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동물원 모의원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동물원 모의원 원장, 동물과 함께한 30여 년 삶

나무 뒤에 몸을 숨겼던 반달가슴곰과 코끼리 한 마리가 얼굴을 내민다. 옆에선 위풍당당하게 호랑이 한 마리가 걸어간다, 바로 서울동물원의 명함뒷면 이미지다. 

“이게 우리 서울동물원이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이다. 여태까지는 사람이 동물을 관람했고 동물은 싫어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동물들도 자기를 보이고 싶지 않을 때가 있지 않겠나. 이 나무들은 동물들이 숨을 수 있는 은신처요, 숲을 상징한다. 숲과 동물이 함께하는 것이 자연이고 여기에 사람이 공존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이루어가고자 하는 바이다.” 서울동물원 모의원 원장의 말이다.

◆창경원에서 과천까지 100년 역사 흘러

동물원은 2009년 100주년을 맞이했다. 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동물원은 안타깝게도 1909년 우리나라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닌 일본인들에 의해 창경원에 설립됐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산업화와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지자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 그 당시 넘쳐나는 인구에 비해 휴식·문화공간은 부족했던 터, 그나마 존재하고 있던 창경원 벚꽃놀이와 동물원은 도심 국민들에게 없어선 안 될 정서적 쉼터이자 주요 놀이공간이었던 셈이다.

모의원 원장은 “국민들의 도심 속 쉴 만한 공간과 창경궁 복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고위층 지도자들은 동물원을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동물원은 1984년 5월 이곳 과천 땅 청계산 자락에 자리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록 처음 설립된 창경원에서의 동물원은 한국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워졌지만 현존하는 서울동물원은 우리나라 국민과 정부의 요구, 즉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더불어 우리 지혜를 가지고 우리 손으로 거듭난 동물원이 100년을 지나 101년을 앞두고 있으니 자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모 원장의 말이다.

◆세계로 뻗어나갈 이름 ‘서울동물원’

▲ 서울동물원.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외에도 이번 100주년의 의미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서울동물원’이라는 간판을 달았다는 데 있다. 그 동안 동물원은 서울대공원 안에 속해 있었다. 여태까지는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리기능을 우선시하는 기관 명칭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 명칭의 애매함이 시민들에게는 불편한 상황을 안겨줬을 것이라고 모 원장은 말했다. 명칭이란 그 뜻을 잘 살린 상태에서 부르기 쉽고 찾기 쉽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다. 그러나 동물원의 경우, 서울동물원을 찾으러 온 사람이 헷갈려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특히 외국인들은 ‘Seoul Zoo’라 하면 될 것을 ‘Zoo in the Seoul Grandpark’로 묻고 찾아와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랐다.

이에 명칭공모를 내부에서 실시, 시민고객들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하자는 동물원 직원들의 뜻을 모아 ‘서울동물원’이라는 이름을 탄생시키게 됐다. 사실 서울동물원이란 간판을 내건 깊은 뜻은 명칭 안에 담겨있다.

모 원장은 ‘서울’이란 말을 붙이기로 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 “적어도 내 생각과 다짐 속엔 600년 역사와 문화, 전통이 있는 세계도시 서울이 갖는 브랜드가치 그 이상의 동물원을 만들고자 하는 소명이 있기 때문”이라는 포부를 내비쳤다.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려면 동물원 원장이란 이름도 여간 중요한 게 아니다. 매년 세계 석학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는데 명칭에 따라 네임택 색깔이 결정된다. 원장 직급의 경우 빨간색이다.

설령 자국의 형편이 따르지 않아 원장 직급이지만 그 명칭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도 가차 없이 파란색이 그어진다. 이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아무래도 같은 색깔의 명찰을 단 사람들끼리 대화가 오가지 않겠나.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이다.

그래서 동물원장이란 이름은 세계 동물원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환경에 잘 적응해준 동물과 고마운 직원들

개원당시 동물원에는 350종 총 3500마리의 동물식구가 있었지만 현재 319종 2430마리의 동물이 우리환경에 적응해 살고 있다.

모 원장은 동물원이 유지된 데 감사해야 할 세 존재 중 하나가 바로 ‘동물’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동물이 외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그야말로 산 설고 물 설은 곳에 왔다. 그러니 낯선 곳에 와서 크게 아프지 않고 잘 견뎌준 동물들을 생각하면 대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어 여기까지 오기까지 동물원의 기반을 튼튼히 해준 선배들, 매년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400여만 명의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모 원장은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서울동물원은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을 받아 한국늑대, 반달가슴곰, 남생이의 번식을 통한 복원기반을 마련하는 등 20종의 동물 보전에도 힘쓰고 있다. 

◆직원 노력으로 지은 신 유인원관

한편, 작년에는 희귀 조류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식같이 여겼던 새들과 생이별해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모 원장은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자 희귀조류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손으로 부화시키고 기른 오리, 닭 등을 살처분 해야 하는 힘든 시기가 있었다”며 “이 때가 동물원 직원들에게 가장 힘들고 길게 느껴진 하루였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모 원장은 “이번 해 11월 1일 신 유인원관이 개방됐다”며 “이 유인원관은 30억에 직원들 노력 270억 원을 모아 총 300억 원으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철장을 걷어내고 투명한 유리창과 따뜻한 온돌난방시스템이 특징인 신 유인원관은 사실상 300억 원의 돈이 투자돼야 완성이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그만한 돈을 지원받을 수 없어 조금씩 모아둔 30억 원으로 지어야 하는 상황, 직원들의 밤낮 가리지 않고 진행된 회의와 노력, 모험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모 원장은 직원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달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동물원 100주년을 잘 치르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모 원장의 동물사랑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나의 천직

▲ 서울동물원 내 이정표. ⓒ천지일보(뉴스천지)
모 원장은 시골 농촌에서 태어나 자연의 소중함을 몸에 익히고 살아왔다. 그러면서 축산학, 수의학을 공부하면서 동물과는 뗄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 그가 이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0여 년이 넘게 동물과 함께 해 온 그는 이제 삶의 원동력과 지혜를 동물에게서 찾곤 한다. 가령 모 원장이 일을 하던 중 답답하거나 복잡하고 짜증이 나면 ‘큰물새장’에 간다. 거기에는 물을 좋아하는 두루미 등 30종의 조류들이 살고 있다. 한참동안 새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맑아진다.

혹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오거나 돌파구를 찾아야겠단 생각이 들면 모 원장은 호랑이들이 있는 맹수사로 달려간다.

모 원장은 “거기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호랑이의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투쟁심,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결국 안 될 것 같은 일도 해낼 수밖에 없다”며 터득한 노하우에 자신감을 표했다.

◆4차원적인 전시로 보존의식 일깨울 것

모 원장은 동물과의 삶을 통해 자신과 직원들이 체득한 경험과 지식을 총 동원해 2010년 호랑이와 같은 기상으로 100년 역사를 토대로 한 새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서식지 재현을 통해 서식지의 모든 생물종은 물론 인간들의 생활과 문화를 접목하는 등 보전에 중점을 둔 4차원적인 전시를 표방해 나갈 계획입니다.”

19세기엔 사람이 동물을 관람하는 1차적 기능이 중요시 됐다면 20세기 후반에는 환경파괴, 멸종위기종,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일반대중이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전시와 교육이 중심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은 각 지자체, 주민 센터, 테마파크 등에서 시행되고 있으니 동물원은 더 앞서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모 원장의 생각이다.

이에 생각한 것이 융·복합 시대의 4차원적인 전시 및 체험학습이다. 동물이야기에 식물이야기를 넣어주면서 그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더 나아가 문화를 가담한 이야기까지. 그래야 명실상부 4차원적인 전시가 돼 아이들이 동물원에 와서 복합적으로 얻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년초가 되면 서울동물원은 학교 담당 교사들과 연수를 갖고 학생들을 위해 진지하게 협력해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동물원을 나가는 순간 또는 다른 동물사로 발걸음을 뗄 때 동물에 대한 마음의 눈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 원장은 동물원에 많은 동물들이 있는 만큼 하루에 다 관람하려는 욕심보단 한 종류의 동물을 보더라도 관찰과 조사,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관람문화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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