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연쇄상구균. (출처: NIID, 아사히신문)
A형 연쇄상구균. (출처: NIID, 아사히신문)

[천지일보=이솜 기자] 일본 전역에서 ‘독성 쇼크 증후군(STSS)’ 감염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봉쇄 후 세계 곳곳에서도 STSS를 일으키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집에만 있어 박테리아에 노출되지 않았고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들의 면역 상태가 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아사히신문, 메디컬데일리,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일본은 이 박테리아 감염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A형 연쇄상구균’에 의한 이 감염은 작년부터 증가 추세에 있으며, 치사율이 최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NIID)에 따르면 지난해 STSS 확진 사례가 941명으로 급증해 2019년의 이전 기록인 894명을 넘어섰다. 일본에서 독성과 감염력이 높은 균주가 확인되면서 이 질병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NIID에 따르면 이 질병은 50세 미만에서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50세 미만 환자 65명이 STSS 진단을 받았다. 이 중 약 1/3인 21명이 사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STSS의 감염 증가 시기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뤄진 격리가 해제된 시점과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이전처럼 박테리아에 많이 노출되지 않아 면역 체계가 이런 감염과 싸우는 능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염병 전문가인 키쿠치 켄 도쿄대 의대 교수는 가디언에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후 사람들의 면역 상태는 일부 미생물에 대한 민감도를 변화시킨다”며 “STSS의 감염 주기를 명확히 밝히고 즉시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늘어나는 STSS 환자. (출처: NIID, 아사히신문)
코로나19 팬데믹 후 늘어나는 STSS 환자. (출처: NIID, 아사히신문)

실제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도 대유행 대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월 30일 2023년 예비 데이터를 인용해 A형 연쇄상구균으로 인한 중증 감염 건수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CDC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이런 감염은 팬데믹 직전에 비해 최대 25%까지 감소했다”며 그러나 2022년 가을 감염은 특히 어린이의 경우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감염 건수는 20202년 건수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1만~1만 5천건의 A형 연쇄상구균 질환이 발생해 2천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500~1500건은 괴사성 근막염, 2천~3천건은 STSS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캐나다에서도 A형 연쇄상구균 감염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19일 캐나다국영방송(CBC)에 따르면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다트머스에 사는 6세 소년은 침입성 A형 연쇄상구균에 감염된 후 사망했다. 그의 아버지 랜디 데이비스는 “이 질병은 너무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너무 늦게 발견해선 안 된다”며 자녀들이 열이 나면 병원에 데려가도록 권장했다.

유럽 전역의 여러 국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됐으며, 주로 10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서는 M1UK라는 A형 연쇄상구균의 변이가 발견됐는데, 이 균주의 확산도 감염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A형 연쇄상구균 감염은 일반적으로 인후통, 피부 감염과 같은 가벼운 질환을 유발해 항생제로 치료한다.

그러나 A형 연쇄상구균이 심부 조직과 혈류로 퍼지면 STSS로 이어질 수 있다. A형 연쇄상구균은 스트렙토코커스 파이오제네스라는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하며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 띠를 괴사시키기 때문에 ‘살을 먹는 박테리아’라고 불린다.

또 침입성 A형 연쇄상구균의 경우 박테리아가 검출되지 않는 혈류와 척수액에 침투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많은 장기의 기능이 갑자기 저하된다. A형 연쇄상구균의 감염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처럼 비말, 신체접촉, 몸의 상처 등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형 연쇄상구균은 흔하고 많은 보균자가 무증상이기 때문에 노출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초기 증상은 인후통, 발열, 설사, 구토, 무기력증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다발성 장기 부전이나 호흡 문제로 인해 수십 시간 내에 사망하기도 한다.

현재 A형 연쇄상구균에 대한 예방 백신은 없다.

가와사키 의과대학의 전염병학 교수인 나카노 다카시는 아사히신문에 “박테리아가 왜 치명적인지 등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며 “손 씻기, 상처 청결 유지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일반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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