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중앙아시아에 부쩍 ‘손길’
“테러단체 상대 조직원 모집”
美 아프간 철수 후 안보 공백
러 “테러 배후는 우크라·서방”
美국무부 “증거 없다” 일축

유엔이 IS 활동을 담아 지난 1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는 지난 12개월 동안 타지키스탄의 베테랑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인 자마트 안사룰라와 중앙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주요 무장 세력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 (출처: AP, 연합뉴스)
유엔이 IS 활동을 담아 지난 1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는 지난 12개월 동안 타지키스탄의 베테랑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인 자마트 안사룰라와 중앙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주요 무장 세력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 (출처: AP,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호라산(ISIS-K)이 러시아를 강타한 ‘모스크바 콘서트홀 총격·방화 테러’의 배후로 자처했다. 이런 가운데 이 세력이 원정 만행을 저지를 수 있던 이유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후 ISIS-K의 세력 불리기가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테러의 배후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서방세력까지 연루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지부 ISIS-K는 지난해 타지키스탄과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무장 세력을 겨냥해 대대적인 조직원 모집에 나섰으며, 특히 테러 공격의 오랜 역사를 가진 기존 단체의 경험 많은 조직원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서방과 다른 정보기관들은 밝혔다. ISIS-K는 이 지역에서 텔레그램 채널과 다른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개설해 선전을 퍼뜨리며 적극적인 모집 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이 IS 활동을 담아 지난 1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는 지난 12개월 동안 타지키스탄의 베테랑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인 자마트 안사룰라와 중앙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주요 무장 세력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ISIS-K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지원한 러시아에 대한 보복 의사를 꾸준히 밝혀 왔다. 이달 들어 테러 시도를 하다 저지당한 적도 있다.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날 ISIS-K가 테러를 모의하는 메신저 채팅을 도청해 이번 테러가 ISIS-K 소행임을 확인하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외신에 밝혔다.

2014년 말 아프가니스탄 동부에서 처음 조직된 ISIS-K는 최근까지 주로 아프가니스탄 지역 내에서 테러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갑작스럽게 철군을 단행했다. 안보와 관련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떠안게 된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의 진격에 바로 무너져 정권을 내줬다. 탈레반은 재집권 뒤 그간 갈등을 빚은 ISIS-K를 토벌하려고 했으나 세력 확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관측된다. ISIS-K는 미군 철수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재집권 이후 눈에 띄게 세력을 확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세력의 활동 영역이 그 무렵부터 중동을 넘어 유럽으로까지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독일에서는 ISIS-K와 연계된 총 7명이 테러를 계획하며 무기를 확보하던 중 체포되기도 했는데, 이들은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모두 중앙아시아 국적자였다. 이번에 체포된 테러 피의자 역시 타지키스탄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ISIS-K가 중앙아시아 현지 무장단체 출신 테러범들과 손을 잡고 위세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스크바 테러 전 ISIS-K는 올해 1월 이란에서도 1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탄 테러를 벌였다. 이란 정보 당국은 지난 1월 이란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4주기 추모식에서 100명 넘는 사상자를 낸 대규모 폭탄 테러의 주동자 및 폭탄 제조자와 현장에 투입된 자살 폭탄 테러범 두 명 중 한 명도 타지키스탄인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과 유럽의 정보기관들은 ISIS-K와 연계된 국제적 음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ISIS-K가 모스크바 테러 배후라 자처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정보기관은 테러 배후가 우크라이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서방세력까지 배후로 확장시켰다. ISIS-K는 앞서 137명의 목숨을 앗아간 모스크바 테러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독교인 살해를 거듭 자랑하는 성명을 두 차례 올렸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도 이날 “피의자 진술을 통해 이번 공격 배후에 미국, 영국,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만으로는 그런 행동을 준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테러 주범이 “이슬람 급진주의자”라면서도 “배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세력”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증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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