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대에 공격받은 홍콩 거리에 위치한 스타벅스. (출처: BBC 캡처)
홍콩시위대에 공격받은 홍콩 거리에 위치한 스타벅스. (출처: BBC 캡처)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이달 초 홍콩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이 발표되자 홍콩 내 반중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한 이후 중국 관련 기업 제품을 보이콧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홍콩 음식 프랜차이즈인 맥심스 창업자 딸이 홍콩 시위대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맥심스가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홍콩 스타벅스까지 시위대의 보이콧 대상이 되며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BBC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 내 ‘친중’ 점포들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야 했으며 시위대가 스타벅스 카페 등 친중 점포들을 공격하며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BBC는 왜 시위대가 스타벅스를 목표로 삼고 있고 친중 성향의 특정 상점,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는 배경을 분석했다.

홍콩은 복잡하지만 시위대와 본토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홍콩 정부와 경찰에 대항하는 시위가 분노로 변했을 때 중국 본토와 더불어 친중 성향을 지닌 기업들마저 공격대상으로 여기고 SNS를 통해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행과 샤오미, 차이나모바일 같은 대기업들은 기물 파손과 스프레이 페인트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홍콩인들이 가장 즐겨찾던 스타벅스는 미국 브랜드이지만 현지 회사인 맥심그룹이 스타벅스의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최근 맥심그룹 창업자의 딸 애니 우가 홍콩 시위대를 두고 폭도라고 지칭하고 친중 성향을 보이자 시위대의 리더인 조슈아 웡은 스타벅스를 향해 맥심그룹과의 프랜차이즈 관계를 청산하라고 촉구했다.

애니 우는 최근 홍콩 경찰을 변호하고 운동가들을 ‘급진적 항의자’로 비난했다. 그는 체계적이고 계산된 폭력 행위를 비판하고 소규모의 급진적 시위대의 자존심을 긁었다.

또 이 그룹 산하 센료, 심플리라이프 등 매장도 기물이 파손되는 등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등이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인사로 꼽힌다.

웡이 자신의 SNS를 통해 트윗을 날리자 순식간에 1만 2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고 BBC는 전했다.

스타벅스를 포함해 유명 국수체인점 요시노와와 맥심이 운영하는 겐키 스시, 아로메 베이커리 등이 시위대의 대표적인 표적이 된 브랜드이다.

이에 대해, 맥심그룹 측은 애니 우는 회사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으며 경영진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BBC는 홍콩 거리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은 창문이 부서지고 빨간색 페인트로 ‘보이콧’이라는 낙서가 새겨져 있다며,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중국 본토로 확산돼 중국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고 보도했다.

홍콩 시위대의 이같은 행동에 중국 네티즌들은 “야만인 같은 행위, 이것이 홍콩이 말하는 민주주의인가”라며 맹비난했다.

뚜렷한 친중 선언 없이 반중국 시위대의 표적이 된 기업들도 있다. 상하이 기업은행은 이름 때문에 중국 기업으로 오해받아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지만 홍콩인이 운영하는 홍콩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시위대는 SNS를 통해 친중 성향의 브랜드를 공격하는 체계적 시스템까지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위대는 오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색깔’로 기업을 나누는 체계를 도입했다.

강도에 따라 검은색으로 표시된 기업은 부수고, 빨간색 기업은 스프레이로 겁만 주고, 파란색 기업은 불매운동을 진행하는 식이다. 또한 시위대를 지지하는 기업에는 노란색 표식을 부여하기도 한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시위대는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등의 지점에 들어가 유리창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폐쇄회로(CC)TV 등을 부수고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낙서를 남겼다.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대리점도 공격을 받았으며 중국계 기업이거나 중국인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마트, 제과점, 식당 등도 표적이 되어 무차별적으로 시위대에 의해 파괴됐다고 덧붙였다.

홍콩 시민들과 시위대의 중국과 홍콩정부에 대한 분노는 고조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홍콩의 한 중국계 은행의 직원이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낙서로 훼손된 벽을 청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7일(현지시간) 홍콩의 한 중국계 은행의 직원이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낙서로 훼손된 벽을 청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1일 밤 1000여명의 시민들이 타이포 등 시내에서 2㎞에 달하는 인간띠를 만들어 경찰의 만행을 규탄했다.

시위 행진에는 1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인간띠를 만들었으며 특히, 지난 10일 홍콩 중문대 학생인 소니아 응이 경찰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것이 발단이 되며 홍콩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증폭제가 됐다.

소니아 응은 지난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역 시위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이후 경찰서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소니아 응은 “구치소에서 몸수색을 당하던 방이 칠흑같이 어두웠다. 경찰이 옷을 벗으라면 벗어야 했고, 그들이 우리의 가슴을 때리는 등 능욕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폭력과 학대를 당한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며 “체포된 다른 시위자들은 여러 명의 남성뿐 아니라 여성 경찰로부터 성적 학대와 고문을 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최근 홍콩 정부는 긴급법을 발동해 시위대가 얼굴을 가리는 것을 금지했지만 홍콩 시민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며 수천명이 거리에서 인간띠를 만들어 더욱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홍콩섬을 마주하는 카오룽(九龍) 반도의 번화가에선 검은 옷을 착용한 시위자들이 ‘홍콩 광복(光復), 시대 혁명’등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고 도로를 봉쇄하고 상점을 공격했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홍콩 시위에 대해 “많이 누그러졌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합의가 홍콩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나, 이 발언이 홍콩시위대를 또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1일 백악관에서 미중 무역협상 중국 대표인 류허 중국 부총리와 만난 데 대해 취재진에 설명하던 중 홍콩 관련 질문을 받고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홍콩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나는 중국이 홍콩에서 대단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은 데 대해 홍콩 시위대가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가 진정세라고 표현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으며 향후 시위나 대규모 집회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중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신중국을 완성하는 국가계획 중 시진핑에게는 지금 홍콩의 모습이 가장 큰 난제로 남아 있다.

반(反)정부 시위 진압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혀 의도대로 실현되지 않으면서 시진핑이 중국 본토의 본격적인 개입을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CNN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홍콩 정부가 시행한 '복면금지법'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오성홍기를 짓밟고 불태우는 등 중국 공산당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고 이러한 시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정치분석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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