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여성의 춤추는 모습 담아

이재준 와당연구가
이재준 와당연구가

고구려 와당은 인면문도 다양하며 용맹을 상징하는 용(龍, 혹은 鬼面이라고도 함) 얼굴이 많다. 고구려 용면 와당은 사나운 것 같으면서도 실지는 웃고 있다.

고구려 와당 가운데 특별히 재미있는 문양이 바로 여기 소개하는 임부문(妊婦紋) 와당이다. 임신한 여인이 춤을 추는 형상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재미난 와당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임신한 여성상은 다산을 기원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고구려인들은 하늘과 맞닿은 기와에도 이처럼 재미난 문양을 사용한 유머와 슬기를 엿볼 수 있다.

임부문 와당(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천지일보 2019.7.19
임부문 와당(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천지일보 2019.7.19

와당의 중심에는 돌기된 자방 안에 두 개의 도톰한 유방과 볼록한 복부를 새겼다. 그리고 양 다리와 양팔을 힘껏 벌리고 있다. 마치 춤을 추는 모습이다. 임신부를 중심으로 5개의 연판을 배치했는데 끝은 뾰족하며 중심에도 음각 문양을 만들어 놓았다.

하체 아래에는 두 개의 연판을 배치했다. 상단 연판에는 임부의 얼굴을 새겼으며 실눈은 위로 올라가고 입은 벌리고 있다. 북방계통의 갸름한 얼굴을 가진 미인상이다.

얼굴의 양 옆에는 당초문을 배치했으며 팔과 연꽃 사이마다 역시 가느다란 초문을 장식 했다. 양발 밑에 있는 하트 모양이 재미있다. 주연은 무늬가 없어 삼국시대 와당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모래가 많이 섞이지 않은 경질이며 색깔을 적색이다.

임부문 와당(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천지일보 2019.7.19
임부문 와당(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천지일보 2019.7.19

고구려 왕도 국내성 건물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름 16.5㎝, 자방 4㎝, 연꽃 길이 3.5㎝, 주연폭 1.8㎝ 두께는 3㎝. 지난 2006년 6월 북한의 국보급 문화재 90여점이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될 때 이와 똑같은 임부문 와당이 전시된 적이 있다. 당시 이 와당은 평양 근교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불교전래 이후 평양과 국내성에서 유행된 와당이 아닌가 보여 진다.

지금부터 7천 년 전 홍산 문화 신상(神像, 신석기) 가운데는 여성의 몸을 한 태양신이 많이 있다. 큰 가슴과 둔부가 유난히 크게 조각되어 있다. 고구려의 다산 신앙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고구려의 와당 가운데는 이처럼 재미있고 신비한 것이 넘친다.

사진, 글: 이재준 와당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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