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선거철이 다가오니 정당과 정치인들이 제철을 만났다. 우리사회의 모든 담론들이 ‘선거’라는 테두리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회 여론을 달구고 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하다. 선거라는 특수(特需)를 앞두고 성행 중인 정당이 거의 70개에 이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이 41개에다가 창당 결성 준비위원회가 27개에 이르니 이 많은 정당들이 4.15총선 채비를 갖추며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세상이 선거판, 오직 선거판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이 이합집산하고 정당 숫자가 늘어난다고 하더니만 4.15총선을 앞둔 지금 이 시기에서 보면 거짓이 아니다.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합당해 ‘미래통합당’을 만들었고, 야당 진보·중도 성향인 바른미래당 등에서는 ‘민주통합당(가칭)’으로 합당을 위해 고심중에 있으며 안철수 신당이 우여곡절 끝에 종전에 사용했던 ‘국민의당’으로 변신해 과거의 돌풍을 기대하고 있다.

또 합당하지 않는 원내정당에서도 총선을 겨냥해 바삐 움직이는데 올해부터 새로이 도입된 준연동형 선거제도에서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수순이다. 그렇게 많은 정당들이 오직 선거를 바라보며 뛰는 가운데 비교적 여유를 갖고 안정적으로 선거 전략을 펴던 더불어민주당이 고비를 만났다. 본래 정부·여당이 정치적 동체라 여당이 잘하면 정부가 힘을 받고 정부가 일을 잘 하면 그 효과가 여당으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민주당의 총선 정국을 정부에서 어깃장을 놓는 돌발사건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추미애 법무장관의 행동으로 인한 것이다.

지난번 검찰 인사가 현 정부의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던 윤석열 사단에 대한 대거 좌천성 인사였다는 사회 여론이 나돌았는바, 이번에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발표해 법무부·검찰 간 갈등이 또 불거진 상태로 여당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영향들이 당장 여론조사 결과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조사해 발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총선에서의 ‘정부견제론(45%)’이 ‘정부지원론(43%)’보다 다소 우세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종전까지 네 차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야당이 내세우고 있는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한다’는 정부견제론 보다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부지원론이 우세했던 것인데 최근조사에서는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여당이 최근에 보인 국민 여론 무시 경향과 무관하지가 않다.

여당의 악재 조짐이 수그러들지 않는 사이, 민주당이 경향신문에 ‘민주당 빼고’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신문사 담당기자를 고발했다가 취하한 사건이 발생했다. 칼럼 내용이 민주당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는 것인바 솔직히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기고자들이 언론에 의견을 개진하면서 비판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고발했다가 국민여론이 안 좋으니까 한발 물러서면서 “이 교수가 안철수 캠프 출신”이라 했다는 것인데, 안철수 캠프하고 그 기사 내용하고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국민 비난에 고발을 취하하면서도 변명만 했지 임미리 교수나 신문사 기자에게는 사과 한 마디 없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뒤늦게 18일에야 이인영 원내대표가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는 말을 했다.

정당이 국민을 고소·고발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행여 비난과 비판 글이 있더라도 겸허히 반성하고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함에도, 반기를 드는 사람들에게 족쇄를 채워보자는 권력적 입장에서 고소·고발하는 것은 정당, 더군다나 여당이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정당이란 무엇인가. ‘정당’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체로 헌법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복수전당제를 보장하고 있다. 굳이 법적 의미에서 본다면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정당법 제2조)’이 바로 정당인 것이다.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으려면 그 존립되는 근거인 정당 본연의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 정당 본연의 일은 무엇인가? 헌법정신에 위반되지 않는 정치적 주장과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에서 유능한 자를 추천하는 등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이익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여당이 자기 당에 대해 부정적 내용을 언론지에 썼다고 해서 고발하고, 또 고발 취하를 하면서도 정당 입장만 되풀이 했다는 것은 한 마디로 ‘여당이 기고만장하다’는 것 밖에 국민들이 달리 생각할 내용이 있단 말인가.      

종전에 공직선거법에서 언론인이 선거운동을 못하게 법으로 규정했다가 헌법재판소로부터 ‘단순 위헌’ 판결을 받았다. 언론인이나 학자 등은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정당 또는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잘못된 정당의 행태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개인적 ‘표현의 자유’인 것이다. 여당은 보여주기식 재갈 물리기가 망조로 드는 지름길임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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