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정부와 대치중인 의사협회 차기 회장으로 초강성 후보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65%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그는 당선 직후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지난 20일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발표하자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 중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민생 토론회에 들어가려다 경호처 직원에게 입이 틀어막혀 끌려 나간 이른바 ‘입틀막’ 장본인이기도 하다.

임 당선자는 의대 정원에 대해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의사수를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펴며, 대화의 조건으로 대통령 사과와 복지부 장관 파면 등을 내걸었다. “의료 사태 해결의 최종 판단 권한을 가진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사과 또는 유감 표명 정도는 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말 의료계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장차관 파면도 당연히 해야 한다. 하루빨리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국민이 압도적이다. 절벽으로 몰린 지역 의료와 필수 의료의 심각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초강성 후보를 대표로 뽑은 것은 국민들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국민과 환자들을 가볍게 여기고 의사들만의 ‘직역 이기주의’를 앞세운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현재 의료 사태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정부도 문제지만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하는 의사들 책임도 크다. 이번 사태 해결은 의사들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강성파 회장을 선출한 의사협회가 의료계의 입장을 모두 대변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의협은 물론 의대교수, 전문의, 전공의, 그리고 의대생까지 포함된 대화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정부와 의료계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것이다. 의협 신임 회장과 같은 강성파가 엉뚱한 주장을 하면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민 여론과는 상반되게 의대 정원을 줄이자고 주장하는 강성파 회장을 앞세워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의사들은 국민들의 존중과 신뢰를 크게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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