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정류장 텅텅 비어
전광판에 ‘출발대기’ 등 기록
“파업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지하철 붐볐으나 큰 혼란 없어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정류장에 시민 협조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4.03.28.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정류장에 시민 협조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4.03.28.

[천지일보=유영선·홍보영 기자] “버스 파업이라니 너무 갑작스러워 당황스럽네요.”

28일 오전 7시 20분쯤 서울역버스환승센터. 은평구 E고등학교 1학년인 김영식(가명)군이 전광판에 기록된 출발대기 중인 401A버스를 보고 이같이 말했다. 김군은 학교 공지를 확인하지 못한 채 평소처럼 등교하려다 지각을 면치 못하게 됐다.

김군은 “학교까지 가는 버스가 1대 밖에 없고 지하철도 오래 걸려서 지각하게 됐다”며 “택시를 타려해도 수중에 2만원밖에 없어서 비용이 더 나올까 걱정된다”고 한참동안 넋을 잃었다. 결국 가족에게 통화한 결과 ‘늦더라도 지하철을 타고 가라’는 말에 지하철 4호선 역으로 향했다.

28일 12년 만에 서울버스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역 인근 버스정류장에는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전광판에는 대부분 출발예정 시간에 ‘차고지’ ‘출발대기’라 기록됐고 광역버스를 타려는 시민을 제외하고는 대기 인원도 손에 꼽혔다. 일부 시민들은 파업 소식을 듣지 못해 지하철로 발길을 돌리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김지영(가명)씨는 “전광판이 고장 난 줄 알았다”며 “그나마 가는 버스가 1대는 오게 돼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그러면서 “한동안 파업이 계속되면 불편은 감수해야겠다”면서도 “버스 기사님들도 힘드니까 파업에 나선거니 이해는 한다. 다만 잘 해결됐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동탄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기다리던 김기철(가명)씨는 “집 문밖을 나서 버스를 한 번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여기까지 오는데 파업으로 인해 버스를 타지 못해 많이 걸어야 했다”며 “조속히 파업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중구 서울역 지하철 역사에서 시민들이 지하철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중구 서울역 지하철 역사에서 시민들이 지하철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역 1호선 지하철 승강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선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7시 20분께 서울역 1호선 승강장에서 만난 최모(55, 남)씨는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빨리 해결이 돼야 한다. 장기화하면 큰일이다”며 “지금 보니깐 거의 95% 정도 운행 중단이던데 버스 타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역업을 하면서 해외로 많이 다닌다는 최씨는 “사전에 조율을 해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시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꼭 닥쳐서 파업하고 그때 해결하려고 한다”며 “해외에서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인정하지만, 정치는 후진적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예측해서 미리 대비하고 정책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꼭 닥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 때문에 1시간 일찍 집을 나와서 면접하러 가는 시민도 있었다.

안양에서 신촌으로 면접하러 간다는 김모(26, 여)씨는 “오늘 사실 면접이 있어서 버스 타러 가려고 했는데 파업한다고 해서 1시간 일찍 나와서 지금 지하철 타고 이동 중”이라고 했다.

후암동 집 앞에서 항상 다니는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박모(35, 남)씨도 이날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했다. 박씨는 “원래 버스를 집 앞에서 바로 탔는데 버스가 한 대도 안 다녀서 지하철역까지 걸어야 했다”며 “집에서 딱 맞춰서 나오는 편인데 오늘 지하철을 이용하는 바람에 직장에 늦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역 1호선 승강장에서 안전도우미로 일하는 강모(65)씨는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아졌다. 오전 7시부터 사람들이 많았다”며 “버스가 안 다니니깐 지하철밖에 이용할 게 없다.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속히 파업이 종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은 이날 출퇴근 혼잡 완화 및 불편 해소를 위해 1일 총 202회를 늘려 운행한다.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린 영향인지 이날 서울 시내버스 파업에도 큰 교통 혼란은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 막판 협상이 불발된 28일 새벽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원들이 파업 결의를 다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 시내버스 노사 막판 협상이 불발된 28일 새벽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원들이 파업 결의를 다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 시내버스 7000여대 운행 중단

한편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은 12년 만이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부터 시작돼 이날 새벽까지 노사 양측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 협상을 벌였지만 협상은 오전 4시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버스기사 1만 8000여명이 소속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서울 시내버스는 총 61개사 7000여대다. 이는 전체 서울 시내버스의 98%를 차지한다. 보광운수, 정평운수, 원버스 등 12개 노선의 경우엔 정상 운행한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에는 출근시간 직전 극적으로 타결이 이뤄져 파업은 20분 만에 끝났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시급 2.5% 인상안을 제시하며 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 호봉별 시급 12.7% 인상, 호봉별 근속년수 1~9호봉에서 1~11호봉으로 변경, 정년 이후 조합원 1호봉 임금 지급 등을 요구했고 노사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오전 4시 첫차부터 파업이 시작됨에 따라 서울시는 비상 수송 대책에 들어갔다. 지하철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 1시간을 연장 운행한다. 심야 운행 시간도 익일 오전 2시까지 1시간 연장된다. 지하철역과의 연계를 고려해 25개 자치구에선 무료 셔틀버스 480대가 투입된다.

‘지하철 혼잡 시간’을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로 조정하고 이 시간대의 열차를 추가 투입한다. 막차 시간은 종착역 기준으로 익일 오전 2시까지 연장된다.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과 관련해 다산콜재단, 교통정보센터 토피스, 서울시 매체, 정류소의 버스정보안내단말기를 통해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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