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표면의 영기문은
그릇=만병=보주를 표현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구석기 이래 300만년 동안 이뤄진 조형예술품의 문양을 독자 개발한 ‘채색분석법’으로 해독한 세계 최초의 학자다. 고구려 옛 무덤 벽화를 해독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문화를 새롭게 밝혀나가고 있다. 남다른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풀어내는 독창적인 조형언어의 세계를 천지일보가 단독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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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1.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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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이 글에서는 전에 다루었던 동학동 철화 분청자기의 영기문들보다 더욱 복잡한 것을 다루어보기로 한다. 보이지 않는 기운을 표현하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벌써 알고 있지요?

처음 다룰 작품은 철화 접시다(도 1-1, 1-2). 안쪽에는 물고기 둘이 순환하고 있는데 한쪽에 영기문이 있다. 그리고 바깥 면에는 둥근 굽을 중심으로 영기문이 둘려져 있다. 파편에다가 문양도 알 수 없어서 아무도 관심이 없는 그릇 파편이다. 물고기 둘이 순환하는 모양은 대우주의 기운이 순환하는 것을 상징한다. 앞 회에서 물고기 입에서 제2영기싹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용의 입에서 제2영기싹이 나오는 것과 똑같아서 우리가 먹는 물고기가 아니다. 

또 민화의 문자도에서 보다시피 물고기 열린 입에서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용이 생겨나오는,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올바른 용어를 쓴다면, ‘물고기 입에서 용이 화생(化生)하는 장면’에서처럼, 용보다 더 근원적으로 만물을 생성시키는 근원인 <물>을 상징하는 것이 물고기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금 말하는 내용이 어려우면 다시 읽어보시고 깊이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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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1, 도 1-2의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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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1, 도 1-2의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밥상에 이 접시를 놓으면 보이지 않는 표면에는 둥근 굽을 중심으로 영기문이 둘려져 있는데, 두 군데에서 제3영기싹 영기문이 힘차게 전개하고 있다. 이 작업을 끝내고 잠시 점심 먹으며 이 작품을 계속 생각하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깊은 생각에 빠지다가 문득 앞 회의 물고기 생각이 났다. 아, 접시 밑면의 제3영기싹 영기문 두 개가 윗면의 두 물고기 입에서 나오는 것이구나. 그래서 채색분석한 것(도 1-1, 1-2의 채색분석2)이다! 

이 활달한 필치로 그린 영기문의 의미가 이리도 깊구나. 작고 거친 그릇이지만 그 상징은 하늘을 찌르는구나. 물고기 입에서 나오는 제3영기싹의 긴 전개는 만물생성의 근원이 되므로 바로 신성(神性)을 지니는 것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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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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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2의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작품2는 파편에 불과하지만, 채색분석해 보면 밑부분에 여러 개의 제1영기싹들이 직선으로 위 방향으로 뻗어나가며 그 중심에서 다시 좌우로 그 사이에서 제2영기싹 영기문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넓게 보면 전체가 제3영기싹 영기문이다(도 2의 채색분석). 채색분석하지 않으면 잘 파악하기 어렵다. 그동안 채색분석한 것을 1년 넘어 보여주었으므로 파악하기 매우 쉬울 것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매우 길어지므로 독자들이 작품과 채색분석한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직접 그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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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3.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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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3의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3.01.02

그다음 작품 3을 보면 제1, 제2영기싹 영기문들이 폭포수처럼 아래로 내려 쏟아지고 있다. 채색분석해보면 더욱 분명히 보인다(도 3의 채색분석). 제1, 제2, 제3영기싹은 물을 상징하고 있으므로 폭포수처럼 그려 넣은 것이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도자기 표면의 영기문은 <그릇=만병=보주>라는 도자기 안에서 밖으로 넘쳐흐르는 물을 영기문으로 표현한 것임을 증명해 오고 있는 지 제41회째 연재다.

그래서 그 영기문을 그릴 때 거꾸로 놓고 그려보니 편했으며 왜 이렇게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아, 이 영기문이 병의 입에서 밖으로 넘쳐나오는 <영기문=물>이라고 생각이 들자 채색분석한 것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필자도 이처럼 시행착오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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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4.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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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4의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작품 4는 한마디로 제3영기싹의 변형이다. 제3영기싹 역시 무량한 보주를 발산하는 중요한 영기문이다. 제3영기싹은 원래 작으므로 크게 표현하려니 이런 변형이 일어난다(도 4의 채색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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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5.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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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5의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작품 5는 장군이 깨진 부분 파편이어서 전체를 알 수 없지만, 매우 흥미 있는 철화 영기문이다. 채색분석해보면 복합적인 영기문이다(도 5의 채색분석). 복잡한 듯 보이지만 전개 원리는 간단하다. 아래쪽에 짧은 제1영기싹 2개, 그리고 긴 제3영기싹 2개, 그 1개에서 위로 길게 뻗어 올라가 다시 제2영기싹을 이룬다.

그리고 파편이어서 시작점을 알 수 없는 큰 영기문도 꽃같이 보이는데 처음 보는 것이어서 확실히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양쪽으로 뻗어나간 제1영기싹 두 줄기와 가운에 빨간색의 보주가 있고, 전체를 붕긋붕긋한 영기문으로 마무리했는데 흥미 있는 영기문이어서 불완전하나마 분석을 시도해 보았다. 전체가 확실하지는 않으나 엄청난 영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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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6.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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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6의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작품 6은 장군인데 영기창 안에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분석해서 그려보니 물고기 안에 변형 제3영기싹이 있다(도 6의 채색분석). 왜 물고기 안에 그려 넣었을까. 그것을 위에 따로 그린 것처럼, 물고기 입에서 나오는 변형 제3영기싹과 같지 않은가. 아마도 공간이 좁아서 물고기 몸 안에 잘못 그린 것이 아니라, 그렇게 표현해도 가능한 것이니 그것은 마치 ‘그릇=만병’이라는 자기의 표면에 영기문을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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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7.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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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7의 채색분석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천지일보 2022.12.30

작품 7을 보자. 역시 채색분석해 보아야 알아볼 수 있다(도 7의 채색분석). 만병 안에 가득 차 있는 물을 가시화해서 제1영기싹과 제3영기싹 영기문이 병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제1영기싹 끝은 보주로 매듭짓고 있어서 제1영기싹이 보주를 내포해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자유분방하고 일필휘지(一筆揮之)로 힘차게 영기문을 도자기 표면에 그린 것은 마치 회화 같다. 더 나아가 선화(線畫) 같다. 2006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규모로 기획한 학봉리 가마 발견 철화 분청자기 전시를 보며 경악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2만여 점에 걸친 세계미술품을 채색분석해서 얻은 4가지 형태소가 고스란히 표현된 것을 보고 나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지금까지 조선 분청자기를 포함한 고려청자와 조선 청화백자들을 치열하게 조사하고 촬영해 왔다. 오늘 그 극치의 제41회 연재를 쓰기 위해 일주일간 작품 선정과 채색분석하면서 몸살이 났는지 9시간을 자고 나서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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