대신인 장관을 만나니 실력에 뒤지지 않는 사신을 뽑고 뽑아 신중히 평가한 후 조선에 파견한다. 조선의 왕 및 대신과 대화를 하게 되면 중국어와 한국어는 역관을 통해 상호 소통했지만, 식사 및 편한 대화 시 한자라는 필담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나누곤 했다. 한자는 표의 문자이기에 가능하다.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시경, 서경, 역경 등 사서삼경을 다 외우고 있는 조선의 왕과 관료들은 비록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 했다. 그러나 중국 사신을 뛰어넘는 고문 실력으로 압도를 했다. 조선의 관리들은 문•무 중 특히 문•사•철 방면에 있어 결코 사신과 대적에 한 줌의 부족함이 없었다. 필담도 밤이 새도록 끊어지지 않게 이어가는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어찌 송, 명, 청이 아무나 무슨 배포로 함부로 조선에 사신을 파견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종국적으로 조선은 존중 해줘야만 하는 동방예의지국이 됐다. 비록 국토는 작으나 정체성과 관료들 개인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절감한다. 국경 주변 변방국 수십여 국가보다 최고 수준의 사신을 뽑아 보내 대우한다. 상호존중에 기반한 조공 즉 현대판 비즈니스를 하기에 이른다. 조선에서는 친하면 대신에 임명해도 되는 구조가 아니다. 추천은 한다. 그럼에도 기본적 고문 실력이 없다면 당시의 도성과 현재의 경복궁 쪽으로 눈 하나 돌릴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현재 발음의 말은 기원전부터 있었다. 문자가 없어 한자를 가져다 썼고, 위대한 세종대왕이 입 모양을 모사해 발음과 거의 가까운 자음 모음을 합친 한국인 정체성의 백미인 글자를 만든다. 발음과 거의 일치하고 확인하면서 전달되는 세계 유일무이한 한글이 탄생한 것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배우기 쉽고 보편성이 담보된 한글을 창제했다. 한글은 한민족을 단결시키고, 정체성 확보의 끝판왕이 된다. 지도층의 탁월한 고문 해독능력은 중국 본토를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게 돼 감히 조선을 넘보지 못했다. 조선의 영토는 작아도 존중해줘야만 하는 국가로 우뚝 서게 된다. 현대에 이르러 6.25 비극의 폐허를 극복한다. 21세기 세계가 경제, 군사, 문화강국으로 인정하는 선진 발전국가로 급기야 진입하게 됐다. 이상의 역사적 교훈을 오늘날의 시각과 관점에서 복기해 본다. 상기 서술은 한국이 중국과 미국을 뛰어넘을 수 있고 소위 대우받을 방도는 자명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외교 한마디] 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생각인가?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대통령실은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6월 말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하면서 회의에 참석하는 우크라이나 측과의 양자 접촉 가능성을 비쳤다. 지난주 이준석 여당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때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방문을 희망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나토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동이 이루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이러한 행보는 지난달 국방부가 부인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 지원하기로 한 방침에 이어 한국이 점점 더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 정부는 아예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기로 작정한 것인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한때 정부와도 의견 조율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됐는데 방문 후 드러난 바에 따르면 사전에 정부와의 협의가 있었고 외교부 1급 간부가 동행했다. 이제까지 영국 총리, 폴란드 대통령 등이 키예프를 방문했는데 이들 국가는 러시아를 적대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표명한 국가이다. 한국 여당 대표가 자신의 방문이 평화 메시지일 뿐이라고 주장해도 집권여당 대표인 만큼 국제사회가 그렇게만 이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당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이어 한국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은 한국의 대러시아 적대시 정책을 공식 천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나토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군사적 지원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의 복잡한 배경을 잘 모르는 한국 국민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강한 동정심을 갖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국익을 챙겨야 할 정부마저 그런 수준의 접근이라면 심히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러시아 내 우리 국민과 기업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가? 중국이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중국 내 우리 기업들을 야비하게 괴롭혔는데 러시아도 그런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없는가? 한국이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은 했으나 비자면제협정을 유지하는 등 본격적인 보복 조치는 자제하고 있다.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어서 당장은 문제없고 현재까지 러시아가 발표한 원자재 등 전략물자 수출 제한으로 인한 타격도 크지 않다고 하나 앞으로 제한품목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러시아는 일본에 대해 어업협정을 정지시켜 러시아 수역에서 일본 어선들의 조업을 금지했다. 러시아가 한국과의 어업협정을 정지시킨다면 거의 전량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국민 생선 명태의 공급에 비상이 걸릴 것이다. 국내 시멘트 제조업체가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유연탄 수입이 막히면 건설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내 조선 3사가 러시아 기업과 맺은 LNG운반선 공급 계약 규모는 총 7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계약이 해지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미동맹은 법적으로는 연관이 전혀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은 가치와 규범을 토대로 하는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나토 동맹국, 파트너국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고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참으로 한가한 이야기이다. 이번 나토정상회의 참석은 한국의 안보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 뻔하다. 주러시아 북한 대사가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다녀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러시아는 그간 자제했으나 북한에 대해 첨단 재래식 무기의 제공을 재개할 수도 있다. 나아가 러시아는 한반도의 안정을 위한 역할을 방기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치했던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폐지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간 이 위원회가 얼마나 성과를 내었는지에 관계없이 그 존재 자체가 러시아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새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대러시아 행동으로 보아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면면히 내려온 대러시아 정책의 기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의 외교사고에서 러시아는 사라지고 있는 것인가? 9월에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동방경제포럼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고, 11월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푸틴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