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과 영세 기업을 상대로 한 온갖 형태의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 발표에 의하면 2011년 사기 건수가 22만 3470건에서 지난해에는 23만 5366건으로 1만 1896건(5.3%) 증가했다고 한다. “사기가 경제 불황을 틈탄 신종 금융사기로 건수가 늘어났다”는 관계자의 말처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틈타 실직자나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가 2010년부터 작년까지 3년 내리 증가하고 있다는 어두운 소식이다.

며칠 전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서 지은 ‘정수코리아’라는 단체가 파독 50주년 기념행사를 빌미로 파독(派獨) 광부·간호사 출신 재외동포 220여 명을 한국에 초청했다. 주최 측의 준비 부실로 고국을 방문한 재외동포들이 형편없는 대접을 받고 당국에 호소했고, 급기야 경찰이 사기 혐의 수사에 나섰다. 알려진 바로는 방문 일행들은 “식사도 노숙자처럼 먹었다. 싸구려 약장수나 다름없는 100% 사기행각”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정수장학회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정수코리아는 지난 5월에 자원봉사자 40여 명으로 설립한 단체로 이번 ‘모국방문 환영회’가 첫 기획행사라고 한다. 정체불명의 이 단체의 회장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관광버스 6대를 빌리면서도 계약금조차 주지 않은 채로 자신을 ‘정수장학회 관계자’라 사칭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명함 앞면 로고에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영부인’이란 문구가 들어 있고, 뒷면에는 제18대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인재영입위회·법률대책위원회 위원장 직함에다가 새누리당 재외동포위원회 자문위원이라고 썼으니 사실 여부를 막론하고 그 명함을 받아본 사람들은 믿을 만하다.

1960∼1970년대 외화를 벌러 독일로 간 광부, 간호사들은 20대 젊은 나이에 이국에서 청춘을 불사르며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한 산업전사다. 이제 일흔이 넘어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단숨에 달려왔던 그들을 향해 사기성 행사를 한 것은 대한민국을 망신시키는 일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더욱이 박근혜정부 초기에 정수장학회와 관련 있는 양 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이번 사기행각이 주는 교훈을 잘 새겨야 한다. 경제적으로 서민들이 어려운 시기에 이번 사례와 같이 행여 대통령과 관련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권력을 사칭하려는 독버섯 단체의 사기행각이 움이 돋아나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사전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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