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억원까지 찍은 비트코인
일주일도 안 돼 ‘1천만원’ 증발

낙관론자들 “일시적 현상일 뿐”
“각국서 투자 자산 인정 시작”

비관론자들 “지난해부터 과열”
“투자심리 ‘극단적 탐욕’ 수준”

비트코인 시세가 개당 7만 4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장중 1억원을 넘은 비트코인 원화마켓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비트코인 시세가 개당 7만 4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장중 1억원을 넘은 비트코인 원화마켓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가치가 7만 3000달러(약 1억원) 가까이 오르며 가상화폐 열풍을 다시 일으켰던 비트코인이 최근 6만 달러대(90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이를 두고 낙관론자들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며 최대 4억원까지 오를 것이라 내다본 반면, 비관론자들은 시장 과열에 따른 조정을 언급하며 최대 7700만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익실현 쏟아지며 상승 반전

18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기준 6만 7601달러(약 9051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일 대비 0.79% 하락한 수치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14일 사상 최고치인 7만 3750달러(약 1억원)를 찍었지만, 15일 이후로 계속 하향세를 보였다.

비트코인 급락 요인과 관련해선 ‘차익 실현 매물 대거 발생’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코인 가격이 급등하자마자 처분한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앞서 하락세를 보이기 이전 비트코인은 다음해 2억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이 12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다음해 15만 달러(약 2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도 같은 분석을 냈다. 종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또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자금이 들어온 자사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을 위해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블랙록 자료에 따르면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두 달간 비트코인을 약 20만개 매수했다.

최근 미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가상화폐와 같은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몰린다. 금리 하락은 채권 등 전통적인 고정 수입 투자가 더 낮은 수익을 내게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보통 더 높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옮긴다.

영국 규제 당국이 가상화폐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의 승인 가능성을 열어둔 부분도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지난 11일 가상화폐 기반 ETN 거래 요청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런던증권거래소도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오는 2분기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N 상장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ETN은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파생금융상품이다. ETF처럼 상장돼 거래되며,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ETF와 달리 증권사가 발행한다.

비트코인이 내달 반감기에 접어든다는 분석도 호재로 작용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 시 보상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다. 수요가 일정할 때 공급이 줄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비트코인은 발행 이래 세 번의 반감기를 맞으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대표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8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7만 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은 2022년 2월17일 홍콩의 한 거리에 설치된 비트코인 광고. (출처: 뉴시스)
대표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8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7만 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은 2022년 2월17일 홍콩의 한 거리에 설치된 비트코인 광고. (출처: 뉴시스)

◆“이번엔 ‘불장’ 아냐… 올해 4억 간다”

가격이 하락했지만 시장에선 비트코인의 향후 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하다. 지금의 하향세는 ‘짧게 치고 빠질’ 계획이었던 투자자들이 손을 떼며 생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비트코인 폭등을 견인한 요인들에 비하면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디지털 자산 분석 업체 스위스블록은 지난주 보고서를 내고 “무슨 자산이든지 냉각기가 있기 마련”이라며 “비트코인도 예외는 아니다”고 언급했다. 스위스블록은 기술적 차트 분석을 토대로 비트코인이 20% 정도 조정을 받아 5만 8000달러(약 7769만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반감기 등 호재가 작용해 반등한다고 예상했다.

‘불장(강세장)’으로 불리던 지난 2021년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우는 이유다.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이 커진 시중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 들어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8270만원까지 올랐다. 다만 지난 2022년 5월 테라·루나, 11월 FTX 파산 사태 등을 거치며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대로 추락했었다. 가격이 반의반 토막이 된 셈이다.

반면 이번 상승장에서는 국가나 기관의 방침이 비트코인 가격을 견인해 과거와 같은 요인으로 폭락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전 사태들을 계기로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정비됐고, 비트코인은 글로벌 투자 자산으로 인정돼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 큰 폭락을 겪었음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회복한 게 오히려 비트코인 탑승에 대한 신뢰를 높인 부분도 있다.

유명인들의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낙관론이 견고해지는 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최근 X(옛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이 올해 30만 달러(약 4억원)를 돌파할 것”이라며 “당신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늦장을 부리다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에 불이 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차트가 띄워져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차트가 띄워져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지나친 과열 상태… 시장 냉각 필요”

비트코인에 대한 찬양론이 잇따르는 한편 비관론도 적지 않다. 이번 사례가 눈에 띌 뿐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기대감으로 값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과열됐다는 의견이다. 이에 현 9600만원대에서 최대 7700만원까지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가상자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 창립자 네겐트로픽은 지난 13일 X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자 심리가 89로 과열됐고, 시장은 냉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비트코인은 5만 8000달러(7700만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업체 얼터너티브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80점을 넘으면서 ‘극단적 탐욕(Extreme Greed)’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를,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도 지난 12일 “비트코인 미실현 이익 마진이 57%에 도달했다”며 “통상적으로 이런 추세일 때 시장은 조정을 겪었고, 단기 보유자의 판매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감기를 고려한 채굴자들의 대규모 매도가 조정을 유도할 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트코인 공급이 절반으로 주는 반감기에 맞춰 채굴자들의 수익성도 반 토막이 나기 때문에, 이에 따라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채굴자들이 매도를 대거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주앙 웨드슨 크립토퀀트 분석가는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4월 반감기를 앞두고 최대한 수익을 내기 위해 비트코인을 현금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는 매도 압력 증가로 인한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와 해외의 가격 차이를 뜻하는 ‘김치 프리미엄’도 최근 8%까지 벌어졌다. 그만큼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높다는 뜻으로 투자가 과열됐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가를 기록하고 80% 넘게 폭락한 적이 네 번이나 된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5일엔 한때 4% 넘게 급락, 1억원대가 붕괴돼 980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영국 온라인 투자플랫폼 AJ벨(AJ Bell)의 라티 칼라프 투자분석 책임자는 “국제결제은행은 2015~2022년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약 3/4이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이 대서특필됐을 때처럼 투자자들이 잘못된 시기에 빨려들었기 때문에 그런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셔츠까지 내걸 자신이 없는 한 베팅을 삼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